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사키. 마르셀 예메]] (1,4,3,3,1)

카지모도 2020. 9. 17.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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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사키]] <토버모리> <로라>

[[마르셀 에메]] <사빈느>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토버모리>

-사키 (헥터 휴 먼로) 作-

 

***동우***

2015.03.03 05:48

 

말하는 고양이.

신기하고 놀라운건 둘째치고 신사숙녀들은 우선 당혹스럽습니다.

촌철살인의 시니컬한 어투, 완벽한 영국식 유모어로 그들을 조롱하는 토버모리.

자신들의 야비함이나 부끄러움같은 은밀한 치부를 거침없이 뽀록내는 고양이가 얼마나 얄미웠을까요.

 

그러나 말하는 고양이 '토버모리'도, 말을 가르쳤던 '코넬리어스 아핀'도 죽고 말았군요.

 

크로비스는 중얼거립니다.

<"그 사나이가 코끼리에게 독일어 불규칙 동사를 가르치려고 했다면 그렇게 되는 것은 모두 제 책임이지."> ㅎ

 

++++

사키(Saki, 1870-1916)

 

본명은 헥터 휴 먼로(Hector Hugh Munro). 버마에서 태어나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사했다.

필명 '사키'는 오마 카얌의 4행시인 <루바이야트>에서 따온 것으로 술좌석에서 시중을 드는 미소년이란 의미이다.

사키는 소년 시절 영국에서 엄격한 두 사람의 백모에게 교육을 받았으며, 이것이 유모어 감각과 동물에 대한 애정 등과 함께 그의 작품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토버모리>는 1911년 발행된 단편집 <크로비스 이야기>에 수록된 것이다.

++++

 

 

<로라>

-사키 作-

 

***동우***

2017.02.25 04:24

 

로라 (Laura)

추리소설 장르에서 업어 온 소설인데, 글쎄 이 소설이 호러물로 분류되어 있습디다그려.

이토록 유머러스한 소설이.

 

그리고 사키(Saki)라는 작가 이름을 보고서 깜짝 놀랐습니다.

'사키'라면 토버모리를 쓴 절륜한 풍자와 유모어의 작가인 '헥터 휴 먼로 (Hector Hugh Munro,1870~1916)', 바로 그 사람의 필명이 아닙니까?

나루호도! 하고 고개를 주억거렸답니다.

 

끊임없이 오빠 에그버트를 골탕먹이는 누이동생 로라.

수달과 그리고 검둥이 꼬마로 환생하면서까지. ㅎ

귀여운 로라.

미련퉁이 고양이 톰을 가지고노는 장난꾸러기 생쥐 제리를 보듯이 유쾌합니다.

 

이 소설을 호러물로 취급한 것은 아마 환생이라는 주제 때문인 것 같습니다만,

얘기 나온 김에, 환생에 대하여 한마디.

환생이라는걸 어떻게들 생각하시나요?

왕년에 '티벳 사자의 서'를 탐독한 적도 있습니다만, 나이 들면서 환생설이니 윤회설이니 하는 것들은 어떤 보상심리나 공평심리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생 기억의 데자뷔라던가, 전생 기억을 되살리는 최면 같은 것...나는 도무지 믿을수가 없습니다.

자아라는 걸 어떻게 해명하느냐 하는 명제...

자아가 유지된다는 것은 오로지 기억에 의한 것일까요?

기억 또한 의식작용 일 터인데, 치매 환자에게 기억은 없을지라도 의식은 있습니다.

기억이 없다고 자아를 잃어버린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의식이 존재하는 곳은 뇌입니까? 가슴입니까?

육체 밖, 제3의 어떤 곳에 의탁되는 바 그 무엇이 있는겐가요?

윤회라던가 환생.

개체적 의식의 영속성이 아니라 에너지 보존의 법칙운운....

ㅎㅎ, 모자른 머리에 쥐 납니다그려, 이만.

 

좋은 주말을.

 

 

<사빈느>

-마르셀 에메 作-

 

***동우***

2015.04.06 04:42

 

'마르셀 에메'의 단편소설 '사빈느'를 두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분신술(分身術) 편재술(偏在術).

자신을 여럿으로 만들어 온갖 욕망을 충족한다, 얼마나 신나는 일입니까.

손오공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누구나 한번쯤 이런 환상을 품어 보았을겁니다.

 

사빈느 (Sabines)

내 어쭙잖은 사설은 뒤에 지껄이기로 하고, '마르셀 에메' (Marcel Ayme, 1902~1967)라는 작가에 대하여 몇마디.

 

프랑스인이라면 누구나 어려서 "마르셀 에메'의 책,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라고, 나중에는 그의 장편 '초록빛 암말'이나 단편집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을 읽으면서 어른이 되어간다고 할 정도로 프랑스에서는 유명한 국민작가라고 합니다.

파리 몽마르트에 거주하며 소설을 쓰다가, 죽어서도 역시 몽마르트 구의 생뱅상이라는 작은 묘지에 묻혔습니다.

몽마르트 언덕 노르뱅 거리로 내려가다보면 작은 광장(마당 정도)이 있는데 이 광장이름이 '마르셀 에메' 광장이라고 합니다.

거기 한 남자가 건물벽의 일부가 되어 버린 이상한 동상이 있습니다.

바로 마르셀 에메의 가장 유명한 소설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의 주인공 '뒤티유욀'이 종장에 벽을 통과하는 능력을 상실하여 벽돌과 한 몸이 된 채 벽 속에 갇힌 동상이지요.

 

은비님 댁, 아래 주소에 그 스케치가 있습니다.

http://blog.daum.net/eunbeekc/11793790

 

***동우***

2015.04.06 04:46

 

다음은 '사빈느'에 대한 '이문열'의 해설입니다.

 

++++

<진진한 향수와 참혹한 종장>

 

사빈느는 한 여인의 의식 밑바닥에 잠재된 욕망을 분신술 혹은 편재술이라 불리우는 상상 속의 마술로 변주한 기상곡이다.

작가가 곳곳에서 암시하고 있듯이 사빈느는 평범한 월급쟁이의 아내였고, 그 정숙함도 욕망도 여늬 여인들처럼 평범했다. 동시에 여러개의 몸으로 나뉠 수 있는 특이한 재주만 아니었다면 그 욕망을 전개하는 방식도 평범해서 아마도 한가로운 상상이나 망상으로 끝났을 것이다.

 

그런데 사빈느에게 그 특이한 재주를 부여해 상상이나 망상을 현실로 바꿈으로써 기발한 변주가 시작된다.

열정적이면서도 재능있는 젊은 예술가와의 사랑은 어쩌면 대부분의 주부들이 가져보는 꿈일지도 모른다. 유별나게 바람기가 있거나, 성실하지만 답답한 남편에게 불만을 품은 여자가 아니라도 통속적으로 기대되는 달콤한 분위기는 성적인 망상의 대상으로 일쑤 예술가를 떠울리게 한다.

사빈느도 거기 따라 불 같은 열정의 젊은 화가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그게 남편의 그늘 아래서 품어보는 망상이 아니라 몸을 나누어 체험하는 실제의 사랑이기 때문에 다양한 욕망의 변주가 연쇄적으로 이어전다.

예술하는 영혼의 광기와 변덕, 그 몸의 궁핍과 고난은 또 다른 욕망의 대상에 눈길을 주게 하고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은 가속도를 얻어 연쇄폭발한다.

그리고 마침내 절망으로 오히려 지나치게 비대해진 욕망은 몇 만의 몸을 가지고도 멈출 줄 모른다.

 

하지만 작가는 용의주도하게도 그 겉잡을 수 없는 욕망의 연쇄폭발을 중단시키는 계기를 너무 늦지 않게 마련한다.

곧 여자의 의식 밑바닥에 잠재 해 있는 또 다른 욕망, 자비와 거룩함 순수를 향한 어떤 끌림이다.

동기도 철저하지 못하고 실천도 보잘 것 없지만 사빈느가 자신의 분신중에 하나인 루이즈 메냥을 빈민굴로 보내는 것은 그 끌림을 외면하지 못한 까닭이었다.

그런데 그 빈민굴에서 사빈느는 바로 최악의 대상과 만나게 된다. 괴물 혹은 고릴라라고 표현되는, 더 내려갈 데 없이 비천해진 욕망의 대상은 사빈느를 몸서리치게 했다.

그러나 거기에 또 길들여지는 분신 루이즈 메냥을 보며 사빈느는 절망에 빠진다.

이제 사랑의 쾌락은 단지 기만적인 환상인 정도가 아니라 인간이 떨어질 수 있는 비참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비참이었고 인간성이 겪을 수 있는 모멸 중에서도 가장 참담한 모멸이었다.

 

그 절망, 그 비참과 치욕에서 사빈느를 구해주는 게 그래도 아직 간직하고 있던 젊은 화가 테오렘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었다.

비록 형식은 질투로 눈먼 괴물에게 무참히 살해당하는 것이지만 그로 인해 6만 7천 명의 사빈느가 욕망의 질곡에서 벗어나게 되는 한 그것은 구원일 수밖에 없다.

 

이 사빈느는 내 독서체험에서 한 특이한 예외가 된다. 나는 이 작품을 서른 가까이 되어서 만났는데 읽고나자 경이를 넘어 어떤 절망까지 느꼈다.

그때 멀지 않은 등단을 두고 중단편에 몰두하고 있었을 때라 더욱 그랬겠지만 한동안 글쓰기가 주저될 정도였다.

 

그러다가 벽을 드나드는 사나이, 집달리 등 같은 작가의 작품을 몇 편 더 구해 읽고 나서야 비로소 그 경이를 '이런 재능도 있구나' 하는 감탄으로 바꿀 수 있었다.

 

작가 마르셀 에메는 프랑스 문단에서 매우 독특한 작품세계를 일구어 낸 사람이다.

대다수의 프랑스 지성들이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눅눅하고 암울한 글을 쓰고 있을 때 에이메는 환상과 기상을 주요 정조로 하는 극적인 작품들을 발표하여 문단에 충격을 주었다.

 

관념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작품 경향을 배제하는 그의 소설 쓰기는 초기 작품들에서부터 두드러지기 시작, 대표작인 [푸른 말]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당시의 프랑스 전원 생활을 구체적이고 환상적인 문체로 그려내면서 한 시골 사람의 삶을 감동적으로 형상화시킨 이 소설은 발표하자마자 독자와 평자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불러모았다.

 

에메의 작품들은 프랑스의 전통과 크게 엇나가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라브레로부터 시작된 풍자와 웃음의 미학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철저하게 훈련된 리얼리즘의 전통 위에 환상과 풍자를 성공적으로 결합시켜 한 차원 높은 작품 세계를 구축해낸 것이다.

++++

 

***동우***

2015.04.07 04:17

 

'마르셀 에메'의 상상력은 거침이 없습니다.

 

백만장자의 아내인 사빈느(스미스손 부인)가 포르노에 빠져 버렸네요.

열광적인 음란에 사로잡힌 그녀는 6만7천의 분신으로 욕정이 발현됩니다.

 

으흠, 우리 심층심리에 잠재된 욕동(慾動)은 무엇을 향하여 들끓고 있을까요.

권력 부 섹스 혁명.....거기 사랑도 있습니까. ㅎㅎ

 

'사빈느'처럼 자기를 얼마든지 만들어낼수 있다면.

'뒤티유욀'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처럼 벽을 뚫고 얼마든지 넘나들수 있다면.

 

법과 제도와 금기 도덕과 양심 따위 아랑곳이겠습니까?

부귀영화, 양귀비 크레오파트라 쯤 손에 넣기야 여반장이지요.

 

<루이즈 메냥이 목 졸려 죽는 순간, 6만 7천여 명의 자매들도 목에 손을 가져가면서 행복한 웃음과 함께 숨을 거두었다.>

 

끝없는 욕망의 충족.

상상이야 얼마든지.

6만7천가지 욕망과 함께 죽는'루이스 메냥'을 상상 속에까지 끼어넣지 않아도 좋을테니 . ㅎ

 

신자유주의, 제어장치(루이스 메냥)없는 자본적 인간의 욕망은 그러나 상상에만 머물지는 않는답니다.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마르셀 에메 作-

 

***동우***

2015.04.25 04:59

 

얼마 전 포스팅하였던 '사빈느'의 작가 '마르셀 에메' (Marcel Ayme, 1902~1967)

그의 대표적인 단편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를 야초님 댁으로부터 업어 와 올립니다.

 

벽 따위 무시로 관통할수있는 초능력.

'수퍼 히어로' 일터인데 영웅적인 면모는 보이지 않고 고작 도둑질이나 하고 유부녀나 꼬시다가 벽 속에 갇혀 버렸군요.

 

분신술의 사빈느, 벽을 관통하는 뒤티유욀.

그런 능력 내게 있었더라면 내 욕망 무애(無?)하여 한껏 한세상 부귀권세영화 누렸으련만. ㅎㅎ

 

은비님.

이번에 몽마르트를 걸으실 적 노르뱅 사거리에서 귀 기울여 한번 들어 보시우.

무덤 저편에서 들려오는 듯한 희미한 소리.

늑대인간 뒤티유욀의 찬란한 행로의 종말과 너무도 짧게 끝나버린 사랑을 한탄하는 소리...

 

그리고 슬픈 멜로디 하나 허밍으로 불러 보시우.

은비님의 선율 날아올라 달빛이 방울방울 떨어지듯 담벽 속으로 동당동당 스며들터이니.

 

***eunbee***

2015.04.26 00:47

 

동우님,

오늘 쏘엔 봄비가 내려요. 간만의 비, 정말 반가워요. 은비엄마랑 파리에 나가기 전, 이 가볍고 재미난 소설을 첫부분과 끝부분은 읽어주고 중간 스토리는 이야기로 들려 주었더니 은비엄니 즐겁게 웃었어요.

일년에 한번먹어도 효과내는 약, 그거 굿이네~

그런 댓구도 하면서...ㅎ

 

동우님,

몽마르트르에 가게되는 날, 나는 뒤티유욀에게 부탁해서 동우님을 그곳으로 초대할래요. 

내가 그곳에 갈때면 늘 걷게되는 르픽거리에서 럼주를 마시고, 반 고흐와 위트릴로의 골목들을 함께 걷겠어요.

아참, 엉뚱쟁이 달리도 만나야죠. 우리에게도 지팡이를 내밀까요?

미드나잇 인 빠리에서처럼~? ㅎㅎㅎ

그러나 동우님

노르뱅거리에서의 내 허밍은 생각해 보아야겠어욤~^^

동당동당 그리움에 겨운 슬픔이 내리면 어째요.

 

***동우***

2015.04.26 04:38

 

쏘의 해질 녘 또는 봄비.

얼마나 정취 가득할런지는 은비님의 글과 그림에서 충분히 엿보입니다.

 

은비님으로 비롯해 정겹고 익숙한 파리와 쏘.

쏘 공원, 몽마르트, 위트릴로의 골목, 엉뚱쟁이 달리..

럼주도 좋겠지만, 압상트나 칼바도스...

 

<그러면 추위에 곱은 손가락들로부터 기타의 선율이 날아올라 달빛이 방울방울 떨어지듯 담벽 속으로 동당동당 스며든다.>

이 소설, 끝대목의 동화적이고 싯적인 번역. 원문은 어떠할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