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하성란]]
<양파> <꿈의 극장>
<양파>
-하성란 作-
***동우***
2013.02.18 05:44
하성란(1967년생 여성작가)의 '양파'
29회 동인문학상 우수 후보작, 나는 오늘 아침 처음 읽었다.(세평에 귀 얇은 나)
인물의 캐릭터와 그럴듯한 사건들이 적절한 인과(因果)로써 결합된 서사구조가 소설이라 할 때, 이 소설은 파격이다.
여기저기를 파노라마처럼 들여다보면서 상황을 묘사한다. (치밀한 상황묘사가 돋보이기는 한데)
거리의 낙서, 일종의 문학적 그래피티(Graffiti)인가?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있는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들의 관계를 얘기하고 싶은 모냥인가.
가시적 행위와 보여지는 사건, 그리고 사실과 인식과의 그 괴리에 대하여 얘기하고 있는걸까.
진짜배기 양파의 핵(核)은...
그러니까 삶의 희학적(戱謔的) 비극....
이 언저리를 더듬으면 될는지.
작가는 읽는 이의 상상력에다 무책임한 숙제를 내어 주는고나.
그러나 그 주제가 절실하거나 긴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삶의 알갱이란 본시 거창한 데 있는게 아닌줄 진작에 나는 알고 있으므로.ㅎ
<허공에 헬리콥터 한 대가 떠 있다. 정오의 태양은 헬리콥터 주회전 날개 위에서 팽팽하게 빛난다. 사내는 어깨 위에 짊어진 대형 무비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대 초점을 잡는다. 장난감 미니어처 같은 차들이 고속 도로 위에 줄지어 서 있다. 사내가 찍은 이 필름은 아홉시 저녁 뉴스 시간에 20초 정도 보도될 것이다. 사내는 20초를 위해 두 시간 전부터 작열하는 태양 아래 떠 있다. 갈증이 난다. 사내는 시원한 생수를 들이켜는 상상을 하면서 카메라의 초점을 끝간 데 없이 이어진 차량들의 지붕 한 곳에 들이댄다. 헬리콥터를 발견한 사람들이 차 밖으로 손을 내밀고 이 쪽을 향해 흔든다. 십자형의 초점 속에 우연히 슬리퍼 한 짝이 들어온다. 형광색 분홍 슬리퍼다. 사내는 줌 렌즈로 슬리퍼를 당겨온다. 한눈에 보기에도 욕실화가 분명하다. 사내는 언젠가 꼭 영화 한 편을 찍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휴가를 가면서 누군가 도로변에 흘리고 간 슬리퍼를 사내는 꼼꼼히 필름 속에 담는다. 아홉시 저녁 뉴스 시간에 사내가 찍은 슬리퍼는 방송되지 않는다. 거물급 인사의 방한이 길에 방송되는 바람에 필름은 편집과정에서 다 잘리고 먼 데서 찍은 정체된 차량들의 물결만 5초 동안 방송된다.>
하성란의 ‘양파’
이런 소설도 있구나하는 기분으로 읽어 보시기를. (한가할 적에)
무언가 독특한 분위기가 있기는 한데 나는 잘 모르겠음...하
***jamie***
2013.02.19 04:22
정말 독특한 형식으로 써 내려갔네요.
억세게 운 나쁜 남녀의 조우...결국 억세게 운 나쁘게.
참...쓸쓸하군요.
사람은 저마다 운명을 타고 나는 것인지...
때론 이해가 안 되어 운명론자가 되어 보기도 한답니다.
***동우***
2013.02.19 05:49
제이미님.
21세기 들어서 참 독특한 형식의 소설들 범람하는듯 합니다.
소설적 허구의 해체화.. 서사의 죽음...이라는 말들도 쉽게 들을수 있지요.
소소한 우연으로 점철된 사건들.
말씀처럼 쓸쓸함...
우리의 일상이라는 것, 그 속에 감추어진 운명...운명론자.
그리고 진실과 보여지는 것과 제3자의 인식이라는 것...
하하, 어렴풋 어렴풋..
***teapot***
2013.02.19 12:46
잘 모르겠지만 읽고 갑니다.
무언가가 있는 것 같으시다는데 저는 머리만 복잡해져서요....ㅎㅎㅎㅎ
제목이 양파니~ 아무리 까 봐도 그 속은 모르겠는 그 양파인가 봅니다.ㅎ
***동우***
2013.02.20 05:35
티팟님.
그 무언가 있는 것 같은 그것, 나 역시 못찾겠다, 꾀꼬리.ㅎ
듣고보니 정말, 말씀처럼 그래서 제목이 양파이고, 양파가 주제인가 봅니다,
아무리 까보아도 사건의 인과를 찾을수 없다는 그것... ㅎ.
<꿈의 극장>
-하성란 作-
***동우***
2014.01.20 05:15
하성란(1967~ )의 '꿈의 극장'
<극장 안은 썩은 배추와 생선 내장을 한데 버무린 듯한 냄새가 난다. 천장에는 가느다란 틈을 타고 물이 샌 자국이 누렇게 번져 있다. 기사 마감일은 일 주일이 남아 있다. 일 주일 동안 남자는 철저한 맹인의 시각으로 기사 하나를 완성해야 한다. 한과장은 삼 개월 전에도 남자를 무덤 속에 집어넣었다. 경기도 부근의 공원 묘지였다. 마침 막 판 듯한 빈 묘혈이 하나 있다. 공원 관리인에게 웃돈을 집어주었다. 남자는 수의를 덧입고 관 속에 들어간 채 무덤 속에 묻힌다. 관 뚜껑 위로 흙이 던져지는 소리 속에 한과장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남자는 그 속에서 꼬박 하루를 있었다. 한 시간이 지나면서부터 남자는 연신 야광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한다. 약속한 열 시간이 지났는데도 밖에서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 문득 한과장이 과연 신뢰할 만한 사람인가 하는 의문이 스친다. 기껏해야 한과장에게 남자는 아르바이트 직원에 불과하다. 어쩌면 지금쯤 한과장은 남자를 이곳에 묻은 것조차 까맣게 잊고 술을 마시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어요? 숨을 쉬기 위해 관 위에 박아놓은 PVC 관에 대고 소리를 친다. 점점 고함소리는 욕설로 변한다.
약속한 시간에서 두 시간이 지나면서부터 남자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내일, 아니면 모레 이 묘혈 속에 묻힐 누군가는 다른 장소를 찾아야 할 것이다. 관 뚜껑을 발로 차려 했지만 무릎이 굽혀지지 않는다. 손톱으로 뚜껑을 긁어대는 것도 쉽게 지친다. 고속도로에 서 있는 교통사고 안내판이 떠오른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교통사고 안내판의 붉은 액정 숫자가 막 바뀌는 순간을 본 적이 있다. PVC관 위로 동전만하게 보이던 하늘은 달처럼 점점 이지러지더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바지는 생똥과 오줌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 관을 타고 비가 흘러들기 시작한다. 흙을 파내는 삽질 소리가 들리고 관 뚜껑이 벗겨진다. 거친 빗줄기에 튄 흙이 남자의 얼굴에 달겨든다. 웃으면 한쪽 입끝이 말려 올라가는 특유의 미소를 머금고 우산을 받쳐든 한과장이 남자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서 있다.
‘죽음의 체험'이라는 제목으로 나간 지난 9월호 기사 밑에는 땀에 머리카락이 곱슬곱슬하게 말리고 눈 흰자위를 드러낸 채 관 속에 누워 있는 남자의 사진이 함께 실렸다. 그 전까지만 해도 한 달에 몇 번 잡지사로 나가 아르바이트로 기사의 교정을 보거나 사랑의 체험수기나 성형외과나 산부인과적 고민 따위를 대필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한과장은 이 기사로 어쩌면 기사 한 꼭지를 맡는 고정직을 얻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크린에는 지루하게 긴 정사가 이어지고 있다. 청년은 고양이처럼 의자 위에 올라앉아 스크린을 쏘아보고 있다. 누군가 중간에 들어와 스크린이 그림자로 얼룩지자 청년은 바지춤에 찔러넣은 손으로 총을 만들어 그림자에 겨눈다. 남자는 의자와 의자 사이의 통로에 바싹 엎드려 기다시피하며 극장을 나온다.
시장의 천막들 아래로 알전구들이 불을 밝히고 있다. 남자는 참치 통조림 두 개와 마요네즈 소스 한 통, 오이 천원어치를 산다. 육교를 건너는데 육교 아래로 낯익은 번호의 버스가 막 지난다. 여자가 버스에서 내려 천천히 보도 위로 올라선다.>
독특한 분위기가 있기는한데 그 정체를 뚜렷하게 포촉할수가 없다. 내게는. (전의 '양파'도 그러하더니)
소설적 서사(敍事)도 분명치 아니하고, 등장인물의 개성이나 심리도 뚜렷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미켈란제로 안토니오니'의 영화를 보는듯, 영상적 이미지만 넘실거린다.
자본주의 시스템의 도회 속 소시민.
그것을 하나의 추상적인 기호로써 은유코자 함일까.
소외와 무기력과 권태와 우울과 소통없는 개별적 삶의 양태 같은....
읽고나니...슬프지는 않지만 좀 쓸쓸하다.
***베로니카***
2014.01.20 16:53
우에 동우님 말씀에 쬐끔 공감하며...
저에게는 삶의 무게의 자잘한 일상이 보입니다.
그러나 글을 쓴다는게 엄청 힘들다는걸 알게 되었거든요..
그냥 물흐르듯 편하게 쓴다는 것도 그 안에 나 자신을 의식해야하는 것들도 있더군요
글쓰는걸 아주 좋아해서 수필로 등단할때 좀 우스웠습니다
책이 박스로 한박스가 왔습니다
순간 절대로 지인들에게도 나눠 주지말자란 생각을 했지요
누가 내가 쓸 당시의 갖가지 형언할수없는 그 마음으로 읽어줄런지..
아니 아닐꺼야 ..절대로
책만 받아서 대충 방구석 어디쯤에 내동댕이를 쳐놓고...
아님 책상 어느 구석에 쳐박아 아마도 한페이지도 안읽을껄..
내가 나를 위해서 쓴거야.. 하고 최면을 걸면서 끝내 한권도 주지않았습니다
간혹 너 책 쓴거 있지? 한권 줘 하는 선후배에게 내가 차라리 책표지를 그려주지요하고...
그때부터 몇 번 그려주고는 짭짤한 수입을 챙기고는 그것도 너무 미안스럽고
저도 그렇게 열심히 안보고 꽂아두기만한 책들도 많이 있걸랑요..
또한 개인전시를 열던 공동 전시을 하든 시끄러웠던 시간이 지나 홀로 브스에 앉아있을때
이거 맥없는 짓이야..
젊을 적에는 무에 그리 잘그렸다고 당당히 걸어놓고 ,,
이제는 내 그림은 나만이 이해가 되는거야..
그래 내 삶을 그냥 내가 그린거야..나 정말 잘했어..
그런 마음으로 만족해가는 내가 참 이젠 좋아요...
어느 저명하신 분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예술이란 눈속임이다"
맞아요
전주에서 간혹같이 함께했던 사람들...
지금도 남편이 소위 잘나가는 "사"자 댁 아주마이들... 지금도 패기있게 열심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지요.
각 병원 복도에 돌아가면서 전시를 열고 이웃돕기 행사전부터시 작, 도전 시전...
신랑지원도 빵빵..
물론 전시중에 그림 한두서너개는 꼭 그 자랑스런 리본이나 꽃이 붙어있드군요...
아 재네들은 참 부럽다아..
코끝도 얼씬거리지도않은 우리서방은..
어쩌다 작업실에랍시고 아니 내딴엔 급노동실이다.. 놀러오신 분이 와 그림이 참 맑아요 좋아요 따뜻해요 저 그림 하나만 주세요...하면 발끈 속으로 그럽니다
아니 어따대고 그림을 달래. 그런 말이 그리 쉽게 술술 나오는거니... 속으로 길길이 뛰지요.
물론 겉으론 온화하게 "노"란 대답을 그럴싸하게 대는거지만요. 후후
알량한 자존심은 남아가지고
돈으로 사간들 ..에구 마찬가지일테지요
성당이란 종교단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잘나가는 그분은 늘 신부님 앞에서나 교우들 앞에서나 당당합니다
전주에서 언제 전시를 하니 놀러오세요 자주 하지요....
요 전에 그 남편분이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습니다
작은 시니까 사람들이 말이 많지요
우리 시어머니조차도 그럽니다
"야 그 며느리 전주에서 지 활동만 하더만 그것 봐라 남편 죽는줄도 모르고 못된...어쩌고"
"아 어머니 그런말 하지마세요 그 언니도 참 초반에 엄청 고생많았어요 그집이 보통집안이어요. 이제사 좀 떨어져있는거지요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어요.."
모르는 사람들은 아무케나 지껄입니다
저 또한 그 언니를 속으로 약간 질투는 했을꺼고 부러웠으니까 내심 미안스러웠습니다
좋은 신랑 좋은 집안 만나 결혼한 것도 잘못은 아닌데..반성했습니다
그러고보면 별별 것도 아니라서 기가 팍팍 죽어 한쪽에 있는둥마는둥 찌그러져 오며가며만 하는 내가...
휴...다행이다...에궁
저가 몬소릴하고 있대요 시방.
새겨 들으세요 동우님.
***동우***
2014.01.21 05:13
베로니카님.
수필로 등단한 작가셨군요.
출판한 책 내게도 한권주시우.
나는 성실한 독자일터인즉.
베로니카님 그림이야 감히 바랄수 없을테니. ㅎ
베로니카님의 수다. (이크, 실례)
재미있어 새벽부터 빙긋빙긋 웃습니다. 하하
***베로니카***
2014.01.21 18:47
맞아요
아고 무신 작가라고 마구...
저가 존경하는 분이 정년퇴임하시고 해마다 책을 한권씩 내는 분이 있어요
그분은 그 책 내는 재미로 일년을 열심히 글을 쓰며 사시는 분이세요
나보러 더 내라하길래 전 돈도없고 그럴 실력이 없다하니까는 그분 책의 절반은 내 글을, 실려준다네요
아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 호호
그나저나 책표지만 해드리겠다고 하니까는 자기 큰아덜이 그 사례금은 두둑히 주신다는...
어제 모처럼 잉크님 방에 가니 동우님이 보여서 어찌나 반가운지요
들깨차님을 알았는데 그분들이 전주에 떳네요
덕분에 잉크님등과 한 세분이던가 우리집에 들려서 수다떨고 갔어요
전 손님이오셔서 가이드 하느라 그분들 따뜻한 아랫묵에 누워 실컷 놀다갔다고 고마워하더군요
언제 그분들 부산에 모이면 저도 가야겠어요. 그때 동우님도 꼭 나오셔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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