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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산 2권 (17)

카지모도 2026. 3. 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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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우. 서루 소 닭 보듯이 모른 체하는 게 낫지요. 여태껏 그래왔는걸."

"하여간에 김기하구 의논해서 월정사를 어찌할지 결정해야지. 서루 친척이 된다면 다행이

지만, 그쪽을 끈으루 해서 토포군이 들이치면 우린 꼼짝없을 게야. 모조리 죽여버리든지..."

갑송이는 사납게 눈알을 부릅떴으나, 마감동은 싱긋이 웃었다.

"흥... 제 동네에서 인심 잃은 놈 잘되는 거 봤어? 월정사 일은 내게 맡기라구."

그들은 졸개들이 해 올린 늦은 저녁으로 요기를 하고 나서 다시 산줄기를 타고 내고개를

지나 구월산 연봉을 타넘었다. 밤새껏 산길을 오르내려 사십리 길을 걸어 된목이골에 당도

하니 날이 샐 무렵이었다. 자고 있던 오만석이와 김기가 마중을 나왔고, 먼저 도착하여 노숙

을 하던 광대들도 모두 깨어 일어났다. 부녀자들은 집안에 들어가 밤을 지내는 모양이었다.

김기와 오만석, 마감동, 이갑송 등이 둘러앉아 의논들을 시작하였다.

김기가 말하였다.

"구월산은 동으로 안악, 북으로 은율, 서로 송화, 남으로 문화와 신천에 둘러싸여 있소이

다. 동쪽 줄기는 월호산에서 끝나 월당강에 막혀 있고, 서쪽에는 바다에 끊겼으니 위의 네

군이 둘러싸면 마치 조롱에 든 새의격이요, 연못의고기와 같소이다. 그러하니 중요한 것은

민심을 얻는 일이외다. 그것두 가난하고 약한 백성들의 인심을 얻어놓아야 이나마의 산채라

도 그 형세를 불려나갈 게요. 또한 다음으로 이들 각 군현의 장교나 아전들 속에서 우리와

통할 수 있는 자들을 찾아내야 하우.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들 군현의 요로에 있는 주막을

손에 넣거나, 주막 주인을 끌어들여야 하고 또 감영길과 한양 나가는 길에도 주막을 여는

것이 유리하외다. 이는 다 살피는 데 요긴한 때문이요."

김기의 말은 조리가 있고 이치에 맞았으므로,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었다. 다시

김기가 말하였다.

"우선은 주막을 잡아 우리 아이들이 운영하는 일이 급하고, 그 다음에는 인근 관아의 하

리들과 통해야 하오. 이 일은 내게 맡기시우."

갑송이가 말했다.

"어쨌든 우리 마을 사람들이 자리를 잡아야겠소이다. 은율 탑고개쪽에 꼭두패가 몇대 어

울려 산다 하니 그들 총대와 의논하여 정착을 시킬 테유."

"구월산에서 뒤를 보아주겠다면 그 사람들두 별루 반대하지는 않을거외다. 산채를 여기에

둔다는 것두 차차 생각해봐야겠수. 자비령 산채두 손에 넣어야 하구, 멸악산 산채두 우리 콧

김이 들어가야 합니다."

하는 감동이의 말에 갑송이가 말하였다.

"우선은 길산이가 옥에서 나와야 할 테니, 천천히 형세를 길러나가야지. 길산이가 나오면

대근이 성님이 사람을 보낼 테니까."

"날이 밝는 대루 이두령과 마두령이 탑고개에 나가보시우."

"그러지요. 나를 알구 있을 테니 괄시는 못할 게요."

마감동이가 광대들을 탑고개에 정착시키는 일은 제게 맡기라고 큰소리를 쳤다. 늦은 아침

을 먹고 나서 갑동이와 갑송이는 아사봉을 넘어 은율로 나아갔다. 탑고개로 가는 가파른 외

길 아래엔 눈이 쌓여서 시냇물이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탑고개 위에 오르니, 향나무와 잣나

무들이 빽빽한데 몰아치는 북풍이 볼을 베고 지나는 듯하였다. 탑고개서 송화로 나가는 길

을 따라 내려가지 않고 중도에서 서쪽으로 내려가니 골짜기 가운데 큰 봉우리가 우뚝 섰는

데, 나한암이었다. 나한암이 가로막고 서 있어서 그곳은 아주 비좁고 험해 보였으나, 계곡의

협로 위에 걸린 외나무 다리를 건너 봉우리 뒤편으로 돌아드니 갑자기 시야가 확 트였다.

바깥쪽에서 볼 때는 작은 내로 골짜기가 꽉 차서 집은커녕 사람 하나 서 있을 수 없을 듯했

었다. 그러나 나한암 뒤에는 널찍한 분지가 있었고, 개천은 그 분지의 오른편 끝 벼랑가로

감돌아가고 있었다. 마을이 아니라 성곽을 세울 만한 넓은 터전이었다. 감동이가 중얼거렸

다.

"이 부근인 줄은 나두 알았지만, 이렇게 후미진 곳일 줄은 몰랐는걸."

집 열두어 채가 작은 언덕 아래 옹기종기 자리를 잡았는데, 숲의 한쪽은 화전을 일구어

마치 부스럼 떨어진 자취처럼 흙이 드러나 있었다. 감동이와 갑송이는 마을로 들어갔다. 그

들이 동구로 다가갈 때 얼핏 보이던 사람의 자취가 차차 가까워짐에 따라 하나 둘씩 늘어나

더니 칠팔 인이 버티고 서서 그들과 마주 서는 것이었다. 한 사람이 나서서 그들에게 외쳤

다.

"어디서 오시는 손이우."

두 사람은 아랑곳없이 다가갔다. 그들은 몽둥이며 팔매칠 돌멩이들을 쥐고 있었다. 또 앞

선 자가 외쳤다.

"이 마을서는 바깥 사람을 들이지 않으니 고개너머루 나가시우."

"우리가 누군 줄 모르우?"

갑송이가 나서면서 말했다.

"나는 재인말 이갑송이란 사람이구, 여긴 구월산 녹림패의 마감동이우."

마을 사람들은 저희끼리 수군거린 뒤에, 앞으로 나섰던 자가 다시 물었다.

"구월산의 마두령이 무슨 일로 우리 마을에 오셨소이까?"

"허, 아무리 외방객을 꺼려한다 하지만 너무하오. 일부러 찾아온 사람을 이렇듯 길바닥에

세워놓고 용건을 물으려 하시오?"

마감동이가 말하자 갑송이도 몇걸음 나서면서 말하였다.

"문화 광대산 아랫녘에 재인말이 있었다는 것쯤은 아시우? 우리는 몇대째나 게서 살아왔

지만, 재주 팔아 사는 놈들의 의리가 이렇다는 소문은 듣지 못하였소."

"하두 외떨어진 곳이라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이러는 것이니 너무 섭섭히 생각 마슈. 뭐

가진 것 없수?"

"뭣 말요?"

"환도나 무슨 병장기가 없느냐구요?"

"없소이다."

앞섰던 자가 뒤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총대 댁으루 모시지."

그들이 허락할 기색을 보였으므로 감동이와 갑송이는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광대들이

안내하는 대로 두 사람은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그중 커다란 초가로 들어갔다. 마을 장정들

의 대부분은 마당에 옹기종기 섰고, 앞서 나와서 말을 걸었던 자와 또 한 사람의 젊은이

와 그리고 행수인 듯한 노인만이 갑송이, 감동이들과 마주 앉았다. 서로 인사를 건넨 뒤에

갑송이가 찾아온 뜻을 얘기하였다.

"우리 재인말은 문화 관아에서 관전으로 몰수하는 바람에 모두 뿔뿔이 흩어져 폐촌이 되

었소이다. 아직 거처를 잡지 못한 식구들이 서른 나뭇 되는데, 이 마을 행중에 끼워 함께 살

도록 해주시면, 모두 여기 법도를 좇아서 한패가 되기를 원합니다."

총대 되는 노인은 근심 어린 얼굴로 묵묵히 앚았다가,

"여기 계신 구월산 마두령의 소문은 우리 같은 광대들뿐만 아니라 화전 부락들에서두 다

잘 알구 있소. 문화 재인말이 폐촌된다는 것이며, 파옥한 일이며, 구월산 기슭에 파다하게

퍼졌지요. 우리네야 겨울에나 잠시 머물러 지내고 봄부터 가을까지는 줄곧 길에서 사는 사

람들입니다. 떠돌다 보니 아이들 기를 일도 그렇구, 겨울을 나는 일도 큰 문제여서 몇패를

끌구 이리루 찾아들어온 것이오. 출행 나가면 이 마을엔 아녀자 몇만 남게 됩니다. 어쨌든

관에서 찾고 있는 재인말 패거리가 우리 마을에 들어온다면 우리두 좇겨나거나 그나마 연명

해왔던 연희두 못 나가게 될 게요."

라고 하였고 갑송이가 말했다.

"염려 마시오. 해서 도중에만도 우리네 같은 각색 광대들이 수십여대 있지 않소. 더구나

광대들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구 있습니다 사당패다, 걸립패다, 괴뢰패다, 굿중패, 뭐 재주 몇

가지 익혀가지고 떠도는 무리가 삼남에는 더 많답디다. 그러니 한때 관에서 기칠이 심하달

지라도 이 마을 사람들을 화적 취급은 하지 않으리다."

노인은 한참이나 무릎을 만지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마감동이가 다시 말하였다.

"구월산 기슭에서 우리들과 통하지 않고는 살기 힘들 게요."

"월정사의 풍열스님을 만나보셨습니까?"

"아직 못 만나봤소이다."

"한번 만나보시지요."

"풍열이란 중이 당신네와 무슨 상관이 있소? 그 땡초가 이 동네의 임자란 말이우?"

괴뢰패의 총대 노인의 말에 아니꼬워진 갑송이가 되물었고 노인은 화내지 않고 침착하게

대답하였다.

"우리 패거리 중에서두 몇이 월정사 거사루 들어 있소이다. 이 나한암 아래에 마을 자리

를 정해주신 것도 풍열스님이시지요. 우리 네두 월정사의 불사를 도와드리구 있지요."

감동이는 뭐라고 욕지거리를 하려는 갑송이의 팔을 지그시 누르고서 물었다.

"그렇다면 풍열스님께서 허락한다면 되겠소?"

"만나보시겠소?"

"지금 당장 찾아갈 참이오."

"그러면 우리두 마음이 놓입니다."

마감동이와 갑송이가 졸개들을 데리고 와서 힘으로 마을을 빼앗고 재인말 사람들을 정착

시킬 수도 있었고, 또는 다른 곳에 터를 정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제 동네서 인심을

잃는 일처럼 어리석은 짓은 없다 하여 마을을 빼앗는 것은 그른 의견으로 정해졌던 것이다.

또한 이미 살고 있는 광대마을에 정착을 하는 것이 뒷소문도 없을 테고 출행을 나가 더라도

지장이 없을 듯해서였다. 재인말의 광대들은 대대로 기예를 물려받으며 살아오던 자들이었

으나 갑송이의 말처럼 일반 농군들이 광대로 업을 바꾸는 일이 많았다. 흉년이 들어 굶주리

거나 소작붙이를 잃은 사람들이 구걸이라도 하여 먹고 살기 위해서 대처의 저자나 향시를

떠돌았다. 그러다가 몇가지 춤과 노래와 재주를 익히게 되면 광대를 자처하게 되는 것이었

다. 탑고개에 모인 자칭 괴뢰배들도 그런 유의 광대였고 선대적부터 재인청에 올라 있던 재

인말의 광대들과는 다른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나라에서 차차 이러한 유민지배에 대한 탄압

과 규제가 심해지면서, 이들은 연희 종목에 따른 잡다한 패거리를 이루어 절과 시장와 해변

을 전전하게 되었다. 따라서 패거리와 패거리는 서로 구별하기 어렵도록 명화적이나 걸인

또는 행상 등의 생업 수단을 겸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갑송이와 마감동이는 탑고개서 다시 구월산으로 찾아들어갔다. 아사봉의 남측을 따라서

넘는데 된목이골의 북쪽 골짜기 쪽에 월정사가 있었으므로 갑송이는 투덜거렸다.

"제길...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먼저 그 땡초중을 찾아갈 걸 그랬지."

"어휴 추워, 맞바람이로구나."

암벽 아래로 빽빽이 늘어선 적송이 매서운 겨울바람에 윙윙 울어대고 있었다. 그들은 얼

어붙은 눈에 몇번이나 미끄러지면서 절벽 사이의 조도를 기듯이 지나갔다. 계곡 아래로 소

나무 숲 사이에 절의 문루가 붉게 내다보이고 있었다. 절 뒤편의 둔덕에는 여러 채의 통나

무 귀틀집이 있었는데, 아마도 사당패들이 겨울을 나는 마을인 것 같았다. 절 마당에는 아무

도 보이지 않았다. 대웅전과 지부십대왕을 모신 명부전이 좌우로 벌려 있고 대중방의 문들

도 굳게 닫혀 있었다.

"아니, 무두 어디로 갔게 이리두 조용허지?"

"좌우간 풍열인가 하는 중놈을 만나서 겁을 좀 줘야겠다."

그들이 대웅전을 돌아가니 대갓집의 큰 창고만이나 한 부엌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아낙네

셋이서 점심을 짓느라고 불을 때는 것이 보였다.

"말 좀 물읍시다."

"에그머니... 깜짝이야!"

갑송이의 거친 목소리에 아궁이 앞에 쭈구리고 앉았던 보살 여인이 호들갑을 떨면서 일어

났다.

"말 좀 묻자니... 누가 잡아먹소. 놀라긴 예미랄. 풍열이 어디 있소?"

"풍열스님은 왜 찾아요?"

"글세 어딨냐니까..."

"여기 안 계셔요. 어디서들 오셨수?"

갑송이가 빙긋 웃더니 절 마당의 왕모래를 한줌 쥐고는 부엌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아니 여자만 있는 부엌엔 왜 들어오구 야단이야. 어서 나가지 못해요."

그중 나이 들어 뵈는 여자가 불기 옮은 부지깽이를 들어 쑤셔대는 시늉을 하며 갑송이를

막아섰다. 감동이는 팔짱을 끼고 빙글대며 구경하고 서 있었다. 갑송이는 부지깽이를 휘두르

는 여자의 손을 가볍게 잡아 비틀었고, 여자는 비명을 내지르며 부엌에 주저앉는다. 갑송이

는 킬킬거리면서 큰 독만한 쇠솥의 뚜껑을 철그렁 열었다. 밥이 끓고 있는데 갑송이가 왕모

래 움켜쥔 손을 쳐들고 말하였다.

"어디 이 절 중놈들 점심이나 좀 굶겨볼까. 아냐... 반찬이 없을 테니 간 좀 맞춰줘야지.

헤헤헤 풍열이 어디 있는지 가르쳐주면 얌전히 나갈 테여."

"아이구, 저런 도적놈 보아."

"풍열스님은... 달마암에 계셔요."

구석에 웅크리고 서로 부여잡고 떨고 섰던 여자들 중의 하나가 바삐 발설하였다.

"헤헤 진작 그럴 게지. 아주머니들 미안허우."

갑송이가 너스레를 치면서 부엌을 돌아 나오는데, 왠 구척 장신의 사납게 생긴 행자 하나

가 감동이의 뒤편에 넌지시 서면서 굵은 음성으로 말하였다.

"손님들은 뉘신데 이 행패요?"

감동이와 갑송이가 바라보니 회색 물들인 승복은 입었으되, 중 같다기보다는 꼭 쇠도적놈

같은 얼굴이었다. 눈썹은 마치 송충이 기는 듯 하고, 머리는 깎아서 반들거리지만 돼지털 같

은 수영이 멋대로 자라나 있으며, 목덜미에서 헤쳐진 저고리 앞섶의 가슴팍에까지 온통 시

커먼 털이었다. 원래가 불한당이란 상대방의 눈만 보고도 척 동류임을 알아보게 되어 있는

지라, 상대의 말이 아무리 곱다 한들 예의로 먹힐 리가 없는 법이었다. 갑송이가 침을 퉤 뱉

고 나서,

"온 저런 것도 중이라구 꼴에 승복을 걸쳤네."

하고 들으라는 듯 중얼거렸다.

"손님들이 뉘시냐구 물었소이다."

키 큰 승려는 다시 공손히 허리를 굽히면서 말하였다. 마감동이가 마주 예를 올리면서 대

답한다.

"예, 저희는 풍열스님을 만나뵈러 온 사람들입니다."

승려는 감동이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갑송이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물었다.

"부엌에 들어가신 것을 뵈오니 몹시 시장하신 모양인데, 여기엔 입에 맞는 음식이 없소이

다. 대신 저 아래루 가보십시오. 소승이 손님께 맞춤한 음식을 내드리겠습니다."

"허 그래? 그냥 갈려구 그랬더니 점심을 대접한다는데 사양할 수야 있나. 한상 떡벌어지

게 절밥이나 먹구 갈까?"

갑송이도 심심하건 차이고 더구나 승려의 몰골이 그냥 넘기기에는 제법 농을 쳐보도록 괴

이쩍게 생겨먹었으니 입담 자랑이나 해볼 생각이었다. 쇠도적 같은 승려가 법당 앞마당에서

마을 쪽을 손짓한다.

"바로 저쪽에 가면 손님의 동무들이 두 분이나 사당마을 쪽인데 도야지의 꿀꿀대는 소리

가 들려왔다. 마감동이가 팔장을 풀고 웃음을 참느라고 돌아섰고, 갑송이는 귓전이 시뻘개졌

다.

"어...? 이놈이 욕을 하잖나."

그제서야 털 많은 승려의 두툼한 입술이 주욱 찢어지며 온통 이빨이 드러났다. 씩, 한번

이빨을 내보였다가 다시 감춰지는데 전혀 표정이 없었다. 갑송이가 팔을 걷어붙였다.

"한번 겨룰 테여?"

마감동이가 나서서 갑송이의 가슴을 떼밀며 승려에게 말했다.

"고만둡시다. 우리는 구월산 산채에서 온 사람들인데 풍열스님을 만나서 상의할 일이 있

소이다."

승려는 여전히 공손했다. 그러나 말을 하면서도 시선은 줄곧 갑송이의 미간에 꽂히고 있

었다.

"도적놈들이 산간의 도인은 찾아 뭘 해?"

하고 나서 그가 갑송이께 말하였다.

"보아하니 힘을 많이 믿는 모양인데, 소승도 평소부터 무예를 좋아하여 겨루기를 즐겨합

니다. 한번 지도해주신다면 영광이겠소이다."

마감동이도 그 말에는 아니꼬워서 말소리가 거칠어질밖에 없었다.

"이 중놈들이 된목이골 감동이네 녹림패를 뭘루 아는 게야?"

"무도한 도적놈으루 압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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