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에쿠우스>
-피터 쉐퍼 作-
***동우***
2016.05.23 04:43
우리 시대의 빼어난 극작가, 영국의 피터 쉐퍼 (Peter Shaffer, 1926~)
피터 쉐퍼는 우리나라 연극무대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 거예요.
특히 '에쿠우스'(Equus, 1973 발표)와 '아마데우스'(Amadeus, 1980 발표)의 내용은 몰라도 그 제목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겝니다.
'아마데우스'는 '밀로스 포먼' 감독과 '네빌 마리너'의 음악으로 만든 영화 '아마데우스'가 연극보다 더 잘 알려져 있겠지요만.
'에쿠우스' 무대를 몇 번 보았는데, 볼 때마다 심장이 뛰었습니다. (‘리처드 버튼’이 ‘다이사트’ 박사 역을 맡은 영화도 보았어요.)
차츰 지껄이기로 하고, 피터 쉐퍼의 기막히게 훌륭한 이 희곡을 4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함께 읽어요.
자신이 연출하는 무대를 상상하면서, 때로 앨런과 다이사트의 대사를 입 밖으로 내어 읊조리면서.
***하늘의 소리***
2016.05.24 14:09
잘 읽고 갑니다.
***동우***
2016.05.25 04:17
탱큐~
***동우***
2016.05.25 04:16
중2 즈음의 아들 녀석과 함께 지금은 없어진 문현동 눌원 소극장에서 '에쿠우스'를 보았었다.
그 연극의 앨런役은 조재현이었고 다이사트役은 이호재였는데 연기도 무대의 미장센도 숨이 가쁠만큼 참으로 격정적인 무대였다.
너제트의 어깨에 올라 타 환희에 차서 부르짖는 조재현.
<"워! 와! 멋있어- 몸이 굳어진다! 바람속에서 몸이 빳빳해진다! 갈기털이 채찍처럼 나부낀다! 다리위로 옆구리로! 알몸! 알몸! 나는 알몸이다! 알몸! 나를 느끼는가! 네 몸 위에! 네 몸안에 들어가 있고 싶다! 너와 일심동체가 되고 싶다. 영원토록! 에쿠우스, 너를 사랑해! 자! 데려가 다오! 우리를 하나로 만들라!”>
그때 마흔 줄 아비짜리와 십대의 아들놈.
관극 후, 내성적인 아들놈의 감상담(感想談)은 기억에 없다.
허지만 拘束感(직장, 학교 etc..)이라거나 자유를 향한 전율적인... 세대를 뛰어넘어 부자간 비슷한 느낌 한줄기 없지 않았을 것이다.
얼마전 기사를 보니 앨런(조재현)이 나이 들어 이제 다이사트(조재현)이 되었더라. <조재현 연출의 '에쿠우스'>
하마 세월이 그리 흘렀는가.
그런데.
늙은 내게 희미하게 남아있는 건 ‘다이사트’의 클리세 뿐, ‘앨런’은 내게도 아들놈에게도 자취가 없구나.
***동우***
2016.05.26 04:35
미친듯이 무대를 휘저으며 말굽파개로 여섯마리 말의 눈을 찌르는 '앨런 스트랑'
그때 그 다이나믹한 무대가 떠오릅니다.
종교적이고 형식론자인 어머니와 엄격한 주관으로 사는 양 위선을 떠는 아버지.
앨런은 여섯살 적에 가까이에서 말을 처음 접하였습니다.
청년 '제시 제임스' (무법자 제시 제임스를 은유하는 걸까요)의 말 트로쟌과 함께 앨런은 원초적인 '자유'와 굴레에서 벗어나는 '일탈'을 경험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어머니에게 있어서 말은 형식이고 장식이었으며 아버지에게 있어서는 폭력이고 무질서였습니다.
그리하여 앨런의 욕망과 자유에 대한 기억은 데포르마숑되어, 내면화되어 자리잡은 말은 하나의 이데아가 되었습니다.
앨런은 어렸을 적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로 가는 예수의 그림을 무척 좋아하여 벽에다 붙여 놓았더랫지요. <어머니의 영향이었겠지요.>
그 그림을 아버지가 떼어버리고 그 자리에는 아버지가 가져다 준 백마의 그림을 붙였고 앨런의 내면의 말은 그 그림으로 형상화 되었습니다.
신의 자리에 자리잡은 말, 에쿠우스... <말이라는 동물을 처음 본 아메리카 원주민은 말을 탄 백인을 사람과 말을 일체로 보고 백인을 신으로 여겼다지요.>
[앨런] 그는 말하기를 "보라 나는 그대에게 나의 오직 하나의 아들 에쿠우스를 주겠노라"
말 재갈 '칭클 창클'은 그러니까 예수가 질머진 '십자가'일테지요.
세상 죄를 지고 가는 어린 양....
마굿간의 일자리, 앨런의 영혼은 환희로 떨었을겁니다.
앨런은 말을 숭배하고 또 연민합니다.
밤이면 알몸으로 너제트와 한 몸이 되어 달립니다.
종교와 섹스...
앨런은 너제트와 함께 땀에 흠뻑 젖은채 자유를 구가하고 액스터시를 만끽합니다.
신의 눈 앞에서, 질과의 섹스는 배신이고 죄악입니다.
말의 눈을 찌르는 광란의 무도.
그것은 열일곱살 소년의 자기처벌(Self Punish)이고 그야말로 슈투름 운트 드랑(疾風怒濤)의 처절한 몸부림입니다.
알다시피 프로이트는 인간정신의 배후에는 근친상간적 충동 (Incestuous Impulses)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프로이트는 모든 신경증의 중심에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Oedipus Complex)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한 유아적 집착 (Infantile Fixation)을 극복하지 못하면 정신적 질환이 일어난다는 것이지요.
앨런에게도 그런 측면이 없지 않아 보입니다만.
어쨌거나 의례신경증 (Ritualistic Copulsion), 강박관념 (Obsessional Thuought), 공포증 (Phobia), 망상적 사고체계 (Paranoid Thought System)등 정신병리적 증상은 충분히 치료될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다이사트는 앨런과의 전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
그러나 정상신(正常神)의 제사장, 다이사트는 고뇌합니다.
[다이사트] 내가 그 애에게 과연 뭣을 줄수 있을런지?
[헤스터] 자기 자신을 되찾아 주는 일이잖겠어요?
[다이사트] 어떤?
[헤스터] 정상적인 생활로 말이에요.
[다이사트] 정상적인?
자신은 아이의 자유를, 원시적 생명력을 말살시켜버리는 그런 신관(神官)이 아닌가..하는 다이사트의 고뇌.
정작 자신의 입에 물려있는, 벗어던지지 못하는 그 재갈을 인식합니다.
다이사트는 실존적 고뇌에 빠져듭니다.
(조명이 이내 밝은 색으로 다시 바뀐다. 다이사트 황급하게 각형으로 들어가 담요를 좌측에 벤치에 내던지고 앨런에게로 달려간다. 소년 마루에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 다이사트 소년의 양손을 붙들어 그의 눈에서 잡아떼고 그를 껴안아 벤치로 데리고 간다. 앨런 그의 두 손을 다이사트에게 휘감고 그에게 매달린채 숨을 헐떡인다. 두다리를 심하게 펄떡거리며 울부짖는다. 다이사트 소년을 눕히고 머리를 벤치에 기대게한다. 다이사트 이야기를 계속한다- 격려하듯 얘기한다. 될수록 소년의 고뇌를 가라앉혀 주려는 듯이.)
[다이사트] 자- 자- 쉿- 쉿- 조용히 - 누어요. 그냥 눠어 있으면 돼. 심호흡을 하고. 숨을 깊이 들이켜- 내쉬어- 들이켜- 내쉬어- 됐어- 들이키고- 내쉬고- 들이키고- 내쉬고- (소년은 쌕쌕거리며 거칠은 소리를 내며 숨을 쉬고 있다. 그 소리도 차츰 사그러다. 다이사트 소년에게 담요를 씌워 준다.) 계속해- 착한- 아주 착해- 이제 다 끝났어. 앨런 끝났어. 그는 이제 가버릴거야. 다시는 안보게 돼. 내 약속하마. 더 이상 나쁜 꿈도 안 꿀거야. 꼭 고쳐 줄게. 내 약속한다. (다이사트 각형의 중앙으로 뒷걸음질 한다. 조명이 좀 더 밝아진다.) (사이) 앨런 난 너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는 그리 쉽게 사라지진 않을 거야. 다만 늙은 멋장이 말처럼 타가닥 말굽소리 내며 잠시 멀리 사라지는 거다.
(헤스터 그녀의 자리에서 얘기한다)
[헤스터] 마틴 이 애는 괴로워 하고 있어요.
[다이사트] 그럴테지.
[헤스터] 당신이면 괴로움을 없애줄 수 있어요.
[다이사트] 그럴까.
[다이사트] (외친다) 소년을 봐요!- 결과적으로 내가 한일은 유령을 만들어 버렸잖소! - 내가 이 애를 어떻게 할건지 분명하게 당신께 말하리다! (다이사트 각형에서 나가 무대후면의 모통이를 돌아 관객에게 열렬히 이야기 한다) 난 이 소년의 육체의 상처를 고쳐줄 겁니다. 이 일이 끝나면 소년을 멋진 작은 수쿠타에 태워서 동물들이 정당하게 대우받고 있는 소위 정상적인 세계로 보내겠습니다. 동물이 멸종되거나 사역에 사용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다만 살찌우기 위해 평생 어두컴컴한 곳에 가두워 기르는 세계말입니다.! 하지만 약속드릴 수 있는건 이 소년이 다시는 동물의 가죽을 만지는 일이 없을 거라는 겁니다. 말을 타더라도 오락으로 즐기는길 이외에는 아무것도 못 느낄겁니다. 또 질과 같은 소녀를 만나 즐거움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나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하기야 의사는 정열을 파괴할 수는 있지만 창조할 수는 없습니다. (다이사트 이별하는 말투로 직접 앨런에게 이야기한다.) 앨런 다시는 말을 타고 달리는 일이 없을거다. 말도 이젠 안전하게 되고. 이제 돈을 벌면 한푼이라도 아껴서 저축해서 자동차를 사게 될거다. 그리고 이제 고통은 없을 것이다. 괴로움은, 하여튼 완전히 사라질거다. (사이) (다이사트 담요를 뒤집어쓰고 부동의 자세로 서있는 앨런 스트랑 옆에 서서 관객에서 직접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내게는 그 소리가 멈출 줄 모릅니다. "왜 나지" - 왜 나야? - 나를 설명해봐요!- 궁극적인 의미에서 내가 이곳에서 뭘 하고 있는지 도저히 알수 없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인 것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본질적으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수 없지만 그래도 본질적인 것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뒤집을 수 없는 최종적인 것입니다. (다이사트 앨런에게서 떨어져 무대 전면의 벤치로 돌아가 마침내 앉는다.) 난 어둠속을 볼수 있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어떤 방법이겠습니까? - 어둠이겠습니까- 이 어둠을 신이 규정한거라고는 할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어둠에 깊은 경의를 표시할 겁니다. 지금 이 예리한 재갈이 내입안에 끼워져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도저히 빠져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긴 사이. 다이사트 응시하며 앉아있다)
이 희곡.
번역이 다소 난삽합니다만, '자유로부터의 도피'에 순치되고 거기에 안주하여 규격과 억압에 허덕이는 우리의 실존적 모습을 느끼기에는 모자람이 없을듯 싶습니다.
함께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마데우스, 텍스트 파일 구해지는대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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