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 Books/Reading Books

장길산 3권 (38)

카지모도 2026. 5. 29. 05:18
728x90

 

"그래 선처하여 줍시사구 이렇게 달려오지 않았수."

"허어! 내가 다른 일이라면 장연서 못헐 일이 없지마는, 내수사라면 왕실에서 쓰는 각종

재물을 관리하는 곳인데 더구나 재목 조달을 나온 전화에게 내 따위의 허통이 닿겠는가. 상

대가 안되네. 하여튼지 이 골 이방 노릇은 골치가 아파서 못해먹겠군. 도무지 상전이 많아서

땅에 떨어진 밥알 하나 줏어 먹을 수 없으니..."

"우리 언니는 어찌됩니까?"

"벌을 받아야지."

"어찌 빼낼 수 없습니까? 죄는 모두 제게 있는데요."

"인흥이두 죄가 있어. 부역에 아우를 대신 내보냈으니 신역의 율을 문란시켰거든." 강선흥이는 애가 달아서 자기 가슴을 연신 두드렸다.

"이렇게 자수를 하러 왔는데두 언니가 벌을 받아야만 합니까?"

"자네가 벌을 받는 건, 관노를 치고 관원을 욕보였으니 마땅한 일이고, 인흥이 죄는 또 따루 있단 말일세. 자네에게 벌을 내리지 못하면 아마두 전화가 펄펄 뛸 게여. 더구나 내수사 관노처럼 따라온 자들은 한양 대갓집에서 내려보낸 겸인이나 사노란 말이거든. 그자들의 입방아란 나 같은 아전은 말할 것두 없고, 현감도 앉아 계신 자리가 들썩들썩하는 판이란 말야. 만약 판서나 대감들께 저기 장연 고을에서는 백성의 기강을 잡지 못하여 제 마음대루 부역에서 빠지고 관원을 능멸합니다라구 여쭤보란 말이지." 이방은 자상히 얘기하고 나서 꾸짖었다.

"무지한 것이 힘만 믿구 날뛰니까 그렇지. 이젠 자네두 세상이 무섭다는 것두 알구 좀 느

긋해져야겠어."

"젠장할...약한 놈들은 꼼짝없이 죽을 고장이로군!"

"하긴 타도보다두 이 골엔 궁의 입김이 드세어서 고을 수령들 모가지가 추풍에 떨어지는

알밤이여."

선흥이가 만약에 제가 받는 형벌뿐이라면, 까짓 거 매맞아 죽을 셈치고 떳떳이 큰소리를

칠 수가 있었겠으나 우선 앓는 몸으로 갇힌 인흥이가 태형을 받지 않고 무사히 나오는 것이

중요하여, 보통 때의 선흥이와는 달리 여물 먹는 소처럼 양순한 것이었다.

"어찌...안되겠습니까? 언니만 빠지면 저야 걱정없습니다."

"나두 자네 형제들과는 원래 안면이 두터우니 보아주고 싶으이." 선흥이가 허리춤에 두르고 왔던 돈꿰미를 풀어서 상 위에 올려놓았다.

"제발 부탁이우. 우리 언니는 시방 병고에 시달려 기력이 없습니다. 저 같은 놈이야 글도

모르고 머리엔 똥만 들었다 하지만, 우리 언니는 글두 알고, 우리 집안의 기둥이지요. 비록

잘못 태어나 해물행상을 다닙지요만 천하 군자입니다. 만약 태형을 받아 돌아가시면 나는

조상뵈일 면목은커녕, 당장에 부모님들께 막심한 불효를 저지르는 것입지요." 이방은 잠깐

돈꿰미를 내려다보았다. 그가 큰 소리로 주모를 불렀다.

"여보 주모, 이 돈 맡아놓게, 술값은 거기서 제해두어."

"예예, 술값이 닷 푼이올시다."

이방이 먼저 일어섰다.

"자아 가지. 내 어떻게 해봄세. 인흥이는 환자니까 돌려보내구, 자네가 대신 태형을 맞도

록 해주지. 견딜 수 있겠는가?"

"매 따위야 뭐 대숩니까?"

선흥이는 이방의 뒤를 따라갔다.

"삼춘 어쩌시려구 관가엘 들어가우?"

용선이가 제 아비 나올 기미를 알고 기쁘기는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선흥이의 태형 맞는

단 말에 풀이 죽는 모양이었다. 선흥이가 말하였다.

"너는 삼문 밖에서 기다렸다가, 아부지 모시구 돌아가거라."

"그래두...태형은 어찌 받아요?"

"아부지가 집에 못 가시면 어머니가 걱정하시구, 할머니 할아버지두 심려하신다. 내 저녁

때나 내일 아침쯤에 돌아갈 테니 술이나 듬뿍 걸러놓으라구 전하여라." 뒤를 따라오던 용

선이는 관가 솟을대문 앞에서 할 수 없이 걸음을 멈추었다. 선흥이가 이방을 따라 들어가니,

삼현육각 치고 나서 이내 개청이 되어 있었다. 동헌에서는 각종 쟁송과 원소를 판결하느라

고 정신이 없었고, 판결받은 자들은 뒤뜰에 나아가 형리와 집장사령에 의하여 곤장을 맞는

것이었다. 이방이 선흥이를 뒤뜰로 데리고 가서 형리에게 뭐라고 이르자, 사령들이 달려들

어 선흥이를 형틀에 매었다.

"그냥 엎드릴 테니 치시우."

선흥이가 바지를 까내리고 형틀 위에 올라 엎드렸고, 형리가 말하였다.

"용우물 만석골 강인흥이 곤장 십 도요."

능장과 곤장을 골라내어 집장사령이 매를 후려치기 시작하였다. 매때리는 소리와 검장소

리에 에구구 하는 비명소리가 나올 법도 하건만 선흥이는 잠잠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혹독

한 매가 떨어졌다하여도 견딜 선흥이였으나 대신 맞는 매임을 아는 형리인지라 눈짓으로 가

벼이 치라 이른 것이었다. 매 십 도를 순식간에 맞고 나니 뒤에도 선흥이처럼 부역 까탈에

잡혀온 백성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선흥이는 형리에게 물었다.

"인제 우리 언니는 나가게 되우?"

"이방 나으리가 이미 방면하였네. 헌데 이제부터는 자네 벌을 받아야지."

"어서 시행하여 줍시오."

그러나 형리는 대꾸 없이 사령들에게 일렀다.

"여봐라, 전화 나으리께서 직접 오실 때까지 이 죄인을 엄중히 가두어두어라. 내수사에서

다스릴 것이다."

사령들이 선흥이께 달려들어 이리 감고 저리 묶어 결박을 지었다.

그리고는 옥으로 끌려갔다. 형리의 말이, "우리두 이 일을 어찌할 수가 없네. 전화가 보장

을 올려 엄중히 다루도록 해달라고 고을 수령에게 공문까지 띄웠고, 잡히면 통기를 해달라

하였으니, 곧 장산곶에서 내수사 사람들이 몰려올 걸세. 글쎄 어느 안전이라구 그이들을 건

드리는가. 형국을 받게 되면 그저 목숨만 살려주십사 빌게나."

하는 것이었다.

선흥이가 텅 빈 옥방에 앉았으려니, 새삼 분노와 서러움이 밀려오는 것이었다. 아직 총각

혈기에 울뚝불뚝 싸움질도 벌일 만하건마는 권부의 체통은 그만큼의 아량도 허용하지 않는

듯하였다.

"내 이 더러운 장연골서 사나 봐라. 제길...한놈씩 때려 죽이구 달아날까."하는 것은 어쨋

든 기분으로 그럴 뿐이었고, 식구들 뒷감당할 걱정이 더욱 커져서 선흥이는 마치 함정에

빠진 호랑이처럼 이만 갈고 앉았을 뿐이었다.

선흥이는 그날 밤을 옥에서 새우게 되었다. 그러니 첫봉이와의 약속은 어그러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튿날 정오 무렵이나 되어서 전화가 말을 타고 관노들을 거느리고 장산곶 벌채장

에서 장연 관가에 도착하였다. 전화가 비록 관직은 장연현감의 아래이나, 내임직인데다가 왕

실의 주요직이니 현감께 은근한 자세가 대단하였다. 전화가 선흥이를 다루려고 동헌에 드니,

현감도 동석하지 않을 수 없었고 관내에서 일어난 일이라 전화의 심기를 살피느라고 여념이

없을 정도였다. 선흥이가 결박지워져 동헌 댓돌 아래 끌려나왔다. 전화는 별로이 흥분하지

않고 현감과 조정 일을 이러쿵저러쿵 수작하다가 끌려나온 선흥이를 보자 말을 던졌다.

"내가 누군지 알아보겠느냐?"

선흥이는 불량한 눈길을 들어 전화를 흘깃 노려보고는 대답이 없었다.

"저놈의 목자 부라리는 꼴을 봐라."

"뭣들 하느냐. 어서 형틀에 달아매라."

곁에 앉았던 현감이 자리를 들썩이며 외쳤다. 사령들은 선흥이의 성미를 아는지라 곁에서

부축하는 시늉만 해보이니 선흥이는 투덜투덜 뭐라고인가 연신 중얼거리면서 형틀에 올라

엎드렸다.

"맞아 죽을 놈이 무슨 소리를 그렇게 중얼거리는가." 전화는 역시 침착하게 물었다. 선흥

이는 고개를 떨구고 땅바닥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그놈의 머리꼭지를 잡아 치켜라!"

하는 호령이 떨어지고 선흥이는 사령에게 머리끄덩이를 잡혀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네 이놈, 뭣 때문에 태형을 받는지 한번 네 입으루 들어보자." 전화가 선흥이의 뻣뻣한

태도에 드디어 침착했던 마음이 흐트러져 눈꼬리가 빳빳해졌다.

선흥이는 역시 불량한 눈길로 동헌의 두 관리를 노려보며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어서 치시우."

"네 죄를 알구 벌을 받아야 한다. 만일 입을 다물고 버티면 압슬에다 단근질루 다룰 테여."

보다 못한 집장사령이 관장의 앞이라서 한마디 거들었으나, 선흥이는 또 뭐라고 투덜투덜

하였다.

"그자가 뭐라구 그러느냐?"

"한 주먹감두 안되는 것들인데, 벼슬이 아까워 참구 있다구 말했수." 선흥이가 말하자 전

화는 턱을 부르르 떨더니 한참만에 진정을 하고서, "내수사 아이들을 불러들여 집장하게

해주시오. 내가 친국했으면 싶소이다."하고 현감에게 진정하였고 현감도 이 자리가 몹시 민

망하여 자리를 뜨고 싶어 안달하던 참이라, 아뢴 대로 거행하라 하고는 곧 동헌에서 나가버

렸다. 선흥이가 손이 발 되도록 빌었어도 일단은 악형을 면할 수가 없던 터에 겁없이 입놀

림까지 하였으니 꼼짝없이 관부 귀신이 되어 버릴 모양이었다.

득달같은 하명을 받든 내수사 노비들은 그러잖아도 갈아 마시고 싶던 참이라, 얼씨구나

하며 동헌 마당으로 몰려들어온다. 거의 반나마가 한양 대감댁 사노들로 내수사 관노를 빙

자하고 영업 행위를 하던 자들인데, 원래가 한양 대가의 사노라면 대처 무뢰배나 다름없는

자들이다. 저자 뒷마당에서 지방 무뢰배에게 치도곤이를 올리던 솜씨에, 이제 관가의 동헌

마당까지 빌렸으니 악형에 기탄이 있을 리가 없었다. 선흥이에게 호감을 가진 장연의 이서

배들은 모두 아까운 장사 하나가 숨지겠다며 가슴을 졸였다.

"곤장이구 형틀이구 소용없다. 난장으루 다루어라."

전화가 이르자 둘러섰던 관노들이 사령의 능장을 골라잡고서 강선흥이께 달려들었다. 선

흥이가 그런 경황중에도 벌떡 일어서며 사람들의 울타리를 빠져나가려고 머리를 숙이고 꼬

라박았으나 날아든 능장 하나가 선흥이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선흥이가 앞으로 고꾸라지

자마자 등과 허리와 다리에 매타작이 우박 쏟아지듯 하였다. 선흥이는 두 팔이 등뒤로 바짝

묶였으나 아직 다리는 자유로워서 몇번이나 매를 맞받으며 무릎을 세워보았으나 발길질에

다시 넘어지곤 하였다. 아무리 천하장사라 한들 십여 인의 매를 어찌 견디랴. 이윽고 맥을

잃어 풀썩 꺾어지고 만다. 그뒤에도 맷발은 그치질 않았으며 선흥이의 꿈틀거리던 몸이 축

늘어져버리자 전화가 당 아래로 내려왔다.

그는 선흥이의 목숨을 빼앗아버릴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화는

선흥이의 머리털을 잡아 치켜들어보았다. 선흥이가 정신을 차리려는지 안면을 일그리고 좌

우로 거칠게 흔들었다. 선흥이는 희미한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네 죄를 알겠느냐?"

"모...모르우."

"허, 이놈 봐라. 매에 장사 없다던 말을 모르는 모양이로다. 모르쇠에게는 몽둥이가 약이

다."

전화는 물러났고, 다시 둘러섰던 자들이 개 잡듯이 두드려 팼다. 선흥이의 옷은 맷발에 갈

갈이 찢기고 터진 상처에서 흐른 피가 등과 다리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그러나 끝내 비명을

지르지 않으니 매를 치는 쪽에서도 고역이었던 것이다. 맞는 놈이 비명이라도 지르며 펄펄

뛰어야 매를 든 놈도 활기가 돌련마는, 너무나 참는 정경이 악착스러우니 가슴이 섬뜩해질

만도 하였다. 선흥이는 기절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드디어 때리는 놈들도 땀으로 흠뻑 젖

었으며 하나 둘씩 능장을 늘어뜨리고 숨을 몰아쉬며 서 있게 되었다.

"그놈을 젖혀봐라."

관노들이 달려들어 발길로 선흥이의 몸을 뒤쥐집어놓았다. 선흥이는 눈꺼풀을 반쯤 내리

깔고 입은 벌린 채 잔약한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넘어다보는 전화

에게 관노들이 제각기 말하였다.

"나으리, 이러다간 물고장을 내버리겠습니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벌써 세 번은 혼절했을 겝니다."

"우리두 무뢰배를 적잖이 다루어보았으나, 이런 놈들은 죽어두 께름칙합니다." 전화가 내려다보자니 거의 반죽음이 되었는데, 놈이 아직도 수그리지 않는 기색에 처음보다 더욱 부아가 치밀었다. 그러나 관노들의 말이 맞는 성싶은 것이 죽이면 속만 꺼림칙할 것이고, 이런 자의 원한이란 앙화가 된다는 세간의 말도 떠올랐다.

"어, 그놈 참 모질구나."

"더 두드릴깝쇼?"

전화는 선흥이의 발치로 눈을 거두면서 헛기침을 하였다.

"그만하면 다시는 주먹다짐할 생각이 가셨을 게다. 이곳 관장께 처분 맡기구 우리는 돌아

가자."

전화가 이방을 불러 장연현감께 선흥이의 뒤처리를 넘겨준다는 뜻을 말하였다. 그들은 장

연 관가를 뒤숭숭하게 뒤집어놓고는 장산곶으로 돌아갔다.

선흥이 형제가 이미 벌을 받았고, 선흥이가 내수사 사람들에게 반죽음이 되었으므로 관가

에서는 방면하도록 영이 떨어졌다. 이방이 그래도 돈 먹은 의리도 있고, 선흥이에게는 동정

적이라 삯꾼 하나를 사서 선흥이를 그의 집까지 업어다 주도록 하였다. 삯꾼이 선흥이네 집

으로 가는데 벌써 들판에서 일하던 농부들이 알아보고는 몇은 선흥이네 집에 알려주고, 두

엇은 달려와 선흥이를 받아서 떠메었다. 이제나저제나 관가로부터 하회를 기다리던 선흥이

네 식구들은 그가 맞아서 초주검이 되어 업혀 온단 말을 듣고는 모두들 삽짝 밖으로 뛰어나

왔다. 선흥이의 모친은 허위허위 두 손을 내저으면서 마주 달려왔고, 부친은 체통이 있는지

라 울 앞에 서 있는데 용선이와 형수가 모친의 뒤를 따랐다. 선흥의 어머니가 그의 찢어진

옷자락과 피범벅인 상반신을 보자 통곡을 터뜨렸다.

"아이고오, 우리 선흥이가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이냐. 느이 형 대신 곤장이나 두어 대 맞구

올 줄 알았더니 어느 야차를 만나 포쌈이 되었고나. 이 끔찍한 몰골을 어느 귀신에 하소할

꼬."

선흥이는 희미하게 앓는 신음소리만 간간이 내뱉을 뿐이었다. 그가 집안에 들어서자 어느

정도 기력을 회복한 인흥이가 방에서 기어나와 마루를 두드리며 울음을 터뜨렸고, 형수는

가장을 다시 누이려고 겨드랑이를 낀 채 숨죽여 울었다. 온 집안이 가위 초상난 집의 초혼

제하듯이 되어버렸다. 선흥이의 아버지는 사람들께 부탁하여 점심참 뒤의 궁방토 부역에서

빠지기로 하였다. 모두들 선흥이가 장산곶 부역 때문에 관가에 가서 곤죽이 되도록 맞아 병

신이 되어 돌아왔다고 수군수군하였고, 용우물의 궁방전에 제 땅을 넣어버린 약한 백성들은

제마다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수군거렸다.

선흥이를 안방에 뉘어놓고서 식구들은 모두들 갈팡질팡 어찌 손쓸 바를 몰랐다. 장독이란

과연 무서운 것이어서 선흥이의 몸은 퉁퉁 부어 상한 자반비웃처럼 되었다. 동네 사람들이

하나 둘씩 찾아와 위로의 말을 하는데 소주를 가져오기도 하였고, 달걀이나 백미 한 주발을

들여밀기도 하는 것이었다. 용우물서 아이들이 아프거나 아낙네가 해산할 적에 곧잘 불려

다니는 마마할미가 쫓아왔다. 예전에 해주 양반 댁의 유모였다는 마마할미는 곧잘 병자를

구완해내어 용우물서 추수 뒤에는 동네에서 떡을 한시루 하여다가 행하조로 치르기도 하였

다. 마마할미가 와서 인사불성인 선흥이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응...한 사나흘만 잘 넘기

면 기력을 찾을 걸세. 워낙 기운이 장사인데 상처야 무슨 문제가 되겠냐마는 오직 홧병으루

도질까 그것이 염려로구먼. 멍울이 진 곳이며 뼈가 상한 곳에는 팥을 삶고 파를 잘게 썬

다음에 식초에 하룻밤 담가두었다가, 뜨겁게 국물을 끓여내어 그물에다 찜질을 하면 되네.

그리구 우선 터진 상처가 급하니 들깻잎을 따다가 볶아서 칡뿌리와 함께 붙이도록 하구."

일러주었다.

마마할미의 지시대로 형수는 부엌에서 찜질시킬 물을 우려내고, 용선이와 아버지가 칡을

캐러 갔다. 선흥이는 열이 놓아졌고, 얼굴에 열꽃이 피어 입을 벌리고 뜨거운 호흡을 간신히

토해내는 것이었다. 마마할미가 돌아가며 일렀다.

 

'Reading Books > Reading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길산 3권 (40)  (1) 2026.06.01
장길산 3권 (39)  (0) 2026.05.30
장길산 3권 (37)  (0) 2026.05.28
장길산 3권 (36)  (1) 2026.05.27
장길산 3권 (35)  (0) 2026.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