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는 세 뭇이 하루의 몫이었으니, 벌채의 양은 막대한 것이었다. 따라서 장산곶 초입서
부터의 울창하던 송림은 누에 먹은 뽕잎처럼 잠식되어 있었다. 선흥이 워낙에 기운이 장사
인지라 밑둥이 웬만큼 잘려지면 줄을 걸거나 여럿이 달려들 것도 없이 두 팔로 밀어 넘어뜨
리니 일손이 수월하고 빨랐다. 또한 잘려진 나무들을 벌채장 마당에 끌고 내려가는 일이 나
무를 베는 일보다 더욱 고된 일이었지만, 선흥이 혼자서 작대기를 끌듯 하여 내려다 쌓으니
그와 한동아리가 된 오부 사람들은 몹시 다행으로 여겼다.
"슬근슬근 톱질이여 시르릉 화릉 톱질일세. 접군님네 일심동력 하다 말면 허사로다. 먹통
줄을 선생삼아 요 산중에 놀던 나무 세상 천지로 내보낼 제. 서른닷 자 장근목을 나라에 진
상하고, 강태공 서목시는 이 친정에 오각집에 연주문을 지어 달고 인간 백성 집을 지어 천
대 만대 유전하고 날아가는 뻐국새야 주작이나 쫓아가라. 슬근슬근 톱질이여 시르릉 화릉
톱질일세."
나무 베는 활목군들은 이렇게 타령을 읊조리며 가락에 맞추어 앞뒤로 톱을 밀고 당겼다.
"여보 오백, 여기 나무 다 켰으니 밀어 넘어뜨리소."
"예에, 갑니다."
동아리 사람들은 모두들 선흥을 다섯의 우두머리로 뽑았다. 일의 순서는 먼저 둘씩 짝지
어 나무를 켜고 선흥이 혼자서 밀어내어 넘어뜨린 다음 한쪽에다 한 뭇으로 모아 놓는 것이
었다. 열 둥치가 이루어지면 다시 선흥이 혼자서 산비탈 아래로 굴려 내려가 벌채장에 쌓아
놓는 것이었다. 벌채 감관은 숫자를 헤아리고 바를 정 표시로 뭇을 적어놓는 것이었다. 삼십
뭇이면 그들 다섯 사람의 역은 끝나는 것이니 일손이 다른 오보다 빨라서 하루에 여섯 뭇은
해낼 수가 있었다. 선흥이가 두 손에 침을 퉤 뱉어내고 나무를 밀어내는데 곧 우지직거리며
장척의 나무가 쓰러졌다. 선흥이는 앞쪽을 끄응하며 쳐들어서 기운을 쓰며 끌어다가 나무둥
치 모인 곳에 굴려놓았다. 또 한 나무를 넘어뜨려 옮기고서 통나무의 숫자를 헤는데 스물두
개였다.
"두 뭇이 넘었수."
"허허, 벌써 두 뭇이란 말여?"
"한뭇 더해놓고는 슬슬 밥이나 먹으러 내려가지."
"그러면 몇 둥치 더하면 되겠나?"
"여덟이우."
"자 그럼 담배나 한죽씩 돌려 태우구 일 마치지."
"그리합시다."
의논이 되어 웃통을 벗은 장정들은 제각기 잘려진 밑둥에 걸터앉아 한 사람이 쌈지에서
부시와 죽을 내어 담배를 담아 태우기를 기다렸다. 한모금씩 태우며 죽을 돌렸다.
"그래두 우리가 일이 제일 먼저 끝나겠네."
"감관이란 놈두 우리께는 별 잔소리가 없습디다. 다른 데서는 굵기가 틀리고 굽었다고 퇴
가 심하여 헛수고가 많은데 우리는 모두 점고에 합격이오."
"열흘 부역이 댓새면 끝나겠는걸."
하며 얘기들을 주고받는데 작년에도 나왔었다는 솔내 사람이 말하였다.
"부역이 끝나면 또다른 일거리를 지울 텐데 뭣허러 빨리 돌아가려구허우. 끝판에는 슬슬
놀기나 해야지."
"하긴 둔전에 내보낼지두 모르지. 서둘 것 없겠소."
"궁방전에 나가면 마름들 성화에 어디 견디겠어? 그래두 감영 감관이 점잖지."
"저어쪽 벼룻돌 캐는 녘에서는 둘이 빠져 죽었다구 그럽디다."
"좌우간에 우리 고을만큼 진상 품목이 많은 데는 없을 게여. 재목에 녹용에 벼루에 해삼
까지 모두 바치라니 차라리 특산물이 안 나는 게 낫지."
"오늘밤에는 우리 멍구미로 나아가 꽃게를 잡아 술이나 먹읍시다."
"자네는 기운이 넘치는 모양이군."
강선흥이의 술 먹자는 말에 연장자인 중년 사내가 말하였다.
"나는 며칠 동안 밤이슬을 맞구 노숙을 했더니 온 삭신이 저린걸." 담배 한 죽을 더 담
아서 돌려 태우고 다시 일들을 시작하는데, 선흥이는 모아두었던 통나무들을 양겨드랑이에
끼고 벌채장까지 날랐다. 선흥이가 역사임은 장연 고을 사람 모두가 다 아는 처지라서 그
의 기운에 새삼스레 놀라는 사람은 없었다. 비탈에서는 한꺼번에 굴려버리는데, "저리 비
키시오, 나무 내려가우!"
하고는 한 뭇의 통나무들을 와르르 밀어내는 것이었다. 굴려 내려진 통나무들을 양쪽에 껴
들고서 벌채장 앞에까지 가는데, 보통 사람들은 한 오가 모두 달려들어 비지땀을 흘려야만
하였다. 선흥이가 한 뭇을 시원스레 쌓아놓고는 두 손을 털어댔다. 감관하는 장교가 점고를
하다말고 혀를 내둘렀다.
"강총각네는 벌써 세 뭇인가?"
"예, 하루 일 다 끝냈수."
"아니...아직 점심 전인데..."
"일 끝내구 멍구미 나가서 술이나 좀 먹을라우."
"그건 안되겠네. 부역 나온 놈들이 무슨 놈의 술이여."
"부역 나와서 남만큼 일을 못했단 말유, 빈둥거렸단 말유? 하여간에 우리 몫의 일이 끝나면 집에 보내주슈."
"아, 그야 일이 끝난 다음이지."
감관과 선흥이 수작하고 있는데, 숲속에서 누군가가 다급하게 외치면서 뛰어왔다.
"강총각 어디 있소?"
"무슨 일인가?"
감관이 묻자, 그 사내는 숲속을 손짓하며 말하였다.
"나무가 넘어져서 사람이 깔렸습니다. 우리 힘으로는 들어낼 수가 없습니다."
"가십시다."
선흥이가 따라 나섰고 그들은 사내와 함께 숲으로 뛰어들어갔다. 두 아름은 되어 보이는
소나무가 넘어져 있는데 솔잎 사이에 깔린 사람이 버둥거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선흥이가
달려들어 나무둥치 밑에 손을 넣어 기운을 썼으나 워낙에 굵기가 두 아름이라 힘쓸 곳이 잡
히질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곁가지를 잡고 당겨올리니 나무가 쳐들렸고 쳐들린 나무 아래로
선흥이는 등판을 밀어넣었다. 끙, 하면서 상반신을 일으키는데 밑에 깔렸던 자의 몸집이 드
러났다. 깔렸던 사람의 가슴에는 소나무의 굵다란 가지가 박혀 있었고 거기서 피가 울컥울
컥 솟아나오는 중이었다. 모두들 얼굴을 돌리는데 선흥이가 나무를 등에 짊어진 채로 외쳤다.
"아니 뭣들을 하는 게여, 끌어내잖구."
"틀렸구먼, 뭘."
"아직 숨통은 붙었는가부네."
제각기 수군거리며 사내를 끌어냈다. 상처가 깊은데도 아직 절명하지 않은 사내는 눈을
멀뚱히 뜨고 있었다. 장산곶 부역장에서도 이제 죽는 사람이 생길 모양이다.
모두들 상한 사내를 앞에 두고 망연히 서서 내려다볼 뿐이었다. 감관이 고개를 기웃이 해
보다가 침을 뱉으며 중얼거렸다.
"쳇, 밥숟갈 놨군!"
사내의 가슴에서뿐만 아니라 입에서도 피가 덩어리져서 솟아나왔다. 벌채를 처음에 시작
했을 때에는 비교적 널따란 평지라서 별반 사고가 없었건만, 굵은 나무를 찾아 골짜기로 파
고들고 비탈을 오르다보니 차차 일하기가 까다로워졌던 것이었다. 선흥이가 보다 못하여 찢
어진 저고리 앞섶을 헤쳐주려는데 기침을 나약하게 내뱉던 사내가 입을 벌린 채로 움직이질
않았다.
"부정을 탔으니, 인제 산신이 발동할 때가 되었지."
"뭘 차라리 편허게 되었구먼. 철철이 부역두 안 나오것다, 식구들게 진미 양식두 내주것
다. 죽은 사람이 편한 게야."
"자아, 뭣들 구경하구 섰어. 빨리들 가서 일하잖구." 일손을 멈추고 여기저기서 꾸역꾸역
몰려드는 사람들을 향하여 감관이 떠들었다. 그러나 한 입 건너 두 입이라, 사람 죽었단 말
이 삽시에 퍼져서 구경꾼이 자꾸 늘어갔다. 한양서 온 내수사의 서리도 사공들을 데리고 올
라와서 시체를 구경하였다. 시체는 일단 솔잎으로 가리워놓았고, 오전 일은 마무리가 되었
다. 벌채장 노천에 커다란 쇠솥을 몇군데 걸어놓았는데, 인근에서 역시 부역 나온 아낙네들
이 점심을 짓는 것이었다. 부역 나올 때 저마다 양식을 가져와 내었으니 장산곶서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었다. 원래는 인근 부락에서 나오게 되어 있었지만, 워낙에 장연은 부역의
종류가 많고 이리저리 겹쳐 사람 수가 모자란 까닭이었다.
특히 해안 지방일수록 수군의 역이 가장 혹심하였다. 제 땅을 가졌던 자들도 가혹한 조세
에 못 이겨 궁방전이나 내수사 장전에 올려버리니, 이제는 제 땅을 가진 자가 거의 없다시
피 되어버린 것이었다. 벌채장에는 이곳 저곳에 임시로 지어놓은 막들이 세워져 있었다. 네
귀에 나무기둥을 세우고 벽 대신에 생솔가지를 얼기설기 둘러놓고 잇달아 지붕을 얹은 꼴이
었다. 관원들은 통나무 귀틀집을 지어놓고 철마다 거기서 기거하였다. 인근에서 나온 사람들
은 해질 녘에 일이 끝나면 모두들 집으로 돌아갈 수가 있었으나, 강선흥이는 용우물서 왔으
니 근 팔십 리 길을 오갈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겉으로 드러내놓고 불평하
는 사람은 없었다.
아낙네들이 밥을 푸는데, 식기가 따로 있을 수 없으니 모두들 두어 오가 합하여 소쿠리에
다 밥과 장을 받아다가 나뭇가지 젓가락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낱낱이 흩어지는 조밥
이건만 오전 내내 일한 사람들에게는 꿀처럼 달았다.
"어이 이거 갯가에 사는 놈들이 비린 반찬 하나 없이 되겠나. 다른데서는 일짬을 내어 갯
가에 나가 꽃게라도 주워오던데."
"반찬 타박이야 해서 뭘 해. 것보다는 이거 술 마시구 싶어서 목젖이 곤두서는 판이로군."
오후에 다시 일이 계속되었는데, 비탈 쪽에서 사고가 났던 것을 아는 사람들은 산으로 오르
려 하질 않았다. 그러니 자연히 아래쪽의 가느다란 나무나 베어내는 것이 고작이었고, 감관
서리들의 점고가 까다로워 장작감으로 퇴를 당하는 오가 많아졌다. 일을 하여도 헛수고였
으니, 부역 나온 사람들은 위험하더라도 다시 산 위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산 위로 오를수록 벌채장 빈터가 멀어지니, 또한 자른 나무를 끌어 내리기가 수월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오마다 벌채장이 가까운 곳의 나무들을 베려 하였고, 따라서 자기네끼리
그어놓은 판에 다른 오부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느라고 경쟁이 치열하였다. 선흥이네 오부
사람들도 자꾸만 그를 부추겼다.
"여보게 강총각, 이쪽 골은 우리가 맡아두었으니 다른 사람들이 오면 좀 쫓아내어."
"어서 서른 뭇을 해놓아야 집에 가서 가을걷이라두 해놓지."
"염려 마우, 설마 내가 섰는데 누가 덤벼들어 베겠수." 선흥이네가 맡은 곳은 둥치가 굵고
곧은 나무들이 빽빽했는데, 두 언덕 사이에 끼여 있는 제법 너른 골짜기의 저지대였다.
나무를 두어 그루 베어내고 선흥이가 넘어뜨려서 열 둥치 한 뭇을 쌓으려고 끌고가는
중인데, 등성이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야, 여기 좋은 나무들이 많으이."
"전부 아래루 내려오게나."
선흥이네가 치켜다보니, 십여 명이 뛰쳐내려오고 있었다. 다른 이들은 모두 선흥이만 바라
본다.
"여보 뭣들 하는 거유?"
선흥이가 위를 쳐다보며 묻자, 맞춤한 장소를 발견하여 제일 먼저 외치던 자가 무심하게
대꾸하였다.
"뭣하긴..나무 베려 하우."
"올라들 가슈, 어서 올라가."
"허, 거 무슨 말인지 통 못 알아듣겠구먼."
선흥이는 일부러 통나무를 머리 위에 번쩍 쳐들어 쌓아놓은 재목 위에 쿵 내던지고 말하
였다.
"여긴 우리가 맡아노 골이니, 딴 데 가서 베란 말요." 다른 오 사람들이 못 들은 체하고
제각기 짝지어 나무그루를 끼고 앉더니 톱날을 들이대는 것이었다.
"거 톱날 치우지 못해?"
선흥이의 말씨가 거칠어졌고, 그쪽에서도 뭔가 믿느 구석이 있었던지 피식거리며 서로들
스리슬쩍 뭉개버리는 눈치였다. 이윽고 역시 선흥이 또래의 건장한 녀석이 두 손바닥에 침
을 퉤 뱉어내고 쓱쓱 비비면서 일어섰다.
"이 산 임자 따루 있단 소리는 못 들었는데?"
하긴 그 말도 일리가 있었으나, 선흥이는 은근히 배알이 섰다.
"이거 보우, 모두들 끌려나와 고생하는 건 피차에 같은 신세지만, 일에는 구분이 있는 게
야. 우리는 이 골을 첫날부텀 골라잡구 일했어. 댁네들 일하던 데서 베란 말여." 사내는 코
를 헹 푸어서 바지에다 문대는데 선흥이의 말 따위가 우습지도 않다는 투였다.
"여기가 무슨 사냥터야. 뛰어댕기는 사슴이나, 토끼새끼두 아니구 혼자서 땅에 백혀 있는
나무를 맡아놓았다니...공연히 억지 쓰지 말어."
선흥이가 다른 때 같았으면 그 말에 선선히 수긍하고 너털웃음이나 날렸을 터이나, 여럿
이 지켜보고 있으니 욱하는 총각 결기를 누를 수가 있나, 금방 볼을 부풀리며 욕설이 터졌다.
"아니 저 자식이 내가 그렇대면 그런 줄 알구 순순히 물러날 것이지, 어디서 턱을 주억이
며 곤댓짓이야."
상대편은 목덜미를 한번 으쓱하고는 슬슬 걸어 내려왔다.
"촌개가 건성 짖는다더니, 시끄러 죽겄네."
"뭐...촌개?"
같은 무리끼리 이런 일이 났다면, 곁에서 끼여들어 뭘 그러나 어쩌구 하면서 말려놓기도
하련만, 오가 다르고 역을 진 부담이 다르니 서로의 잇속대로 맞설 수밖에 없었다. 그만틈
사람들은 고통스럽고 지리한 부역에서 놓여나 하루라도 빨리 생업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
이었다.
"용우물 선흥이를 모르는가베."
"남대천서 소뿔 뽑았단 소문을 못 들어서 저러지."
선흥이의 뒷전에서 그의 오부 사람들이 기세를 꺾어주느라고 부추겼느데, 저쪽에서도 몇
마디가 건너오는 것이었다.
"한양서 온 사람이 시골 김풍헌을 모른다고 대술까?"
"대갈통으루 솟을대문을 부수는 장산데 큰코 다치겠군."하는 꼬라지가 역시 뒷대는 느낌이 애초부터 있었던 것이었다. 어슬렁대며 내려온 사내가 두어 발짝 앞에서 팔을 벌리고 섰다.
"너 같은 놈이 있을까봐 전화 나으리가 몫을 잡아주라구 딸려 보내더라. 내가 부역나온
줄 알았니?"
선흥이가 화난 김에 알지도 못할 관명을 중얼거리는 자의 말을 새겨들을 사이가 없었다
짜고짜로 어깨와 허리를 끼어 잡으니, 사내는 이마빡으로 선흥이의 가슴팍을 처박아 들어왔
다. 숨통이 컥 막혀 주저앉는 것은 정말로 장터의 촌개나 그럴 법한 일이지 선흥이가 끄떡
할 리가 없었다. 선흥이는 곧이어 사내의 목덜미를 팔꿈치로 죄어 잡았다.
"아이구, 하마터면 요놈의 뿔상투에 오랏줄 나올 뻔했네!" 자신만만하게 상대의 목덜미를
휘어감은 강선흥이가 여유작작 농담 한 마디를 날리고, 별 기운도 쓰지 않으면서 이리로 비
틀고 저리로 비틀었다. 죽는 듯한 비명은 참지만 그래도 견디기는 대견한지 목에 걸린 신음
을 내면서 사내는 마주 기운을 썼다. 선흥이가 몇번 좌우로 비틀다가 주먹을 들어 정수리를
가볍게 내지르니 사내는 손바닥 짚을 새도 없이 땅 위에 꼬라박혔다. 선흥이가 더 이상 손
도 대지 않고 팔짱을 끼고 내려다보는 사이에 사내가 얼굴을 쳐들고 두리번거렸다. 코와 입
에서 피가 흘렀다. 그는 갑자기 후닥닥 일어나 등성이를 바라보고 냅다 뛰었고 나무그루를
차지했던 사람들도 덩달아 뛰었다. 그들의 등뒤를 향하여 선흥이가 외쳐주었다.
"웬간하면 자리를 내주고 싶지만, 내 코가 석 자니 안되었수." 그들이 몰려가버린 다음에
선흥이네 오의 연장자가 걱정스런 듯이 말하였다.
"가만 듣자니까 저쪽 패는 내수사 부역인 모양일세. 전화 나으리가 어떻구 하는 말본새가
내수사 종놈인 모양인데 말썽 없을까."
"젠장할 종놈을 패줬다구 무슨 일이 있을까. 다같이 부역 나와서 시달리는 판인데." 선흥
이는 잠자코 있는데 사람들은 제각기 걱정들을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등성이 위에 감영
장교의 융복 자락이 어른거리더니, "여, 거기 선흥이 있는가?"
"왜 그러슈. 나 여깄수."
"이리 올라와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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