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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9권 (40)

카지모도 2023. 9. 13.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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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돌석이가 방안에 들어설 때 주인은 방문 옆에 섰고 주인 여편네는 방구석에

돌아앉았고 주인의 동생 상투쟁이는 비로소 부스스 일어 앉았다. “무슨 일루

주무시다 말구 들어오셨습니까? ” 하고 주인이 묻는 말에 “안에서 좀 잘라구

들어왔소. ” 하고 배돌석이는 대답하였다. “방을 바꿔 달란 말씀입니까? ” “

아니오. 나만 이 방에서 자잔 말이오. ” 주인이 난처하게 여기는 눈치로 한참

자저하다가 “그리하시지요. ”하고 말하는데 목소리가 목 안에서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임자네는 다른 데 가서 자구 이 방은 나를 내줘야겠소. ” “다른

데 가서 잘 데가 없습니다. ” “이놈아, 다른 데 가 자라면 봉당이나 부엌이나

어디든지 가 잘 게지 무슨 잔소리냐! ” 배돌석이의 말이 곱지 못하게 나가니

주인은 한숨을 땅이 꺼지게 쉬고 “여보게 어서 일어서게, 밖으루 나가세. ” 하

고 방구석의 여편네를 바라보았다. “너이 형제만 나가거라. 네 기집은 여기 두

구. ” 주인이 배돌석이 말을 듣고 입을 악물고 노려보았다. “네가 나를 노려보

면 어쩔 테냐, 말루 일러서 못 나가겠으면 칼 맛을 좀 볼라느냐? ” 하고 배돌

석이가 환도를 빼들었다. 주인의 동생이 먼저 방문을 박차고 나가고 주인이 그

다음에 나가는데 주인 여편네가 붙어나가려고 하는 것을 배돌석이가 못 나가게

가로막았다.

주인이 밖에 나오며 곧 헛간에 가서 도끼를 찾아들고 그 동생더러 식칼이라도

들고 뒤를 따르라고 이르니 “형님, 바깥방에 있는 여러 놈을 어떻게 하실랍니

까? ” 하고 그 동생이 왼고개를 쳤다. 주인이 동생의 말을 듣고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도끼를 내던지고 바깥방으로 쫓아나와서 방문 앞에서 “손님들

주무십니까? ” 하고 소리쳤다. 황천왕동이가 첫마디에 주인 목소리를 알아듣고

“웬일이오, 호랑이가 왔소? ” 하고 물었다. “손님 한 분이 안방에 들어와서

제 처를 겁탈하려 드니 어떡허면 좋습니까? ” 황천왕동이가 주인의 말을 듣고

일어 앉아서 문 앞에서 자던 배돌석이가 없는 것을 더듬어보고 쩟쩟 혀를 찬 뒤

에 밖에 나와서 주인더러 “나하구 같이 들어갑시다. ” 하고 말하였다. 배돌석

이가 몸부림하는 여편네를 안고 둥개는 중에 황천왕동이가 들어와서 “여보, 이

게 무슨 짓이오? 대장 형님께서 곧 나오라구 걱정하시우. ” 하고 공동하였다.

배돌석이가 여편네를 놓고 얼빠진 사람같이 앉았는 것을 황천왕동이가 끌고 나

와서 방안에 들어설 때, 꺽정이가 누워서 “자지들 않구 웬 수선이냐? 가만히

자빠져 자거라. ” 하고 꾸짖었다.

이튿날 식전에 꺽정이 일행 중 가장 먼저 일어난 황천왕동이가 뒷간에 갔다오

다가 주인의 동생이 안에서 나가는 것을 보고 “이 친구 식전에 어디 가나? ”

하고 먼저 말을 붙였다. “누님 집에 갑니다. ” “누님한테 식전 문안하러 가

나? ” “누님이 양반인가요, 문안하게. 집의 아주머니가 병이 나서 아침 밥 좀

지어달라구 누님을 부르러 갑니다. ” “자네 아주머니가 어째서 병이 났어? ”

“어젯밤에 놀라서 병이 났나 봅디다. ” “자네두 상투를 끌어올렸을 젠 장가

를 들었을 텐데 자네 색시는 어디 가구 없나? ” “엊그저께 친정에 다니러 갔

습니다. ” “자네 처가는 어딘데? ” “사주립니다.” “소 임자 김서방 사는

동넬세그려. ” “그 김서방이 우리 가시어머니의 칠촌 아저씨랍니다. ” “자네

처가의 족지족을 다 대다간 아침밥 늦겠네. 어서 자네 누님이나 부르러 가게. ”

황천왕동이가 주인의 동생을 보내고 안을 와서 들여다보니 주인은 호망을 걷어

치우고 있었다. “벌써 일어났소? ” 황천왕동이의 목소리를 듣고 주인은 반색

하고 쫓아나와서 밤 잔 인사를 다정하게 하였다. “안에서 놀라서 병이 나셨다

니 미안하우. ” “대단한 병은 아닙니다. 골치가 좀 아프답니다. ” “어젯밤에

해거를 부린 분이 산매증이 좀 있어서 이따금 그런 실수를 하우. 그게 그의 병

이니 어찌 아지 마시우. ” “어찌 알다니 천만의 말씀을 다하십니다. ” 황천왕

동이가 인사성으로 주인과 수어 수작하고 바깥방으로 나왔다.

이른 아침때가 되엇 조밥과 된장국으로 아침들을 먹은 뒤 꺽정이가 황천왕동

이더러 관군의 동정을 가서 알아오라고 하여 황천왕동이는 곧 주인의 삿갓을 얻

어 쓰고 산 아래로 내려가고 꺽정이는 다섯 사람과 같이 주인을 앞세우고 나와

서 산성 안을 돌았다. 인가는 동문 안에 너덧 집이 있고 또 서문 안에 서너 집

이 있ㅇ서 복판에 있는 집까지 모두 합하면 십여 호란 말이 틀리지 아니하였다.

주인은 산성에서 양대째 산다는 사람이 산성 주회가 얼마인지도 자세히 모르는

데 이춘동이는 횅하게 잘 알았다. 자모산성뿐 아니라 평산 경내 다른 산성도 다

잘 아는 듯 이것저것 비교하여 이야기까지 하였다.

자모산성의 소재지는 평산읍에서 남으로 칠십 리요, 성벽은 석축인데 주회가

이천사백팔십 척이요, 고가 십오척이요, 성내의 우물은 단 하나뿐이나, 다른 곳

열 우물이 부럽지 않도록 수량이 많았다. 평산 경내 산성이 자모산성외에 태백

산성과 성황산성과 철봉산성이 있어 모두 합하여 넷인데 그중에 태백산성이 제

일 컸다. 태백산성은 황주 정방산성, 해주 수양산성, 은율 구월산성, 서흥 대현산

성, 재령 장수산성 다섯 산성과 아울러서 황해도내 육대산성으로 칠 것이라 성

이 넓고 높을뿐더러 곡성, 옹성까지 구비하여 성의 규모가 자모산성으론 견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정반산성과 같은 요해처에 있는 산성이 아니므로 구경 피

난곳밖에 더 될 것이 없는데, 피난곳으로 말하면 읍에서 멀리 떨어지고 큰길에

서 깊이 들어앉은 자모산성이 성황산성이나 철봉산성보다 나은 것은 고사하고

태백산성보다도 나으면 낫지 못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자모산성을 평산 경내의

제일 좋은 피난곳이라고 말할 수가 있었다.

꺽정이 이하 여섯 사람이 산성을 한 바퀴 다 돌고 주인집에 와서 들어앉은 뒤

얼마 되지 아니하여 황천왕동이가 관군의 동정을 탐지하여 가지고 돌아왔다.

황천왕동이가 산성서 도평이란 벌판에 있는 동네까지 남쪽으로 곧장 내려가고

도평서 마산리를 동쪽이려니 어림을 잡고 동쪽으로 꺾이어 나가다가 위아래 갈

림길 진 곳에서 윗길에 촌사람 하나가 가는 것을 보고 쫓아가서 붙들고 마산리

가는 길을 물었더니 그 사람이 대답은 않고 황천왕동이의 삿갓 밑에 얼굴을 면

구스럽게 들여다보았다. “내 얼굴에 무어 묻었소? ” “임자의 차림차림은 이

근처에서 사시는 양반 같은데 말소릴 듣든지 마산리 길 묻는 걸 보든지 근처 양

반은 아닌 모양이니 대체 어디서 오시우? ” “산성서 오우. ” “녜, 산성서 오

셔요? 산성 안에 사시우? ” “그렇소. ” “난데서 산성으루 이사오셨구려. ”

“봉산서 이사왔소. ”“봉산 어디서 사시다 오셨소? ” “읍내서 살다 왔소. ”

“이사는 언제 오셨소? ” “올 봄에 왔소. ” “봐하니 깎은선비 같은 양반이

산성에 어떻게 사시우? ”황천왕동이가 임시처변으로 거짓말 대답 한마디 하고

될갈무리 하느라고 연해 거짓말로 대답하는데, 답답한 촌사람은 대답이야 참말

이든 거짓말이든 묻기만 위주하는 것같이 자꾸 물어서 황천왕동이는 거짓말을

꾸며대기가 성이 가시었었다. “인제 고만 길이나 좀 가르쳐 주구려. ” “나두

지금 마산리루 가니 같이 갑시다. ” 황천왕동이가 그 촌사람과 동행하여 가면

서 서로 통성하고 사는 곳을 물어본즉 그 사람은 마산리 사는 박서방이라는데

도평 형의 집에 있는 늙은 어머니를 보고 간다고 말하였었다. 마산리 사람들이

이춘동이 집 잔치에 모였을 때는 황천왕동이가 봉산서 아직 오지 않았었고, 마

산리 사람들을 꺽정이가 울력시킬 때는 황천왕동이가 관군 동정을 알러 나갔었

고, 또 울력시킨 사람들을 꺽정이가 한데 모아놓고 말을 이를 때 황천왕동이가

마침 뒤를 보러 갔었던 까닭에 마산리에서 황천왕동이의 얼굴을 본 사람이 별로

없었었다. “마산리에 어제 난리가 나서 사람이 많이 죽었다니 참말이오? ” “

산성서 어떻게 그렇게 빨리 소문을 들으셨소? ” “이웃 사람 하나가 어디서 소

문을 듣구 와서 이야기합디다. ” “사람이 많이 죽었다는 건 헛소리지만 난리

는 났었소. ” “난리가 대체 무슨 난리요? 마산리서 누가 역적모의를 했습디

까? ” "청석골 임꺽정이가 우리 동네 대장쟁이 이가의 집에 와서 도당을 불러

모아 가지구 무슨 공론하는 것을 우리 동네서는 몰랐는데 서울서 용하게 미리

알구 군관들을 내려보내서 그 군관들이 평산, 봉산 두 골 원님하구 같이 오백여

명 군사를 끌구 와서 단지 일곱 명밖에 안 되는 임꺽정이패하구 어제 우리 동네

뒷산에서 접전이 됐었소." "일굽 명하구 오백여 명하구 접전해서 그래 어느 편

이 승전했소? “ "오백여 명이 일굽 명을 에워싸 놓구 하나 못 잡구 곱게 다 놓

쳤소. 그저 놓치기만 했어두 오히려 났지만 관군 편에는 죽은 사람이 둘이구 상

한 사람이 여남은이나 되는데 꺽정이 편에는 털끝 하나 상한 사람두 없는갑디

다. 꺽정이가 살을 맞았단 말두 있구 꺽정이가 죽었단 말두 있지만 그건 다 멀

정한 거짓말인갑디다." "관군들이 어디루 갔소? 마산리에 그저 있소? ” "어제

저녁때 바루 읍내루 걷혀 들어갔소." "그럼 지금 마산리에는 관군이 하나두 없

소? “ "상한 군사들만 남아 있는데 오늘 낮에 마저 읍내루 데려 들어 간답디다.

" 황천왕동이가 그 사람의 말을 듣고 본즉 마산리까지 갈 것도 없으나 관군이

전혀가고 없는 것을 눈으로 보고 오려고 그대로 가는 중에 그 사람이 무슨 잊은

말이나 갑자기 생각한 것같이 "여보 황서방, 우리 동네에 무슨 볼일이 있어 오시

우? ” 하고 물어서 황천왕동이는 먼저 한 거짓말과 동이 닿게 "나는 타향으루

떠나왔지만 내 처가는 봉산읍내서 그저 사는데 처남 하나 있는 것이 이번 이런

데 끌려와서 죽지나 않았나 알아 보러 오는 길이오." 하고 거짓말 참말 섞어작으

로 대답하였었다. "그럼 읍내까지 가셔야겠소. 아니 읍내 가두 소용없겠소. 봉산

군사들이 오늘 다같이 읍내서 묵을 리 있소." "다친 사람들이 아직 마산리 있으

면 그 사람들더러 물어봐두 알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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