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이와 갑송이가 대번에 달려들 기세로 벌려 서는데, 승려가 한걸음 물러나며 손을 쳐
들었다.
"내가 한마디 외치면 지금 선방에 들어 수도중인 대중이 모두 병장기를 들구 나와서 손님
들을 족칠 테니,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외다. 그러지 말구 이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칠성암
아래 우리 수련장이 있으니 거기서 한판 얼릅시다."
"멱 따는 소릴 내지르려무나. 한꺼번에 모가지를 비틀어놓을 테니까."
"좋다. 그리루 가지."
갑송이는 당장 싸움을 벌일 기세였지만, 마감동이가 즉시 찬성하였다. 그들이 대웅전 앞마
당을 지나는데, 어느 틈에 보살 여인이 전했는지 선방에 남아 참선중이던 승려들 십여 명이
하나 둘씩 몰려나왔다. 그러나 그들은 마당으로 내려오지는 않고 웅기중기 둘러서서 내려다
볼 뿐이었다. 갑송이가 그들을 향하여 큰 소리를 내질렀다.
"너희들두 모두 내려오너라. 박치기를 시켜줄 테니."
그러나 그들은 덤덤히 구경만 할 뿐이었다. 세 사람이 계곡을 따라 올라갈 적에 나이든
승려 하나가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칠성암 아래에는 밭터인 듯한 너른 마당이 있었고 계곡
건너편에는 과녁이 있었으며 작은 일자의 헛간이 있었는데 벽이 없는 헛간 안이 들여다보였
다. 헛간 안에는 창이며 봉이며 환도며 활이며 철퇴 같은 병장기가 나란히 정돈되어 걸리고
세워져 있었다. 먼저 성큼성큼 걸어 들어간 털보 승려가 앞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갑송이에
게 말하였다.
"자아, 손님의 손에 맞는 것으루 하나 골라 잡으십시오."
갑송이는 몇번 써보았던 터라 눈에 뵈는 대로 철봉을 손에 들었다. 승려가 빙긋 웃으면서
다시 물었다.
"손님께선 진정 살전을 원하시오?"
"그럼 살전이잖구. 피맛을 좀 봐야겠다."
갑송이가 철봉을 윙윙대며 휘두르니까 승려는 빙그레 웃으면서 바라보다가
"소승은 불자이오니 함부로 살생을 할 수는 없습니다. 진기는 피하시지요."
"왜 겁이 나는 모양이구나. 이 땡초놈아!"
"예, 겁이 납니다. 혹시 파계를 할까 해서 말이우. 보아하니 봉을 다루는 법두 모르구 힘
만 믿고 있으니 내 월도에 목이 떨어질게요."
갑송이가 분노하여 철봉을 잡아 눈앞에 가로 들었다.
"이놈아 구경 좀 해봐라. 이 쇳대가 어떻게 되는지 볼 테냐?"
철봉을 양손에 잡을 갑송이가 볼을 부풀리며 기운을 쓰는데 굵다란 철봉의 중동이가 구부
러지기 시작한다. 팔을 부들부들 떨던 갑송이가 목덜미에 핏줄이 드러나게 끄응 한번 힘을
썼다. 엄지와 검지의 한 둘레나 되는 굵은 철봉이 햇빛에 녹을 엿가락처럼 휘어져버렸다.
"땡초야. 네 허리를 이 꼴루 만들어줄까?"
휘어진 철봉을 발 아래 던지면서 갑송이는 호흡 한번 헐떡이지 않고서 말했다. 마감동이
도 놀랐고, 곁에 따라와 섰던 중년의 승려도 놀랐으나, 털 많은 승려는 눈빛 하나 흐트러지
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두 보여드리겠소이다."
승려가 빙긋 웃더니 중년 승려에게 눈짓을 하였다. 중년 승려가 헛간으로 들어가 두 뼘
둘레의 통나무 하나와 빨래판만큼이나 되어 뵈는 넓적한 구들돌을 들고 나왔다.
"뭐하는 거냐?"
승려는 갑송이의 말에는 대꾸하지 않고서 우선 구들돌을 한 손에 받쳐서 세우고 허리를
구부렸다.
"작은 재주이오나 한번 보여드릴까 하오."
승려가 정권을 세웠다가 호흡을 끊고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는데 허리가 휙 돌았다가 온몸
의 중량을 속도에 놓는 듯하였다. 돌에 부딫치자마자 주먹은 다시 재빨리 뒤로 당겨지니, 속
도만 남고 거기서 실렸던 힘은 절도 있는 타격으로 바뀌었다. 돌이 마치 흙처럼 부서져 나
갔다. 갑송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흥, 택껸이로구나. 택껸 모르는 광대 보았느냐. 그따위쯤은 나두 대가리루 해낼 수 있다."
승려는 다시 말없이 통나무를 쳐들었다. 눈앞에 들고서 잠깐 노려보다가 고개를 위로 쳐
들었다. 하늘을 바라보는 자세이더니 목줄을 당겨 앞으로 처박는데, 역시 당긴 만큼 뒤로 빼
는 속도가 거의 같았다. 부러진 통나무가 내동댕이 쳐졌다. 승려는 합장하여 공손히 말했다.
"목봉으로거나 아니면 맨주먹으로 겨루자면 모르되 진기살전은 우리 계율 때문에 사양하
겠소이다."
"좋다. 작대기루 하자꾸나. 뼉다귀를 부숴서 병신을 만들어줄 테니..."
중년의 승려가 헛간에서 다시 두 자루의 목봉을 내어오는데, 끝에는 솜 넣은 가죽뭉치가
씌워져 있었다. 월정사 승려들의 단련용인 모양이었다. 중년 승려는 그것을 두 사람에게 건
네기 전에 가죽뭉치에다 숯칠을 하고 나서 말했다.
"규칙은 급소에 닿아 칠해진 쪽을 패로 보고, 봉에 맞아 넘어지거나 봉을 빼앗겼을 때에
도 패로 봅니다. 다만 서로 동시에 공격하여 접촉되었을 때에는 무승부로 정합니다. 대련은
십 합이올시다. 자, 그러면 마주 서십시오. 나무 관세음보살."
갑송이는 목봉의 중간을 잡고 수평으로 쳐들고 서 있었으며, 승려는 봉의 끝부분을 잡고
서 가죽뭉치가 땅에 닿을 듯한 자세로 마주 서 있었다. 승려가 허리를 굽혀 예를 올렸으므
로 갑송이도 얼결에 답례하고서 두어 걸음 내디디며 봉을 위에서 아래로 비스듬히 휘둘러
쳤다. 승려가 아래에서 위족으로 쳐올리며 봉으로 찌르는데, 갑송이는 허리를 굽히면서 등뒤
로 빠져나간 봉끝을 어깨에 얹은 채로 승려에게로 파고 들었다. 갑송이가 발을 쳐들어 승려
의 허벅지를 짓밟았다. 승려가 옆으로 고꾸라질 때 갑송이는 봉으로 그의 머리통을 노리고
후려갈겼다. 승려가 맞받아 쳐올렸다. 그가 일어 나면서 가로 들었던 봉을 옆으로 휘익 돌려
치니 곧 적수세였다. 갑송이가 옆구리를 호되게 얻어맞고 헉 소리를 내면서 물러섰다.
갑송이는 쥐마회를 하면서 재빨리 승려의 측면을 찔러 들어갔고, 승려는 십면매복세로 공
격을 맞받으며 다시 반격하고, 반격하는가 하다가 곧 물러서면서 봉은 앞으로 내어밀어 거
리를 유지시켰다. 뒤로 일 보 물러나는 체하다가 단번에 지남침이 되어 앞으로 곧게 찌르면
서 연이어 삼 보 나아왔다. 갑송이는 봉의 끝을 잡고 길어진 막대를 수평으로 펴들어 상하
좌우로 맞받아내는데 선인봉반의 자세였다. 승려는 그 공격과 방어의 기교가 뛰어났고, 갑송
이 쪽은 공격에 있어서는 힘이 월등하며, 방어할 때엔 그 몸짓이 가락에 저절로 맞춰진 춤
사위처럼 본능적이었다. 목봉의 부딪치는 소리가 숲속에 가득했는데 칠성암에서 승려 몇이
나와 구경하고 서 있었고, 더 위쪽의 달마암네서는 오십대의 늙은 중이 빙그레 웃음을 띠고
서 계곡을 따라 내려왔다. 두 사람의 대련은 점점 더 치열해져서 모두 전신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그들은 삼 합째에 이르러 서로의 어깨와 다리를 각각 후려치고 물러났다. 한참이나
바위 위에서 내려다보던 늙은 중이 외쳤다.
"대련을 멈추어라!"
갑송이와 승려는 서로 공격할 자세 그대로 정지하여 위를 올려다보았다. 회색장삼 위에
붉은 가사를 어깨에 둘렀는데, 기다란 사장을 짚고 있었다. 그가 바로 월정사의 주지인 풍열
이었다. 풍열스님은 갑송이와 마주 서 있는 승려에게 말하였다.
"옥여야, 손님을 모시구 올라오너라."
"아직 대련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옥여라고 불린 승려가 대답하니, 풍열은 나직하게 웃으면서 다시 말하였다.
"승부는 이미 정해졌다. 옥여야 네가 졌느니라."
옥여가 사나운 눈길을 들어 갑송이 쪽을 노려보고 나서 퉁명스레 물었다.
"스님, 아직 아무도 급소를 맞추지 못했습니다."
"글쎄 손님들 모시구 올라오라니까. 너희들이 내 참선을 방해하였으니, 이제 내가 대련을
방해한들 어떠하겠느냐."
"예, 알겠습니다."
풍열은 돌아섰고 칠성암에서 나와 서 있던 몇몇 늙은 중들도 그에게 예를 올렸다. 옥여가
갑송이와 감동이를 향하여 공손히 말하였다.
"손님들 달마암으로 오르십시오. 이분이 큰스님이십니다."
"대련은 그럼 다음으루 미룰까?"
상대방의 철저한 공손함에 이젠 혼자서 씨근대기도 쑥스러워진 갑송이가 부드러운 어조로
중얼거렸다.
옥여를 선두로 갑송이와 감동이는 달마암으로 올라갔다. 계곡의 가파른 바위 그루터기 위
에 지어놓은 삼간초가였는데 거기서 풍열스님은 상좌 하나를 데리고 기거하고 있었다.
"올라들 오시오."
예의고 염치고 따지지 않는 갑송이도 흰머리가 듬성듬성하며 눈빛이 쏘는 듯한 이 중에게
는 무엇인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점이 있어서 고분고분하게 선방으로 올라갔다. 눈치 빠른
마감동이가 두 손을 합쳐 예를 올리자 갑송이도 우물쭈물 흉내를 냈다. 네 사람이 마주 앉
자 마감동이가 먼저 인사를 올린다.
"소생은 구월산 된목이골에 사는 마감동입니다."
"이갑송이우."
"이 절의 주승으루 있는 풍열이외다."
하고 나서 주지가 다시 물었다.
"헌데 무슨 일로 소승을 찾으셨소?"
마감동이가 얼른 대답했다.
"예, 실은 탑고개에 갔다가 스님을 찾아뵈라기에..."
"뭐, 여러 말루 길게 끌 것이 없겠소이다."
갑송이는 뻣뻣한 자세로 풍열을 마주보며 말했다.
"실은 저희는 본시 양민이었으나, 얼마 전에 관가의 침학으로 도적놈이 된 사람들이우."
풍열은 눈을 감고 염주를 한낱 두낱 헤아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어디 정착할 곳이 없나 찾던 중에 탑고개에 유민들이 모여서 산다기로 더부살이
를 청하였던 것입지요. 그랬더니 댁의 허락을 맡으라구 합디다. 까짓 것 쫓아들어가 몇놈 베
어 버리구 불을 싸지르면 온 마을이 금세 비워질 것이지만, 인심 잃기 싫어서 타협하러 온
거유."
어찌하겠냐는 어조로 갑송이가 눈알을 부라려서 풍열을 노려보는데, 순간 이마빡이 번쩍
하면서 정신이 아뜩해진다.
"어이쿠!"
갑송이는 얼결에 머리를 감싸쥐었다. 애놈 대갈통만한 목어가 그의 미간을 호되게 치고는
방바닥에 굴러떨어진 것이다. 여간하여 엄살을 떨 갑송이가 아니건만 하도 놀라고, 워낙에
미간은 급소 중에 급소라서 잠시 눈앞이 보이질 않았다. 풍열은 그렇게 때리고 나서는 다시
다정한 자식을 타이르는 듯이 부드럽고 나지막한 음성으로 말하였다.
"이놈 갑송아, 너는 천성은 순직하고 착하다마는 어리석은 놈이다. 그 어리석음이 큰 죄이
니 매를 좀 맞아야겠다."
갑송이가 당황한 중에도 화가 치밀어 주먹을 쥐어 단매에 풍열의 면상을 처박으려는데,
이번에는 숨이 칵 막히면서 앞으로 고개를 처박고 엎어졌다. 풍열의 일지관수, 곧게 뻗친 손
가락이 상반신을 내미는 갑송이의 목젖을 날카롭게 찔러버린 것이다. 갑자기 기를 끊긴 갑
송이가 곧 안색이 새파래지면서 눈을 까뒤집고 사지가 굳어졌다. 마감동이는 풍열의 가벼운
동작 하나로 곰 같은 갑송이가 혼절해버린 모양을 보고 엎드려서 사정을 하였다.
"스님... 버릇없이 굴었기로서니 제 성님을 죽이시렵니까. 한번만 용서해주십시오."
옥여는 제 스승의 하는 양을 바라보며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풍열이 축 늘어진 갑송이를
끌어다가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말하였다.
"입산시키면 훌륭한 승려가 될 것이다."
"순직함은 간교함보다 더욱 불심에 가까우니라. 그 성품은 어리석은 범부에 있어서도 덜
하지 않고, 성현에 있어서도 더하지 않고, 번뇌에 머물러서도 어지럽지 않다고 하시던 육조
혜능의 말씀을 아느냐. 육조께서도 일찍이 글 한자 모르는 무지산 나무꾼이었느니라. 내 이
녀석을 행자로 들이고 싶구나. 허나 아직은 아무 말도 말아라. 이는 틀림없이 비구가 될 것
이다. 그것도 아주 덕이 높은 비구가 될 것이니라."
풍열은 작은 대나무통을 꺼내어 그 속에서 쇠침을 꺼냈다. 쇠침을 단전과 비중과 인중에
다 차례로 놓으니 검은 피가 반점이 되어 나오고 이내 기맥이 통하여 안면에 화색이 돌았
다. 그제사 한숨을 휘이 토해낸 갑송이가 눈을 멀뚱히 뜨고서 뚜릿거리는데 풍열이 말하였다.
"그래 이젠 정신이 좀 들었느냐?"
갑송이는 머리통이 지끈거리고 사지의 기운이 쪽 빠진 듯하였다. 어찌되었던 영문인가를
몰라 속으로 따져보는 중에 그제사 주지승에게서 뭔가 날카로운 것으로 찔리었다는 걸 깨달
았다. 갑송이는 저도 모르게 엉거주춤 일어나 무릎을 꿇고 앉아 머리를 조아렸다.
"스님 잘못했수."
"무엇을 잘못했느냐?"
갑송이는 그저 뭔지 알 수 없게 기운을 빼어버린 괴승의 술법에 놀라 저자의 무뢰배 예의
로 강한 자에 드리는 인사를 건넸을 뿐이었다. 그러하니 제가 잘못한 점이 딱히 떠오를 리
가 없었다.
"감히 스님을 치려구 한 것이 잘못이지요."
"예끼, 이 녀석 또 맞을 테냐?"
"에구구..."
갑송이가 제물에 놀라서 뒤로 궁둥이를 빼면서 손을 쳐들어 막는 시늉을 하였다. 풍열은
빙그레 웃었다. 감동이와 옥여도 킬킬 웃어댔고, 갑송이는 얼굴이 붉어져서 두 사람을 향하
여 사나운 눈알을 부릅떴다.
"무얼 웃구들 지랄이여."
"네가 무엇 때문에 내게 맞았는지 모르느냐?"
"거 아시면 속시원히 이래저래 잘못되었다구 가르쳐주시우. 스님을 치려구 한 건 잘못이
아니라니 그럼 제게 한 차례만 맞으시든지요."
"허허 이놈 보아라. 네가 맞은 연유란 바로 이렇다. 네놈의 입으루 말하듯이 너희는 가난
한 양민인데, 관가의 침학으루 할 수 없어 도적이 되었다지 않았느냐?"
"그러우."
"그러하면 너희와 똑같은 처지인 탑고개 광대들을 죽이고 불을 지르겠다는 말이 잘못이
냐, 잘한 일이냐?"
"그건... 잘못이구려."
하고 나서 갑송이가 투덜댔다.
"하오나, 그놈들이 자리를 내어주지 않으면 그 수밖에 더 있겠습니까?"
"내가 사람을 보낼 테니 탑고개에 정착하는 일은 염려 놓아라. 그리고 마두령이라구 했
나? 너희는 도둑질을 하되 작은 장사치의 봇짐이나 가난한 백성의 것은 털지 말고, 탐학한
부자와 더러운 관리의 재물을 털어 그 절반은 내게 바치도록 하여라. 이 구월산에서는 중생
의 고를 모르는 것들은 살 자격이 없느니라."
갑송이가 더욱 두 눈이 커졌다.
"아니... 도적질한 물건을 중이 먹자니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군. 이제 보니 복색만 스님
이지 우리네와 사촌지간이구려."
풍열은 껄걸 웃었다.
"불신은 곧 중생이니, 우리 부처님께서 너희 도적질한 재물을 받을 것이니라. 그 재물은
포학한 관리와 그릇된 부자들의 것이지만, 가난한 백성들 가운데서 도적질하거나 빼앗은 물
건이니 부처님 뜻대루 돌려주어야만 한다. 그렇게 하겠다면 모르되, 안 그런다면 내 곧 월
정사의 승병을 일으켜서 너희 된목이골을 치겠다."
감동이가 말하였다.
"우리두 그저 무도한 도적이 되기는 원치 않는 바이옵니다. 녹림패라면 의협이 있어야 한
다는 생각으루 패를 지었습니다. 백성들에게 재물을 나누어주겠다는 의논은 벌써 정해졌습
니다."
"음, 좋은 일이다. 전부터 빈민구제를 해오는 비구들이 있으니 그들에게 시키도록 하면 편
이할 것이다."
갑송이는 아직도 골치가 지끈거리는지 제 골통을 손가락으로 눌러대면서 중얼거렸다.
"거 무엇으루 때렸길래 혼절을 했었누. 기운 다 사그라지는 모양일세."
"사람이 원래 가지고 있는 기운은 중요한 것이지만 그것을 부릴 줄 알아야 한다. 오뉴월
폭풍이 분다고 풀잎이 꺾어지더냐. 힘과 움직임은 매 일각에 따라서 적절히 변하는 것이다.
내 너를 기절시키는데 이 검지손가락 하나로 창호지를 뚫는 힘을 보태어 살짝 밀었을 뿐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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