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최명희]] (1,4,3,3,1)

카지모도 2020. 8. 1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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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최명희]]

<쓰러지는 빛> <그대 그리운 이여>

 

 

<쓰러지는 빛>

-최명희 作-

 

***동우***

2015.10.20 05:06

 

나와 동갑인 최명희(崔明姬, 1947~1998)

헐렁뱅이 나같은 작자, 노추함으로 이 낫살로 건재하건만, 성심과 심려(深慮) 가득하고 반듯하고 성실한 사람, 작가 최명희는 쉰 갓넘어 세상을 버렸습니다.

10권 짜리 대하소설 '혼불'

'토지'와 더불어 이 땅에 연연(連延)한 핏줄들은 한번쯤 꼭 읽어야 할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남도(전라도)땅 사람들은.

 

남도의 붉은 황토를 대할라치면 언제나 혼불이 떠오릅니다.

근대사의 격랑 속에서도 골기(骨氣) 삼엄한 양반 종가(宗家)의 기품, 남도 땅 무지렁뱅이들의 애환과 고난한 삶의 모습들, 지금은 잃어버린 아름다운 풍습과 풍속과 제반 의식(儀式)들, 마음에 스며드는 전라도 토속 언어들..

그리고 소설 속 인물들.

청암부인, 율촌댁, 강모, 강실, 효원, 옹구댁, 춘복이...

 

혼불.

전문(全文) 텍스트 파일 가지고 있습니다.

리딩북 독자님들과 함께 다시 읽고 싶지만. 그 많은 분량을 올리려니 엄두가 나지 않는군요.

 

최명희의 ‘쓰러지는 빛’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최명희의 등단 작품입니다.

잃어버린 옛날 정다웠던 것들, 사무쳤던 것들을 향한 애틋한 그리움이 정갈한 감성으로 그려져 있는 작품입니다.

역시 혼불의 어떤 감성이 느껴집니다.

 

저 이야기는 틀림없이 최명희 자신의 이야기일 것입니다. (소설 속 '妙順'은 바로 최명희 자신의 어머니 함자랍니다.)

 

아, 애틋하게 그리운 것들.

애잔하게 정다운 것들,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로 남아있는 것들..

지금은 빛바랜 어떤 색감이, 지금은 코끝에서 가뭇 사라져버린 어떤 냄새가, 감정모체 어딘가에 아련하게 그 흔적 남아 있을런가...

문경새재 넘던 다섯살 짜리의 겨울철 피난길꺼정 애틋하게 그리운...어느 분의 고향 나들이처럼... 내게도 불러낼 것들이.

 

범일동 피난민국민학교 언덕받이의 붉은 저녁놀.

정능 개천가 널려 펄럭이던 광목 천들.

늘름하였던 우리집 개 세파트 존.

박의원의 2층 창가, 눈 아래 저 쪽 로타리 가득하게 눈부신 여름 햇살,

멀리 미아리 쪽 산자락의 서라벌 예술고등학교의 고딕식 지붕,

기옥이누나, 젖엄마, 애순이, 함안댁, 김선생님,.. 그리고 아버지...

 

꿈에서 더불어 노니는 나의 빛, 찬란하지 않은 내 것들.

 

 

<그대 그리운 이여>

-최명희 作-

 

***동우***

2015.10.21 04:21

 

최명희의 아름다운 수필 한편.

'그대 그리운 이여'

 

여름의 찬연하게 꽃술 터지는 강가의 기억은 이미 아득하고, 떠나는 가을 강물의 뒷모습 벌써 배웅하였고, 이제 물의 살을 벗고 존재의 막투름(?)을 견디는 허옇게 얼어붙은 겨울 강물..

 

그리하여 섭리의 깊은 뜻.

예수의 부활.

 

멀리 저멀리 들리는가.

돌아오는 강물소리.

속살거리는 발소리.

기적처럼 눈물겨운 봄날의 강물 돌아오는 소리.

 

<'그러나 사랑하는 이여, 아직은 돌아오지 말라.' 내 이 가슴에 약이 덜 차 아직 봄이 약봄이 아니어든, 천지에 난만한 꽃 피어나 독하게도 휘황하여 아득한 어질 머리 일으킬지라도, 그대여, 내 아직 약 아니 되었거든 더디 더디 오시라. 조금 더 홀로 두시고.>

 

오시라.

그러나 더디 오시라.

그대 그리운 이여.

봄의 강물이여.

내 죽음 아직 영글지 않았나니.

 

숙지황은 커녕 누구 그립고 괴롭고 사랑하는 이의 연탄 한장 된 적이 있던가.

술보다 더 독한 인연에 대취하여 고꾸라진 적 있던가.

나는.

 

약 되긴 애시당초 무망하였던 나의 삶이여.

독조차 아니(못) 되었던.

 

타인은커녕 스스로에게일망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