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순은 당분간 묘옥을 만나지 못할 것에 애가 달았고, 이방이 다시 혀를 끌끌 찼다.
"에이 쓸개 빠진 사람 같으니! 늦게 배운 도적질에 밤새는 줄 모른다더니... 폭 빠졌군. 이
사람아, 시방 자네는 자칫하면 집안이 적몰되는 판이여. 저자에 모가지 잘리우구 싶어서 그
러는가. 잔소리 말구 잠잠해질 때까지 앓아 누워 있어. 월송골에는 내가 알려줄 때까지는 발
길도 하지 말구."
"허허, 분원 일이 있는데 누가 뭐라겠나."
"분원이나 둘러보면 괜찮게? 이제 자네 꼴을 보니, 분원에 갔다가 소실 못보면 생광증이
일어날 게 뻔하이."
경순은 심란한 김에 술잔을 연거푸 털어 붓는다.
"이방 나으리 분부대루 시행함세."
단단히 다짐을 준 여주 이방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자아 나는 어서 가봐야겠네. 내가 이른 말 잊지 말게."
"여라가지루 걱정해주어 고마우이."
이방을 보낸 뒤에 경순은 마음이 몹시 울적하였다. 생각해보면 지난 십오년 동안을 여주
서 살아오면서 겪은 고생이 한갓 물거품에 지나지 않았다. 가산을 일으키려고 모든 욕심을
끊고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동분서주해온 세월이었다.
스물다섯에 한양을 떠나 적수공권으로 두 양주가 여주 땅에 발을 들였을 때, 그들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재물을 모아 자식에게는 천대받는 공장이 짓을 시키지 않으리라 결심했던 것
이었다. 이제 그는 나이 사십의 중년이었고, 비록 약간의 재물을 모았다 하나 인생의 즐거운
기간을 다 소비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뭔가 이룩한 사람이 마음에 외로움이 깃들 적마다
흔히 그렇듯이, 경순은 자기가 애달캐달 쌓아놓은 재물이 모두 허무하게만 느껴졌다.
"까짓... 관에 포촉되면 불을 싸지르구 산에나 들어갈까."
중얼거리면서 그는 한꺼번에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새로 살고 싶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묘옥을 통하여 귀여운 것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강렬하였다.
묘옥은 박씨 과부네 안방에 누워 있었다. 사나흘 동안에 겹친 피로가 몰려와서 잠깐 눈을
붙였으나, 일꾼들이 바깥채에 몰려와서 술을 마시며 법석대는 통에 금방 깨아났다. 그녀의
심중에는 갖가지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자나갔다. 경순에게는 아무리 사당으로서의 해의라
고 하지만 몸을 한번 허락하였다. 그녀가 일부러 쉼게 몸을 허락한 것은 마음을 지키겠다는
결심 때문이었다. 흔히 색주가 창기나 사당들 중에는 처음 마음을 준 사내에게 바치는 절개
로서, 가슴에는 사내의 손이 범접을 못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었다. 언뜻 보아 쓸데없는 짓
같으나, 사람이 마음을 다지기 위해서는 쓸데 없는 짓도 필요한 것이다. 가슴을 지킨다고 그
몸이 깨끗하랴마는 그런 작짐이라도 알고서는 사랑도 온전히 지켜질 수가 없었고, 무엇보다
도 살아갈 길이 없었을 것이었따.
묘옥에게도 몸을 준다는 일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되엇다. 흘러 내려가는 수초가 얹
혔던 바위들을 다시 만날 수 없음과 마찬가지로, 그녀와 몸을 섞은 숱한 사내들은 이제 여
러 부리가 한데 뭉쳐서 바람에 흩어진 연기처럼 기억 속에 가물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
나 경순은 묘옥에게는 두렵고 송구스런 사람이었다. 이런 것을 팔자라고 하는지도 몰랏다.
그처럼 자기의 여생을 편안하고 생복하게 해줄 믿음직한 사내를 만났건만, 묘옥은 이런 복
이 자기에는 과분하다고 느꼈다. 차리라 이경순이 피죽 한 그릇도 못 먹는 일에 찌든 남의
머슴이나 되었으면 싶었다. 묘옥이 겪은 세상의 풍파는 그녀로 하여금 행복에 익숙치 않도
록 만들었고, 따라서 자기보다 더욱 불행한 사내에게 뜨거운 정을 나눠주고 싶어하는 주제
넘은 여자로 만들었던 것이었다. 묘옥은 언젠가처럼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으나, 저도 모르게
탄식하였다.
"하... 사람의 정이 이다지도 모질구나."
묘옥은 경순을 따라 여주까지 흘러온 것을 자꾸만 후회하는 것이었다. 밖에서 인기척 소
리가 들리더니 방문이 빼꼼히 열렸다.
"주무시나...?"
박씨 과부가 고개를 들이밀엇고, 묘옥은 당황하여 일어나 앉았다.
"아이그... 그냥 누워 계시지 않구. 나는 심심하실까봐... 누워계슈."
"아니어요."
박씨 과부 보기에 심상한 양가의 여자는 아닌 듯싶었으나. 원주가 데려온 여자이니 작은
아씨 대접을 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박씨 과부는 산 너머 연못골에 나가서 자기 시숙을
만나고 오는 길이었다. 내일 이경순이 와서 돈만 치르면 집은 곧 비우도록 작정이 되었었다.
과부가 묘옥의 곁에 앉으며서 수다를 떨었다.
"방금 집을 보구 오는 길이우. 아유 복두 많으시지. 그래 어쩌다 우리 원주님처럼 잘난 사
내를 만나셨수. 재물이라면 여주서 제일 가는 부자요, 인물이라면 진사 생원 나리들보다두
덕망이 있지요. 게다가 마음은 또 얼마나 도량이 넓으시겠수. 좌우지간 잘 모셔드리슈. 아따,
거기서 아들만 낳으면 이 여주 바닥이 모두 자기 게유. 에이그 참... 나두 지지리 복도 없는
년이지. 일찌감치 젊을 적에 팔자를 고치는 겐데."
묘옥은 고개를 숙이고 잠잠히 듣기만 하고 있었다.
"나두 저 계집아이 하나뿐인 줄 아시겠지만, 아들을 둘이나 낳아본 사람이우. 내 배를 앓
구 낳았지. 세상에 여탄가두 많지만, 이내 년의 기박함을 엮어보자면 동지섣달 한밤으로두
모자랄 게유."
박씨 과부는 오랜만에 이야기 상대를 만난데다가 젊은 색시가 초라한 꼴로 남의 소실 자
리를 바라고 찾아들었으니, 자연히 제 사정이 돌이켜졌던 모양이었다.
"저년을 낳은 지 보름 만에 가장이랍시구 나뭇짐깨나 지던 우리 서방이 하룻밤새 급사를
했지 뭐유. 양식이 없어 끼니루 감자를 삶아드렸더니... 그날 하루 온종일 비를 맞구 와서는
그만 명치가 꼭 맥혀서 평위산 한첩 못 써보구 작고했수. 청동 화로 백탄숯에 녹용 인삼을
끓인들 무얼 하겠어요, 명줄이 짧은데.. 하여튼지 그담부턴 죽기살기루 풀칠하며 살았는데,
참빗을 팔러 다니던 할멈이 날 찾아왔습디다. 큰 재물 생길 일이 났는데 마땅한 사람을 찾
는 중이랍디다."
박씨 과부는 남부끄러워하지도 않고서 혼자 간직해오던 비밀을 털어 놓았다.
"내 그때에 송파나루서 떡 팔구 있었는데, 쌀 스무 섬이라니 귀가 번쩍했수. 이천 만석꾼이
아들 하나만 낳아달라는 게요. 개가는 않을 작정이랬더니 세상모르게 아들만 낳아주고 나오
면 된답디다. 내가 재상가나 향족의 규수도 아니고 상년인 주제에 절개 따기게 됐수. 기실
얼굴이나 예뻤으면 후실이라두 들겠건만, 아주 박색이나 누가 데려다 괴이기나 하겠수. 까짓
거 헌계집이라, 애 하나만 낳아달라는데, 가을걷이 끝난 뒤에 무밭이나 진배없겠지. 뭐 흠이
가나 자리가 나나. 응락을 했수."
드디어 양자간에 합방일이 택일되어 단자가 들여졌다. 과부는 매파의 요구대로 월경서답
을 보냈고, 길일은 갑일이라고 정해졌다. 과부는 딸년을 매파에게 맡기고 간단한 보퉁이를
꾸려가지고 흰 소복 차림에 이천으로 갔었다.
"내 넉 달 동안 여섯 번이나 방사를 치렀건만, 애비의 얼굴을 자세히 본적이 없수. 경도가
끊기고 태기가 있습디다. 그댁 뒷방에서 노냥 누워서 열 달을 뒹굴었지. 아들이지 뭐유. 아
프고 쓰렸으니 낳은 것은 분명한데 그댁 마님이 날래게 빼앗아가버려서 품안이 허전합디다.
정은 빨리 떼일수록 좋다나. 마님짜리는 내가 갇혀 지내는 동안 배에다 봇짐을 하나 싸매구
나다녔지. 나는 밤중에 쌀섬과 상목을 짊어진 일꾼이랑 그댁을 나왔수. 지금으로부터 십삼
년 전이니까 이젠 그 녀석두 많이 컸겠네..."
박씨 과부는 두 번째로 천안 가서 아들을 낳아주었지만, 아무래도 첫 아이가 생각이 나서
견다질 못하겠더라는 얘기였다.
"내 작년에 내가 하두 보고 싶어서 이천으로 가보았수. 서당 앞에 가서 기다리다가 누가
풍헌 댁 도련님이냐구 물었더니 총명하게 생긴 글방도령이 쫄랑거리며서 나오더니만, 글세
신통두 하지, 사추리가 쥐가 나듯이 찌릿하더라니까. 한눈에 척 알아보겠습디다. 내 새끼로
구나 하면서 딴맘으로는 범접이 안되잖아. 죄 때문이우. 떼친 죄 말이우. 고 말간 눈알을 보
니깐 사지가 후둘거리구... 나두 모르는 새 돌아섰지요. 저만큼 갔다가 그냥 가버리긴 너무
서러워서 돌아다 봤더니 아 요것이 쫄랑대면서 쫓아오더니만... 아주머니는 누구십니까 그러
겠지."
묘옥은 어느덧 박씨 과부의 얘기에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글썽해진 눈으로 쉴새없
이 과부의 표정을 더듬고 있었다.
"처음엔 말문이 막혀서 아뭇소리두 안 나옵디다. 헌데 우리 도령이 재차 누구시냐구, 어째
서 날 찾았냐구, 묻질 않겠수 속으로는 요 맹추야 내가 니 에미여 하고 싶었지만 그냥 두
손을 잡아주고 말았지. 나도 모르는 새 눈물이 흘러내리더만. 쇤네는 도련님의 유모올시다
했지. 차마 그냥 돌아설 수가 있어야지. 등에다 업구서 이천장으루 나갔어요. 장구경두 하구.
호박엿두 사멕이구, 장국두 사줬지요. 어스름해졌는데. 그날 풍헌 댁에서 난리가 났지. 모두
들 찾아 나섰다가 글방 접장놈이 웬 여인네가 와서 업어 갔다구 했으니 궈한 아들 잃은 줄
알고 장바닥을 뒤졌지요. 피가 무섭습디다. 우리 도령이 유모, 유모 하면서 어찌나 따르는지
정말 맘 같아선 그 길루 들쳐없구 송파루 달아나구 싶더라니까.
"도련님 이젠 집으루 가셔야 합니다."
그랬더니,
"유모 같이 가서 나하구 살아. 내가 아버님께 여쭈어서 꼭 같아 살도록 할 테야."
한단 말이에요.
안됩니다. 쇤네가 그 댁에 죄를 지어서 들켰다간 혼이 납니다. 도련님, 댁에 가시더라두
아예 유모 얘기는 꺼내지두 마십시오. 쇤네가 동구 밖까지 바래다 드릴 테니 가시거든 글
많이 배우셔서 높은 선비님이 되십시오.
그렇게 달래면서 파장을 나서는데 그만 풍헌 댁 하인배들과 딱 마주 치구 말았지 뭐유.
그 길루 잡혀갔지. 장광 깊숙이 갇혔다가 큰마나님이 내놓고는, 매를 치며 문초를 합디다.
네년이 언감생심 행하까지 받아 처먹고서 이제 와서는 이미 족보에 오른 남의 장손을 빼
가려는 게 아니냐.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서 연못에 처넣구 말 테다. 이년 네 자식이라는 증
거가 어디에 있느냐?
아주 반죽음이 되어서 쓰러져 있는데 풍헌이 광문을 열구 들어섭디다. 그제서야 얼굴을
똑똑히 봤지요. 정자관을 쓰고 긴 수염에 눈이 부리부리한 양반이 썩 잘생겼습디다. 그냥 엎
드려서 가죽신 코에 얼굴을 대구 말했지요. 기른 정이 깊다 하나, 낳은 정 또한 하늘도 가를
수 없는 자연의 이치인데, 에미 된 년으로서 제 자식의 성장한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년이
누가 있겠습니까? 나으리, 잘못이 제게 있다 하나, 도련님을 보셔서 이 불쌍한 년을 살려주
십시오.
풍헌은 뒷짐을 지고 아무 말 없이 섰더니,
아들을 낳아주어서 늘 자네에게 감사하고 있네. 그러나 이것이 모두 내 혼자만의 일이 아
니고, 가문의 일족들이 관계된 일일세. 자네가 낳았지만, 자네 아이가 아니야. 이런 소문이
밖으로 나가면 자네가 제 자식놈의 전정을 스스로 그르치게 되는 게야. 어서 돌아가서 다시
는 이 근처에 얼씬두 말게. 안에서는 자네를 해칠려구 하는 모양인데, 내가 자식늠을 생각하
구, 자네가 가긍하여 나왔네.
하시더니 하인 하나를 불러 지게에 태우고 내보내더군. 돈두 오십 냥이나 받았지. 나는 돌
아오는 길루 송파나루를 떠났수. 에이그... 참 미친년의 팔자두 다있지. 이년의 팔자에 비기
면 거기는 정말 싸리울 아래 위리 팔자유."
묘옥은 따뜻한 시선으로 박씨 과부를 건너다보았다. 박시 과부는 방문을 열고 코를 풀었
다.
그러다가 그녀는 소스라치며 일어났다.
"아니 아씨께서..."
"왜 나는 올 데가 못되나?"
하는 목소리가 들리며, 이경순의 아내가 마루로 올라섰다. 박씨 과부는 당황하여 함께 일
어서는 묘옥에게 눈을 껌벅하면서 혀를 쑥 내밀어 보였다.
"이리 들여놓아라."
경순의 처는 데리고 온 하녀에게 이르고서 방안으로 들어섰으며, 하녀는 보퉁이를 내려놓
았다. 경순의 처가 상석에 앉더니 고개를 숙이고 섰는 묘옥을 올려다 보면서 말하였다.
"자네가 우리 어른을 따라온 묘옥인가? 나는 이도장 나으리의 안사람일세."
묘옥의 곁에 섰던 박씨 과부가 쿡쿡 찔러대며,
"어여 인사드리시우. 아유... 아씨께서 이런 일이라두 있으니, 저희 누추한 집엘 다 오시게
되는군요."
묘옥은 난처했으나 곧 자세를 가다듬고 큰절을 얌전하게 올렸다. 경순의 처가 인사하는
양을 찬찬히 보고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졸지에 닥친 일아라 내가 별로 준비를 못하였네. 내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두 창골 본
가루 자넬 데려가구 싶지만 그럴 사정이 아닌 모양이나 피차에 딱한 노릇일세."
"아, 그러믄입쇼."
경순의 처는 곁눈으로 앉은 박씨 과부를 힐끗 쳐다보았다.
"과수댁은 좀 나가 있지. 그리구... 너두 나가서 기다려라. 우리끼리 할 얘기가 있느니라."
박씨 과부와 하녀가 곧 방문을 열고 나갔다. 경순의 처가 묘옥의 손을 잡아 이끌면서 다
정하게 말하였다.
"이리 가까이 앉게. 과연 나으리가 반하실 만두 하겠구먼."
묘옥은 더욱 고개를 들 수가 없엇다. 경순이 오게 되면 자기의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털어
놓고 안성이든지 어디로든 떠날 생각을 했던 묘옥이었다. 이제 그의 아내가 몸소 찾아와 가
형과 같은 태를 보이니 더욱 바늘방석에 앉은 것만 같았다.
"제가 먼저 찾아뵙구 인사를 올려야 도리인데... 송구스럽습니다."
"아닐세. 도리는 무슨, 다 형편 돌아가는 대루 하는 게 도리이지. 관재가 있다는 걸 나두
알구 있네. 자네두 집안 사정을 나으리께 들어서 잘 알겠지만, 우리가 이 나이가 되도록 자
식을 못 보았네. 나는 그저 자네만 믿구 있어. 아무리 우리가 처첩지간이라 하나 다 집안이
화목하야 복두 있으니까 서루 의논해거며 함께 지내세."
"아니어요... 저는 도장 나으리를 모실 만한 계집이 못됩니다."
"왜, 그이가 자네께 섭섭하게 하시던가. 아니면 내가 마음에 들진 않아선가?"
묘옥은 대답을 망설이니, 경순의 처는 겸양의 말이거니 하여 잡고 있던 묘옥의 손등을 가
볍게 두드렸다.
"속마음이야 어느 여편네가 젊은댁을 투기하지 않겟나. 나두 자네를 대하지 않았을 젠 나
으리가 어쩐지 야속하기두 하구, 마음이 켕기기두 하데그려. 그저 세상에서는 처첩을 견원지
간이나 되듯이 말하지만, 그게 사람 나름일세. 나두 자네 같은 아우가 생겨서 훨씬 든든하이."
묘옥은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서 경순의 아내를 보라보았다. 부가옹의 마누라답게 덕이 있
게 펑퍼짐한 턱이며 가느다란 눈과 입술이 도톰한 것이 푸근하고 부드러운 인상이었다.
"저는 안성 청룡사 사당골에 있던 사당이옵니다."
묘옥의 말에 이도장댁은 놀라지 않았다.
"알구 잇네. 들어낮아 살림을 할 사람인데 전신이야 아무려면 어떻다든가. 우리 식구끼리
만 알구 차후로는 그런 말은 덮어두세."
"저는 임자가 있는 몸입니다. 나으리와 아씨께 이렇게 두터운 은혜를 입고 있지만는, 저는
내일이라두 당장 여기를 떠나야만 합니다."
경순의 처는 묘옥의 손을 놓고 물러나 앉았다.
"임자가 있다니..."
"도장 나으리께 몸을 의탁한다 하여도 마음을 드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정든 거사라두 있는가?"
"더 묻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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