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김창식]] <아내는 지금 서울에 있습니다>
[[김병언]] <저 바람 속 어디엔가>
<아내는 지금 서울에 있습니다>
-김창식 作-
***동우***
2017.05.26 05:52
김창식(1960~ )의 '아내는 지금 서울에 있습니다'
<혹, 부부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구속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녀가 이곳으로 자주 오지 않음으로 보아 분명 그녀는 부부라는 명목 때문에 내게 구속당하고 있음입니다. 나는 결코 그녀를 구속하고 싶지 않습니다. 남편으로서 아내와 더불어 살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서울에 있은지 오래입니다. 아내의 일상생활마저 공유할 수 없는 남편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내와 나 사이에 들어찬 캄캄한 어둠을 걷어내는 스위치를 찾아 불을 켜야 하는데 그 스위치를 알 수가 없습니다. 아내와 나 사이에 무엇인가가 일어날 것이라는 예감같은 것도 없습니다.>
서울에 떨어져 사는 아내를 향한 애틋한 그리움으로 살고있는 산골 초등학교 교사.
산골의 풍광으로 시각화된 그리움의 이미지즘은 훌륭합니다.
절절하게 만져지는 남편 쪽의 것에 비하여 아내쪽은 어떤 색감의 것인지 모호하지만.
<'우리는 이 아이를 책임져야 해요'>
고리타분한가요? 겁간으로 몸을 빼앗겨 임신한 저 여자의 세리프.
평강공주는 바보 온달을 늠름한 장군으로 만들어 알콩달콩 잘 살았다는데 저들의 관계는 참 씁쓸합니다,
부부 사이에 들어찬 캄캄한 어둠을 걷어내는 스위치.
그런 명확하게 드러나는 키 포인트라는게 있습디까?
대체로 부부사이 어둠이 있다면 그건 정체를 알수없는 몽롱하고 두루뭉실한 안개같은 것입디다.
성격이라던가 버릇이라던가 말씨라던가 경제라던가 집안관계라던가... 그런 것들이 버무러진.
확신할수 있는 사랑, 그것으로 살아가는 부부가 세상에 몇이나 되려는지,
내 살아보니 대개 타성이거나 연민이거나 클리세로 살아지는게 아닌가 하는...ㅎ
다 자란 남녀가 만나 緣을 맺는 부부라는 관계.
짝짖기.
앞으로는 겉궁합 속궁합에만 의존할게 아니라 빅데이터에 의한 알파고의 선택에 맡기자는게 내 주창(主唱)하는 바...ㅎ
<저 바람 속 어디엔가>
-김병언 作-
***동우***
2017.06.01 04:16
김병언 (1951~ )의 '저 바람 속 어딘가에'
이 작가의 소설은 처음입니다.
검색해 보았더니 서울대 언어학과를 나온 대구 사람이더군요.
이 소설은 아무래도 작가자신의 이야기로 읽히는데, 소설의 분위기는 작가가 내 즈음의 연배(약간 아래인)이므로 정서적으로 낯이 익습니다.
그리고 작가의 기억은 아련하고 애잔합니다.
내가 자주 인용하는 마르케스의 말.
"삶은 한사람이 살았던것 그 자체가 아니라 현재 그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며 그 삶을 얘기하기 위해 어떻게 기억하느냐 하는 것이다"
세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나머지 올리면서 지껄입지요.
***동우***
2017.06.03 00:27
장예모 감독의 영화 '오일의 마중'
남편이 돌아왔는데도 알아보지 못하고 언제까지나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공리.
매월 오일이면 기차정거장에 나가 남편이 나오기를 기다립니다.
눈발 날리는 겨울.
세월이 흘러 공리의 눈가에는 자글자글 주름이 졌습니다.
공리의 곁에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바로 그 남편이 서 있습니다.
기억 속의 것들은 과거의 사실(factual)일까요.
몸의 기억은 사실일테지만(자전거나 스케이트 타는 법은 잊히지 않습니다) 마음의 기억은 아련한 정서일듯 싶습니다.
변주될 뿐이지요.
그러나 정서로서 각인되면 망각은 없습니다.
"삶은 한사람이 살았던것 그 자체가 아니라 현재 그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며 그 삶을 얘기하기 위해 어떻게 기억하느냐 하는 것이다"
정서기억은 과거지향적인게 아닙니다
이 소설 속, 할머니, 큰 아버지, 심지어 아버지나 어머니에 대한 것들...
자신이 만든 한편의 영화를 가지고 저리 울궈먹는건 좀 낯설지만, 광목으로 둘러친 영화상영장은 내 기억 속에서도 선명합니다.
그리고 밀짚모자 테두리의 필름.
어린 날 밀짚모자에서 얻은 필름 한조각 전지불을 투과시켜 종이에 비추인 이스트만칼라의 그 색감에 얼마나 황홀하였던지요.
내 가장 소중한 보물이었지요. ㅎ
저 바람 속 어디엔가... 내 정서에 낯익은 풍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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