우대용이는 저도 모르게 목구멍 속에서 웃음이 솟아나오고 있음을 알았다. 온몸에 전율이
일어나고 있었다. 육신이란 무엇인가, 목숨은 또한 무엇이냐, 오랜 세월을 피맛을 보고 해묵
어온 작두칼이 그의 손안에서 무당의 신대처럼 와들와들 떨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에이잇! 히히히..."
옥졸들이 사형수를 감참관 앞에 꿇어앉혔다. 감참관은 감영의 판결이 떨어진 문서를 펼치
고 간단한 집행 심문을 하는데 이름과 관향을 확인하고 판결 내용이 틀림없는가를 옥사장에
묻고 나서 거행을 명하였다. 북이 천천히 느린 박자로 두드려지고 있었다. 봉산 부엉이는 양
손에 화살 두 대를 잡고 껑충껑충 뛰면서 형장 주위를 한바퀴 돌았다. 북소리가 크게 한번
들리자 무릎 꿇린 죄수에게로 부엉이가 달려들었다.
화살로 사형수의 양쪽 귀를 꿰는 것이다. 귀가 맞창이 뚫렸으나 이미 넋이 반쯤은 져
나간 사형수는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고 몸을 꿈틀거렸을 뿐이었다. 옥졸 하나가 다가와 죄
수의 얼굴에 회칠을 해주었다. 북이 또 한번 울리자 봉산 부엉이는 죄수의 귀에 꿰인 화살
을 꼬나잡고 저자 쪽으로 끌고 나갔다. 구경꾼들게 회술레를 돌리는 것이다. 회술레가 끝나
자 죄수는 다시 형장에 끌려와 기둥에 두 팔이 높직이 묶이고 머리를 틀어 위로 잡아맸는데
죄수가 마음대로 목을 가누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우대용이와 부엉이는 작두칼을 좌우로
번쩍이며 죄수의 주위를 넘나들며 껑충거렸다. 부엉이가 낄낄대면서 구경꾼들께로 나아가
손을 벌리고 돌아다녔다. 군중들도 이것이 관례인줄알고 망나니가 제 앞에 가까이 오기 전
에 돈닢을 땅에다 내던졌다. 행하를 거두고 다니면서 부엉이는 연신 하늘을 향하여 웃어댔
다. 감참관이 속히 거행하라 일렀건만 부엉이는 들은 척도 않고 계속 행하를 거두고 드디어는 감참관에게까지 나아가 손을 내밀었다.
"헤에..."
그가 손을 내민 쪽은 젊은 도령이었는데 놀란 나머지 핼쑥해진 젊은이가 뒤로 물러나 앉
으며 말했다.
"비장, 이게 무슨 짓을 하는 거냐?"
감참관인 비장이 재빨리 대꾸했다.
"예, 속참행하라구 원래는 가족들에게서 받게 되어 있으나 저 죄수는 아무도 없으니 우리
에게 달라는 것입니다."
하고 나서 비장이 상을 찌푸리고 고함을 쳤다.
"이놈 태장을 맞고 싶으냐? 속히 거행하라."
"헤에..."
콧등으로도 여기지 않고 망나니는 그대로 버티고 서 있었다. 젊은도령이 주머니를 끄르고
엽전 댓 닢을 꺼내어 내던지자 그제사 부엉이가 물러났다. 북소리가 차츰 빨라지기 시작했
다. 우대용이와 부엉이는 물동이에서 물을 퍼서 입에 머금고 연신 칼날에다 뿜어 보였다.
"에헤헤헤! 히히히..."
단칼에 베지 않고 오래오래 죽이는 것이 바로 망나니의 특권이었다. 부엉이는 칼을 죄수
의 목에 댔다가는 떼곤 하는 것이다.
봉산 부엉이가 한참이나 죄수를 놀리고 돌아서는데 갑자기 칼을 쳐들었던 우대용이가 번
뜩 내려쳤다. 좌우로 손목이 묶여 있던 죄수의 몸이 빈 쌀자루 구겨지듯 털썩 무너져 내렸
다. 기둥 위에 붙들어 매어진 머리카락 때문에 목은 달랑 매어달렸다. 눈은 부릅뜬 채이고 얼
굴의 근육들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일그러졌던 표정이 한순간에 정지해버리면서 머리는 기둥에 매달려 흔들흔들했다. 잘린
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와 저자의 마른 땅 위에 콸콸콸 번져나갔다. 역졸이 삼태기에 재를
담아 뿌렸다. 그리고 근처 주막에서 다시 술 한동이가 날라져왔으며, 망나니들이 행핫돈을
받아 갔다. 부엉이와 우대용은 작두칼을 빼았기고 발목에 쇠사슬이 채워졌다. 망나니가 집행
뒤에 피맛을 보아 발광할까 염려해서였다. 집행된 자의 시체가 감영에서 나온 의원에 의하여
형식적으로 검시되었다. 거적에 둘둘 말린 시체가 소가 끄는 수레에 실려 나갔다. 두 망나니는 턱과 가슴으로 술을 줄줄 흘리면서 연거푸 들이켰고 옥족들도 속을 가라앉히느라고 함께 잔을 나누었다. 봉산 부엉이는 몰려드는 구경꾼을 향하여 연신 이빨을 드러내고 눈을 희뜩거리며 짐승 같은 소리를 질렀다. 시체는 송림방을 향하여 멀어져갔다.
우대용이 회자수칸으로 돌아온 뒤 그대로 곯아뗠어져 잠이 들었는데 깨어난 것은 어스름
한 저녁때였다. 아침까지도 미친 숭을 내던 봉산 부엉이는 구석자리에 초라하게 쪼그려앉았
고, 배천 남은 행하로 들어온 술을 마셨고, 대용은 아까 일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죽은자의
얼굴을 도무지 기억해낼 수가 없었다. 다만 속히 죽여달라고 부탁하던 사내 목소리가 뚜렷
하게 기억되었다. 대용은 부엉이 쪽을 힐끔 돌아보았다. 부엉이는 두 무릎 사이에 고개를 처
박고 골똘히 무슨 생각엔가 잠겨 있었다. 우대용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외로웠다.
"여보게 시방이 저녁인가 아침인가?"
말을 붙였으나 봉산 부엉이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자네 어디 아픈가..."
다시 한번 묻자 그제야 고개를 드는 봉산 부엉이의 얼굴에는 물기가 번져 있었고 눈빛이
번들거렸다. 우대용이는 더 이상 할 말을 잊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때에 발짝 소리가 가까
워지더니 옥졸이 다가와 발길로 칸살을 탕탕 차면서 말했다.
"너희들을 누가 찾아왔다."
대용이 칸살에 매달리며 머리를 내미는데 누군가 그의 손을 덥석 잡는다.
"우서방, 날세. 얼마나 고생이 많은가"
대용이 자세히 보니 박대근이 상단의 차인으로 따라다니던 사내였다. 평시에 용댕잇개서
거래 관계로 서로 안면을 텄던 사이였다.
"어, 이게 웬일이야?"
"문화 장서방은 어디 있나?"
"저 둘째 칸에 있네. 헌데 다쳤다던 대인께선 어찌됐나?"
"내가 떠나올 제 방금 도착하셔서 분부 내리시데. 까짓 장독쯤이 인삼 한근 달여 먹으
면 거뜬할 걸세. 박대인께선 자네와 장서방 일루 여간만 걱정하시는 게 아닐세. 그 때문에
내가 일부러 왔네. 장서방을 일단은 대시수로 만들어놓잔 분부일세. 대시수는 봄과 가을에만
집행하게 되니 이 겨울 안으로는 별일 없을 게 아닌가."
우대용이 차인에게 말하였다.
"허나 구명이 된다 한들 이 꼴인데, 제길 겨울이 온다구 무슨 뾰족한 수가 날까?"
"아무튼 기일을 끌다 보면 묘책이 생기겠지. 시방은 박대인이 일어나려면 짧게 잡아두 보
름은 넘어 걸릴 게야."
"예서 파옥은 안되네. 시골 읍의 토옥하군 다르네. 적어두 감영의 전옥이란 말야. 군졸과
포수가 풀려나와 사방의 대문을 막아놓으면 수십명 작당해두 빼치기 힘들고 설령 한둘을 빼
낸다 할지라고 인명이 많이 상할 것일세."
"다 방법이 있다니까. 옥전거리 주막 주인놈이 이상한 소리를 하데그려."
차인은 다시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놈은 옥전에 붙어서 죄수들 등을 치는 간교한 놈일세. 어쩌면 신복동이네 끄나풀일 걸
세. 그쪽엔 아예 얘기두 꺼내지 말게나. 내 박대인의 분부루 형방 앞으로 나가는 선사품을
가져왔네. 장서방의 구명쯤은 잘될 꺼야. 그러면 나는 저쪽에 들렸다가 가려네. 기간 몸조심
잘하게."
"안부 전해주어."
차인은 좌옥 이칸으로 올라가 장길산을 만났다. 길산은 만나자마자 박대근이의 안부부터
급히 물었다.
"어찌되었소? 성님께선 차도가 있으슈?"
"배대인이 친히 의원을 붙여주었소이다. 그뿐요, 송도엔 갖은 약초에 대국 약재가 쌓였으
니 그만한 병쯤이야 한 열흘이면 거뜬하겠지요."
"총을 맞은 갑송이는..."
"예, 고약을 붙이고 행수 어른과 함께 기거하구 계시는데 거기 얘기를 잠꼬대까지 합디다."
"걱정 말라 전해주시우."
"하인이 길산의 머리 가까이 다가들며 속삭였다.
"구명이 될 듯하오. 섣달 그믐을 넘기지 않아 우서방과 장서방을 건져내시겠다구 다짐하
십디다."
"같이 연희 나왔던 우리 식구들은 송도루 가지 않았습디까?"
"행방을 전혀 모르구 있소이다."
"여기에 잡혀 추국을 받다가 내가 갇힌 뒤에 곧 풀려났다는데 서도나 북관 쪽으루 올라간
모양이로군. 갑송이더러 몸이 다 나아 길을 걸을 수 있거든 재인말에 가서 부모님들은 안심
시키도록 일러주시우."
"아마 지나는 길에 이리 들를지도 모르겠수."
길산이 잠깐 생각한 뒤에,
"그리구 되도록 밥 붙여주는 주막을 바꾸게 해주오. 그자가 마음에 들지 않습디다."
"예, 대강의 얘기는 들었소. 내가 형방을 통하여 놈이 섣불리 굴지 못하도록 해놓으리다."
차인은 말을 전하고는 곧 옥을 나갔다. 길산이 청으로 돌아가 안즌데 간장이 넌지시 물었다.
"어째 장서방은 뒤가 든든한 것 같우."
길산은 대꾸없이 앉았다가 퉁명스래 받았다.
"아는 체 마시우."
"어떻게 파옥이라두 해줄 듯허우?"
이번에는 곁에 앉았던 색장이 물었고, 양선달은 곧장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우리네가 아무리 대시수라고는 하나 일생에 한 철이란 촌음과도 같지요."
간장이 상을 찡그렸다.
"거 오십이면 오래 살았는데 뭘 찔찔 짜구 그러우."
길산이도 감옥 안의 생활에 익숙해졌고, 국문받을 때에 입었던 화상과 매에 터진 상처도
딱지가 앉았다. 몸이 풀리니 식욕이 왕성해져서 밥 할멈이 날라다 주는 매끼니를 먹어치우
고 때로는 회자수칸에서 보내온 술도 마셨다. 과연 돈이란 어쩔 수 없는 것이어서 옥사장은
길산이에게 매우 관대하였다.
송도서 보낸 차인이 사흘 걸러 찾아와 바깥 소식을 통기해주었는데, 형방 비장이 길산을
대시수로 바꿔주겠다고 약조를 했다는 것이었다. 차인은 주막거리 임집에서 아예 묵으며 길
산의 집행 날짜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차인이 찾아온 다음날부터 길산은 밥붙이를 바꾸었다.
아들의 옥바라지를 하느라고 옥전거리에서 방을 얻어 떡도 팔고 밥도 붙여주는 할머니를 차
인이 대주었던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간사한 것이라고 길산은 생각했다. 첫날 매를 맞고
들어와 주위의 참상을 대하고는 차라리 집행 날짜를 바랐었지만 배부르게 먹고 건강을 회복
하니 한 열흘 남짓 남아 있는 제 목숨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었다. 해질 무렵 서쪽 하늘에
번진 저녁놀의 남은 빛이 차차 꺼져갈 적에, 길산은 전에는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사는
일과 죽는 일에 관해 생각했다. 하루의 끝은 놀에서 박명으로 침침한 땅거미로 그리고는 어
느결에 갑자기 캄캄한 어둠으로 이어졌다. 어둠이 깃들자마자 깊어진 가을의 벌레 소리와
더불어 땅속에서 울려퍼지는 듯한 산 송장들의 가냘픈 노랫소리와 신음소리가 감옥 담벽 안
을 가득 채웠다. 길산은 밤새껏 잠을 설치며 이리저리 돌아눕다가 새벽닭이 울 즈음해서야
간신히 잠이 들었고, 누군가 흉몽에 시달린 자의 비명 섞인 잠꼬대 소리에 놀라서 벌떡 깨
어 일어나곤 하였다. 서리가 지붕마다 허옇게 내려 덮일 무렵이라 새벽에 옥내로 스미는 냉
기가 뼛골을 후비는 듯했고 창살 가녘으로나가 드러누운 돈 없고 힘없는 죄수들의 떨며 앓
는 소리가 끊임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심한 것은 사흘 전에 잡혀 들어온 사십대의 사
내였는데, 국문을 받는 중에 입은 상처가 날로 더해져서 온몸이 부어 있었다.
"어, 그놈 되우 엄살 떠는구나. 이거 시끄러워 잠을 잘 수가 없나."
하며 간장이 참다못해 일어나 앉았다. 색장이란 자도 자도 따라서 일어나며,
"조용하도록 해줄까."
"정말 목을 졸라버리든지... 무슨 방도를 써야겠네."
색장이 이리저리 널브러진 사람들의 몸을 건너뛰어 앓는 사내에게로 갔고 창살 바깥을 살
폈다. 간장이 속삭였다.
"그깐 놈 죽는 게 나을 테니 없애버려."
"물... 물 좀."
인기척을 느낀 사내가 간신히 중얼거리는데 색장은 재빨리 그를 타고 앉아 목을 졸랐다.
캑캑대는 소리와 함께 간신히 뿌리치려고 손을 내젓는데 색장은 힘을 주어 내리눌렀다. 길
산이 이상한 기미를 알고 깨어나더니 한걸음에 청에서 달려 내려오면서 발뒤꿈치로 색장의
등골을 내리찍었다.
"어이쿠!"
색장이 나동그라져서 사람들 위로 넘어졌다. 소란에 놀란 다른 죄수들이 기겁을 하며 일
어나 구석으로 몰려 섰다. 길산이 색장의 뒷덜미를 잡아 일으켰다가 다시 면상을 쥐어박는
데 단번에 입술이 터지면서 앞니가 부서져 내렸다.
"간장... 네 이놈, 혼좀 나봐라."
"나는... 모르는 일이오."
간장이 앉은걸음으로 벽에 붙어 앉아 다가느는 길산에게로 손을 내저어 보였다.
"이놈, 약한 자에 잔인하고 강한 자에 비굴한 네놈이 무슨 옥규를 잡는 간장이란 말냐."
"용서하우."
길산이 말을 더듬는 간장의 따귀를 올려붙이고 나서 양선달을 잡아 끌어내렸다.
"모두 죽기는 마찬가지다. 저 사람을 여기 눕혀라."
길산이 앓는 사내를 번쩍 들어다가 청에 눕혔다. 그는 잠깐 씨근대며 앉아 있다가,
"이제부터 우리 칸에서 간장이니 색장이니 하여 남을 침학하는 일이 있으면 내 가만있지
않을 테요. 늙고 아픈 사람은 청에 앉히고 우리네 펄펄한 놈들은 바깥쪽으로 나와 앉는 것
이 이치에 맞소."
하고 나서 길산은 사내가 누웠던 썰렁한 창살 가까이 가서 앉았다. 이미 날이 밝았으니 다
시 잠을 청할 수도 없었다. 색장이나 간장이란 자가 저마다 성깔을 죽이고는 있으되 길산에
대하여 앙심을 갖게 된 것만은 숨기지 못할 사실이었다. 특히 색장은 빠진 앞니를 손바닥에
들고 연신 흘러내리는 피를 닦으면서 타는 듯한 눈길로 길산의 뒤통수를 노려보았다,
아침밥때가 되어 옥전거리에서 기다리던 백성들이 제각기 음식을 장만하여 옥내로 들어왔
다. 그러나 좌옥에 화서 보니 밥을 제대로 먹는 죄수는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아 일반 죄인들
중에서도 시름시름 앓다가 굶어죽는 자들이 많았다. 그래서 밥때가 되면 가족이 있거나 밥
붙이를 대고 있는 자들끼리 옹기종기 창살을 중심으로 모여들었고, 사고무친이거나 가족에
게서 버림받는 자들은 뒷전에 밀려난 채 하염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때로는 동료 죄수
들이 동정하여 밥덩이를 덜어주기도 하고 남긴 것을 얻어먹기도 했으나, 워낙에 수가 많고
보니 모두들 밥때에만은 서로 마주보려 하지 않았다. 가끔 뒷전에 섰던 자들이 등뒤로 덮쳐
밥을 움켜쥐는 경우도 있었으나, 대개는 간장과 색장에게서 뭇매를 맞고 쫓겨갔다. 그래서
뒤를 대일 식구도 없고 힘도 없는 자들은 뒷전의 어둠속에 꾸겨박혀서 아무도 몰래 죽어갔
다. 왕성히 먹어치우고 있는 자들도 그가 언제 가족에게서 버림받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우
옥에서는 버림받은 가장이나 부녀가 옥으로 찾아오던 가족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밥때마
다 시끄러웠다. 바깥에서도 굶고 있으니 갇힌 자를 돌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상풍음녀
의 경우였으나 개중에는 얼굴깨나 해끔하여 옥리들게 눈을 맞추고 관밥을 얻어먹고 연명하
는 여자들도 있었다. 모두들 관사비로 팔려갈 신세들이니 족히 몸을 내줄 만하였다. 길산이
갇힌 좌옥 이칸에서도 굶는 자가 네댓 명이나 되었는데 옥에서 버리는 음식 찌끼로 간신히
목숨을 이어나가는 판이라 눈이 퀭하고 수족은 넓은 소매 안에 작대기처럼 솟아 있고, 목이
길쯤하게 삐어져나온 몰골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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