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후미코의 발>
-다니자키 준이치로 作-
***동우***
2016.09.19 04:45
'다니자키 준이치로' (谷崎潤一郞, 1886~1965)의 '후미코의 발'
여성이 지닌 아름다움이란 죄다 섹슈얼이 내포된 것일까하고 생각해 봅니다.
보다 존재론적 탐미(眈美)의 대상으로서, 형이상학의 미적(美的)요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주제를 다룬 모파상의 소설도 있다.
죽음에 이르도록 여성성의 아름다움을 탐하는..
이 소설 속 저 패티시즘 (fetishism)을 그냥 변태란 한마디로 정의하려는가.
험버트는 소녀 롤리타의 아름다움에 고통으로 신음한다.
오, 신비함이여.
오, 고통스러움이여.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님펫의 판타지.
다야마 가타이의 '소녀병'.
박범신의 '은교'...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후미코의 발, 2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새로운 한주, 밝으시기를.
***동우***
2016.09.20 05:10
'네 존재를 해방시켜 존재를 자유롭게 하라.'
후미코의 발을 읽고서 조르바를 떠올리는 발칙한 나의 상상.
뚜렷한 맥락도 없이.
인간의 영혼에 존재하는 삶의 힘.
메토이노소- 육체와 영혼의 임계상태를 넘어서는 변화, 물리적 화학적 변화 너머에 존재하는 거룩하게 되기, 성화(聖化).
조르바, 그에게는 형이상학적 개념들은 바다와 흙과 인간의 땀냄새가 나는 따뜻한 육체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육체에도 영혼이 스며있을 겁니다. <사드 후작의 괴기스러운 부도덕과 왜설(猥褻)들이 전혀 한조각 영혼도 없이 씌어진 것은 아닐겝니다.>
정신과 오묘하게 교호하면서 발현되는, 육체에 스며있는 쾌락들.
정신분석이나 심리학으로 해독할수 없는.
오로지 코이터스(성교)를 유도하기 위한 이기적 유전자의 역할로도 해독할수 없는.
그런 신비로운 부분이 우리 육체에는 분명히 있을거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후미코의 발 그리고 그리스인 조르바,
외설적 탐미에 침잠하는 미시적 유미주의(唯美主義), 그리고 니체의 철학적 스케일로 설파하는 인간의 영혼에 존재하는 삶의 힘과 웅혼한 자유의 서사.
스케일도 분위기도 주제도 내용도 캐릭터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배리적(背理的)인 두 작품.
존재의 해방으로 획득하는 조르바의 자유.
그 자유의 질료에는 분명히 육체적인 쾌락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존재론적 철학적 자유에 대응하는 존재론적 쾌락의 자유라고 없으란 법 있는가요.
디오니서스적 카니발의 쾌락이 거대담론(마크로)의 대상이라면 오다쿠적 이상심리의 쾌락은 미세담론(마이크로)의 대상일테지요.
우리 육체를 한번 이상한 쪽으로도 임상하여 음미해 봄직도 할거라는, 마. 그런 실없는 얘기올시다. ㅎ
사실이지, 이쁜 여자의 손과 발은 변태적 시각이 아니더라도 황홀하게 아름답지요.
어떻게들 생각하시는지.
일본문학의 좀 도착적이고 좀 나른한듯한 섬세함.
그것을 전에(아베일족의 독후감) 나는 페르소나의 팽창에 실패(다테마에와 혼네와의 불일치)하여 자아가 도망가는 것으로 비유한적 있습니다만, 작가는 후미코의 용모와 자태를 참으로 정치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기모노를 입고 있는 후미코의 용모와 자태, <느끼는바, 누키에몬 자태의 여자 뒤목덜미는 참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거의 쓰러질 듯 비스듬히 된 몸체를 가느다란 한 팔로 겨우 지탱하며, 왼발의 발톱 끝으로 살포시 땅을 밟고 있는 자태. <본문에 나오는 우타가와 구니사다(歌川國貞)의 이 그림 우키요에(浮世絵)를 찾으려해도 찾지 못하겠네요>
p.s
내 친구가 조르바를 '상남자'라고 표현하여 나는 그것을 '上男子' (여자가 바라는 최고의 남자)로 알아듣고 이렇게 퉁을 놓았지요.
"읽어보슈, 페미니즘 깔아뭉개는 마초기질 만만치 않을터이니."라고.
그런데 '상남자'라는 어휘를 검색하여 보니 '천생남자(天生男子)'를 줄여서 발음하는 유행어더군요. <그렇다면 '생남자'라고 해야할테지만, 하늘로부터 타고났다는 뜻의 '天生'을 흔히 '너는 "천상" 주정뱅이 네 아비를 쏙 빼 닮았어 어쩌구하는 식으로도 쓰지 않습니까, 왜?>
그러니까 '상남자'는 남자다운 터프한 남자, 바로 마초기질의 남자를 일컫는 말이었습니다그려.
하하 은비님께 무식한 내 퉁을 미안해하오니 '그리스인 조르바' 꼭 읽으시기를.
필경 은비님께서는 조르바를 좋아하게 되리이다.
<나무, 바다, 돌, 그리고 새의 신비.. 이 기적은 도대체 무엇이지요? 이 신비가 도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조르바의 대사->
하늘과 숲과 새들과 바다와 냇물과 아이들과 계절과... 늘 신선한 감탄으로 그라시아스알라비다를 노래하는 은비님이오니. ㅎ
***은비***
2016.09.21 23:55
조르바,
그의 상스럽게 거친 언어가 몹시 언짢고,
'페미니즘 깔아뭉개는 마초기질'과 원초적인 동물성이 역겹고,
등장하는 여인들을 그려낸 작가의 여자에 대한 시선이 부당하고...
책장을 덮고 싶은 마음이 자주 일어났지요.
내 포스팅 댓글에서 만난 연향님의
"여자 입장에서 화가 나서 못읽겠더라구요"라는 말씀도 수긍이 가는 것이
나도 한껏 약올라하며 읽었지요.
동우님의 "필경 은비님은 조르바를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확인하기 위해 그 모든 언짢음을 꾹 참으며 끝내 읽어내었더랍니다.
그런데...역시
동우님은 내게 <그리스인 조르바>를 끝까지 읽도록 안내한, 나의 '리딩북' 독서 선생님이었습니다.
동우님의 저 말씀이 아니었더라면 나 또한 책장을 덮었을런지도 몰라요.
끝까지 읽고서야
이윤기님이 책 후미에 덧붙여두신 '20세기의 오디세우스'라는 글과 '개역판에 부치는 말'을 읽고 망설임없이 책을 사들고 온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이 감동 역시 동우님 덕분입니다.
적절한 인용은 아니지만
<인간의 영혼이란 어떤 기후, 어떤 침묵, 어떤 고독, 어떤 무리 속에 있는지에 따라 얼마나 달라지는지!>
'나'가 자주자주 감탄해 마지않는 조르바라는 인물의 진짜배기 남자사람의 깊이와 넓이..
둘의 연대감과 우정...신뢰...
끄트머리 부분에서는 눈물이 핑그르 돌았다우.ㅎ
조르바와 1인층 화자 '나'와의 이별...그리고 그 이후의...
먼곳에서 날아드는 편지들, 그리고 대필의 편지(부고장..)
진짜 사나이답고 싶어했던, 진짜 사나이였던, 조르바.
그에게도 산다는 건 끝내 덧없고 덧없어라.
우리의 인생이란 얼마나 잔혹한 신비인지..
'나'는 속으로 외치지요.
'인간의 영혼은 놋쇠로 만들어야 했다! 무쇠로 만들었어야 했다! 바람이 아니라!'
동우님께도 투덜거리며("내 친구가...로 시작된 추신글에서의 '내친구'라며 나를 이리도 몰랐을까?
이렇게 상스럽고 거칠고 동물적인 조르바를 필경 좋하할거라니... 약올리는 건가? 등등...구시렁거리면서)
읽어낸, 읽고 싶어하던 <그리스인 조르바>. 동우님은 역시 좋은 독서 선생님입니다.
천날만날 리딩북 읽어내기의 이유는 충분하네요.ㅎㅎㅎ
거듭 고맙습니다.
***┗동우***
2016.09.22 04:52
그리스인 조르바 완독을 축하합니다.
<진짜 사나이답고 싶어했던, 진짜 사나이였던, 조르바.- 그에게도 산다는 건 끝내 덧없고 덧없어라. 우리의 인생이란 얼마나 잔혹한 신비인지.. '나'는 속으로 외치지요. '인간의 영혼은 놋쇠로 만들어야 했다! 무쇠로 만들었어야 했다! 바람이 아니라!'>
때로 느끼는바 책을 읽으시면서 은비님의 직관적 감성이 캐치하는 독서의 오의, 나도 공감하지만 내 언어로는 묘사하지 못하는.. 그런 영역이 있답니다.
무엇보다 은비님의 댓글은 언제나 나를 고무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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