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정찬]] (1,4,3,3,1)

카지모도 2020. 9. 12.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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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정찬]]

<깊은 강> <가면의 영혼> 

 

 

<깊은 강>

-정찬 作-

 

***동우***

2016.10.28 03:44

 

나는 입면시간이 길뿐더러 수면의 품질 또한 좋지 못합니다.

 

저자거리 강박 훌훌 떠나.

시간 아닌 시간을 건너는 시간.

황금빛 강을 건너는.

동면(冬眠).

그것을 가졌어야 하는데.

아, 이제 늙었고나.

 

영면(永眠).

강... 하늘... 숲... 섬... 바다... 침잠...간격...여유...틈...안경...클레지오...

 

정찬(鄭贊,1953~ )의 '깊은 강'

오늘 내일, 두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동우***

2016.10.29 04:42

 

<-맞았소. 강이 바로 틈이오.

-겨울잠은 나에게 삶과 죽음의 틈이었소. 그 융화의 세계는 나에게 길을 열어주었소. 유년의 집에 이르는 길을.>

 

직선의 시간은 틈을 용납치 않습니다.

직선의 시간 밖에 있는 것들은 세상과 단절되고 격리되어 몽롱한 추상의 것들입니다.

세상의 눈에 틈이란 쓸모없는 공간이고 해악의 공간일 뿐입니다.

 

그러나 둥근 시간은 '틈'으로 연결된 융화의 시간입니다.

강이 그렇고 겨울잠이 그렇답니다.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과연 무슨 엄청난 볼 일이 있어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인지.

문명이라는 허울의 빛에 마비되어 우리의 존재론적 자아를 그토록 혹사시켜도 되는겐지.

물질과 관계에 목매여... 헐레벌떡 바쁘게 시간을 소모하는 삶.

거기 무슨 생명의 소명(召命)이라도 있는양

거기에 진짜배기 즐거움과 행복이라도 있는양.

그지없이 무위(無爲)롭게 (영화 안경에서처럼 무연하게 바다나 바라보면서) 꾸벅꾸벅 졸면서 한살이 살다가면 아니되는 무슨 절대적 이유라도 있다는겐지.

 

강, 그리고 둥근 시간.

범아일여(梵我一如)의 경지.

인식론적 자아(마음)로써, 존재론적 자아(몸)로 하여금 시간과 자연과의 융화를 체득케 할줄 아는 사람.

깊은 겨울잠에 들면 하늘과 땅을 잇는 황금빛 길이 나오고 그리 가다보면 자아 존재의 원초인 어린아이로 또는 나무로 되돌아간다고 하는데...

전깃불과 댐공사에 절망한 하진우, 어라연의 신선이라도 되었으려나.

 

<방안에 가만히 누워 강물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소리가 몸에 닿소. 눈을 감으면 강은 어느덧 내 몸 위로 흘러가고 있소. 몸은 강바닥으로 천천히 가라앉고, 세상은 아득히 멀어지오. 세상이 사라지고, 강바닥에 가라앉은 몸이 차갑게 식어가면 길이 나타나오. 집으로 가는 길이. 그 길은 황홀하도록 아름답소. 난 그 아름다움을 설명할 수 없소. 그건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길이 아니오.>

 

황홀하도옥 평안한 어떤 상태.

엄마의 양수에 둥둥 떠있는 태아.

자궁공간.

 

박근혜.

최태민이라는 요상한 사나이에 대한 그녀의 감정모체가 아마 그러했을겁니다.

살해 당한 어머니와 아버지(가장 신뢰하였던 자에게), 생각건대 정치 권력판의 무상함과 비정함으로 인하여 그녀에게는 인간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도사리고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태민에 대해서는, 그 딸 최순실에게까지 이어진... 그 끈질긴 심리적 집착.

거기서만은 마음을 편하게 내려놓을, 그녀를 무조건적으로 함몰케 할 자궁공간의 평안함이었지 싶습니다.

그녀의 불통(不通)이미지.

다른 소통에 있어서는 매우 형식적이고 권위적이었을 것이고, 그런 것이 카리스마로 작용하였겠지요.

매우 인색한 그녀의 사과, 이 역시 그녀에게는 강한 심리적 합리화의 방어기제가 있을겁니다.

으흠, 이런 심리의 사람이 대통령...

 

대통령 취임식 때 나는 그녀의 얼굴에서 어떤 서기(瑞氣)같은걸 느꼈고, 다소 고무되는바 없지 않았습니다.

보고배웠을 아버지의 이상과 통찰력, 역사적 정치적 격랑 속에 다져졌을 지혜와 의지, 대통령까지 이른 정치력과 통솔력, 거기다 평생 독신의 여성...

그런데 내가 잘못 보았습니다.

걱정스럽습니다.

 

문득 떠올라 옆길로 샜습니다.

좋은 주말을.

 

p.s

나로서는 도무지 영문을 아지못할 친구의 오해 또한 피곤... ㅎ

 

***하늘의소리***

2016.11.03 16:10

 

박근혜 대통령에 대하여

친구, 나는 자네와 생각이 다르다네.

보수꾼이라고 뭐라할지 모르지만.

 

 

<가면의 영혼>

-정찬 作-

 

***동우***

2018.10.19 04:26

 

정찬(1953~ )의 소설들은 다분히 관념적입니다.

前에 그의 소설 '깊은 강'을 올린적 있지요.

 

<내가 당신에게 정말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얼굴에 행사하는 현대 문명의 압도적 위력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대 문명은 인간의 풍요한 표정을 끊임없이 박탈해왔다. 나는 당신이 어떤 조직 속에서 일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당신의 영혼이 느끼는 희로애락을 당신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내는지 묻고 싶다.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머지않아 문명의 그림자 속으로 유배될 것이다. 조직원으로서의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가면이다. 가슴속에서 들끓고 있는 희로애락을 숨기는 가면 말이다. 단언하건데, 성공한 자는 거의 예외없이 가면 만들기에 탁월한 능력을 가진 자다.>

 

이른바 '셀럽'이란 어쩌면 가면의 삶에 성공한 사람들을 일컫는 어휘일런지 모르겠습니다.

 

정찬의 '가면의 영혼' 

두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동우***

2018.10.20 22:03

 

'정찬'의 '가면의 영혼'

'이아고'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오이디푸스'를 연기해야하는 주인공 배우.

'이아고'의 가면 벗기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지만 급기야 '오이디푸스'는 '이아고'에게 잠식 당하고 맙니다.

'오이디푸스'의 장중한 비극적 운명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교활하기 짝이 없는 '이아고'의 냉소적 연기를 무대 위에서 펼칩니다.

 

견디지 못할 운명적 고뇌로 자신의 눈을 찔러야 할 '오이디푸스'가 읊조리는 대사는 '이아고'의 것입니다.

 

<"그 시커먼 검둥이 놈 오셀로를 난 증오해. 내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 내 아내와 무슨 짓을 했다는 소문이 있거든. 사실인지 지어낸 말인지 알 수 없지만 그런 소문을 들은 이상 사실로 간주할 수밖에 없지. 진실이란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니까. 분명한 것은 난 그놈을 증오하고 있으며, 복수를 하지 않으면 살아 있는 기쁨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다는 사실뿐이야.">

 

주인공은 배우로서 몰락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무대는 현실의 알레고리입니다.

무대 위에서 '오이디푸스'의 가면을 쓴 '이아고'

 

작가는 묻습니다.

<당신은 정말 모르는가? 무대가 세계가 되고 세계가 무대가 된 지 이미 오래되었음을.>

 

우리의 삶은 가면의 삶...

자신이 가면을 쓰거나 타인의 가면에 속거나 믿거나 하는.

 

도처에 횡행하는 상징조작들..

 

위정자, 파시즘의 본성을 가진 자가 민주투사의 가면을 씁니다.

사기꾼이 의인의 가면을 씁니다.

상품도 가면을 쓰지요, 가면에 취하여 수요가 창출되기도 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생각해보면 가면이 아닌게 어디 있겠습니까?

모듬살이에 있어서 순수한 자아가 그대로 노정되어서는 아니됩니다.

가면을 뒤집어 쓰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하지요.

 

후천적 본성으로 우리의 퍼스낼리티에 고착된 '군거적 순종(群居的 順從, Herd Allegiance)의 원칙'

'융'이 무의식의 겉면이라고 부르는 '페르소나'

 

모쪼록... '페르소나'가 지나치게 팽창하지 않기를 바랄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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