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왜 여기가 있어? 사랑에 올라왔으면 의당 안채로 인사하러 들어올 줄 알고 내내 기다렸는데. 궁금헌 일 많어서. 물을 것도 있었고. 그런데 그냥 그렇게 핑허니 갔는가 부다, 일본에 가 공부허드니만 신식이 되어 버렸는가, 서운하게 생각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법인가 그래? 어두운 데서 수숙간에 수군수군." "송구스럽게 됐습니다." "무슨, 나 들으면 안되는 말을, 둘이서만 꼭 숨겨서 나눌 일 있었는갑지?" "아닙니다. 제가 그만 앞 뒤 분별을 못했습니다." "저녁 밥 때가 지나서 오밤중이 되도록까지 사람이 어디로 가서 뵈이들 안허니 안팎으로 찾을 수 밖에. 너 밥 안 먹냐?" 율촌댁은 효원에게 어서 안으로 썩 들어가지 못하느냐는 핀잔을 하는 대신 돌려서 말하고 먼저 돌아섰다. 강호가 곤혹스러워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