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한강 <내 여자.. 침묵. 아홉 개.. 노랑무늬> (1,4,3,3,1)

카지모도 2019. 11. 25.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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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한강]]

<내 여자의 열매> <침묵> <아홉 개의 이야기>

 

 

<내 여자의 열매>

-한강 -

 

***동우***

2013.04.25 05:09

 

한강(, 1970년생) '내 여자의 열매'. (두어달전 포스팅한 은희경의 '아내의 상자'와 사뭇 비슷한 색감의 소설이다.)

작가의 상상력은 치열하지만 또한 환상적이다.

 

변신.

식물이 되어 버린 아내.

저 여자가 나는 몹시 가엾다그리고 좀 슬프다. (카프카의 변신처럼 그로테스크 같은거 없다)

 

<봄이 오면아내가 다시 돋아날까아내의 꽃이 붉게 피어날까나는 그것을 잘 알 수 없었다.>

아내의 꽃은 붉게 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겨울 오기 전 필경 죽어버렸겠지..

 

어머니처럼 평생을 한 곳에 붙박히지 않는 자유를 꿈꾸어 왔는데 그것은 환각..

도시의 고층 아파트에 갇힌채 식물로서나 적응해야 하는...

오로지 자아를 그 환경에 뿌리내려 필사적으로 화해하려는 저 슬픈 순응의지.

사람은 동물의 종()일진대 식물(植物)로서저 슬픈 변신..

 

남편짜리 이기(利己)의 도식은 아내의 내면 속으로 한발짝도 들어가지 못한다. (아이가 있었더라면 어떠했을까마는...글쎄)

또 내 입이 지껄이는바,, 부부의 본원적 관계란 윤리인가 법률인가 섹스인가 사랑인가.

두 존재의 자아는 어디 쯤에서 접속하여 교호한다는겐가.

 

여자는 금성으로부터 남자는 화성으로부터 온 사람이라고 하더라만남편짜리들은 도무지 아내짜리를 모른다.

으흠그렇다면 아내는 남편을 아는가.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한 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바람이 부는 날은 바람으로 비 오면 비에 젖어 사는 거지그런 거지 음 어허허 산다는 건 좋은 거지....하하하

 

내 딸아이.

몇 년 후 비니미니 호주 보낸다는데외롭다고 자아 속에다 뿌리 내려 월계나무 다프네 되지 말거라.

요즘 다이어트 매진하듯그와 같이 외피적으루다 마음 쓰면서 유물론적으로 살려무나.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병든 자아에는 행복함 있지 아니하더라.

 

저 여자의 자아나처럼 너무 불쌍하다.

 

***eunbee***

2013.04.25 14:48

 

매일 동우님방의 소설들을 읽는 재미가

매일 커피를 마시는 일처럼 맘에 익고

즐겁답니다오랜만에 감사 인사 드리네요.^&^

 

윗 소설 속 여자나무로 열매로 남편 곁에 남으니

가엾지만은 않습니다.

버림도 잊혀짐도 아닌걸요.

 

좀 더 은밀하고 비밀스런 어둠을 깔고좀 더 처연하게

깃든 괴기의 그림자가 배어있더라면읽을 맛이

입에 짝짝붙을 설정인데...

좀 싱겁다보니어째 억지스런 꾸밈이 빤히 보여져요.

그래서 2% 부족한 아까운 작품이 아닐까...감히 이 얼치기

독자외칩니다(꼬마 웅변 버전)ㅎㅎㅎㅎㅎ

 

***동우***

2013.04.27 05:03

 

소설읽는 재미.

매일 커피를 마시는 일처럼 맘에 익고 즐거우신 은비님이 나는 고맙습니다.

 

식물이 되어 버린 여자.

너무 얌전한 저 수동성.

 

좀 더 은밀하고 음모적이고 처연하고 그로테스크하게.

다이나믹한 상상력역시 은비님.

은비님의 외침내 귀에 충분히 들리고 충분히 이해한답니다

얼치기 아닌 독자은비님.

 

이제 은비님의 크루즈 여행기 기대 할 차례..

 

  

<침묵>

-한강 -

 

***동우***  

2016.03.17 05:58

 

생각이 깊어 자못 의젓해진 비니딱 부러지는 깍쟁이 미니.

할비 손을 양쪽에서 잡고 깡충거린다.

피아노 학원 문 안으로 들어가는 아기들 뒷모습눈시울 짠해지는 할비.

아이들.., 즤 어미 몸으로부터 세상 빛 속으로 걸어 나온게 언제였던가.

그러나 할비는 남자몸이 겪어보지 못한 피상의 감상이다.

남자라는 종족은 죽었다깨어나도 모를 그런 것들이 저 아이들에게는 깃들어있을 것이다.

여족(女族)의 몸이모족(母族)의 마음이 지니고 있을..

아득한 태고(太古)적 서사가.

 

한강의 자전적 소설 '침묵' 2 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여성분들사무치는 바 있으시리다.

 

***동우***  

2016.03.18 03:53

 

내 몸에 깃들어 있는 여물지 못한 생명아.

세상은 네게 고통인지무방비한 네 존재가 어찌 순간순간을 살아낼지훗날 '어머니왜 나를 낳으셨어요'라고 원망할지 모르지만.

먹음직 보암직 들음직 겪음직 한것도 많아.. 세상은 살아갈 만도 하지.    

 

내 아이야조금씩 조금씩 빛 쪽으로 다가오렴.

빛 속으로 입성할때까지 모쪼록 내 몸에 무사하게 깃들어.

 

찬연한 햇빛이 내리비치는 강의 꿈..

너의 탄생나의 뜻도 너의 의지도 아니노라.

너는 태고적부터 내 생명의 응축일지니.

 

잉부(孕婦)의 몸은 육체를 초월한 또 하나의 새로운 몸.

그 몸이 느끼는 저 신비하고 미묘하고 섬세한.... 것들.

(짜리에게는 한낱 추상이고 관념일뿐남자라는 족속으로서는 몇겁의 세월이 흘러도 아지못할..

모체(母體)가 지니고 있는 용감한 것들 위대한 것들...

 

 

<아홉 개의 이야기>

-한강 -

 

***동우***  

2016.03.25 04:54

 

요즘 신문 보기가 끔찍하였다.

제 몸으로 낳은 제 새끼에게 눈꼽만큼의 애정도 갖지못한 저 냉혈의 어미와 아비짜리들.

제 새끼에 대한 저 참혹한 학대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 소름끼치는 짓거리를..

핏줄의식에 대한 것은 짐승이라 치더라도 (짐승에 대한 모독일런지), 내 새끼이니까 내 마음대로..

법정대리인이라는 알량한 법률관계 따위가 한톨 생명에 대한 권리의식이라도 들어 있었단 말가.

천륜이라는 부모자식 간에 저 지경이니부부간에도 끔찍한 족속 있으리.

가시버시는 피로 맺어진 천륜이 아니다..

부부관계를 8 천겁의 인연 운운하는건 얼마나 공허한 윤리적 속박의 상투성인가.

헤돈(快樂)의 충동질이거나 맘몬(物神)의 손짓이거나 부부란 지극히 우연적으로 결합된 관계일 뿐이다.

 

그런데 마음이 메마르고 성정이 이기적인 아내짜리 남편짜리.

부부라는 관계가 절대불변인 양법률과 제도에 기대어 제 욕심의 유무형 폭력을 행사한다.

 

'한강' '아홉 개의 이야기'는 그 대척점에 있는 소설이다.

사유가 그윽하고 감성이 아름다운 어느 가시버시의 이야기.

4월초 결혼하는 조카녀석에게 읽히우고 싶은은유 가득한 시와 같은 소설이다.

 

무엇이 부부를 해로(偕老)케 하는가.

부부는 법률 제도가 살게 하는게 아니다.

그렇다고 부부는 사랑만으로육체만으로 살아지는게 아니다.

 

모든 것은 변한다.

빠르게 사랑의 감정은 이울고 시나브로 육체는 쇠잔해 진다.

 

첫사랑의 추억과거와의 결별무력감군태환멸자유를 향한 그리움..

 

<키가 크지도 등짝이 넓지도 않은 이 사내수십억 사람들 가운데 그저 한 사람태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어디쯤 존재하는지조차 모르고 살아갈 수 있었던 사내의 품에그녀가 일생 동안 찾아 헤매온 온기가 다 들어 있었던 것을 안다.>

 

한 쌍()의 자웅(雌雄)에게는 운무에 가려 봉우리가 보이지 않는 푸른 산이 있다.

 

생명 속에삶 속에 감추인 미지(未知)의 신비.

가시버시는 그 신비의 아지못함을 공유하는 마음이다.

마음이 살게 하는 것이다.

미지이므로 그것은 용기이기도 할터이다.

 

<그때 무서워하거나 쓸쓸해하지 말아내가 있다는 걸 잊지 말아.>

 

<당신의 마른 어깨와 내 마른 어깨가 부딪친 순간외로운 흰 뼈들이 달그랑먼 풍경(風磬소리를 낸 순간.... 남자가 잠결에 쓸쓸해질까 봐그 손등에 얼굴을 가만히 쓸었다.>

서로의 허무를 들여다 보는 연민의 눈빛.

 

가시버시축축하게 땀에 젖은 손을 마주잡고 미지의 그 길을 걷는다.

아름다운 것에는 늘 미완(未完)의 허무가연민하는 슬픔이 녹아있다.

 

기도하는 알리사.

 

<주여제롬과 제가 손을 맞잡고 서로 의지하면서 당신에게로 나아가게 하여 주시옵소서한평생을 통해 마치 두 사람의 순례자처럼때때로 둘 중 한 사람이, "피곤하면 내게 기대." 하고 말하면 다른 한 사람이, "네가 곁에 있는 것을 느끼는 것만으로 충분해." 라고 대답하면서 당신을 향해 나아가도록 해주시옵소서.>

 

 

 

 

 

-독서 리뷰-

 

<노랑무늬영원>

-한강 -

 

***동우***

2017.08.31 03:54

 

'한강(1970~ )' '노랑무늬영원'

 

<한번 불이 켜지고 나자예전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했다나는 이상한 강을그때까지 한 번도 건너본 적 없는건넌 것이다그 연극 속에서 울고 웃고 마음 졸였던 나는 이미 내가 아니었다예전에 미워했던 것들을 더이상 미워할 수 없었으며그보다 나쁜 것은 예전에 사랑했던 사람들을 더이상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남편도형제들도심지어 어머니까지도매순간 나는 삶과 자신 사이에 생겨난 거리를 느꼈다.>

 

<처음 경험하는 헐거움이었다애잔히 찰랑거리는 감정사랑연민 따위…… 환상과 주관성소위 정이라 불리는 것을 필요로 하는 모든 감정들이 증발되었다이를테면어머니를 보면 객관적인 그 여자의 실체가 보였다설령 그녀가 죽는다 해도 나는 크게 슬플 것 같지 않았다이미 나는 그녀의 자식이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처음으로나는 이 삶에서 진짜 고아가 되었다.>

 

손을 다친 화가.

삶의 도구를 잃어버려 세상이 빛을 바래버렸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망가져도 잃어버릴수 없는 삶의 눈부심.

노랑무늬.

반 고흐의 작열하는 태양...

 

영원(蠑蚖)은 도마뱀(도룡농과..), 노랑무늬영원은 불도마뱀이라고 하는군요.

그러니까 제목인 ‘영원은 영원(永遠)이 아니라 영원(蠑蚖)입니다.

허지만 작가는 이중의 어의(語義)로 쓴 것일테지요.

 

한강의 '노랑무늬영원.

4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동우***

2017.09.01 04:14

 

이 소설집에 수록된 다른 소설 '에우로파', 한강의 문장 한 소절.

 

<아무리 커다란 운석이 부딪친 자리도

얼음이 녹으며 차올라

거짓말처럼 다시 둥글어지는,

거대한 유리알같이 매끄러워지는

에우로파얼어붙은 에우로파

너는 목성의 달

내 삶을 끝까지 살아낸다 해도

결국 만질 수 없을 차가움..>

 

여름 스러져 9월입니다,

좋은 하루를.

 

***동우***

2017.09.02 04:10

 

늙은 화가가 그린 그림.

그녀에게는 피안(彼岸), 노란 빛의 내면.

 

부서진 손그림을 잃고 여자는 웁니다.

 

<이 세계는이 감동적인 세계는 나에게 억지와 같다나는 이렇게 억지로 초월할 수 없다아름다워질 수 없다소리 없이내가 입술을 물고 울기 시작한 것을 깨닫는다.

 

나는 그릴수 없다...그리고 나는 사는 법을 모른다....

 

문득십년 전 몇시간의 기억,

지나간 어느 한 순간.

그 지점이 중화되지 않은 한낮의 순수한 빛이었음을.

 

***동우***

2017.09.03 04:24

 

<이렇게 더 작아져간다더 지워지고 뭉개어진다다만 이상한 것은모든 것이 뭉개어지는 데 비례하여 오히려 감각들은 선명하게 살아난다는 것이다회칼처럼 예리해진예전에는 가져본 적 없었던 눈과 귀와 코와 피부와 혀의 감각들을 느낀다그리고 그보다 명징한이름 붙일 수 없는 감각육체에서라고도영혼에서라고도 할 수 없는그것들이 분리될 수 없는 어떤 부분에서 뻗어나온무섭도록 절실한 촉수를 느낀다.>

 

무섭도록 절실한 촉수

그 촉수가 더듬는 것은 어느 순간의 자기자신이다.

고집세고 무엇에도 물들지 않는그래서 성숙하지 않은,

장식하거나 찌들지 않고 세상이나 관계에 대하여 아무런 스스럼없었던.

 

물 속을 헤엄쳐가는 셀수 없는 빠른 빛멸치떼.

따가운 햇빛을 역광으로 받은반짝이는 잎사귀잎사귀의 동그라미들.

도마뱀 영원이 몸뚱이의 찬란한 노랑무늬.

파파 할머니 에술가신비도 그윽함도 벗어버린 가장 생생한 빛의 입자들로 이루어진 노란 태양.

더운 김이 피어오르는 그의 목덜미흰 피부의 잔 솜털들거기 입술을 누르고 싶었던 순간의 아득함.

 

고통일지언정 아름다운 것들.

가장 자연스러는 상태의본원적으로 사람을 살게 하는 것들.

 

망가진 손.

 

흙 묻은 손물감 묻은 손습진 걸린 손박경리의 손...

손은 욕망이 아니라 의지의 메타포.

손은 생활이다.

손은 마음의 레토릭이다.

그러나 손의 목숨은 마냥 순수하지는 아니하다.

 

<남편이 사랑스럽지 않아진 것이 아니라내 사랑이 메말랐다내 사랑이 마르자 삶이 사막이 되었다내 사랑이 말라서나는 가장 가난한 사람이 되었다흔히 들었던 성경 구절을 이제 이해한다내가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사랑을 가진 인간으로서 다시 살아나가야 한다.

송두리째 새로 태어나야 한다.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학교때 배웠다.

겉불꽃 속에는 속불꽃이 있고 속불꽃 속에 불꽃심이 있다고.

불꽃심이 촛불을 살게 하는 것이다.

 

<어디까지 왔나하고 나는 소리내어 중얼거린다어디까지 더 나아갈 수 있을까나는 미간을 모은다물감이 빳빳하게 굳은 두 손을 들어올려 석양에 비추어본다뚜렷한 손가락뼈와 관절들 사이로늦은 여름의 플라타너스 잎들이 소리 없이 몸을 뒤집고 있다저것은 빛인가저것은 아름다움인가생명인가다만 그렇게 나는 서 있다말없이.>

 

여자는 망가진 손가락뼈 관절들 사이로 햇빛을 비추어 본다.

저것은 아름다움인가빛인가생명인가.

 

기도한다.

나 이제 늙어.

죽기까지.

망가지지 말라마음.

잃지 말라사랑.

 

모쪼록 내게 아름다워라.

내게 너그러워라

세상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