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법정의 자비> <민들레꽃의 살해>
<법정의 자비>
-윌라 캐터 作-
***동우***
2016.08.16 04:22
'윌라 캐터'의 '법정의 자비' (The Clemency of the Court)
가슴 속에 치솟는 슬프디 슬픈 비애감.
좀 낯설 법 합니다, 미국의 여성작가 윌라 캐터(Willa Cather,1873~1947).
아래는 인터넷에서 주어 온 그녀의 프로필입니다.
++++
그녀는 미국 평원의 개척자와 정착민들의 삶을 그린 소설로 유명하다. 9세 때 가족이 버지니아에서 네브래스카 주의 레드클라우드 마을로 이사해, 그곳에서 대평원을 개척하고 있던 스웨덴인·보헤미아인·러시아인·독일인 같은 유럽 이민들 사이에서 성장했다.
네브래스카 대학교에서 저널리즘과 소설 창작에 두드러진 재능을 보인 그녀는 1895년 졸업과 동시에 피츠버그의 한 '가족' 잡지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뒤에는 〈피츠버그 리더 Pittsburgh Leader〉라는 잡지의 원고 편집자 겸 음악·연극편집자로 일했다.
1901년에 교사로 직업을 바꾸고, 1903년에는 처녀시집 <4월의 황혼 April Twilights〉을 출판했다. 1905년에 첫 단편집 〈트롤 정원 The Troll Garden〉을 펴내 뉴욕의 월간 폭로잡지 〈매클루어스 McClure's〉의 편집장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떨어지고 있던 잡지의 판매부수를 올려놓은 후 1912년 이 잡지사를 떠나 소설 쓰는 데만 전념했다.
첫 장편소설 〈알렉산더의 다리 Alexander's Bridge〉(1912)는 세계가 하나로 통일된 인위적인 삶을 그린 작품이다. 그러나 세라 온 주엣의 지방주의에 영향을 받아 자신과 친숙한 네브래스카의 생활을 소재로 삼게 되었다.
흔히 그녀의 최고 수작으로 꼽히는 〈나의 안토니아 My Antonia〉(1918)·〈오 개척자들! O Pioneers!〉(1913)에서는 어린 시절에 경험한 개척자들의 기상과 용기라는 작가 특유의 주제를 찾아내게 되었다.
퓰리처상을 받은 〈우리 것 중의 하나 One of Ours〉(1922)와 〈사라진 여자 A Lost Lady〉(1923)는 개척정신이 사라져감을 한탄하는 내용이다.
초기작품 〈종달새의 노래 Song of the Lark〉(1915), 신경증환자 소년의 이야기 〈폴의 사례 Paul's Case〉가 실린 단편집 〈젊은이와 영리한 메두사 Youth and the Bright Medusa〉(1920)·〈명랑한 루시 Lucy Gayheart〉(1935)에서는 답답한 초원생활과 숨막히는 소도시 생활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재주꾼의 갈등이라는 자신의 경험의 일면이 드러나 있다.
3편의 긴 이야기가 담긴 〈모호한 운명 Obscure Destinies〉(1932)에서는 이러한 두 주제가 좀 더 깊이 있게 다루어졌다.
그러나 중년에 접어들고 또 성공을 맛보면서 그녀는 강한 각성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교수의 집 The Professor's House〉(1925)과 수필집 〈40세 이상 Not Under Forty〉(1936)에 잘 나타나 있다.
그녀가 찾은 해답은 또 다른 시대의 개척정신을 그리는 것으로 〈주교가 맞은 죽음 Death Comes for the Archbishop〉(1927)에서는 남서부에 정착한 프랑스인 가톨릭 선교사들의 정신을, 〈바위에 비친 그림자 Shadows on the Rock〉(1931)에서는 퀘벡의 프랑스계 캐나다인들의 기상을 다루었다.
마지막 소설 〈사피라와 노예소녀 Sapphira and the Slave Girl〉(1940)는 그녀가 다시 조상의 땅이며 유년시절의 고향인 버지니아로 돌아왔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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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라 캐터'의 '법정의 자비'
그런데 내가 업어 온 이 소설의 카테고리가 '호러(horror)소설'로 분류되어 있어서 의아하였습니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사랑하는 개.
그 개를 학대하고 죽인 주인을 손도끼로 내리찍어서 두개골을 정수리에서 턱까지 반을 갈라 죽였다는 소설 속 대목 때문인 것 같습니다만.
내게는 호러스럽기는 커녕 야릇한 비애를 자아내는 슬프디 슬픈 서정소설로 읽히는데 말입니다.
묵묵하게 고통을 감내하는 운명론적인 기질의 세르게이.
그에게는 러시아 농노의 피가 흐릅니다.
감옥 독방 속 극렬한 고통 속에 죽어가면서도 그는 도와달라고 소리치지 않습니다.
<그는 반쯤 혼수상태에 빠졌다. 얼음이 깨지고 녹아서 사라지는 봄이 오면 곰 가죽 외투를 입은 거룻배 사공들이 볼가 강을 따라 내려온다는 바바의 이야기가 꿈에 나타났다. 꿈에 별이 빛나는 밤, 늑대들이 울며 눈썰매를 따라오는 광경도 보았다. 산등성이와 강둑에 쌓인 차갑고 희디흰 눈! 눈을 먹는 기분이란.
그러나 눈을 떠보니 그는 감방의 돌바닥을 핥고 있었다. 아침에 해가 뜨면 들판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생각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해바라기, 반짝이는 옥수수 잎, 풀에 맺힌 거미줄과 맑고 푸릇한 공기, 지저귐을 시작하는 새들, 초원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망아지, 옥수수를 달라고 울어대는 검은 황소.
밧줄은 점점 더 팽팽해졌다. 곧 국가가 올 것이다.
목에 와 닿은 개의 차가운 코가 느껴졌다.
그가 개의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가르랑거리는 소리만 새어나왔다.
그는 무릎을 턱까지 끌어당기고 죽었다.>
미합중국(美合衆國, United States of America)
인디언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 아프리칸을 데려와 노예로 부리며 아시안과 라티노의 노동력을 착취하여 아메리카의 영광을 이룬 나라.
아메리카의 내셔널리즘(nationalism)
이른바 와스프(WASP, White Anglo-Saxon Protestands)와 그 외 방외(方外)의 사람들이 용광로 안에서 녹아 하나가 되어 평등과 공화(共和)를 구현하고 있는가요.
세르게이는 죽기까지 국가를 기다렸지만 국가는 오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같은 국가는.
***큰서방***
2016.08.17 15:18
저도 이 소설이 '호러(horror)소설' 같지는 않습니다.
이 시대의 수많은 세르게이들을 생각해봅니다.
아메리카를 다시 보게 하는... 정말 비통한 소설이로군요.
많이 덥습니다. 동우님.
여름 내내 편안하셨는지요.
간간이 와서 쥔장 눈길 피하면서 더러 읽고 갔습니다,
어린시절 만화가게에 가서 제일 안락함을 주는 구석진곳에서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이미 아셨겠지만.
오늘도 저에게 잘 읽어보란 뜻으로 이른 새벽에 올려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
***┗동우***
2016.08.18 08:35
반갑습니다, 큰서방님.
큰서방님도 유난한 올더위 견뎌내시느라 욕 보셨습니다.ㅎ
그래도 전원 속 아트리에와... 그림과...
소화백님의 여름은 나처럼 속되지는 아니하셨을거라. ㅎ.
이 시대의 수많은 세르게이..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
구미 사람들에게는 그러하지 않으련만, 나는 되도 못한 한국산 쇼비니즘을 접할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분노가 치밉니다.
<민들레꽃의 살해>
-알프레드 되블린 作-
***동우***
2016.09.23 04:34
'알프레드 되블린' (Alfred Doblin, 1878~1957)
그의 작품은 방금 처음 읽은 것입니다. ('알렉산더 베를린 광장'이라는 소설과 함께 그 이름은 귀에 익기는 한데... 내 독서력이 고작 이렇습니다.)
민들레꽃의 살해.
기괴한 소설입니다.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였지만 현실감은 없습니다.
지극히 정신분석학적(Psychoanalysis) 소설입니다.
검색하여보니, 역시 되블린은 정신과의사이기도 하군요.
미하일 피셔라는 상인.
슾길을 걷다가 잡초의 사소한 걸림으로 광포한 감정이 터져나옵니다.
지팡이로 잡초더미를 두들겨 팹니다.
길 위로 줄기와 이파리들이 휘날립니다.
연이어 환상과 환시와 환청이 엄습합니다.
떨어져 나간 민들레의 모가지에서 콸콸 솟구치는 하얀 피.
죄책감, 그리고 속죄 의식(儀式)
죽은 꽃을 위한 은행계좌를 개설하고, 다른 민들레를 화분에 심어 죽은 민들레의 딸처럼 돌보며 음식을 차려주고 예배를 하고.. 심지어 할복자살까지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한켠 상인답게 대차대조를 따지면서 채무변제에 대하여 자위하기도 합니다.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 마음 속 지극히 섬미(纖微)한 곳.
별거 아닌듯한 행위의 순간이라도, 아주 세미(細微)한 미안함(罪意識)과 그에 대한 보상의식(報償儀式)같은게 작용하는바 없지 않을듯 싶습니다.
이런 류의 소설, 따로 독법(讀法)이 있겠습니까?
그냥 미하일 피셔라는 사나이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간접체험으로 그런 의식경험을 한번 해 보는거지요무어.
민주주의나 또레랑스 뿐 아니라, 그 또한 소설의 효용이 아니겠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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