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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산 3권 (14)

카지모도 2026. 5. 4.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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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댁은 묘옥에게 무슨 사연이 있다 싶어서 궁금한 중에도 웬일인지 답답하던 가슴이 풀

어지는 것만 같았다. 이 여자는 자기 남편 이경순을 사랑하고 있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

만, 남편의 태도로 보아 깊이 정이 들어버린 모양인즉, 자기의 아내로서 남편의 마음으로 이

여자를 대하리라고 생각을 고쳐 먹은 경순의 아내였다.

"사당으로 흘러다녔다면 그 고생이 오죽하였겠나. 이제부터 아예 마음을 달리 먹고 우리

셋이 오순도순 살아보세나. 사실 우리 주인 어른만큼 자상하시구 착한 사내가 드물 게야."

"예, 도장 나으리는 훌륭한 어른이십니다. 그리구 아씨는 더욱 훌륭하십니다. 제가 떠날

제 떠나더라두 두 분 후의는 절대 잊지 않겠어요."

"가긴... 어딜 가나. 여기가 자네 고향이구, 우리가 모두 자네 식구인데."

이도장댁은 묘옥의 마음을 엿보고 속으로 안심이 되엇다. 사당이라 하나 화냥기도 없었고,

그 순박함이 꼭 나물바구니 끼고 들에 나온 시골 처자에 비길 만하였다. 눈가에 어린 푸르

죽죽한 그늘만 없다면, 그 여자가 거친 세파를 겪은 흔적은 전혀 보이질 않았다. 아직 정을

붙이지 못하여 공연히 서먹서먹 해 하지만, 자기라두 자주 찾아다니며 안돈을 시키노라면 작

은댁으로서 이만한 여자가 없을 것이었다.

"내가 창황중에 급히 옷감 몇가지 끊어왔네. 그리구 보약두 가져왔으니 식전마다 달여서

먹게. 나으리께선 오늘 못 오신다구... 며칠간 못 오시더라두 전생이를 시켜서 거처두 정해주

고 살림두 장만해주신다대."

경순의 아내는 일어섰다. 박씨 과부를 불러서 연못골의 집에 관해 묻고, 옷감과 약재를 가

져왔으니 바늘품을 얻어 옷도 짓고 약을 달여 먹이라 부탁하였다. 묘옥은 마당 밖에까지 나

가서 배웅 인사를 올리고 돌아섰다.

"하여간에 복두 많으시우. 큰댁 마음 씀씀이가 저만하면, 대궐마마두 부러울 게 없겠수.

부잣집 마나님이 되는데는 다 그럴 까닭이 있는 모양이지."

과수댁이 혀를 차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바깥채의 토방에서는 장인들이 투전이라도 벌이

는지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요란하였다.

경순은 연못골에 보아둔 박씨 과부네 시숙의 집을 사서 묘옥을 안돈 시키려고 했으나 사

정이 달라져서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궂은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그는 가게에 나가지 않고, 전날 물건을 하러

와서 비 때무에 유숙한 삼전나루의 객주인 사내와 장기를 겨루고 있었다. 오후쯤에 비가 개

면 아무도 모르게 슬쩍 나가서 월송골에 있는 묘옥을 만나볼 생각이었다. 사흘이나 미뤄왔

으니, 애가 달아 견딜 재간이 없었다.

"이 사람, 뭘 하나 포장이여!"

"압다 궁을 틀면 그만이지..."

"그뿐이가, 이번엔 차 들어가네."

경순이 딴 생각에 골몰한 동안에 판국은 어느덧 몰려 있었다.

"허허, 양수겸장일세."

"어때 물려줄까?"

"그만두어. 좀 생각해보구."

"어디 뒷간 다녀올라나. 장기 두는 사람 고택골 갔군."

"넨장맞을... 아, 담배 한죽 태울 시간은 줘야지. 무슨 놈의 장기가 타작마당에 쌀겨 날아

다니듯 촐싹거린담."

경순은 장죽을 당겨 부시를 치고 뻐금대는데, 밖에서 하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으리... 양성에서 사람이 왔답니다."

경순은 장기판에 골몰하면서, 그저 물건 떼러 왔겠거니만 여기고 점원에게 데려가도록 말

하였다.

"그래... 손서방 나와보라구 해라."

하고 나서 언뜻 되새김질하니 양성이라고 했겠다. 그는 얼른 곁창을 열고 내다보았다.

"아니... 네가 웬일이냐?"

도롱이를 둘러쓰고 삿갓을 쓴 총각놈이 빗속에 서 있는데 양성 객줏집의 중노미였다.

"도장 나으리, 큰탈났습니다."

경순은 마루로 나와서 그애를 데리고 급히 건넌방에 들어가 앉았다.

"아이구 나 죽네... 밤새껏 걸어왔더니 우선 시장해서 못 견디겠수."

"그래, 무슨 일이 생겼느냐?"

"말씀 마십시오. 우리 주인 어른께서 어제 안성 관가에 끌려가 경을 치구 나오셨습니다.

안성은 시방 발칵 뒤집혔어요. 청룡사 사당패는 모두 출행 나가고 한 대가 남아 있었는데

하나같이 초주검이 되었습죠. 당진서 유치옥이라는 동지 벼슬 사는 사람이 도둑 하나 잡는

데 백냥씩 걸었답니다."

경순은 험악한 목소리로 다그쳤다.

"그게 무슨 상관이길래, 날 찾아왔느냐?"

"어라... 도장 나으리가 모르시면 누가 알겠습니까? 그날 제가 안성 나가서 마부하고 말

한 필을 세내어왔지요. 그러데 그 마부란 놈이, 도둑의 일당으로 보이는 놈을 저희 객주에서

소개받아 음죽까지 태워줬다고 발고를 했습니다. 저희 주인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딱 잡

아 떼면서 지나치는 과객을 어찌 일일이 알겠느냐구 우겼다지요. 곤장 십 도를 맞구 나오셨

습니다. 저희 주인 말이 나으리가 지금 포착되시면 피차에 관재를 입을 것이니 잠간 피하라구

그러십디다. 어디 한양 유람이라두 다녀오시지요."

경순은 이미 여주 이방에게서 경고를 받은 바 있으므로 그리 놀라지는 않았느나, 무엇보

다도 월송골 분원 밥집인 박씨 과부네 집에 숨어있는 묘옥의 거취가 걱정이었다. 여러 사람

들이 드나드는 곳이나 언제 남의 눈에 띄어서 입에 오르내리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 수고가 많았다. 점원들 방에 가서 푹 쉬고... 내일 아침에 돌아가거라."

"저희 줜어른께서 신신당부를 하였습니다."

경순은 그에게 요기를 시키도록 해주고, 안채로 들어갔다. 경순의 처는 노파를 데리고 이

불을 꾸미는 중이었다.

"잘 오셨어요. 어디 이 용봉단 무늬가 마음에 드셔요? 햇솜을 넣니 얼마나 폭신한지 꼭

암평아리 가슴 같다니까. 이것만 시치면 다 끝나요."

"할 얘기가 있는데..."

"에그 이런 눈치 봤나. 내 얼른 자리를 피한다 하면서두..."

노파가 말과는 달리 눈치 빠르게 일어섰다.

"어디 가지 마시구 부엌에나 갔다 오우. 점심으루 닭 고음국에 국수를 말아드릴게."

경순의 아내가 그렇게 외친 뒤 바느질 손을 멈추지 않고,

"왜요.. 당신이 가보시게? 내 그럴 줄 알구 아예 나갈 작정을 안였다니까. 얼마나 애간

장이 타시겠수."

하며 눈을 흘기었다.

"내가 좀 바쁜 일이 생겨서 월송골에는 못나가게 될 것 같으니... 당신이 가서 앞 뒤 살펴

가며 잘 선처하시게. 연못골 집은 팔십 냥이면 충분하니 그 이상은 주지 말구. 가구 따위는

나중에 옮기도록 하오. 그리구 어쩌면 오늘 이방을 만나보고 어디 원행을 하게 될지두 모르

겠는데."

경순의 아내는 비로서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끼고 일손을 멈추었다.

"당신 무슨 일이 생겼구려? 어딜 도 나가신다구 그려셔요?"

"음, 경주인 이나 만나구 올까 하구."

"그야 손서방을 시켜두 되잖아요."

"참... 총포 치워놨지?"

"예, 장롱에다 깊이 넣어두었어요."

경순이 말없이 돌아서 나오는데, 아내는 물끄러미 바라보다고 곧 뒤 쫓아 난왔다. 마침 하

녀가 마당을 건너오고 있었다.

"나으리, 손님이 오셨습니다."

"손님이...?"

하면서 경순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사랑채 툇마루에 비를 피하여 걸터앉은 양반 차림의

사내와 종자로 보이는 젊은이가 서 있었다. 비록 갓에 도포를 걸쳤으나 그 태가 부드러운 서

생이기보다는, 광대뼈며 날카로운 눈빛이 왈짜깨나 부릴 만하였다. 그가 마당을 질러가자 마

루에 앉았던 손이 슬며서 일어났다. 경순은 한눈에 짐작되는 바가 있었다.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상대가 쏘아보면서 되물었다.

"주인장 되시우?"

"그렇소."

"댁이 이경순이란 사람이우?"

경순은 뒤에 걱정스런 빛으로 서 있는 아내를 힐끗 돌아보고 나서 이번에는 정중하게 물

었다.

"제가 이서방인데... 손님께선 어디서 오셨습니까?"

그들 두 주종 차림의 사내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였다.

"우리가 어디서 왔을 거 같수?"

허허, 거래가 처음이신 모양인데... 가게루 가십시다."

경순이 웃는 얼굴로 그들에게 등을 보이고 대문 쪽으로 나가려는 몸짓을 했는데, 손님의

손이 어깨에 얹혀졌다.

"사기 나부랭이나 사러온 게 아니여."

별안간 반말지거리가 튀어나오고 손님은 허리춤을 더듬었다. 그가 꺼낸 것은 통부였다.

"우린 상성서 왔는데, 거리를 잡으러 왔지."

하자마자 다른 자가 붉은 오라를 경순의 몸에 지우려고 하였다. 경순은 소스라쳐서 몸을

틀어 빼면서,

"아니... 무슨 죄가 있다구 이러시우?"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가보면 아네. 우리는 양성 객줏집을 기찰하구 있다가 저 아이놈의

뒤를 밟아 따라왔지. 계집을 데리구 항곶포에서 내려 객주에 들렀다가 세마를 타구 왔지?"

경순이 우물쭈물하는데 그들은 잽싸게 결박을 해버렸다. 경순의 아내가 맨발로 달려 내려

와 포교의 소매를 잡으며 울부짖었다.

"나으리, 왜 이러십니까. 저희 주인이 무슨 죄를 지었기로 잡아가셔요."

"무슨 죄를 지었는지는 거기 서방께 물어보라구. 이놈은 장진서 작당하여 사람을 죽인 도

적의 패거리란 말야. 얘야, 가자?"

평복한 포교와 포졸은 경순을 당기고 끌면서 대문 밖으로 나갔다. 그의 아내가 쫓아나오

자 경순이 다급하게 말하였다.

"관가루 달려가서 이방에게 알려요."

경순의 아내는 그제서야 생각이 닿아 안으로 쫓아들아와 하인들에게 일렀다. 하나는 괄가

로 가고, 다른 하나는 이방의 집으로 뛰어나갔다. 경순이 잡혀 나갈 때 삽시간에 소문이 퍼

져서 사람들이 하얗게 몰려들었다. 경순은 손을 뒤로 묶인 채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걸었다.

포교가 물었다.

"계집은 어디 있지?"

"무슨 계집 말이오?"

"속여봤자 쓸데없네. 마부가 자네 얼굴을 안단 말야."

"누가 나를 알든간에 나는 당진서 나갔던 일이 없소이다."

"허허, 당진 사공과 안성 마부가 함께 발고를 하여, 앞과 뒤가 꼭 들어맞는 터에 우리는

뭐 말뚝이나 장승인줄 아는가. 자네 안성, 청룡 사당골에두 드나들었다며?"

"모를 일이오."

경순은 더 이상 대꾸를 않기로 하였다. 대꾸를 해보았자 불리한 이야기만 더 나올 듯 하였

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창골서 나와 음죽 가는 길로 여러 마장을 내려왔는데, 뒤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멈추시오!"

그들이 뒤돌아보니, 더그레 군복 차림의 여주 장교 하나가 말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다짜

고짜로 경순의 결박을 잡으면서 말하였다.

"누구 맘대루 죄인을 포착하여 데려가라구 했소. 이 사람은 우리 관내의 소관이니, 일단

우리에게 와서 알려주기라도 해야 할텐데, 이럴 수가 있소?"

"여보시우, 나는 통부를 가진 기찰포교외다. 도적을 잡는데 일일이 쫓아다니며 보고를 해

야 하오?"

"만일 이자가 도적이라면, 우리 고을 사람이니 우리가 데려가야겠소."

그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잇는데, 뒤이어 이방이 달려왔다. 그는 말위에 탄 채로 말하였다.

"우리 고을의 양민을 잡아가는데, 이런 법이 없소. 우리 사또의 분부로 나왔는데 죄인을

곧 여주 관아로 압송해 오시오."

고을 이방과 장교가 나와서 따져대니 그들도 어쩔 수 없는지 발길을 돌려 다시 여주로 돌

아갔다. 경순은 일단 마음이 놓였다.

"내가 여태껏 심기가 불편하여 한번도 출타한 일이 없거늘 어느 겨를에 당진엘 나갔겠소."

경순은 태연하게 꾸며대었다. 안성 포교가 보아하니, 이방과 장교가 몸소 쫓아나와 제지하

는 것으로 보아 비록 몸이 상놈이기는 하나 지방의 권가임에 틀림없었다. 안성 포교는 아까

보다는 훨씬 기세가 누그러져서 중얼거렸다.

"내 어찌 알우? 마부란 자가 발고를 하였는데 양성 갯줏집서 두 연놈을 태우고 음죽까지

나갔는데, 화승총으로 협박을 당했다구 하데. 당진 도적이 총포로 사람을 살상하였고, 그날

새벽에 나룻배로 항곶포까지 태워다 주었던 사공이 적발되었수. 그 도적이 계집을 데리고

음죽까지 와서 여주로 향했다 하는데, 마침 양성 객줏집 아이가 이리로 오게 되어 댁네를

포착하게 된 게요."

"허허, 딱하기두 하십니다. 객줏집 아이가 내게 온 것은 늘 있는 일이고, 또한 물상 객주와

공장이가 오락가락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닙니까. 그 도적이 여주서 배를 타고 경강으로 올

라갔는지두 모르지 않소. 공연히 죄없는 사람을 포박하여 끌고 가니, 우리 사또께서 아시면

좀 시끄러울 거외다."

경순이 은근히 오금을 박아주는데, 포교의 생각에도 자기가 좀 성급하지 않았는가 하는

감이 없지 않았다. 더구나 안성은 일개 군수요, 여주는 경기 삼목의 하나인 정삼품 목사직

이나, 여주서 문제를 삼아 질책하면 제 나름대로 자신만만하여 달려들었던 포교로서도 뒤가

몹시 켕기는 일이엇던 것이다.

"좌우지간에 발고한 마부놈을 데려다 대면을 시킬 수도 있고, 당진 사공을 그리할 수가

있으니 너무 노여워 마시게."

그제서야 묵묵히 말에 앉아 가던 여주 이방이 태도를 바꾸었다.

"그렇게 경솔하여 무슨 장교 노릇을 하며, 아랫것들을 어찌 부리는고. 하여튼 상청에 당도

하여 따질 일이로되, 관건에는 순서와 법도가 있은즉 우리 고을의 양민을 아무 통기 없이

마음대로 잡아가는 것은 관장을 능욕한 죄여."

관장을 능욕했다니, 단매에 때려 죽여 삼문 밖에 내치게 되는 중죄이니 포교는 이제 반대

입장이 되었다.

"아니오. 우선 도적을 잡는다는 마음이 급하여 잡아다가 대면을 시키고 나서 차후 계를

드릴까 하였을 뿐입니다."

경순이 팔꿈치를 날개처럼 흔드럭리면서 재촉하였다.

"여보, 이 결박 푸시오. 청천 백주에 달아날 사람이 아니외다."

"풀어드려라."

포교가 지시하니 포졸은 황급히 오라를 풀어버린다. 그들은 창리 탑거리를 지나 관아로

들어갔다. 통인을 시켜서 상방에 사연을 아뢰고 댓돌 아래 부복하여 사또 듭시기를 기다리

는데, 점심을 들던 목사는 경순이 억울하게 잡혀갈 뻔했다는 이방의 전갈만 듣고 급히 동헌

으로 나왔다. 이방은 마루 곁에 부복하여 서 있었고, 안성 포교와 포졸과 이경순은 댓돌 아

래 엎드려 예를 올렸다. 목사가 여주 분원장 이경순을 모를 리 없었다. 그의 신연 때에도 거

마비를 듬뿍 내었고, 관에 행사가 있을 적마다 적지 않은 전곡을 내었으니 목사에게는 매우

중요한 백성인 셈이엇다. 목사가 좌기하고 문초할 일이건만 집장 사령 군노 하나 거느리지

않고서 한가히 장죽을 입에 물고 통시에 부시를 붙여준 담배를 빨았다.

"내가 듣자하니 안성 군수의 처사가 몹시 가볍구나. 며칠 전에 회람과 용모파기를 보았은

즉, 당진과 안성에 적경이 있단 것은 알구 있다. 헌데 막연한 심증으로 우리 고을의 양민을

잡아가고 연후에 민원이 있다면, 내가 수령이로서 실덕을 하게 될 일이다. 포교는 전후 사정

을 아뢰어라."

이방이 곁에서 복창하며 다그쳤다.

"어서 아뢰랍신다."

"예... 음죽까지 도적을 태워다 주었다는 마부가 발고를 하여 양성 객점주가 장형 문초를

당하였습니다. 아무래도 내통이 있을 듯하여 객줏집을 기찰하다가 중노미의 뒤를 밟아 이

사람 집으로 찾아오게 된 것입니다."

"그러하면 객점주가 장사일로 가게 되는 공장이나 집이나 물주인 집에는 모두 쫓아가서

잡을 터이냐?"

"아니... 그런 게 아니오라 다만 음죽서 여주까지가 지척이오라..."

"이런 어리석은 놈을 봤나. 음죽서 지척인 곳이 비단 우리 고을뿐이더냐. 이천도 있고 죽

산 양지 고을도 있다. 더구나 위로는 경강이요, 동으로 원주, 제천 충주, 청풍이니 제 도적

잡는다는 짓이 마치 바닷가에서 자갈 고르듯 하는구나. 그리고 발고했다는 놈도 마찬가지니

라. 아무리 총포가 있다 하나 도적놈이 제 얼굴에 써가지고 다닌다더냐."

포교 듣자하니 둘러댈 말이 없었다. 속셈으로 생각하기에도 자기가 몹시 경솔했음을 뉘우

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가 객점 아이에 연이어 덮치지 않고서 시간을 두고 며칠쯤 기찰

을 해보았다면 혹시 꼬리를 잡을지도 모르는 일이었건만, 이제는 영락없이 자는 범에 코침

놓은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어째서 대답이 없느냐?"

"황공합니다."

목사는 물고 있던 장죽으로 놋재떨이를 요란하게 두드렸다.

"이 일은 너희 사또가 지시했느냐?"

포교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하였다.

"아, 아니올시다... 틀림없이 도적을 잡는다는 생각으루 소인이 그만..."

"이런 고이헌 놈 봤나. 위로는 수령을 받들고 아래로 백성을 보살펴야 할 장교란 놈이, 수

령의 뜻을 어기고 죄없는 백성을 마음대로 침학하느냐? 음, 이제 보니 포도한다는 핑계로

재물 있는 자들을 핍박하여 돈냥이나 빼앗겠다는 수작이렷다. 여봐라, 집장사령 들라 하고

형방 대령하여 저놈을 치죄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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