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모파상 1 (1,4,3,3,1)

카지모도 2020. 3. 2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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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모파상]]

<목걸이> <복수> <비계덩어리>

 

 

<목걸이>

-모파상 作-

 

***동우***  

2013.01.23 05:59

 

리딩북, 읽어주시는 분들 제법 있어 글 올리는 보람이 있습니다. ㅎ

고맙습니다. 독자님들~

우리에게 낯익음직한 단편들 올리려 합니다. 당분간.

 

기 드 모파상 (Guy de Maupassant, 1850~1893)은 프랑스 사실주의의 대표작가입니다.

단편소설의 대가이지요.

 

모파상의 목걸이.

정말 심플한 소설, 단편의 백미.

간결한 문체, 간결한 전개, 간결한 주제, 간결한 감동.

 

지극히 사소한 것들로 인생은 뒤흔들립니다.

가짜 목걸이로 인하여 낭비해버린 인생.

얼마나 허무한지.

 

아, 그렇습니다.

어쩔수없이 사소한 것들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삶. 그래서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일런지요.

 

***teapot***  

2013.01.23 08:42

 

아주 낮익은 제목의 글을 앞에 두고 읽어야 하나 마나 잠깐 생각했읍니다.

글 속의 주인공이 너무 가여워서요,

 

좋은 소설, 좋은 영화~

특히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 않는 슬픈 러브 스토리는 읽을 수가 없답니다.

현실과 소설을 구분 못하고 칠푼이같이 이삼일 가슴이 아프기 때문이지요.

 

이 단편은 러브 스토리도 아니니 칠푼이 같은 짓은 하지 말아야겠지요~?

 

***teapot***  

2013.01.23 11:08

 

나중에 생각하니 칠푼이라 안하고 팔푼이라 하는 것 같아서요~ㅎㅎㅎ

어느게 맞는지 아직도 모르겠네요~~ㅎㅎㅎ

 

***동우***  

2013.01.24 05:43

  

내 블벗 중에서는 길냥이를 만나면 공연히 가슴이 아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불쌍한 것들을 접하면 마음 아파하는 사람들.

비극의 종장을 맞는 스토리를 접하면 며칠 마음이 불편한 사람들.

 

옛날 친구 하나.

어떤 육교를 놔 두고 몇십메터나 돌아서 다른 육교로 길을 건너는 친구.

그 육교 위에는 깡통을 앞에 놓고 엎드린 할머니가 자리 잡고 있었거든요.

적선을 하고 말고를 떠나서, 그 할머니 앞을 지나치기 그토록 괴로웠던가 보아요.

내가 목격한 적도 있는데, 거지 아이 (그 시절에는 길에 엎드려 두 손벌린 어린 아이들 제법 있었지요) 앞에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더니 후다닥 제 골덴 상의(낡기는 한 옷이지만)를 벗어 아이에게 휫닥 덮어주고는 누가 볼세라 도망쳤지요.

마치 도둑질하는 놈처럼.    

그 녀석도 슬픈 영화는 보지 못하였답니다.

함께 극장에 가서도 어느새 슬그머니 도망가 옆자리가 비어있고는 하였어요.ㅎ

그 친구 꽤 부잣집 아들이었는데....

 

나도 모르겠네요.

칠푼이나 팔푼이나.

어원(語原)이 열달을 영글지 못한 칠푼, 팔푼이 아닌가 싶기는 합니다만.

티팟님의 칠푼이.

단언컨대, 그 칠푼이 티팟님은 이쁘고 착한 사람입니다. 하하하

 

***teapot***  

2013.01.24 05:49

 

어제 문득 제 블로그에 동우님 블로그를 소개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제 블로그도 별것 없지만 한두분이라도 마음 맞으면 좋찮아요)

좋은 글들을 많이 올리시는 데 다 같이 보고 싶어서요

허락해 주시면 언제 한번 동우님 블로그 주소 올릴께용.

 

***동우***  

2013.01.24 05:56

  

하하, 티팟님.

이 시각.

여기는 아직 여섯시도 되지않은 여명인데, 티팟님은 한낮이겠군요.

나의 새벽과 티팟님의 정오가 해후합니다그려.ㅎ

 

승낙이고 자시고 할거 무어 있나요?

많은 사람 읽어주면 나는 더욱 기분 좋지요.

보람도 있고.

 

***teapot***  

2013.01.24 06:05

 

감사

 

***eunbee***  

2013.01.24 09:50

 

의기투합!!

티팟님 생각에 한표! 아니 몰표!!! ㅎㅎ

 

...이렇게 육푼이 다녀감.ㅋ

 

***teapot***  

2013.01.24 09:59

 

은비님

6,7,8 다 있네여

 

***동우***  

2013.01.25 06:09

  

두분 6,7,8푼 모두 차지하셨으니 난 오푼쯤 들어가야 하겠네. ㅎ

 

***eunbee***  

2013.01.25 09:27

 

동우님, 그 땐, 반푼이....ㅋㅋㅋㅋㅋ

 

'우동 한그릇' 한 때 모두들 그 소설로 마음들을 적시우기가 유행처럼 번져나간

글 읽고, '연탄' 시들 읽고, 여기와서 요런 반푼이 같은 말만 쓰고 갑네다.눼~ㅠ

 

***동우***  

2013.01.26 05:34

 

하하, 은비님.

내가 이래요, 글쎄.

오푼이가 뭐람, 오푼이가.

허어, '반푼'이란 어휘가 그렇게 떠오르지 않는담?

 

우동한그릇.

한겨울의 저 소박한 따뜻함.

다시 읽는 티팟님은 눈물까지 흘리셨다네. ㅎ

 

 

<복수>

-모파상 作-

 

***동우***  

2013.03.16 04:47

 

<그녀는 그리고 편안하게 잠들었다>

 

삶은 관계의 조건으로서 형식을 요구한다.

복수.

그 형식은 노파의 굴레였다

복수를 이루고 노파는 굴레를 벗었다.

 

***teapot***  

2013.03.19 08:23

 

처음부터 개 이야기가 나오고 늙은 노파라는 바람에 아~이 개가 ! 하는 제 짐작이 맞았군요.

복수는 무협소설에 많이 나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ㅋ

매일은 아나더라도 동우님방에 와서 한두가지씩 읽고 가는 재미 쏠쏠합니다.

 

***동우***  

2013.03.20 05:35

 

티팟님.

지중해 남쪽 사람들에게는 저와 같은 기질이 승한듯 해요.

들뜷는 감정이 이성으로 승화되는.. 피가 뜨겁다고나 할까...

 

모파상은 저런 투의 단편을 많이 썼지요.

아래 댓글로 모파상의 다른 단편 하나 올릴께요.

내 리딩북의 애독자, 티팟님을 위하여.ㅎ

 

++++

<산막(山幕)>

-모파상-

 

슈아렌바흐 산막은 겜미산 나그네들의 피난소였다. 쟝 하우젤 일가는 1년에 6개월만 이곳에서 산막을 열고, 겨울이 되어 길이 눈에 막히게 되면 늙은 안내자 가스팔드 하리와 젊은 안내자 울릭흐 쿤지와 또 쌈이라는 산개를 남겨 두고 마을로 내려온다. 그 해도 겨울이 닥쳐와 길이 험하여졌으므로 주인집 식구들은 산에서 내려왔다. 산허리까지 내려온 울릭흐는 주인집 딸의 귓전에 “산 사람들을 잊지 말아요”라고 속삭이고 작별했다. 까마득한 골짜기에 보이는 로엑크의 부락은 마치 심연 속에 뿌려 놓은 모래알같이 흩어져 있었다.

이튿날 아침 노인은 노변(爐邊)에서 담배를 피우고, 울릭흐는 어제 여자와 작별한 곳까지 와서 눈 위에 엎드려 산록의 마을을 하염없이 내려다보았다.

어느 날 아침 사냥을 나간 노인이 저녁때가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울릭흐는 쌈을 데리고 노인을 찾으러 3주일 만에 산막을 나섰다. 그는 귀를 째는 듯한 떨리는 목소리로 길게 노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죽은 듯한 침묵 속에 사라질 뿐이다. 그때에 덜컥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침묵, 적막, 산들의 죽음―이 모든 것이 그를 덮쳐 혈액의 순환은 정지되고 사지가 빳빳하여지는 것 같아서 그는 부리나케 산막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노인은 와 있지 않았다.

그는 쓰러져 정신없이 잠이 들었다. 어느 때인가 별안간 ‘울릭흐!’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잠이 깨었다. 그는 문 밖으로 뛰어나가 연달아 세 번이나 노인의 이름을 불러 보았다. 그러나 눈보라가 칠 뿐이었다. 그는 무서운 생각에 덜덜 떨며 들어와 아마도 노인이 죽으면서 지른 소리인가 하고 생각하였다. 그 이튿날 밤이 오자 그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 이튿날 밤도 또 그 이튿날 밤도 그는 괴상한 소리를 들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 미친 사람 모양으로 설치고, 개는 짓고 으르렁거리고 발톱으로 벽을 할퀴고 하였다. 기진하여 쓰러져 있던 울릭흐는 브랜디를 대 여섯 잔 들었다. 몽롱하던 머리에도 용기는 회복되고 열병과 같은 작열(灼熱)이 그의 혈관을 달음질쳤다.

그는 오륙 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술 취한 짐승 모양으로 지냈다. 그래도 노인의 생각만 하면 ‘울릭흐!’ 하고 부르는 소리가 마치 머리를 뚫고 나가는 총알같이 그를 깨웠다. 그는 또 브랜디를 물 마시듯 했다.

어느 날 밤 문을 열고 나섰다. 그러나 뼈가 저린 바람이 뺨을 갈길 뿐이었다. 당황하여 뛰어 들어오는 바람에 개가 나간 줄도 모르고 그대로 문을 닫고 잠가 버렸다. 화독에 나무를 지피며 덜덜 떨고 있다가 별안간 후다닥 뛰어올랐다. 밖에서 빠작빠작 벽을 갉는 소리가 들린다. “어떤 놈이야, 이놈아!” 하고 미친 것처럼 소리를 질렀으나 밖에서는 불길한 울음소리가 들려 올 뿐이었다.

밖에서는 구슬픈 소리로 애원하면 안에서는 무서운 욕으로 대답하고, 이렇게 며칠을 지낸 뒤에 어느 날 밤 괴상한 소리는 뚝 끊어지고 말았다. 그도 그만 쓰러져 잠이 들고 말았다.

이튿날 아침 잠이 깬 울릭흐는 배가 고파 밥을 먹었다.

겨울이 다 가고 눈이 녹기 시작하였으므로 하우젤 일가는 또다시 노새에 짐을 싣고 산으로 올랐다. 마중 나온 사람은 없고 산막에서 연기도 나오지 않았다. 이상히 여기어 가까이 와 보니, 문득 옆에 독수리가 파먹고 남은 동물의 해골이 있었다. 그것이 쌈의 해골인 줄은 짐작할 수 있었으나 문을 부수고 들어섰을 때 한편 구석에 쭈그리고 앉은 광인이 누구인지 얼른 알아채지 못하였다.    

-끝-

++++

 

***eunbee***  

2013.03.25 09:15

 

어제인지 그제인지 이 단편 읽고 개 길들이기를 보니 파블로프의 조건반사가 ...ㅋ

 

아들 복수. 난 군대에서 일어나는 어처구니 없고 기막힌 사건 접하면 이런 마음 생겨나요.

'국가를 상대로 폭탄던지며 싸울거야'

'

'산막'

엉뚱하게도 내가 그런곳에 유ㅍㅖ되어있었으면

하는 상상을하니...차라리 편안하단 느낌이...

정신병증이다.흐흐

 

***동우***  

2013.03.26 05:13

 

정신병증 아니예요.

고립된 어떤 장소에 홀로 유폐된다는, 그런 상상 안해 본 사람 없을걸요.

감옥말구요.ㅎ

자유가 있고 의식주 환경 그런대로 확보되어 있고 책이 있고 음악(음향기기)이 있으면 더욱 좋고, 술이 있으면 더더욱 좋고..

그것이 영원이라면 너무나 고적하여 끔찍하지만 한철 정도는.

산막도 좋겠지만 나는 가끔 어떤 古城을 상상하곤 합니다.

사람만이 텅 비워진 고성, 옛 것들은 먼지를 쓴채 고즈넉히 널려있고.

그 신비로운 기분....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요.

 

그런데 은비님.

저와 같은 심리가 엄습할까봐 좀 두렵긴 합니다.

자연(고성도 하나의 자연이라고..)과의, 그 절대적 적막함에 던져진 自我...

고립감은 공포감이 되고, 이윽고 공황에 빠져 버릴수도 있겠다는. 

과연 정신병증적인 심리상태에 빠지지 않는다고 자신할수 있을까.... 하고...

 

허이구, 그러하니 그 고성에는 잠자는 공주 하나는 있어야겠습니다그려. ㅎ

 

 

<비계 덩어리>

-모파상 作-

 

***동우***  

2013.06.28 06:00

 

모파상(1850~1893)의 '비계덩어리'

 

한 매춘부가 절대적 권한을 가진 자에게 몸을 허여함으로써 절망적인 처지에서 벗어날수 있다는.

그와 같은 상황이라면 나 또한 틀림없이 그녀의 하찮은(?..용서하라 여인이여) 애국심과 민족주의 자존심을 꺾도록 열심히 설득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몹시 몹시 역겹다.

그녀가 고귀한 희생의 역할을 수행하는 동안 히히덕 낄낄거리는 인간성과 연후(然後)의 저 무리들의 행각은.

나는 절대로 그러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내 어쭙잖은 자존심인가.

코르뒤네처럼 휘파람으로 고작 '라마르세예즈'나마 불었을까마는.

 

다음은 이문열의 작품 해설입니다.

 

++++

<양파 벗기기>

-이문열-

 

이 비계 덩어리에 나오는 인물들은 우연히 한 마차 안에서 만났다고 보기는 어려울 만큼 다양한 외양들을 가졌다. 애국심으로 치장한 정치가와 부유한 상인에다 자부심에 가득 찬 귀족이 있고 정숙함이 넘쳐 흐르는 숙녀와 거룩함의 후광을 둘러쓴 수녀가 있다. 그런가 하면 그 한 구석에는 모두에게 손가락질 받는 싸구려 창녀도 있다.

이 어울리지 않는 일행을 사실적인 수법을 쓰면서도 자연스럽게 한 자리에 불러 모으는데 작가는 전쟁이란 특수한 상황을 활용한다. 하지만 다시 그들을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하는 여러 설정과 장치는 치밀하면서도 정교하다. 거기다가 그들을 감싸고 있는 상식적 가치들을 한 꺼풀 한 꺼풀씩 벗겨내 그 안에 감추어 진 본성을 드러내는 수법은 이미 절정에 이른 작가의 기량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우화인지 실화인지 모르지만 원숭이를 약오르게 하는 데는 양파를 주는 것이 한 방법이 된다고 한다. 껍질 자체가 바로 그 식물을 재배하는 목적임을 모르는 원숭이는 매워 눈물을 흘리면서도 한꺼풀 한꺼풀 양파의 껍질을 벗겨나간다. 그러다가 끝내 그 안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면 맹렬하게 성을 내게 된다는 것이다.

소년시절의 끄트머리쯤 이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바로 그 원숭이와 흡사한 느낌을 받았다. 인간들이 둘러쓰고 있는 그럴듯한 껍질 안에 들어있는 진실이 고작 도덕적 나약함과 위선과 이기뿐이라는게 어찌 그리도 서운하던지.

그 껍질을 냉정하게 벗겨가는 작가의 자연주의적 태도도 그때는 잔인함으로만 느껴졌다.

애국심과 민족주의가 다 가리지 못하는 욕정과 이기, 재산과 신분의 자부심은 일시적인 배고픔에도 무력하기 그지 없었고 교양 예절은 한낱 가면이었다. 정숙은 천박한 성적 호기심을 감추는 기술이었으며, 신 앞에서의 경건한 서원도 속세의 상식적인 인정이 거래 수준에조차 미치지 못했다.

그게 우리 인간성의 진실이라더라도 너무 끔찍한 진실이었고 그 추구는 너무 잔인했다.

굳이 위로를 찾자면 그것은 오히려 비계 덩어리라고 불리우는 창녀 쪽에서이다. 그녀의 소박한 인정과 애국심, 그지없는 자기희생은 어둠속에 있는 한 줄기 빛처럼 우리 인간성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한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미덕들은 본능적이거나 무지의 결과에 가까웠고, 설령 그것들이 진정성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젊은 내게는 하필이면 가장 천박하고 추악한 외양 속에다 그것들은 담은 작가의 악의가 혐오스러웠다.

작가 모파상은 이 작품 외에도 여러 곳에서 우리가 소중하게 품어온 가치의 껍질들을 무참하게 까발리고 짓뭉겠다. 여인들만 하더라도 그들이 가질 수 있었던 아름다운 이름치고 그를 거쳐 성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머니 아내 연인 숙녀 영양 같은 세속의 이름들은 물론 수녀처럼 성스러움의 너울 아래있는 이름도 용서받지 못했다.    

세계와 인생을 이토록 가혹하게 해석한 자는 고독 속에 미쳐 죽어도 싸다- 그게 작가 모파상에 대한 젊은 날의 내 악담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달라졌다.    

인간성의 진실과 그것들이 빚어낸 우리 삶의 어두운 진상을 밝게 꿰뚫어본 것은 오히려 그였고 그의 불행한 죽음도 세계와 인생에 품었던 악의에 대한 응보가 아니라 진실을 추구하다 맞게 된 순사로 느껴질 때가 있다.

나도 어느덧 아름다움의 공허함과 아울러 진실의 무게를 알게 된 나이에 이른 것일까, 아니면 세월과 함께 닳아빠지고 삭아 일찍이 세계와 인생을 향해 품었던 순수한 환상과 사랑을 모두 잃어버렸다는 것일까.

이혼한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어린 시절부터 문학적 감화를 많이 받은 것으로 전해지는 모파상이 본격적으로 문학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한 것은 보불 전쟁 이후가 된다. 법률공부를 하던 스무 살 때 전쟁이 발발하자 모파상은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자원입대해 끔찍한 살륙의 현장을 체험한다. 그 뒤 심한 우울증에 사로잡힌 그는 어머니의 절친한 친구이자 당대 최고의 문인이었던 플로베르 밑으로 들어가 본격적인 문학수업을 받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플로베르의 소개로 졸라를 알게 되고 졸라가 주축이 돼 엮은 단편집 '메당야화'에 작품을 수록하게 된다. 이 작품을 통해 촉망받는 문인으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다진 그는 단편 집 '피피양' '메종 텔리에'와 장편소설 '여자의 일생'을 연달아 발표하여 프랑스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로 부상했다.    

그러나 20대부터 앓아온 신경질환은 모파상의 생활을 끊임없이 위협했다.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성격파탄자, 염세주의자 등 이상성격자들이 많은 것도 작가의 이같은 병력과 무관하지 않다.

줄기차게 써대는 데서 오는 피로와 문란한 여자 관계 등으로 병세가 악화된 그는 마흔 두 살 되던 해에 자신의 목을 베어 자살을 기도했으나 실패, 파리 근교의 정신병원에 수용되었다가 회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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