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모파상 4 (1,4,3,3,1)

카지모도 2020. 3. 2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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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모파상]]

<아버지> <의자고치는여인> <보석> <후원자> <미스하리에트> <쥘르삼촌>

 

 

<아버지>

-모파상 作-

 

***동우***  

2014.08.23 04:42

 

모파상은 상당한 바람둥이.

그가 터득한바 여자를 꼬시고 여자가 넘어오는 순서가 대체로 저러한지.

 

처녀의 정숙한 마음은 지향(志向)한다.

순결과 품위와 도덕을.

 

<"저를 오해하시면 안 돼요. 저는 정직한 처녀예요. 제게 약속해 주신다면 당신과 함께 거기에 가겠어요. 아무것도,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예의바른 일이 아닌 것은,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신다면." 그녀의 얼굴이 갑자기 개양귀비보다 더 붉어졌다.>

 

그렇지만 바람둥이 늑대야 어디 그러한가.

그에게 '정숙'이란 쾌락의 방해물일 뿐이다.

나중이야 어떻든 눈 앞의 떡은 먹고보아야지.

 

<그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몰랐지만, 행복하면서도 동시에 실망이 되었다. 마음속에서는 어쩌면 그러한 그녀를 더 좋아했겠지만, 그러나, 간밤에 그의 혈관 속에 불을 질렀던 공상들을 달래야 했다. 만일 그가 그녀의 품행이 경솔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확실히 그녀를 덜 사랑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그로서는 너무도 즐겁고 감미로웠을 것이다. 그리고 사랑에 관한, 남자들의 모든 이기적인 계산이 그의 정신을 선동시켰다.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녀가 눈가에 눈물을 짓고 감격한 목소리로 다시 말하기 시작하였다. "당신이 나를 정말로 아껴주시겠다고 약속을 해주시지 않는다면, 전 집으로 돌아가겠어요." 그는 그녀의 팔을 다정스럽게 힘주어 잡고 이렇게 대답했다. "약속하겠소.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지요." 그녀는 마음이 놓이는 듯했고,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 "그게 정말이세요?" 그는 그녀의 눈 속을 들여다보았다. "맹세하지요.">

 

청춘남녀.

태양은 찬란하고 대기는 향그롭다.

어쩌겠는가, 청춘은 타오르는 불꽃인걸.

 

<포근한 공기가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해주었다. 강 위로, 나뭇잎 위로 그리고 잔디밭 위로 쏟아지는 태양은 육체와 정신속에 수없는 즐거움을 반사하고 있었다. 그들은 손에 손을 잡고, 물속으로 무리를 지어 미끄러져 가는 작은 물고기를 쳐다보면서 높다란 둑을 따라 걸어갔다. 그들은 행복에 젖어 걸었는데, 마치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지극히 큰 행복으로 땅에서 몸이 떠 있는 성싶었다. 마침내 그녀가 말했다. "아마 당신은 나를 미친 여자라고 생각하실 거예요." 그가 물었다. "그건 왜죠?" 그녀가 다시 말했다. "당신과 함께 이렇게 단둘이서 온다는 것은 미치광이 같은 짓이 아니겠어요." 천만에요. 그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젊은 처녀는 데이지를 따서 시골식으로 커다란 꽃다발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방금 풀밭에 놓여진 어린 말처럼 얼근해서 입 가득히 노래를 불렀다. 그들의 왼쪽에는, 포도나무가 심어진 작은 언덕이 강을 끼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프랑수아가 발걸음을 멈추고는 놀라움으로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오, 보세요." 하고 그가 말했다. 포도밭은 끝이 났고, 이제는 온 언덕이 라일락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것은 보랏빛 숲이었다. 대지 위에 펼쳐진 일종의 커다란 융단은 거기에서 2, 3킬로미터나 되는 마을에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녀 역시 감동에 사로잡혀 그대로 있었다. 그녀가 중얼거렸다. "오, 너무도 예뻐요." 그러고는 들판을 가로질러, 그들은 그 이상한 언덕 쪽으로 달려갔다. 이 언덕은 해마다 파리 한가운데에서, 여자 행상인들의 작은 수레 속에 실려 끌려 다니는 라일락꽃을 모두 제공해주고 있었다. 좁은 오솔길이 소관목 밑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들은 그 길을 가다가 자그마한 숲속의 빈터를 만나 거기에 앉았다. 많은 꿀벌 떼들이 그들 위에서 윙윙거렸고, 부드럽고 끊임없이 윙윙 울리는 소리를 공중에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태양은, 바람 한 점 없는 날의 위대한 태양은 꽃이 핀 긴 언덕 위에 내리쬐고 있었고, 이 가장 아름다운 숲에서 강렬한 향기를, 방향의 엄청난 입김을, 꽃의 이 땀 냄새를 풍기게 하고 있었다. 멀리서 교회 종소리가 울렸다. 그러자 아주 부드럽게 그들은 서로 껴안았다. 풀밭에 누워, 키스 이외에는 아무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서로 포옹을 하였다. 그녀는 두 눈을 감고, 품에 가득 그를 안고서, 아무 생각 없이, 이성을 잃고, 정열적인 기다림 속에서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마비가 되어 그를 미친 듯이 힘주어 껴안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그에게 몸을 내맡기고 있다는 것도 깨닫지 못하면서, 자기의 모든 것을 바쳤다.>

 

낫살들어 이제 아버지가 될수없는 남자, 커녕 그 어떤 여성의 남자도 될수 없는 남자.

여자를 버리면서 살아온 이기주의의 허무함.

 

<그러자 프랑수아가 두 팔로 어린아이를 껴안고 눈에, 뺨에, 입에, 머리카락에, 아이의 온 얼굴에 미친 듯이 키스를 퍼붓기 시작하였다. 이 우박 같은 키스에 당황한 어린아이는 그것을 피하려고 고개를 돌리고, 그 남자의 탐욕스러운 입술을 그 작은 손으로 밀쳐내려고 애썼다. 그러자 프랑수아 테시에가 갑자기 아이를 땅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이렇게 소리쳤다. "잘 있어. 잘 있어." 그러고나서 그는 도둑처럼 달아나 버렸다.>

 

인생의 참맛, 가족의 소중함.

아버지... 프랑수아 저 사나이는 한참 늦어 버렸다.

 

며칠전 런닝머쉰 앞의 TV프로.

불혹(不惑)지나 남자 나이 오십이면 지천명(知天命)이라 했거늘, 아버지는 커녕 지독한 자기중심주의에 함몰되어있는 슬픈 정신 작금에도 없지 않거니.....

 

 

<의자 고치는 여인>

-모파상 作-

 

***동우***  

2014.08.24 05:01

 

가난하고 천한 신분의 열한살짜리 소녀.

동전 두푼을 빼앗기고 묘지 뒤에서 울고있는 소년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55년 동안 죽을때까지 그 사람 주위를 떠돕니다.

오로지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사랑이었습니다.

그 사랑은 조금도 추하지 않았습니다.

 

김유정의 '동백꽃'에 나오는 소녀 점순이의 사랑은 영악하여 이뻤지만, ‘의자 고치는 여인’의 사랑은 눈물겨운 순정으로 아름답습니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 (영화, 엘비라 마디건), 피아노 선율처럼 영롱합니다.

비루한 것은, 그 사랑을 감당할 수 없는 저 '슈케'라는 남자의 영혼입니다.

 

읽으면서 여자가 가엾고 아름다워 눈물이 비어져 나왔습니다.

 

 

<보석>

-모파상 作-

 

***동우***  

2014.08.25 04:38

 

저 '랑땡'씨를 보십시오.

 

자기에게 온갖 관심과 세심함과 애교를 부리는 매력이 넘치는 사랑하는 아내.

자신이 벌어다주는 박봉에도 불구하고 귀한 음식과 고급술을 먹고 마시게 해주는 불가사의한 알뜰한 살림솜씨까지.

그는 행복하기 그지없는 결혼생활을 누립니다.

 

그런 아내가 죽었습니다.

<랑땡은 그녀를 따라 무덤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그의 절망은 너무도 지독하여 그의 머리칼은 한 달 새에 백발이 되어버렸습니다. 추억에, 그녀의 미소에, 그녀의 목소리에, 죽은 여자의 온갖 매력의 환영에 시달려서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영혼을 찢기우며 그는 하루 종일 울었습니다. 시간도 그의 고통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이와 같은 슬픔뿐 아니라 아내가 죽고나자 그의 풍요하였던 일상생활은 돌연 궁핍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아내가 남기고 간 가짜 보석들이 글쎄,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는 진짜라는 겁니다.

 

'랑땡' 씨는 곰곰히 생각하고 추리합니다.

아, 그랬던 것이로군요.

아내는 부자 사나이들의 정부(情婦)였었던가 봅니다. (사교계를 풍미하였던 프랑스의 고급창부 '드미 몽디느'...)

 

아내의 호사로운 극장나들이에는 다 까닭이 있었던 거지요.

자신이 누렸던 풍요한 생활도 그 덕이었고, 아내가 소유한 보석들은 죄 그렇고 그런 한량들의 선물이었던 겁니다.

가짜보석은 홀연 진짜로 化했지만, '랑땡'씨가 진짜배기 행복으로만 믿었던 그의 결혼생활은 가짜로 화해버린 겁니다.

'랑땡'씨는 소리를 내지않기 위하여 손수건을 물어뜯으면서 밤새도록 미친듯이 울었습니다

그러나, 아침이 되자 한 줄기 햇살이 그를 깨웠습니다.

 

<재산이 있으면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가! 돈이 있으면 슬픔까지도 쫓아 버릴 수 있고, 가고 싶은 데고 가고 여행도 가고 기분 전환도 할 수 있고! 아, 부자라면 얼마나 좋을까!>

 

'랑땡'씨는 드디어 미몽(迷夢)으로부터 깨어났습니다.

 

<상인은 야유 섞인 너그러운 투로 말했습니다. "이건 절약한 걸 보석에 투자한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지요." 랑땡은 점잖게 말했습니다. "그것도 투자의 한 방법이지요.">

 

정조(貞操)의 투자, 아무러면 어때.....

오쟁이 진 남편, 보석상의 경멸도 비웃음 따위도, 40만 프랑의 재산가가 된 마당에 무에 아랑곳할게 있습니까.

 

<거리를 나오자 그는 방돔의 원주를 바라보며 그것이 마치 보물 따먹기 하는 기둥인 양 그리고 기어올라가고 싶은 욕망을 느꼈습니다. 그 위에 높직이 자리잡고 있는 황제의 동상을 말타기 하듯 뛰어 넘고 싶도록 마음이 날아갈 듯 가벼웠습니다.>

 

<여섯 달 후 그는 재혼을 했습니다. 그의 두 번째 부인은 매우 정직했으나 까다로운 성격이었습니다. 그녀는 그를 매우 괴롭혔습니다.>

재혼한 아내는 전처와는 달리 까다롭게 세상을 사는, 바가지 박박 긁는 피곤한 여자였던가 보지요?

 

모파상의 '보석'

관계의 허망함과 인간성의 허약함과 삶의 아이러니를 이토록 씁쓸하게 그린 작품도 흔치 않을 겁니다.

 

모파상의 문체는 군더더기없이 간결하고 덤덤하지만 그 기저(基底)에서 나는 느낍니다.

염세적(厭世的) 냉소랄까.. 환멸과 불안과 고독과...

그런 눈길로 삶과 인간성을 들여다 보는 한 천재의 허무로운 색감..

 

 

<후원자>

-모파상 作-

 

***동우***  

2014.08.26 04:43

 

에헴, 내가 누구인줄 아느냐....

저 '마랭'이란 속물의 거들먹거림.

'허영'도 권력이 가진 하나의 속성이다.

 

저 친구의 팔에다가 '참의원'이란 글자 선명한 완장이라도 채워 줄것이지.

그랬더라면 "참의원 의원인 내가." 하는 식으로 입 달싹일 필요도 없고, 개나 소나 소개장 남발하는 버릇도 없었을 것을.

 

스노비즘의 전형 '마랭', 그래도 귀여운 구석이 있다.

작금의 속물 권력, 저와 같이 허황한 허영은 없는 대신 가득한 탐욕의 영악함에 비하면.

 

진짜배기 권력은 완장 따위 차지 않는다.

 

 

<미스 하리에트>

-모파상 作-

 

***동우***  

2014.08.27 04:44

 

노르망디, 에트르타, 페깡, 베누빌르 ...

바다와 절벽, 들판과 숲, 일출과 황혼, 달빛...

데이지와 개양귀비가 가득한 풀밭, 뾰죽한 종탑이 있는 작은 마을, 맑은 능금주, 두꺼운 흰 빵, 노르망디 암탉의 기름기없는 다리....

아름다운 노르망디의 자연, 시골풍의 정취.

 

자유로운 영혼으로 그를 만끽하는 25살짜리 화가 레옹 슈날.

<"오, 선생님, 당신은 가슴을 설레게 하는 방법으로 자연을 이해하시는군요.">

50살 노처녀 미스 하리에트 역시 노르망디의 자연에 흠취되어 있습니다.

 

<그녀는 확실히 하늘, 바다, 온 수평선을 포옹하고 싶은 터무니없는 욕심을 가지고 있었을 겁니다. 그녀가 중얼거렸습니다. "오오,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나는 그녀의 눈에서 눈물을 보았습니다. 그녀가 다시 말했습니다. "한마리 작은 새가 되어 창공을 날아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이방인(스코틀랜드로 짐작)이고 프로테스탄트입니다.

자연이 설레이게 하는 디오니서스적인 도취를 짐짓 외면하고 그것을 창조한 하나님을 우선 의식하여 경건코자하는 청교도적 관념론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쩌겠어요?

쉰 노처녀에게 불일듯 일어나는 열정을.(후편으로 연이어)

 

번역이 좀 못마땅합니다만 문맥으로 이해하려 합니다.

영국의 청교도(보다 엄격하고 극기적이고 관념적인)를 바라보는 프랑스 카톨릭(세속적이고 인간적이고 유도리가 많은)의 시각.

그리고 청교도 노처녀 미스 하리에트의 절망적 갈등을.

 

<사실상 그녀는 교리에 열광하는 그런 광신자들의 한 사람이었고, 영국에서 많이 나타나는 것과 같은 완고한 청교도 중의 한 사람이었으며 또한 나이들고 착했으나 견디기 힘든 노처녀 중의 한 사람이었는데, 그런 여자들은 유럽의 모든 여인숙 주인의 식탁을 자주 방문하고, 이탈리아를 망치고, 스위스를 독살하고, 지중해의 매력적인 도시들을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듭니다.>

 

내일 계속.

 

***동우***  

2014.08.29 04:30

 

모파상 소설의 플롯(plot)은 강렬한 동기유발이 내재된 서사로 인하여 대체로 심플한 편이다.

그러나 이 소설, ‘미스 하리에트’가 우물에 몸을 던진 그 인과(因果)는 뚜렷하게 만져지지 않을수도 있지 싶다.

원어(프랑스어)를 곧이곧대로 직역(直譯)한 번역 탓도 없지 않은듯 하지만.

 

허지만 모파상은 미스 하리에트의 섬세한 감수성과 복잡한 심리를 은유로써 충분히 심어 놓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소설로 나는 새삼 모파상을 평가하고 싶다.

 

<그녀는 내 그림에 대해서 감동적인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신의 작품의 한 작은 부분을 인간이 재현하는 데 거의 종교적인 경의를 품고 있었던 것이지요. 나의 습작들이 그녀에게는 성화처럼 느껴졌던 것입니다. 이따금 그녀는 나를 개종시키려고 애쓰면서 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오, 그녀의 선량한 하느님이란, 큰 재주도 없고 큰 능력도 없는 일종의 마을의 철학자 같은 묘한 호인이었던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눈앞에서 저질러지는 불의에 슬퍼하는 신을 상상하기 때문이지요. 마치 그가 그것을 막지 못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인생의 황혼에 이르도록 한번도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고독한 영혼 미스 하리에트.

그녀가 가지고 있었던 자연과 美에 대한 환희는 종교적 광휘(光輝)로서 치환되어 있었다.

캘비니즘에게도 종교적 엑스터시가 없지 않을 것이지만, 관능이 찬란하게 발현되는 디오니서스적 생의 환희.

25살의 자유분방한 청년화가와 50살의 독실한 청교도 노처녀.

청년에게 몰입될수록 신앙과 관능의 저 간극은 점점 벌어진다.

더불어 25살과 50살, 캐토릭과 프로테스턴트, 그또한 당시 세속적 상식으로는 용납될만한 앙상블은 아니었을 법.

 

<그녀는 어느 곳에 친구들을, 친척들을 남겨두었을까. 그녀의 어린 시절, 그녀의 일생은 어떠했을까. 마치 집에서 쫓겨난 개처럼 길을 잃고 헤매면서 그렇게 혼자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이 볼품없는 육체 속에는, 모든 감정과 사랑을 그녀에게서 멀리 쫓아내었던 우스꽝스러운 외양인 이 육체 속에는 어떤 고통과 절망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나는, 인간성에 대한 이해의 폭이 어느만큼 넓은가.

우물에 몸을 던진 미스 하리에트를 납득하는가.

그런 감수성이 내게 있는가.

볼폼없는 주검으로 누워있는 미스 하리에트를 찬찬히 들여다 본다.

어렴풋 그녀가 만져진다.

 

<왜 그녀가 모든 사물들과, 인간이 아닌 모든 생물들을 그렇게 정열적인 애정으로 사랑했겠습니까. 그리고 나는 그녀가 신을 믿고 있었다는 것과 자기의 비참함의 보상을 다른 곳에서 바랐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그녀는 이제 부패되어 갈 것이고 또한 이번에는 식물이 될 것입니다. 그녀는 햇빛을 받아 꽃을 피울 것이고, 암소들에 의해 뜯어먹힐 것이며, 새들에 의해 씨앗으로 실려가고, 그리고 짐승의 살이 되어 다시 인간의 몸으로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영혼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두운 우물 밑바닥에서 소멸되어 버렸습니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괴롭지 않습니다. 그녀는 자기의 생명을, 그녀가 돋아나게 할 다른 생명들로 바꾸었던 것입니다.>

 

모파상의 허무로운 한숨 한줄기가 서늘하다.

덧붙여.

나의 독해가 잘못된 것일지 모르겠지만 이 소설에서 나는 서머셋 모옴의 '비'가 떠올랐다.

저승사자같이 엄격한 캘비니스트 데이빗슨.

욕정을 이기지 못하고 파계하여 면도칼로 이쪽 귀에서 저쪽 귀까지 스스로 목을 따 자살한 극단적 절망감을 불러온 자기혐오.

육체를 가진 인간의 슬픔...

컴컴한 대낮, 우두두두 양철지붕을 강타하면서 내리 쏟아지는 남태평양 야만의 빗소리, 기분나쁘게 엄습하는 습기.

 

미스 하리에트는 음습하지 아니하다.

애틋할 뿐이다.

 

 

<쥘르 삼촌>

-모파상 作-

 

***동우***  

2014.08.29 05:30

 

신대륙에서 삐까번쩍 잘나가는 줄 알았던 ‘쥘르’ 삼촌.

쥘르 삼촌은 가족의 희망이었지요.

그러나 어느 날, 몰락한 거렁뱅이 꼬라지로 눈에 띕니다.

 

<"굴값을 치르도록 지금 조세프에게 돈을 주세요. 그 비렁뱅이가 알아보면 어쩌겠어요. 배에서 재미있는 꼴을 보여주게 뒬 거예요. 우리는 저쪽 끝으로 갑시다. 그래서 저 사람이 우리에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해요.">

 

50쌍팀의 푼돈도 그에게 주기 아깝습니다.

 

<"팁으로 50상팀을 주었어요." 어머니가 펄쩍 뛰며 뚫어지게 나를 쳐다보았네. "너 미쳤구나, 그 사람에게, 그 비렁뱅이에게 50상팀을 주다니.">

 

작금의 우리에게는 더할터이지요.

형제들이 조카들이 그리는 삼촌들... 일본에 밀항한 삼촌, 월남 파병장병 삼촌, 중동 노무자 삼촌...

저 살기에도 숨차게 바쁜 세상, 그런 삼촌들은 이제 없습니다.

 

삼촌들 고모들 이모들 사촌들, 핏줄 붕괴되어 이제 유전자로만 남았습니다.

이 불 지난 후제 후제, 물소리로나 만나게 되겠지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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