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신데렐라> <숙제> <진주> <파리>
<신데렐라>
-제임스 핀 가너 作-
***동우***
2016.04.14 10:17
‘제임스 핀 가너(James Finn Garner, 1961~ )’의 ‘신데렐라’
순수한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다시 씌어진 소설.
신데렐라의 재해석.
아니, 재해석이 아니라 재창작.
페미니즘.
남성성에 의하여 왜곡된 여성성의 해방은 백번 옳다.
인격의 평등과 기회의 평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성별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불이익은 개선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것이 암수(雌雄)의 생물학적 성역할에 대한 반발이라면 곤란하다.
<“이제 페니스 선망같은건 없다 . 쪼그리고 오줌을 누는 굴욕적인 일은 안한다.-넙치-”>
여자가 남자처럼 다리를 벌리고 서서 오줌을 갈길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런게 페미니즘의 본질은 아니지 않는가.
어제 재보궐 선거.
정치적 올바른 선택이란 절대선(絶對善)을 선별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완벽한 잣대의 정의가 어디 있단 말가.
오인식(誤認識)과 편견이 있을 뿐이다.
선거란 고착된 그런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기의 모험이며 훈련일런지 모른다.
<숙제>
-L.A 스트롱 作-
***동우***
2016.04.18 04:21
선생과 생도라는 관계.
'존 키팅' 선생과 그의 '죽은 시인의 모임'의 학생들 사이처럼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관계만은 아닐겁니다.
사제지간 이전에 먼저 인간관계일터인데, 수많은 제자들.
선생으로서 가는 정이 모두 같을수는 없겠지요.
좋은 녀석, 싫은 녀석, 귀여운 녀석, 얄미운 녀석, 주는 것 없이 미운 녀석...
학생경험으로도 충분히 느낄수 있었던 나인데 왕년에 선생님이었던 블친님들에게야 일러 무삼 하리오.
챈펀넌 선생은 어린 제자 핸더슨에게 잘 해 주고 싶은데, 이 녀석은 삐딱하여 오히려 선생을 깔보는듯 합니다.
선생은 화가 나지만 그런 감정 때문에 핸더슨을 불공정하게 대할까봐 그런 자신이 두렵습니다.
교사로서의 성심과 노력과 공평성, 그 검증의 기회를 잡기 위하여 노심초사하였지만 핸더슨은 돌연 죽고 맙니다.
<그는 미칠 것 같은 심정이었다. 그 날 오후라도 병실로 달려가서 시체라고 끌고 와서 아무도 없는 교실 책상에 앉혀 놓고, 공정한 판결을 내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혀 있는지도 모른다.>
채펀넌 선생의 저와 같은 심리적 갈등.
병적인 예민함일까요?
그렇지만 교사적 사명감만은 매우 투철합니다.
듣건데 요즘 교실에서는 선생과 생도가 서로 소 닭보듯 한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 교실에 '채펀넌 선생'은 있을것 같지도 않군요.
그리고 유럽에서는 요즘도 기숙학교가 드물지 않은가 보아요.
++++
<작가 검색>
L. A. 스트롱(Leonard Alfred George Strong, 1896~1958) : 영국의 시인, 소설가. BBC 방송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의 소설은 줄거리가 돌발적이고, 이야기 전개의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 받는다. 간결한 문체와 예리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
<진주>
-카렌 브리크센 作-
***동우***
2016.04.20 04:45
덴마크의 여성작가 '카렌 브리크센'(Karen Blixen 1885~1962)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바베트의 만찬'등의 원작자입니다.
부잣집 규중(閨中)에서 고이 자란 엔신은 별로 부유하지 못한 근위사관 알렉산더와 결혼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신분과 돈의 결혼이라고 쑥덕대지만 서로 사랑하여 이루어진 결혼입니다.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여자 엔신은 결혼하여 비로소 다른 세계를 맛보게 됩니다.
심해어(深海魚)는 엄청난 수압(水壓)을 견디면서 햇빛이 들지 않는 깊은 바닷속에서 살아갑니다.
그 속에서 안정적 삶을 영위하는 심해어가 그 암흑과 중압(重壓)을 의식할리 없습니다.
신혼여행지 노르웨이에서 전혀 다른 환경으로 살아 온 남자와 함께 하는 낯설음.
노르웨이 산악의 변화무쌍한 기암절벽은 엔신이 줄곧 살아온 덴마크와는 너무도 다릅니다.
수직(vertical)과 수평(horizontal)의 은유일까.
노르웨이의 자연은 지극히 아름다운 풍치이지만, 곳곳에 다양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불안정한 것입니다.
남편을 향한 이중적 감정이 그러한 것일까요.
다른 취향, 다른 버릇, 다른 생각은 야릇한 호기심과 더불어 어딘가 불편하기도 하겠지요.
내 남자라는 다정한 느낌 속에는 아주 생경한 낯설음도 섞여 있었을테고.
육체적 즐거움 속에도 어딘가 스물대는 징그러움도 없지 않았을것 같고.
그리고 사물을 대하는 기질적 인식의 차이, 아내가 골몰하는 심각한 것들은 남편에게는 전혀 하찮은 것들인가 봅니다.
아내가 보기에 그런 남편은 단순하고 조야합니다.
남편짜리는 아내 의식의 그런 갈등구조에 대하여는 전혀 무감각할 뿐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수면으로 올라온 심해어.
생활의 중압 밑에서 누리던 고요한 안정성에 홀연 부여된 자유.
엔신의 의식에 엄습합니다.
삶과 인간에게는 얼마나 다양한 것들이, 얼마나 의외의 것들이 내포되어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위험한 것들이 도사리고 있는지.
일회적으로 허여된 삶의 의미.
먼 훗날 진주목걸이는 어느 미지의 여인의 목에 걸려 있겠지.
그보다 더 먼 훗날에는 또 다른 여인의...
세계에 대한, 인간에 대한, 인생에 대한.. 인식의 새로움.
앉은뱅이 노인의 진주 한알이 어떤 의미로 엔신의 의표를 찌른 것일까.
소설에 등장하는 헨릭 입센과의 대화 내용, 그 의미하는 바가 내게는 오리무중입니다만.
번역이 모호한 탓인지 맥락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 여러군데입니다만.
한 여성의 섬세한 심리묘사... 원작의 색감은 진하게 느껴집니다.
내가 잘 못 읽은건지도 모르지요.ㅎ
<파리>
-캐더린 맨스필드 作-
***동우***
2016.04.26 04:44
캐더린 맨스필드 (Katherine Mansfield, 1888~1923)하면 나는 '원유회'가 떠오릅니다.
삶과 죽음, 부유함과 궁핍함.. 사람살이 세상살이의 속살이 어떤건지 아직 알지 못하는 어린 여자아이, 부잣집 딸 로라.
가난한 마부의 주검 앞에서 "이런 모자를 쓰고 와서 미안해요." 하면서 큰소리로 흐느껴 울었지요.
나는 그런 로라가 숨막히도록 어여뻤습니다.
세상 때 끼지 않은 사람의 본성은 본시 저리 아름다운 것입니다.
파리 (The Fly)
사장실을 찾아 온 친구 우디필드, 그는 사장보다 다섯살이나 젊은데도 뇌일혈로 쓰러진 후 오늘 내일하는 몰골입니다.
우디필드는 건강한 몸으로 정력적으로 일하고 있는 사장을 부러워하고 사장은 그런저런 우월감으로 매우 흡족합니다.
조금쯤 심술이 섞여 있었을까요? 우디필드 노인은 사장 아들의 죽음을 일깨워주고 돌아갔습니다..
사장은 6 년전 전장에서 아들을 잃었던 것입니다.
그토록 사랑하였고 그토록 기대만땅이었던 외아들, 6년이라는 세월 동안 사장은 아들에게 사로잡혀 살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군복을 입은 모습으로 여전히 그의 책상 위에 놓여있고 아들을 잃은 슬픔은 열정적인 사업의욕으로 억눌려 있습니다.
아들은 사장의 마음 속에서는 죽지 않았던 겁니다.
그러므로 사장은 한번도 아들의 무덤을 찾지 않았지요.
그러나 친구가 일깨워 주었던바, 아들의 실체는 벨기에의 무덤에 주검으로 누워있다는 것입니다.
잉크병에 빠진 한마리의 파리.
생사여탈권을 가진 사장은 무엇을 가지고 파리를 희롱하려는걸까요.
조그만 벌레의 끈질긴 생명력에 탄복하면서, 으쌰 으쌰 응원해보지만 세번째 잉크 방울의 투하에 필경 파리는 죽고맙니다.
파리는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거에만 고착되어 있는 심리의 표징이었겠지요.
견딜수 없는 슬픔을 정면으로 껴안기에는, 마음이란 얼마나 나약한 것인지요?
그러나 슬픔으로부터 도망 가 숨어봤자 뛰어야 벼룩, 그곳 역시 자신의 마음일테지요.
마음의 고통은 다른 사람 누구도 해결할수 없습니다.
마음 속 맺힌 것들 스스로 풀어야만 살아지는 거지요.
6년전 어떻거든 극복해야 했을텐데, 저 사장은 이제부터 <슬픔시작>일 모양입니다.
파리(fly가 아닌 Paris ㅎ)는 비오고 바람 분다하고 한반도는 연일 미세먼지 자욱합니다.
그래도 계절은 온갖 꽃이 피고 꽃이 지는 봄, 며칠 후면 5월입니다.
참, 올재 클래식 18차 세트 발간되었습니다.
지봉유설 (이수광, 1,2편), 비글 항해기(다윈), 종의 기원(다윈)
6~700 페이지에 이르는 책 4권이 권당 2900원 x 4권 = 11600원.
번역도 최상이라는 평입니다.
그러나 나의 경우, 저렴하게 구입하는 좋은 책.. 허영적 책욕심임을 고백합니다.
'비글항해기'는 읽고 있습니다만, '지봉유설'은 읽을것 같지 않고 '종의 기원'도 읽게 되려는지는 자신 없군요. ㅎ
***마칼루***
2016.04.26 15:34
지성과 진솔함이 일렁이는,
이 블루의 지평에 나는 가끔씩 들른다..
너무 두껍거나 무겁지 않으면서도 꽉 차 있음이 좋다..
동우님이 나직이 중얼거리는 삶과 사랑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아주 가끔씩 올리는 어리님의 시는 울지 않아도 눈물 나게 만든다..
그래서 들른다..
생각컨대,
어리님은 가장 저평가된 세상의 시인 중의 한 사람인 것 같다..
실력에 비해 적어도 너무나 덜 알려진..
때로 그니의 시에서 질컥이는 은유는 빛나는 서정을 부러 감추기 위한 중화제로도 작동된다..
문득 그룹 Camel의 stationary traveller가 듣고 싶어지는 오후다...
추억은 서늘해도 좋다.
***동우***
2016.04.27 04:27
반갑습니다, 마칼루님.
가끔 들러 주신다는,
으흠, 블루의 지평이라..
좋다하시니 몹시 기쁩니다.
마칼루님처럼 그렇게 읽어주시는 익명의 독자들이 내 기쁨의 원천이지요.
전민선 시인을 어리님으로 불러주시는 마칼루님.
시 밖에서도 전민선님을 익히 아시는 분이라 짐작됩니다.
맞아요, 그녀는 확실히 저평가된 시인중 한사람이지요.
그렇지만 사람들에게 덜 알려지면 어때요?
마칼루님과 나처럼 그녀의 시를 깊이 사랑하는 사람들 있는데, 무어.
전민선 시인.
예전 어느 평자가 그녀의 시를 칸나에 비유하였다지요.
나는 가끔 전민선 시인의 시에서 최승자의 분위기를 맛보고는 합니다.
그렇게 찐한... 이미저리.
하하, 전민선 시인과 최승자시인... 생뚱맞나요?
전민선 시인, 시방 병상에 누워 있다고 하는군요.
무거운 병이 아니라 맹장수술...
마칼루님.
자주 들러 주십시오.
함께 어여쁜 것들 얘기하고, 전민선 시인도 얘기해요.
그래요, 추억은 서늘해도 좋고 또한 추억은 서늘해서 좋지요.
***마칼루***
2016.04.27 08:27
동우님은 새벽 네시에서 다섯시 사이에 늘 글을 쓰시는군요...
어쩌면 가장 명징한 정신일 때이지요,
물론 동우님의 어쩔 수 없는 삶의 시간 배분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요~~
아, 어리님이 맹장수술이군요..빨리 쾌유되셔야할텐데~~
곧 일어나시겠죠?
어리님의 작품세계,
세상에..저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최승자...
어리님의 문장에는 늘 최승자와 전혜린이 서성이고 있었지요~~
그리고 어리님의 시를 어느 평자가 칸나로 비유했다는 전언은
어리님으로부터 들으셨나 보군요..
어리님의 시편은 낡은 아파트 계단에서 단행하는 서늘한 결단같은 그런 것들이 있어요...
내면에 끓어오르는 불길들,
그 불들을 저 서늘한 한과 언어로 잘라나가는,
그리하여 웃고 다니지만 늘 고독한...
하여 불길이 이길 때도 있고, 때로 쓸쓸함이 이길 때도 있는...
그 쓸쓸함과 불길의 싸움을 지켜보다보면 저도 그리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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