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근이 잠깐 뜸을 들이듯 학선이를 건너다보았다. 학선이도 송도서 웬만한 오입쟁이라
면 모두 알고 있는 건달이었다. 원래가 한양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대갓집 통인 노릇을 하
다가 판서 댁에서 겸인 노릇을 하더니, 워낙에 투전을 좋아하여 판서가 외임 나갈 때 빌렸
던 호조돈 삼백 냥을 모조리 날려버리게 되었었다. 하는 수 없이 내킨 김이라고 다시 오백
냥을 빼돌려 달아나버린 것이었다. 위인이 엉뚱하고 배포가 있는데다 영리하여서, 가끔 제
부하 몇 명을 거느리고 지방으로 나다니면서 어사또 흉내를 내는데 제법 그럴 듯하다는 것
이었다. 그가 한바퀴 돌아올 적이면 많은 봉물을 벌어서 가지고 왔고 남의 청탁까지 해결하
여 오는 수도 있었다. 박대근이는 진작부터 이러한 학선이의 행각을 들어왔고, 딴엔 쓸모가
있을 녀석이라고 점찍어놓았던 것이다.
"부탁할 일이란 다름이 아닐세. 자네 금부도사 행세를 좀 해볼 수 없나?"
박대근의 말에 학선이는 비윿 웃음을 머금었다.
"흥, 누가 옥에 갇힌 모양이구려."
"그렇다네. 옥에서 빼돌려야 할 사람이 있네."
"금부도사라... 옥은 어디며, 죄수는 몇이우. 설마 한양 전옥서는 아니겠구. 만약 한양이라
면 저두 용빼는 재주가 없소이다."
"황해감영 옥일세. 죄수는 둘, 모두 대시수일세."
학선이가 고개를 저었다.
"감영 옥이라면 난 못하겠수. 더군다나 대시수라니 시일을 끌다간 꺼내기 전에 죽을 수도
있잖습니까."
"허, 경비는 얼마를 쓰더라두 내가 모두 뒤를 댈 테니까 뽑아내기만 하게."
"감영 옥이라.. 삼백 냥 내우."
"그렇게 많이 드는가."
"대시수 둘에 삼백 냥이람 너무 싸지요. 싫으면 그만두슈."
"좋아... 내겠네."
이때 곁에서 잠자코 앉아 술을 들이켜던 갑송이가 눈을 부릅뜨며 투덜거렸다.
"순 도적놈의 심보로군. 삼백 냥이면 팔자를 고칠 대금인데 까짓 거짓 행세 한 번에 무슨
놈의 돈이 그리 많이 든단 말야."
학선이가 갑송이에게서 돌아앉으며 박대근에게 말했다.
"내 아까부터 이자의 목자가 거슬려서 께름칙했소이다. 이자를 내보내구 얘기하든지, 아니
면 나는 일 않구 손을 뗄 테유."
박대근이 갑송이의 옆구리를 슬쩍 찔러주고 나서 학선이를 달랬다.
"이봐 참게나. 서루 내막을 알게 되면 모두 친해질 사람들인데."
"쳇, 내가 자리를 비킬 테유."
하며 갑송이가 일어서려는 것을 다시 박대근이 만류했다.
"아우님은 왜 그리 참을성이 없소. 길산이 일은 어찌하려우?"
정색하고 은근히 꾸짖는 박대근의 말에 갑송이는 굳어진 얼굴로 연방 술만을 들이켜며 앉
아 있었다. 그런 꼴을 보고 학선이는 실실 냉소를 흘리더니 박대근에게 말하였다.
"착수금을 내우. 요새 돈이 말라서 죽을 지경이더니 어디 성님 덕 좀 봅시다."
"좋지. 내 우선 이백 냥을 보낼 테니 준비를 하게나."
"당장에 저는 한양으루 올라갈랍니다."
"한양에..."
"예서도 송도부에서 새어나오는 기별을 얻어 볼 수는 있소이다. 새루 임명된 벼슬아치들
의 전신 내력을 알 수는 있지요. 허나, 그것으로는 감영을 속이기가 아슬아슬합니다. 관찰사
라면 높은 벼슬이니 조정 내막을 대개는 휑하니 알겠지요. 도사는 종오품이요, 중한 직함입
니다. 직접 의금부 근처에서 며칠 묵으면서 내막을 소상히 알아내어 착수를 하겠습니다. 천
상 겨울쯤에나 일이 시작될 것이니 그리 아십시오."
박대근은 학선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빈틈없는 생각일세. 그럼 나는 자네만 믿구 있겠네."
"성님께서 부탁하셨으니 망정이지, 믿지 못할 상대라면 절대루 그런 위험한 노릇을 못합
니다."
"자네에게 이런 일쯤이야 손 뒤집기 아닌가."
"그게 다 예전에 돈 떨어져 죽지 못해서 몇번 해봤던 짓입지요. 그저 시골 군수의 봉물이
나 빼먹었을 뿐이구요, 해주 같은 대처에서야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고 나서 학선이는 평안도에서 가어사로 행세하며 횡행할 때 자기가 잡은 다른 가어사의
얘기도 하였다.
"참 신났던 것은 용강 관아에 어사 출도를 했던 일이지요. 좌우간에 수령의 볼기를 쳤다
니까요. 마패가 없겠습니까, 역졸도 너덧 명 꾸몄겠다, 저 밖엣녀석들은 그때 서리 노릇을
했지요. 떡 들어서며 암행어사 출도를 외치고 나니 태수는 간 곳이 없고 아전붙이들도 모두
달아나서 동헌이 텅 비었습니다. 한참이나 기세등등해서 기다리노라니 그제서야 하나 둘씩
나타나 현신하는데, 문서를 모두 압수하고 관인과 병부를 몰수한 다음에 봉고하였지요. 제꺽
파직당할 판이니 그 수령이 어찌되었겠습니까? 관복을 입고서 거적을 깔고 엎드려 죄를 비
는데 참으로 가관입디다. 놈이 부임 기간동안 부정을 해처먹은 것이 도함 천 냥 돈이 넘는
데 반을 뜯어냈지요. 그런데... 우스운 것은 바로 그 이듬해에도 부근 읍에서 해먹었는데도
소문이 없더란 말이지요. 서로들 창피하여 쉬쉬하는 것이겠습죠."
"그 혼찌검 당한 관리들이 얼마나 자네를 욕했을까?"
"그러니 제 명이 길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따가 우리집 사람들은 시켜서 착수금을 보낼 테니 내일 당장 한양으로 올라가도록 허게."
"여부가 있겠습니까."
송도 건달 학선이가 의금부의 내막을 탐지하러 한양으로 떠나간 며칠 후에 갑송이와 박대
근이는 행상단에 같이 나갔던 차인들 몇과 어울려 들놀이를 나갔다. 박대근이 그 식객으로
갑송이를 데리고 있었지만 한번도 송도부중을 돌아본 적도 없으려니와 원래 나돌아다니던
사람을 담 안에 가두어놓다시피 했으니 미안하기도 했었다. 또한 길산이 일도 그러하고 이
제 재인말에 돌아간다는데 한번 헤어지면 또 몇 달이 걸릴지 모르는 일이므로 들놀이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들은 찬합에 갖은 안주를 꾸리고 풍로도 가지고 갔으며
약주를 한 동이나 지워 갔다. 술 쳐주고 흥 돋울 기생도 두 명을 따라 잡혔다. 천마산 기슧
에는 절승지가 많은데 특히 박연폭포가 뛰어났고 여름철에는 곳곳에 놀이하는 한량들이 들
끊었다. 낙엽으로 발이 푹푹 빠지는 산길을 돌아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난 다음에 폭포가 내
다보이는 시냇가 반석에 자리를 정하였다. 그들이 술을 데우고 안주를 익히며 이제 술자리
가 점점 흥겨워질 무렵인데 의관 정제하고 혈색 좋은 양반 한량패들이 길에 나타났다. 그들
은 위쪽에서 뭔가 쑥덕이는 듯하더니 글보다는 한량짓에 가까울 도포 차림의 허우대 커다란
사내가 굵은 음성으로 외쳤다.
"너희들은 어디소 온 누군데 남이 맡아둔 시회 자리를 가로챘는가?"
대번에 나오는 말씨가 또라진 반말지거리였다. 박대근이 침착하게 한량들을 살펴보니 기
세등등하고 의관이 깨끗한 품이 양반집 부스러기들인 모양이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산천에 임자가 따로 있단 말도 없거니와, 시회를 연다면 선비들일시
분명할 것이오. 예를 잃고 풍류를 어찌 알며 산천을 다툼하여 시는 지어서 무얼 한단 말요."
라고 박대근이 점잖게 꾸짖었다. 그중에 하나가 좀 겸연쩍었던지,
"여보게 그만두세. 다른 곳으루 가면 될 게 아닌가. 지난번에 왔었다구 어디 게가 우리 자
리루 정해놓았나."
그러나 처음에 반말로 소리치던 자는 박대근의 말에 더욱 비위가 상했고, 다른 자들도 은
근히 얄밉게 생각하는 눈치였다.
"뭣하는 놈들이길래 우리가 누군 줄도 모르느냐?"
"그래 뭣들이냐 너희들은?"
갑송이가 버럭 고함을 쳐서 대꾸했다.
"허 망신일세. 다른 데루 가자니까."
"가만있어. 이놈들... 이 어른은 진사님이시고 이분은 유수의 아우님 되시고, 이분은 전 판
관의 자제분이시고..."
늘어놓는데 박대근이 말릴 틈도 없이 갑송이가 제 머리만한 돌을 들어 물가에 집어던졌
다. 풍덩하면서 높이 튀어오른 물벼락이 끝에 바짝 다가서서 외치던 사내의 전신을 씌워버
렸다. 도포는 물론 얼굴까지 어지럽게 물을 뒤집어쓴 사내는 뒤늦게 뒤로 물러섰다. 박대근
일행이 그 꼴을 보고 웃지 않을 수 없어 모두 껄껄대며 웃음을 터뜨린다. 갑송이도 너털대
면서,
"우리는 장사나 하러 댕기는 불상놈이다만 너희처럼 겉만 멀쩡하고 예의 모르는 사람들은
아니다. 공연히 깊은 산중에서 호소할 데도 없이 망신당하지 말구 냉큼 없어져라. 내가 팔심
깨나 쓴다구 하는 사람이니 자꾸 건드리면 모두 물에다 처박질러줄 테야."
하고 윽박지르니 선비들이 슬금슬금 꽁무니를 빼는데, 시비를 붙였던 자가 못내 분한 모양
이었다.
사회패들이 놀이판에서 쫓겨가며 저희끼리 공론들을 하는데, 과연 망신은 큰 망신이었다.
"당장 내려가 나졸들을 풀어 잡아들이랄까?"
"별 죄두 없이 잡아달랠 수야 없지."
"염려들 말게. 내가 장교들 몇 명을 데려다 놈들을 기찰해본 다음에 욕이나 좀 보이려네."
"처음에 말씨 부드럽게 나오던 자는 누구야. 그 정도라면 우리가 알듯한데."
"글세... 아마 양반은 아닌 듯 싶으이. 양반이라면 내가 알아봤겠지."
"이놈들 반상의 구별도 못하고 욕을 보였으니 혼을 내야겠어."
"엥이, 그나저나 오늘 시회는 망쳤네."
"어서 내려가서 장교 두엇과 나졸 몇만 보내라지."
그들은 산긴 어귀에 이리저리 흩어져 앉아서 사람을 보내어 부중의 장교가 오기를 기다렸
다. 누구의 말이라 거역하랴. 송도 세도가 자제들의 시회를 망친 상놈들을 혼찌검내기 위해
육모방망이를 든 나졸 서넛과 인솔한 장교가 나타났다. 장교 일행이 선비들의 앞장을 서서
시냈가를 거슬러 올라갔다. 그러나 막상 그 장소에 당도하여 대면해보니 그 또한 아무리 상
인일지라도 송도부에서는 막볼 수 없는 배다인 댁의 박대근이 아닌가. 장교는 입장이 난처
했다.
"아니 난 또 뉘시라구. 박행수가 웬일요?"
"군관은 웬일이우?"
"내야 무뢰배들이 양반들 시회터를 침범했다구 그래서 이렇게 허겁지겁 달려오지 않았소."
"날 잡아가우."
"에이 거참.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게 되었네. 저기서 양반들이 바라보구 있단 말요. 가
서 사과를 드리구 자리를 옮기시우."
"못하겠네..."
"글세 한양서 온 유수 아우의 친구들입니다. 자세가 여간만 심하질 않다우."
"유수를 누가 먹여 살리는데..."
"글세 송도 관아에서야 박행수를 깔보는 사람이 있겠소마는... 어찌하우."
"어서 꺼지지 않으면, 네놈부터 거꾸로 처박아주겠다."
갑송이가 술김에 팔뚝을 걷으면서 일어섰다. 박대근이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겼으나, 상대편
에서는 마침 거리가 없어 망설이던 참이라 안면 없는 갑송이가 불쑥 나대니까 얼싸 좋다며
달려들었다.
"허 이놈 봐라. 공무로 나선 관원에게 행역질을 하네. 네 이놈 한번 맛 좀 보아라."
이리 치고 저리 달려들 판국인데 박대근이는 제 고장 일인지라 막무가네로 싸움을 말린
다. 아무래도 송도서 말썽을 부릴 필요는 없었고 관아의 주목을 받고 싶지도 않았던 것이었
다. 장교가 아무리 날래다 한들 갑송이의 적수가 아니라서 휘둘려 잡히자마자 물속에 내던
지어져 급류에 미끄러지며 열댓 걸음이나 떠내려갔다. 갑송이가 두 팔을 벌리고 나졸들에게
로 달려드니 그들은 이미 눈으로 보았는지라 오금아 살려라고 달아났다. 이런 싸움은 드디
어 박대근이를 몹시 난처하게 만들었는데, 나졸 중의 기억력 좋은 자가 얼마 전에 황해감영
에서 전갈된 화적 일당의 화상과 그 특징 등을 생각해냈던 것이었다. 더구나 상인배들과 어
울렸다니 어림짐작으로 한번 들이쳐서 잡아다 족쳐보자는 의견을 올렸다. 관아에서는 부장
이 직접 나서서 병력을 대기시키고 그날 밤을 기다렸다.
놀이에서 돌아와 취흥이 아직 가시지 않아서 박대근이와 갑송이는 사랑에서 다시 조촐한
주안상을 놓고 마주 앉아 술을 들고 있었다. 달이 휘영청하니 밝아서 나무 그림자가 문 위
에 찍혀 있었다. 밤이 이슥해졌는데 갑자기 때문 바깥에서 소란스런 기척이 들렸다. 박대근
이가 이상한 예감이 들어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는 중인데 하인들이 뛰어들어왔다.
"큰일났습니다. 지금 문 밖에 포도군사들이 겹겹으로 둘러싸고 문을 열랍니다."
낮의 일도 있는지라 박대근이는 별로 놀라지 않고서 일렀다.
"잠깐 지체하도록 하여라. 재촉하면 집에 앓는 아녀자가 있어 놀라게 하지 않으려고 방을
옮기구 나서 군사를 들이겠다구 핑계를 대어라."
하고 나서 박대근이 갑송이를 재촉하여 돈 한 꿰미를 꾸려준 다음에 뒷담께로 데려갔다. 바
깥에 군졸들이 가진 횃불이 가득 차 있는 듯하였다.
"내 말대루 구월산에 가오. 길산이가 나올 때쯤 하여 내 한번 들르리다. 몸조심하시오."
"성님께 누를 끼치게 되어 정말 면목없습니다."
"선흥가 오면 만나구 가길 원했더니 아직 둘의 인연이 닿질 않은 모양이오. 자 어서..."
"길산이 꼭 부탁드립니다. 성님 나 가우."
갑송이는 담을 뛰어넘어갔다. 박대근이가 그제서야 바삐 대문 쪽으로 달려가 차분하게 물
었다.
"이 밤중에 웬일루 집을 수색하겠단 말요?"
"어서 문을 여시오. 화적을 숨겨놓구 있다는 발고가 들어왔소이다. 통부도 떨어졌으니 거
역하면 중벌을 받으리다."
박대근이 서슴지 않고 대문을 활짝 열었다. 전립에 철릭 입고 환도를 빼어든 부장이 살기
등등하여 들어서는데 뒤로부터 군졸이 몰려들어 집안 사방으로 흩어졌다.
"내실도 뒤지려오?"
"하는 수 없소."
"화적을 숨겨놓았다구 누가 고합디까?"
"낮에 당신과 들놀이를 하던 자 중에서 화적으로 수배된 자와 용모가 흡사한 자가 끼여
있었다 하오."
"응... 기정이 말이로군. 그애는 우리 차인 중의 하나요. 지금 당장 불러드리리까?"
"불러주시오."
"그러면 집안에서 군사들을 모두 거두시오."
"좋소이다."
그의 지시에 따라 사방으로 흩어졌던 자들이 모두 사랑 앞마당으로 되돌아 나왔다. 배대
인네는 온 식구가 간이 졸아들어서 모두들 벌벌 떨고 있었다.
"가서 기정이 좀 들어오라구 전해라."
박대근이가 은근히 지시하는데 하인이 부리나케 나갔다가 돌아오더니,
"시방 안 계시답니다. 친척에 초상이 나서 시골 갔다는데 사흘 뒤에나 돌아온답니다."
박대근이는 난처한 기색으로 부장의 소매를 잡았다.
"이거 헛걸음하시게 되어 죄송합니다. 틀림없이 내가 데리구 있는 사람이니 사흘 뒤에 스
스로 자수하여 치죄를 받도록 이르지요. 그보다는 일부러 나오셨으니 저희 집에서 소찬이나
마 안주하여 술 한잔 하구 가십시오."
"아니되오. 범인을 포착하러 나온 관헌이 어찌 술을 마신단 말요. 그보다는 기정이란 자가
나타날 때까지 당신을 인질 잡아야 되겠소이다."
부장은 못내 뻣뻣하게 닥달하는 것이었다. 그때에 안체 쪽에서 계집 하인들의 어깨 너머
로 내다보고 있던 배대인의 막내딸 귀례가 사람들을 헤치고 나섰다.
"아무리 상인의 집이라 한들 사람 사는 집인데 법도가 없이 이게 무슨 소란입니까. 우리
집은 일찍이 송도에서 이렇듯 수모를 받아본 적이 없거늘, 부장은 어느 부에 계시길래 이리
자세가 심하시오."
목소리가 또렷하고 꾸짖는 어조에 힘이 있었다. 부장이 고개를 들어 보니 양반댁 규수에
못지않도록 기품이 있고, 영리해 뵈는 처녀였다.
"아녀자가 나설 일이 아니니 처자는 안으로 들어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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