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정부. 도임링씨네 꼬마의 가출. 살인자 선장]] (1,4,3,3,1)

카지모도 2020. 5. 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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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정부> <도임링씨네 꼬마의 가출> <살인자 선장>

 

 

<정부(情婦)>

-로리 콜윈 作-

 

***동우***  

2016.04.29 04:39

 

'로리 콜윈' (Laurie Colwin, 1944~1992)을 처음 읽습니다. (내가 이래요)

미국 여성작가인건 알았는데 한글 검색으로는 자세한 정보를 알수 없군요. (영문은 까막눈에 가까우니..)

 

정부(情婦, My Mistress).

인텔리 남녀의 혼외사랑, 그 의식을 정치하게 묘파한 참으로 잘 쓴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번역도 좋군요.

 

기혼자 프랭크와 유부녀 빌리.

여유있고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누리고 있는 두 사람은 어쩌다 정부(情夫)와 정부(情婦)가 되었습니다.

 

빌리는 애교도 없고 멋도 부릴줄 모르고 의상이나 집안꾸미기나 요리같은건 애시당초 관심도 없는, 여성적인 프랭크 자신의 아내와는 전혀 딴판인 여인입니다.

그리고 프랭크는 젊고 재기발랄한 빌리 자신의 남편과는 다른 늙다리 경제전문가 입니다.

 

<나의 정부와 나는 꿈꾸듯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우리는 사랑의 둥지가 아닌 실제의 삶 속에서 일주일만 함께 살면 곧 서로 미워하게 될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사랑에 빠져 버린 것입니다.

풍덩 뛰어들지 못할지라도.

 

여자는 말합니다.

<왜 나를 만나러 오는지 모르겠어요. 아마 무의식적인 행위인 모양이죠? 재채기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당신처럼 비겁한 애인도 없을 거예요. 날 사랑하지만 겁이 나서 이젠 그만둬야겠다고 왜 말하지 않는 거죠?>

 

그러면서도 여자는 남자와의 경계를 엄격히 하고자 항상 더치페이를 주장합니다.

그리고 애인과 밀월여행을 하면서도 어색해 죽을 지경입니다.    

슬픔, 죄의식, 갈망, 기쁨, 공포, 기대와 같은 그 감정이 낯설어서.

 

고작 이런 말이나 뇌까릴 뿐이지요.

<“지금이 역사적인 순간이기는 하지만, 당신은 절대로 날 잊지 못할 거예요. 역사의 위대한 순간에도 함께 침대에 누울 사람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게 인생의 법칙이니까요. 당신은 지금 나와 함께 있고, 이 중요한 국회의원 선거 주간은 영원히 당신 마음에 남게 될 거예요.”>

 

두 사람은 공유하고자 하는 미래에 대하여는 한사코 언급을 꺼립니다.

유일한 관심사는 오로지 현재의 상대방.... 

정인(貞人)이란 본시 그런것이지요.

 

저들 사랑의 비극은 어쩌면 저들이 인테리라는 것, 부자라는 것, 안정적인 가정생활을 영위한다는 것.. 

그런데 있는게 아닐까요?

 

서로를 갈망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정부(情夫)와 정부(情婦).

그래도 좋습니다.

사랑은 예술 같은 것이니까.

 

오, 빌리! 오, 예술! 오, 추억이여!

 

 

<도임링씨네 꼬마의 가출>

-미셀 투르니에 作-

 

***동우***  

2016.05.13 04:24

 

'미셀 트루니에 (Michel Tournier, 1924~1916)'

'르 클레지오' '패트릭 모디아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프랑스 작가입니다.

세 사람중 그만이 노벨상을 받지 못하고 올 초에 사망하였지요.

 

'도임링씨네 꼬마의 가출'

나무예찬.

무분별한 개발에 대한 신랄한 비판입니다..

 

친구가 그러던데 하양 분홍 빨강 꽃, 지금 프랑스에는 마로니에가 만개하였다고 하네요.

마로니에와 느릅나무는 프랑스의 보물이라고.. 그 친구의 나무예찬은 언제나 싱그럽지요.

 

나무의 뿌리는 땅을, 나무의 가지는 하늘을 지향(志向)합니다.

아, 마천루도 그러한가요?

지하 몇십층으로 뿌리를 박고 지상 몇백층까지 하늘로 솟아오르는.

 

나무 요정 거인 오게르는 말하는군요.

에덴 동산에서 쫓겨 난 것은 인간이 식물의 세계로부터 동물의 세계로 굴러 떨어진걸 의미한다고.

지혜와 영생과 평화의 세상으로부터 사냥과 폭력과 살인과 공포가 난무하는 세상으로.

 

다시 낙원을 찾기 위하여 우리는 나무에 관한 명상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합니다.

<피에르는 크림처럼 흰 촛대같이 바람 속으로 뻗은 잎으로 빽빽히 덮인 거대한 마로니에가 되어 있었다. 피에르는 고요하고 푸른 하늘을 떠다녔다. 갑자기 작은 바람이 피에르를 쓰다듬었다. 피에르는 낮게 바람 소리를 냈다. 피에르의 푸른 날개들이 수천 겹으로 흔들렸다. 축도하는 사제의 손처럼 가지들이 구부러졌다. 피에르의 잎사귀들이 만든 검푸른 그늘 속에 햇빛 구멍이 열렸다가 다시 닫혔다. 피에르는 한없이 행복했다. 거대한 나무…>

 

매일 20분씩 가부좌하고 앉아 눈을 감고 숨을 고르고 명상을 합니다.

그런데 푸른 숲 사이로 자꾸 삿(邪)된 것들 틈입하여 가뜩이나 수양 모자란 마음을 어지럽힙니다.

시간을 좀 늘이려 합니다만, 오게르의 그런 장화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ㅎ

 

 

<살인자 선장>

-찰스 디킨스 作-

 

***동우***  

2016.05.28 00:33

 

다들 그러했겠지만 어린 시절 나는 무서운 이야기를 무척이나 좋아하였더랬습니다.

'달걀귀신'이나 '내 다리 내놔'류를 비롯하여 '드라큘라' '뱀파이어' '프랑켄슈타인'등은 물론 '월하의 공동묘지'나 '전설의 고향'서껀... 

이바구나 책이나 영화나 드라마, 장르를 가리지 않았지요.

겁은 남보다 되게 많은 녀석이 말입니다.

책이나 영화를 보고 난 밤중에는 무서워서 혼자서 변소를 가지 못하였어요. (그때 변소는 대개 마당이나 집안 외딴 구석에 있었어요)

밖에 여동생을 세워놓고 행여 가버렸을까봐 줄곧 "밖에 있지? 있지?" 하고 말걸기로 무서움을 누르면서 일을 보기 일쑤였습니다.

그리 무서움을 타면서도 공포물이라면 껍벅하였으니 별일이지요.

 

문득 떠오르는 기억 하나.

중학교적인가 방학에 부산내려와 고종사촌 *철이와 극장에 들어갔습니다. (남포극장, '흑사관의 공포'라는 영화였을겁니다.)

3류 극장이었던지라 영화상영 중간에 들어갔는데 한 10여분 지났을까, 한창 화면에 정신 팔려 있는데 옆자리가 허전하여 보니 *철이가 사라지고 없는겁니다. 무서움을 견디지 못하고 극장 밖으로 내뺀 거지요. ㅎㅎ

뒷꽁무니가 옴찔옴찔하는 긴장을 즐기면서 나는 다음 상영분 마지막까지 보고나서야 극장문을 나섰는데 말입니다.

 

'찰스 디킨스' (Charles John Huffam Dickens, 1812~1870)

빅토리아 시기의 대문호의 어린 시절도 나와 별반 다를바 없었군요. ㅎ

두려움에 떨면서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귀를 쫑긋 세우고 이야기에 정신 팔려있는 모습이 고스란히 떠오릅니다.

 

<어렸을 때 살인자 선장의 전설을 한참 듣다가 잠을 청할 때면, 가무잡잡한 쌍둥이 동생처럼 선장의 창가를 훔쳐보고, 그 끔찍한 집을 찾아가서 시퍼런 몸뚱이로 길길이 날뛰고 있는 선장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에게 살인자 선장의 이야기를 알려준 젊은 여자는 내가 두려워하는 모양을 심술궂게 즐겼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야기를 시작할 때마다, 전주 삼아서 두 손으로 허공을 할퀴며 음산한 신음 소리를 내곤 했다. 그녀의 그런 의례적인 언행과 악당 선장은 절묘하게 어우러져서 나는 이따금 그런 이야기를 들어도 견딜 수 있을 만큼 강한 어른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곤 했더랬다.>

 

이 소설에도 '푸른 수염'이 언급되는걸 보니까, 프랑스작가 '샤를 페로'가 지은 잔혹동화 '푸른 수염'은 이 시기 영국에서도 유명하였군요.

 

참, '팀 버튼'의 뮤지컬 영화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의 이야기' 보셨나요들?

'조니 뎁'과 '헬레나 본 햄 카터'가 나왔던.

흐익! 거기에서도 사람을 죽여서 고기 파이에 다져 넣습니다그려.

 

슬슬 더워지는 계절입니다.

'살인자 선장'

주말의 엔터테인먼트, 때이른 납량특집입니다. ㅎ

 

***설레임***  

2016.05.29 06:15

 

ㅎ 재미있습니다

여름날 콩밭 멍에에 앉아 어머니가 들려주시던 옛 이야기들이 생각납니다

풀 뽑기도 멈추고 자주 반복으로 들었던 구연동화들

이젠 먼 추억이 돼버린 그 이야기, 현실감있게 해주시전 어머니도 안 계십니다

잘 읽었습니다

어제는 더워서 양평 오일장에서 시원한 잠옷 대용할 헐렁한 바지와 냉장고티를 샀습니다

제주는 아직도 선선하다고 하는데 북쪽의 날씨는 덥습니다

서서히 회복 죄면서 산길도 걷고 강길도 걷고 그리고 그간 쌓였던 아집을 버릴려고 노력중이랍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의 병은 저의 아집 때문에 오는 스트레가 원인인 것 같아 앞으로 도를 닦아야 할 듯 해요 ㅎ

건강에 유의 하시고 좋은 주일 되세요

 

***동우***  

2016.05.29 06:21

 

하루가 다르게 회복하고 있는 설레임님을 봅니다.

 

아하, 그래요 설레임님.

아집, 늙은 내게서도 가시처럼 만져지는 그것들.

 

결국 한살이라는게 전반에는 아집을 쌓아놓는 과정이고 후반에는 그것을 하나씩 내려놓는 과정이 아닐까.. 가끔 생각해 봅니다.

 

설레임님도 밝고 씩씩한 휴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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