辨明 僞裝 呻吟 혹은 眞實/部分

1996. 5

카지모도 2016. 6. 25.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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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81  1996. 5. 1 (수)


비 주룩주룩.

날씨가 건조하여 겨울 산불이 잦다는데.

고마운 비란다.


저녁에 ST-95004 광안대교 케이션, 1선대를 미끄러져 내려간다.

대차를 끌어올리고 다이버가 물속을 점검하고 수문을 닫고 사무실 올라온 시각은 9시를 넘어섰다.


늦은 밤 돌아와 마루에 앉아서 마시는 소주.

俊이에게 아무리 삐삐를 쳐도 연락이 되지 않더니 12시 다되어 돌아온다.

英이 역시 월말 업무 바쁘다고 12시 다 되어 돌아오고.


17982  1996. 5. 2 (목)


비는 개이고 날씨는 따스하다.

근로자의 날.

아침 저녁의 기침발작은 낮이 되면 좀 소강상태.


베토벤 트리플 콘체르트.


17903  1996. 5. 3 (금)


출근하니 케이션 침수 때문에 곤욕들을 치룬 모양이다.

현장에 있지 아니하였던 나는 지레 미안하다.


기침은 이제 가닥이 잡힌 모양인가.

한결 살것같다.


뒤숭숭한 소문.

J상무 그만두고 설계부 L이사가 영업까지 맡게 되고, C부장은 이사로 승진하여 구매와 자재를 맡는다...

어찌되었건 Sh씨가 이제 그만 은퇴하여야만 이 회사는 살수있다.


17984  1996. 5. 4 (토)


회사 분위기는 어딘지 모르게 어수선.

이광섭, P상무방에 들어가 오랜시간 얘기를 나눈다.

이제 그에게 칼날이 겨누어지는지.

봉급쟁이.

OWNER가 전횡하는 회사의 봉급쟁이들이란 가엾고 불쌍한 존재이다.


俊이만은 동기가 부여되어 자신을 계발하여 자기완성을 추구할 수 있는 그러한 일터가 주어져야 한다.

정녕 아비와 같이 끌려다니는 일터가 아니라 제가 끌고가는 일터가 녀석의 터전이 되어야 한다.


俊이는 중간시험준비한다고 매일 늦은 귀가.

英이도 역시 늦은 귀가.

J는 이제 보험설계사로서 낮에는 가야숙모등과 짝을 이루어 현장을 뛴다고.


기침은 차츰 소멸중....


시편과 기도.


17985  1996. 5. 5 (일)


토요일 오전.

봄비 흩뿌리는 가운데 2공장 선대에서 케이션 두개의 BLOCK 진수.

하고잡이 P상무이건만 요즘엔 그도 의욕이 옛같지 않은 모양이다.


H부장, 이사대우 승진.

착하지만 줏대가 약한, 되어야 할 사람이지만 그가 이제 박이사와 나의 LINE 중간에 끼어든 것이다.

J상무 물러가고 L이사가 상무로 승진하여 구매, 영업을 장악한다.

누구의 북이고 누구의 장구인지 알바 없으되, Sh씨의 위치는 요지부동.


박광수 감독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흑백에서는 홍경인(전태일), 칼라에서는 문성근.

그는 고도성장을 추구하였던 독재개발 과정에서의 필연적인 등장이었을까.

역사가 디테일에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도.

전태일을 생각하면 그 누구보다도 떠올려지는 사람, 조영래 변호사.

그가 쓴 '전태일 평전'은 하나의 고전이라는데 그 책을 구해 읽어야겠다.


오늘 장인어른 생신.

英이는 어린이날 이벤트 행사로 구덕운동장으로 출근.


17986  1996. 5. 6 (월)


어린이 날이라는 유행적 부담에 몰린 어른들 손에 이끌려 거리엔 아이들로 넘쳐난다.

사직운동장 부근의 인파, 어린이 대공원에서 쏟아져 나오는 차량들로 처가에 가는데 한참이 걸린다.

영도를 빠져 나오는데는 쉬웠으나 태종대에 들어가는 도로에는 역시 차량의 장사진.


사직동, 음울한 사위는 음울한 고독 속에 음울한 맥주를 마시고 음울한 아들녀석과 함께 먼저 돌아온다.


17989  1996. 5. 7 (화)


H이사 책상이동.

회사에는 이러구러 여러 괴담들이 횡횡한다.


공지영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서정인 '붕어' 빌린다.

공지영의 소설에 손이 자주 가는 까닭.

그녀가 아픔으로 회억하는 그 젊은 순수의 열정이 내게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17988  1996. 5. 8 (수)


어슬어슬 서늘한 날씨에 때로 빗방울도 듣는다.

다시 으슬으슬한 몸살끼를 느껴서 덜컹 겁이 난 나는 얼른 가서 이틀치의 약을 지어 먹는다.


2020년의 미래 사회의 무지개.

그 때에는 英이 俊이의 시절도 고개를 넘고 아마 내 손자쯤의 시절일 것.

그러나 반드시 역사는 유토피아만을 지향하는 것은 아닐터.


서정인 '붕어'

언어의 리얼리즘이란 그것을 구사하는 작가 기질의 리얼리즘.

남도 사투리, 살갑고 징그런 전라도 사투리의 리얼리즘 속에 광주 5.18이 살아있다.


俊이 간밤 친구와 밤세워 공부한다고 돌아 오지 않다.

J는 요즘 보험아줌마.


베토벤 피아노 삼중주.

대공.


17991  1996. 5. 11 (토)


공지영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초반부, 다른 그녀의 소설에 비하여 옛 운동권의 회억 정서에서 벗어났다.

여성적 감수성으로 그린 패미니즘...

여성이라는 정체성은...


토요일.

俊이는 시험이 끝나고.

무슨 계획과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는 요즈음의 아드님인지.

나는 점점 아들에게 말을 잃어가고 있다.


17994  1996. 5. 14 (화)


국민은행에서 카드 사용내역이 날아왔는데 英이 회사 건이 자그만치 45만원짜리 2건.

英이 말에 의하면 본사의 실수였다고 하는데 英이의 업무처리의 매조짐이 허술한데 실망.


俊이 삐삐를 아무리 처도 반응이 없고.

무작정 늦는 귀가.

무슨 고민이 있고 무슨 방황을 하길래.

늦된 사춘기 따위는 아닌데...


17996  1996. 5. 16 (목)


Sh씨.

간식으로 기능직사원에게 잔업시간에 주는 라면비 200만원 때문에 불려 들어가 포악을 당하다.

그의 정신세계는 대관절 어떤 구조의 그림일까 실로 궁금하다.

J상무도 그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할 정도의 노이로제로 회사를 그만두었다는데.

어쩌면 그는 늙은 어리광을 부리고 있는것인지도 모른다.

포악과 어리광은 동일한 감정모체에서 표출되는 것이다.


17999  1996. 5. 19 (일)


선선한 날씨.

해양성기후의 변덕스러움이다.

토요일.

CG준, 작취미성의 횡설수설.


오후 장미미용실.

예전에 요령좋은 여자가 할때에 비하여 손님이 줄어 실내는 텅 비어있다.

파마를 하며 본 TV프로.

해외로 입양된 아이들이 이제 자라서 뿌리를 찾아 모국에 온다.

본능적인 자신의 뿌리를 향한 그리움.


俊이 아비를 위하여 양희은의 테이프를 사다 놓았다.

이런 일상의 DETAIL이 얼마나 나를 기쁘게 하는지 J도 아이들도 모를 것이다.


18001  1996. 5. 21 (화)


어제가 성년의 날이어서 늦은 시각 俊이는 술마시고 취하여 돌아왔다고.

관례.

어른이 된다는 의식.

이런 것이 우리나라에는 없다.

일본에서는 굉장한 개인적 축일이라는데.

전통이 없고, 가치관이 없고, 예절하나 제대로 가르쳐주지 못한 내 가정에서 俊이 어른됨에 보태 준게 무에 있느냐.


양희은이 부른 '한계령'

하덕규 작사 작곡.

좋은 가사에 좋은 노래인데, 무슨 뜻일까.

내게로 도망하여 오지 말아라, 내려가 더불어 살아라하고 산이 어깨를 떠미는 것일까.


자욱한 안개.


18002  1996. 5. 22 (수)


내게는 흥미가 끌리는 어떤 대상에 대하여는 지나치게 열중하는 경향이 있다.

남해강교건, 그 부재 리스트를 입력하고, 정리하고, 소팅하고, 구분하고, 계산하여 발주강재 규격과 수량까지 출력하는 일련의 과정.

스프레드시트 PROGRAMD을 이용하여 포맷을 만드는 과정이 내게는 대단히 흥미롭다.

종일 이것에 매달린다.

굳이 내가 할 일도 아니련만, 눈과 오른 손목의 혹사도 감수하면서.


다시보는 이원복의 만화.

이원복의 만화는 유익하다.

'자본주의 공산주의'

원본을 지나치게 단순화 개념화 명료화한다는 약점이 없을수 없겠으나 네모칸의 그림으로서 전달하는 지식은 곧바로 모릿속에 입력된다.


18004  1996. 5. 24 (금)


회사를 떠난 J상무.

B조선소 사장으로 취임.

대선에 비하여 작은 규모이지만 그 차이가 엄청나는 곳은 아니다.

Sh씨, 그의 전횡으로 인재들은 기를 못 편다는 사실의 확인이다.


18005  1996. 5. 25 (토)


아침, 모처럼 산을 오른다.

봉래산의 산자락은 확 변해 버렸다.

새마을 연수원은 흉가처럼 버려져 폐허화 되었고, 아파트들이 치솟아 봉우리를 넘본다.

그렇지만 그곳 동네는 어딘가 내가 좋아하는 정취를 자아낸다.

청결한 한가함....


오늘 俊이 생일.

스물이 되었는가, 어느새.


기도.


18008  1996. 5. 28 (화)


J,봉급.

50여만원에서 세금 떼고 47만여원.

아내가 돈을 번 것이다.

그리고 내게 3만원의 용돈까지 주는 마누라.


18009  1996. 5. 29 (수)


무더운 날.

나른한 컨디션.

SB-421 인도.

중국사람들 몰려와 북새통을 이루다.


SB-422는 2공장 선대에서 그림같이 미끄러져 내려간다.

2공장 앞바다를 메우고 있던 광안대교 케이션도 떠났다.


북한에서 며칠전 미그-19를 몰고 귀순한 조종사 기자회견.

북한의 전쟁준비와 북한의 부패구조.

상호 배리적인 이 상황이 오히려 서로를 자극하여 무언가 터질지도 모른다고.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한다는 진리.

맑스의 신화는 참담한 실패로 끝장나고 말았다.


아이들 연일 늦는 통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딸그락, 바스락소리에 펏득 의식이 깨어나는 것은, 나이 먹은 증좌일시 분명하거니와...


18010  1996.3 5. 30 (목)


비 흩뿌리다.

Sh씨는 와병중인 모양이고 P상무도 위장이 좋지 않아서 대학병원의 종합검진.


유선 재방송의 다큐멘타리 '노인'

늙고 병들어 자식들에게 버림받거나 학대받는 노인들.

가진 것 모두 자식들에게 남김없이 내어주고 난 후...


어머니, 우리 형제, 아내, 英이, 俊이......


18011  1996. 5. 31 (금)


50여년 겪었으니 이제 익숙해 질법도 하련만 매년 무더위가 맞닥뜨려 질때면 그 느낌이 징그럽다.

더운 날씨.


2002년 월드컾 유치에 국가적으로 목숨 걸어 놓은듯한 분위기.

만일 일본 단독 유치가 되어 버리면 어쩌려고들 이럴까.

이것은 배수진을 친 극단적인 작전일지도 모르지.

이런 분위기로 배수의 진을 치고 국제사회에다가 일종의 협박을 하는 것이지도.


유선방송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아마 열 번 이상은 보았을 영화.

언제 보아도 너무나 잘 만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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