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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산 2권 (6)

카지모도 2026. 3. 16.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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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옥은 아무 정신 없이 타박타박 걸었다. 작은잿말의 밭두렁과 그 너머로 동구에 섰는

노송이 보였으며 어느결에 묘옥의 흐려진 눈앞에 길산의 낯익은 걸음걸이가 나타났다. 달빛

을 온몸에 받으며 길산은 다가오고 있는 듯하였는데 묘옥은 뛰는 가슴으로 그를 기다렸다.

다시 제정신이 들었을 때는 아직 훤한 저녁이었고 소나무 밑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제

서야 묘옥은 울음을 터뜨렸다.

묘옥이 자기 설움에 겨워 마음껏 울고 난 뒤에 다시 길산에 대한 생각이 이어졌다. 우물

쭈물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가 처형되기 전에 감영 옥으로 찾아가 손이라도 잡아보아

야만 원이 없을 듯하였다. 제 몸에 찍혀 있는 연비의 또렷한 글자, 정표를 해준 사내, 거친

세상을 살아오며 처음으로 마음까지 바치었던 유일한 남자, 그러나 어쩐지 인연이 박하여

멀리 떠나버릴 듯 스스로 조바심치게 하더니 먼저 저세상으로 가는 사람이 아닌가. 그가 죽

고 나면 묘옥은 더 이상 아무에게도 마음을 주게 될 것 같지 않았다. 가자, 해주로 가서 마

지막으로 서방님의 모습을 뵙고 그리고는 속세를 떠나리라. 삭발하고 절에 의탁하여 평생

청정하게 살다가 가리라. 묘옥은 그날따라 적막해 보이는 손돌네 초가삼간으로 들어섰다. 퇴

창문이 밖으로 밀쳐지며 곰방대를 물고 있는 손돌의 얼굴이 나타났다.

"이제 오냐?"

"예, 아버님 시장하시지요. 얼른 저녁 지어 올릴게요. 온정 나갔다가 비린 자반을 조금 얻

었습니다."

"얘, 네 눈이 왜 그러하냐? 퉁퉁 부었구나."

묘옥은 얼른 손돌의 시선을 피하여 부엌으로 들어갔다.

"너 울었구나."

묘옥이 대답을 못하자 손돌은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해주서 기별이 온 모양이구나."

"아무것도 아니에요."

"길산이가 어찌되었느냐? 그의 부모가 옥에 갇히었으니 화적질이라도 했더란 말이냐. 그

녀석이 성깔은 팔팔하되 남의 재물을 탐내거나 인명을 가벼이 알 놈은 아니다."

이때에 부엌에서 입술을 물고 참고 섰던 묘옥이 흐드득하는 소리를 내어버리니 손돌은 당

황하여 맨발로 뛰어내려와 부엌으로 들어선다.

"길산이놈이 어지된다더냐. 숨기지 말고 바른대로 말하여라."

"참수형을... 달포 안으루 집행한대요."

"누가 그러더냐?"

"을대로 나갔던 큰돌 아저씨네 패가 돌아왔어요."

"알겠다."

손돌이 묘옥의 손을 잡고 한 손으로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서 네 마음이 상하였구나. 내일 식전에 해주로 떠나거라."

"예... 하오나 소녀가 은혜를 저버리고 떠날 수는 없습니다."

"아니다. 이젠 나도 이 재인말도 모두 기한이 다한 것 같구나. 여기 다시 돌아올 생각을

말아라. 관에서 재인말을 폐촌시키고 남은 자는 권농하여 관전의 소작인을 만든다더라. 우리

들의 업을 저들이 미워하는 것이니 남아 있을 필요가 있겠느냐. 어서 너 갈 데로 찾아가 새

로 살아라. 내가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 너를 보내는 것이 이리도 박절할 수 있겠느냐."

"아니어요. 다 죽게 된 저를 활인하여주셨음은 낳아주신 부모보다 더합니다."

"그래, 어서 밥이나 맛있게 지어 먹자꾸나. 그동안에 내 어디 다녀올 데가 있다."

"어딜 가셔요?"

"까막내에 다녀오겠다."

손돌이 까막내에 가려는 것은 제 장의감으로 간작한 무명과 죽은 아내의 초라한 패물 몇

가지를 팔아 묘옥의 노자를 마련해주려는 것이었다.

묘옥은 모처럼 쌀밥을 지어 아랫목에 묻어두고 국은 남은 잿불 의에 얹어 식지 않도록 해

놓고는 곧 여장을 꾸리었다. 그동안에 모은 품삯이 한 이십 냥 되었는데 열 냥은 내어 길산

의 누이에게 전해주고 그 부모에 차입이나 들이라 할 것이며 나머지 열 냥으로 자기 노자를

할 작정이었다. 어찌되었거나 해주 가서 길산을 만나 맛있는 음식이라도 들여주고 노자 떨

어진 뒤에는 산속으로 들어가버리면 그만이었다. 온정서 구해온 쌀 서 되에서 두 되를 내어

방아에 찧고 오가리를 켜켜이 넣어 호박떡을 쪘다. 육포나 영계는 대처에 가서 할 요량을

했다. 묘옥은 속이 허한 자에 마늘을 넣은 닭활개국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밤이 이슥

해서야 약간 취기 어린 손돌 노인이 돌아왔다. 두 사람은 밥상을 마주하고 앉았다. 손돌이

앞섶을 헤치더니 돈 한 꿰미를 내어주었다.

"옜다, 네 혼수 비용인 셈치고 가지고 가거라."

"이 많은 돈이 어디서 생겼어요?"

"온정말에 이잣돈을 놓아두었는데 삼년 지나니 원금 빼고 스무 냥이더라. 반만 받아왔다."

"제게두 약간의 노자가 있습니다."

"그동안 내 곁에서 고생 많이 했지. 그게 품삯으로는 모자라는 돈이다."

묘옥이 정색을 하고서 말하였다.

"아버님 말씀이 너무 박정하십니다."

대답 없이 손돌이 수저를 놓더니 벽을 향해 목침을 베고 누웠다.

"술 몇잔 했더니 피곤하다. 너두 어서 건너가 일찍 자거라. 새벽길 놓치겠다. 그리구 새벽

에 떠날 제는 날 깨우지 마라. 못 일어날 듯하니..."

손돌이 일부러 그러는 짓인 줄 잘 아는 묘옥은 상을 들고 나왔다. 대강 괴나리봇짐을 꾸

려놓고 나서 묘옥을 남장으로 갈아입었다. 초립동이 행세를 하며 갈 작정인데, 천상 날이 저

물어 봉놋방의 뭇 사내들 틈에 끼여 자려면 여자의 몸에 위험이 많을 듯해서였다.

"하, 도화살이 떠나지를 않는구나."

사랑하는 사내를 이제 죽음의 길로 떠나 보내는 묘옥은 저절로 장탄식을 하는데, 일부종

사는커녕 창기의 신세에서 헤어날 수가 없는 자신의 팔자소관이 끔찍하도록 미워졌다.

이튿날 아직 컴컴한 새벽녘에 묘옥은 길 떠날 차비로 방을 나섰다. 손돌의 방 앞에서,

"아버님, 소녀 떠납니다."

라고 불러보았으나 손돌은 잠이 깊이 들었는지 코를 드높이 고는 소리만 들려왔다. 손돌이

밤을 꼬박 새우며 이 생각 저 걱정으로 몸을 뒤채다가 묘옥이 나오는 기색을 알고 짐짓 건

성 코를 골고 있었던 것이다.

"부디 오래오래 사십시오."

묘옥이 삽짝을 열고 나가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손돌 노인은 황급히 마루로 나섰다. 담에

가려 아직 길목에 나선 묘옥이 보이질 않았다. 잠시 후에 초립 쓰고 봇짐을 멘 묘옥의 음영

이 나타났고 길 저쪽으로 멀어져갔다. 손돌은 고적감 때문에 견딜 수가 없었다. 그가 묘옥을

구완해내어 부녀의 정으로 지내오긴 하였으되 손돌은 저도 모르게 묘옥을 여식으로가 아니

라 여인으로 사랑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손돌 노인은 무녀 출신이었던 그 아내의 기박한 운

명을 사랑했음과 마찬가지로 묘옥의 슬픔을 사랑하였다. 길산과의 연분은 손돌 노인께는 한

괴로움이었으나 묘옥의 행복은 자신의 소망이기도 하였었다.

묘옥이 떠나가고 말았을 떄 이 늙은 광대는 자신의 사랑이 얼마나 깊어졌는가를 깨닫고

태산이 무너지듯 주저앉아버렸다.

"모두 떠나가는구나!"

그는 한참이나 현기증이 가시기를 기다리다가 북이며 탈박이 들어있는 버들고리를 마당으

로 끌어냈다. 그는 오랫동안 자기 손때가 묻고 표정마다 그의 솜씨가 깃들 탈들을 차례로

들여다보았다. 그것들은 모두 제 분신들의 얼굴인 것만 같았다. 무섭게 부릅뜬 눈, 짓궂고

장난스러운 입, 억센 코, 곰보 얼굴, 하얀 얼굴, 찌그러진 얼굴, 새카만 얼굴, 모두가 그의 서

러운 광대의 인생처럼 여러 모양으로 흘러 지나갔다. 희노애락의 수많은 나날들이 탈의 표

정 속에 정지되어버린 듯하였다. 그는 부시를 쳐서 불꽃을 일구어 탈박을 하나씩 태우기 시

작했고 그의 눈은 빛나고 입술에 경련이 떠오르며 차차 열광해가는 기색이 보였다. 아득하

게 장단 맞추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는데, 그것이 제 머릿속에서 부서져라 두드려지고 있었

다. 손돌 노인은 타는 탈박을 방속에 던졌다. 문 창호지에 옮은 불이 널름대며 타오르기 시

작했다. 손돌은 싱긋 웃고 나서 회색 장삼에 붉은 가사를 걸치고 염주를 목에 걸고 송낙을

얹었다. 그리고 늙은 중의 탈박을 얼굴에 썼다. 북을 들어 잔약한 소리로 두드리다가 박자를

맞추어서 힘껏 후려치며 몸짓으로만 춤사위를 잡았다. 그동안에 불길은 더욱 커져서 바자작

대는 소리로 널름널름 지붕 위로 올라갔다.

동녘은 훤히 맑아 있고 집 타는 연기가 맑은 하늘로 퍼져가고 있었다. 손돌은 북과 북채

를 불 속에 던져 넣고 기다란 한삼을 등뒤로 경쾌하게 내뿌리면서 다리를 들어 굽혀 펴기를

반복하며 깨끼리사위를 한바탕 추고 돌아 갔다.

"어허, 얼쑤."

늙은 광대의 마지막 연희는 그 장삼소매를 휘젓는 품이며 돌아 나가는 동작이며가 능숙하

고 힘차서 아름다웠다. 도도리장단에서 굿거리곡으로, 다시 타령곡으로 춤의 동작이 바뀌다

가 잦은타령조로 되었다. 학이 날아가듯 소매를 양쪽으로 너울거리기도 하고, 마당 가녘으로

빙빙 돌기도 하다가, 제 몸이 불꽃이나 되었는지 솟구쳐 꿈틀대며 위로 치솟는 것이었다. 여

다지와 곱사위춤에서는 좌우로 흩뿌려지며 모이는 한삼자락이 마치 바람에 나부끼는 꽃잎인

듯하더니, 솟구쳐지자 동작은 거칠고 열기가 있어 보였다. 온 집에 불이 붙어 활활하는 불바

람 소리가 들렸고 초가지붕 위로 붗꽃이 널름대며 퍼져갔다. 춤이 고조되어 몇번인가의 도

약이 거듭되더니 마치 퇴장할 때이듯,

"잘 놀구나 가오..."

긴 말가닥과 한삼 자락을 할결같이 뒤로 끌면서 손돌 노인은 재빨리 불 속에 몸을 감추었

다. 불이 집 전체를 휩쓸어 맹렬히 타올라서 집채의 윤곽이 불 가운데 묻혔을 무렵에야 작

은잿말 사람들은 외따로 떨어진 총대 노인의 집으로 달려왔다. 그러나 물을 끼얹는다 하여

도 다 타버린 즈음이었다. 서로 아무런 말들이 없건마는 광대들은 총대인 손돌의 집이 타고

있는 의미를 아는 듯 침통하게 둘러서서 불길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재인말에서의 생활은

이제 모두 끝난 것이다. 그들의 연희 출행 앞에는 돌아올 기약 없는 길만이 뻗쳐져 있는 것

이었다. 거처를 잃었으니 이제는 떠나는 길만이 남아 있었다. 불길이 자취를 감추고 잿더미

속에 숯이 벌겋게 드러났을 때까지 마을 광대들은 지켜보고 서 있었다.

 

묘옥은 까막내를 따라서 걸었는데 무더리내에 이르자 시장해졌으므로 호박떡을 조금 내어

아침 끼니를 때웠다. 묘옥은 까막내에서 갖바치 박서방네에 들러 돈 열 냥을 삽짝 너머로

던져두었었다. 봉순이와 박서방댁이 길산네 부모들게 좋은 음식을 넣게 하기 위해서였다. 묘

옥은 봇짐이 이상스레 무거워서 헤쳐 보았다. 묘옥이 거절하였던 노자를 잠든 사이에 손돌

노인이 넣어두었음을 알았다. 무더리서 장호령까지가 삼십 리요, 장호령에서 학령까지가 이

십리 길이었건만 계속 험한 산길이요, 영이 둘이나 겹쳤을뿐더러 고개도 많이 있었다. 장호

령서 대모현 사이에 있는 주막에 들어가 얼른 중화 하고 학령을 바라고 걷는데 발바닥에 물

집투성이요, 고개를 오르내리느라 기운이 진하여 꼼짝할 수도 없었다. 해가 아직 남아 있기

는 하였으되 여자의 걸음으로 온종일 칠십 리를 걸었고, 마땅한 숙소를 찾으려면 해지점 사

거리까지는 가야만 그럴 듯한 주막이 있다는 것이었다. 묘옥은 선뜻 학령을 넘을 용기가 나

질 않았다. 도중에서 날이 저물거나 호젓한 곳에 걷다가 봉변당할까 두려웠다. 하는 수 없이

숙소를 찾으리라 작정하고 산길 초입에서 되돌아섰다. 밭고랑 너머로 집 한채가 보였다. 묘

옥은 과객질을 하기로 마음먹고, 생솔나무 울타리 앞에 서서 애써 굵은 목청을 지어 외쳤다.

"주인 계십니까..."

윗방에서 한 남자의 얼굴이 나오더니 묘옥의 아래위를 쓱 훑었다.

"주인은 왜 찾나?"

"하룻밤 묵어 가게 해주십시오."

"거 아직 해가 높직이 걸렸는데 학령 넘어가 해지점 주막을 찾아갈 것이지... 우린 과객을

재우지 못해."

"고갯질이 험하여 도중에 날이 저물면 낭패할까 그래서 청하는 것입니다. 길양식도 낼 수

있고 돈도 있습니다."

"보아하니 총각인 모양인데, 우리넨 집꼴이 이래봬두 양반이야. 상사람이면 상놈의 집을

찾아가야지."

애초에 사람을 욕을 보여 쫓으려는 수를 쓰는 것이었다. 묘옥은 아무 말 없이 그 집을 떠

나 마을 쪽으로 향해 걸었다. 한 마장쯤 더 내려가니 제법 포실한 마을이 나왔고 솟을대문

이 높직한 기와집이 보였다. 다시 사람을 찾는데 문틈으로 누군가 내다보는 듯하고 나서 해

사하게 생긴 하녀가 문을 조금 열고 말했다.

"왜 그러셔요?"

"하룻밤 묵어 갈까 해서 그러오."

"보통 때 같으면 모르지만 집안에 환난이 있어놔서 어렵겠어요."

"아무리 환난이 있다 한들 이렇게 큰 집에 광이나 마구간이라도 있을 것이요, 하다못해

조밥에 푸성귀라도 없겠소. 지쳐서 도무지 움직일 수가 없구려."

"글세 안된다니까요."

하며 대문을 닫으려는 것을 묘옥은 별 생각 없이 계집아이의 손목을 잡고 말았다.

"아이그머니나!"

비명에 묘옥이 깜짝 놀라 손목을 놓는데 부끄러워진 하녀는 이미 문안으로 멀찍이 달아났

다. 묘옥은 망설이지 않고 열린 대문으로 해서 마당에 들어섰다. 제법 중문까지 있는 큰 집

이었다.

중문간에서 하녀가 밖을 손짓하며 나오고 건장한 하인 두엇과 도포에 유건을 쓴 점잖은

선비에게 허리를 굽혔다. 무어라 사과의 말도 하기 전에 선비가 정중히 말했다.

"계집아이가 경망을 부린 모양인데 죄송하오. 어디 숙소를 찾구 계십니까?"

묘옥은 붕변을 당할까봐 순간 겁을 먹었으나 선비의 태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예, 해주까지 가는 길인데 하루 종일 걷고 보니, 학령을 넘을 일이 아득하여 염치불구하

고 돌입하였습니다. 어디 마구간이라도 좋으니 밤이슬을 피하게만 해주신다면 천만 고맙겠

습니다."

선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얌전하게 말하고 있는 묘옥을 찬찬히 훑어보었다.

"원, 마구간에서 사람이 묵을 수야 있겠소. 우리 별당이 비어 있으니 묵어 가도록 하시오.

얘, 손님을 안으로 모셔드려라."

선비가 지시하자 마당쇠가 묘옥을 안으로 인도했다. 후원문을 밀치고 들어가는데 석등과

괴석이며 연못과 돌다리를 꾸며놓은 것이 시골 토족의 지체로는 지나칠 정도였다. 방에 들

어서니 문갑이며 병풍이며 서화들이 모두 다 천출 묘옥에게는 처음 보는 것들이라 오히려

마음이 산란하였다. 또한 과객질하는 사람에 이리도 접대가 은근하니 혹시 무엇을 바라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 한참이나 좌불안석하고 누마루를 오가기도 하고 걸려 있는

서화들을 들여다보며 공연히 서성대는데, 마당쇠란 놈이 번쩍이는 놋대야와 사기대접에 세

숫물과 양칫물을 각각 들여다 놓으면서 연신 벙글대는 얼굴로 말했다.

"손님 소세하십시오. 그러구 저... 사주가 어찌되시는가 알아오랍니다."

"사주요? 그건 뭣에 쓰게..."

"예, 저 우리 서방님께서는 역풀이를 좋아하시는데 손님이 오시면 꼭 팔자를 보아드려야

직성이 풀리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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