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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9권 (41, 完)

카지모도 2023. 9. 14.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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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는 마산리가 쑥밭 될 뻔한 것도 이야기하고 꺽정이패가 무서운 것도

이야기하며 마산리를 다 와서 그 사람은 다친 군사의 묵는 처소를 가르쳐 주고

자기 집으로 들어가고 황천왕동이는 동네를 한 바퀴 돌아서 나왔었다. 황천왕동

이가 이춘동이 집 앞을 지나올 때 벗어버린 의관들을 가지고 오려고 들어가 본

즉, 여러 방문이 첩첩히 닫히고 자물쇠로 잠그기까지 하여 그대로 도로 나오는

데 웬 늙은이 하나가 장정 두엇을 데리고 쫓아와서 앞을 막으며 "네가 웬놈이

냐? “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 늙은이 소리지르는 것이 하도 같지 않아서 황천

왕동이가 말없이 뻔히 바라보았더니 늙은이는 곧 눈방울을 굴리며 "이 집에를

무어하러 들어갔다 나오느냐? ” 하고 내처 소리를 질렀다. "말을 물으면 온언순

사루 묻지 못하고 누굴 작딱 얼러? 되지 못하게. " 장정 하나는 “여보, 노인께

대해서 그게 무슨 말버릇이오? ” 하고 말로 시비를 걸고 장정 또 하나는 "너

같은 배지 못한 놈은 주먹으루 버릇을 가르쳐야겠다." 하고 주먹다짐을 하려고

들어서 황천왕동이가 칠 수 있거든 쳐보란 듯이 당돌하게 몸을 앞으로 내밀며 "

오냐, 너희들이 내 몸에 손만 대면 마산리는 오늘 해간에 송장천지가 될 테니

알아 해라!" 하구 얼러대었었다. 말로 시비 걸던 사람이 주먹다짐하려는 사람을

밀어젖히며 "자네는 좀 가만 있게. " 하고 말린 뒤 황천왕동이를 보고 "내가 지

금 말 몇 마디 물을 테니 묻는 대루 대답하우. " 하고 말하는 것을 황천왕동이는

배리가 틀려서 대답하지 아니하였었다. "어디서 오셨소? " "그건 알아 무어 하

우? “ "이 주인 없는 빈집에를 어째 들어갔었소? " "임자네가 무슨 까닭으루

이 집에 들어가는 사람을 기찰하우? ” 그걸 먼저 말하면 묻는 대루 대답하리

다. " "그리하우. 어제 이 집에 대적들이 모인 것을 관군이 잡으러 나왔다가 못

잡구 놓쳤는데 관군을 통솔하구 나오셨던 우리 골 사또께서 환관하실 때 동네

동임들을 불러서 분부하시기를 관령 없이 집에서 물건을 훔쳐가는 사람과 이 집

주인을 보러 찾아오는 사람은 반상 물론하구 잡아서 관가에 바치거나 잡아놓구

관가에 보하거나 해야지, 만일 그런 사람을 모르구 못 잡거나 잡았다가

놓아주거나 하면 동임들이 중죄를 당한다구 하셨소. 지금 저 어른은 우리 동네

일좌 영감이시구 나는 삼좌구 이 사람은 소임이오. “ "잘 알았소. 그래 지금 나

를 잡아서 관가에 바칠 작정들이오? ” "말씀을 들어봐서 딱한 사정이 있으면

우리가 관가에를 같이 들어가서 헛고생 안 하시두룩 발명해 드릴 작정이오." "나

는 관가엘 들어갈 수가 없으니 어떡허우? " "그럼 우린 어떡허라구요? “ 황천

왕동이가 큰기침을 한번 하고 "내가 누군지 너이는 모를 테지. 나는 청석골 황두

령이다. 너이 원임의 분부만 장하게 여기지 말구 내 분부두 들어라. 이 집 물건

을 훔쳐가는 사람은 관가에 잡아바치거나 말거나 너이 맘대루 하지만, 이 집 주

인을 찾아오는 사람은 너이 맘대루 잡지 못한다. 만일 그런 사람을 너이가 잡으

면 너이 동네는 도륙날 줄 알아라." 하고 말한 뒤 꿀꺽 소리도 못하고 서로 돌아

보기만 하는 동임들을 본체만체바고 몸을 빼쳐 나오는데 일좌가 삼좌와 소임을

보고 "붙들게, 못 가게 붙들게." 하고 입속말로 중얼거렸으나 삼좌나 소임이 붙

들 생의도 못하는 모양이고 또 붙들 새도 없었다.

황천왕동이의 마산리 갔다온 이야기가 끝난 뒤, 꺽정이는 곧 일행을 데리고

산성서 떠나서 도평을 지나 마산리로 내려왔다. 꺽정이 일행이 이춘동이 집에

와서 잠근 자물쇠를 뽑아버리고 닫힌 방문을 열어젖히고 뜰아랫방에 고스란히

있는 의관을 찾아서 다시 모양들을 차리는 동안, 기찰한다는 동임들은 어느 쥐

구멍에가 처박혔는지 현형도 아니하였다.

이춘동이가 평산 관가에 좋은 일을 할 까닭 없다고 자기 집에 불을 지른다고

하는 것을 여러 사람이 다 좋다고 찬동하고 꺽정이가 황천왕동이를 붙들라고 한

일좌의 죄로 온동네에 불을 지르려고 하는 것은 이춘동이가 한사하고 말리었다.

이춘동이가 집에 불지를 준비로 불꾸러미를 만들 때 김산이가 옆에 와서 “동네

사람이 관가에 들어가서 고하면 어제 곡경 또 한번 치르게 될는지 모르니 빨리

하게." 하고 재촉하니 "읍내 한번 갔다오자면 하루 해라 잔뜩 걸리네. 염려 말

게." 하고 이춘동이는 늑장부려도 좋을 줄로 말하였다. "관군이 이리 오지 않구

우리 갈 길을 앞질러 가서 지키구 있으면 어떡허나? ” 이춘동이가 읍내 마산리

간의 거리 먼 것만을 태평으로 믿다가 김산이의 말을 듣고 보니 그 염려가 없지

않아서 "참말루 그건 생각 못했네. 자네 대장께 가서 말씀하게." 하고 말하여 김

산이를 밖으로 내보낸 뒤, 부지런히 불꾸러미를 만들어서 불을 붙여 들고 마치

신이나 난 사람같이 겅정겅정 뛰어 다니며 앞뒤 처마에 불을 질렀다.

김산이의 말을 사실에 비추어 보면 빈 염려가 아니었다. 마산리 동임들이 꺽

정이패 다시 온 줄을 안 뒤, 바로 동네의 걸음 잰 사람을 읍에 들여보내서 관가

에 고하게 하였었다.

이날 아침 전에 평산 군사들은 각각 흩어져서 집구석을 찾아가고 봉산 군사들

은 군수 이흠례가 거느리고 봉산으로 테나가고 아침 후에 선전관 정수익과 부장

이의식은 서울로 올라가고 금교찰방 강려까지 금교로 돌아가서 평산읍내가 굿해

먹은 집과 같았었다. 부사 장효범이 자기는 전교를 받지 아니하여 기병 안 해도

좋을 것을 동연히 강려의 말을 듣고 기병하였다가 꺽정이 실포한 죄책을 당하게

되었다고 못내 후회하는 중에 마산리 백성이 와서 고하는 사연을 들으니 꺽정이

를 잡아서 장공속죄할 욕심은 불현듯이 나나, 잘못하면 장공속죄커녕 죄상첨죄

하기 쉬운데다가 무참하게 죽은 연천령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려서 나던 용기

가 제풀에 꺾이었다. "도둑놈들이 너이 동네서 오늘 묵을 모양이드냐?" "소인이

읍에 들어오는 동안에 벌써 다른 데루 갔는지두 모르겠소이다. " “그럼 지금 언

제 기병해 가지구 쫓아가서 잡겠느냐. 그놈들이 어디루 간 것이나 알아서 다시

보해라." 장부사가 셈평 좋게 책장을 덮어서 마산리 백성이 헛다리품만 판 까닭

으로 사산리서 청석골 가는 길은 무사태평하게 되었다.

꺽정이 일행 말, 사람 여덟이 마산리서 떠나서 온천을 지나 솔무루란 곳에 가

까이 왔을 때 앞길에 두 사람이 이편을 향하고 마주 오는데, 그 두 사람이 박유

복이와 곽오주라 청석골에도 무슨 변고가 생긴 듯하여 여러 사람은 다들 놀랐

다. 황천왕동이가 앞으로 쫓아가더니 이야기를 하느라고 얼른 오지 아니하여 말

을 세우고 기다리던 꺽정이가 빨리들 오라고 산이 울리도록 큰소리를 질렀다.

박유복이와 곽오주는 줄달음을 치고 황천왕동이는 그저 재게 걸어서 여러 사람

들 섰는 곳에 와서 걸음들을 멈추자 꺽정이가 말 위에서 "너희들 웬일이냐? “

하고 물으니 박유복인가 가쁜 숨을 돌리고 "관군하구 접전하신단 소식을 듣구

쫓아오는 길입니다. " 하고 대답하였다. "누가 너희들더러 청석골을 비어놓구 오

라드냐? " "그런 소식을 듣구 어떻게 가만히 앉았습니까." "그래 너희들이 우리

를 구원해 주러 오는 모양이냐? ” "만일 불행한 일이 있으면 함께 당하기라두

해야지요. 무어하잔 결의 맹셉니까? “ "소식은 대체 뉘게 들었느냐? 춘동이네

식구가 서제 당일 들어 갔더냐? " "아니오. 형님께 기별할 일이 있어서 어제 식

전에 말불이를 떠나보냈더니 중로에서 춘동이네 식구 배행하는 짝쇠를 만나서

이야길 듣구 어제 밤중에 되돌아왔습디다. 춘동이네 식구는 어제 밤개서 잤답디

다. 오늘 오다가 만났는데 지금쯤 산에 들어갔을 겝니다. " "말불이는 무슨 일루

보냈드냐? ” "서림이게서 식구를 보내 달란 편지가 와서 그걸 기별했었습니다.

" "서가가 무어라구 하구 식구를 보내달랬더냐? " 박유복이가 서림이의 편지 사

연과 서림이의 식구 보낸 곡절을 대강 다 이야기하니 꺽정이는 화를 벌컥 내며

"너희들이 서가눔하구 부동했느냐? “ 하고 호령을 내놓았다. "서림이가 형님께

배심 먹을 줄은 꿈에두 생각 못했습니다." "내가 오란 때 오지 않은 것만 봐두

알 것 아니냐? 네가 사람이냐, 돌부처냐! " "생각이 부족해서 일을 잘못했습니다.

" "잘못했다면 고만일 줄 알구 일을 그 따위루 했느냐? " 이봉학이가 박유복이

앞으로 나가서 "형님, 꾸중을 하시더라두 가서 하시지요." 하고 말하니 꺽정이는

박유복이의 죄송스러워하는 모양을 말없이 내려다보다가 "사람이 약지를 못해두

분수가 있어야지." 하고 혀를 몇 번 찬뒤 여러 사람을 돌아보고 "자, 고만들 가

자." 하고 말하였다.

꺽정이 일행이 청석골까지 무사히 가고 이춘동이가 청석골서 두령 노릇하게

된 것은 다시 더 말할 것 없고, 평산, 봉산 두 골 관군이 마산리서 퇴진하여 함

께 평산읍으로 들어온 뒤 선전관 정수익은 평산부사 장효범과 봉산춘수 이흠례

더러 두 골에서 감영에 보장하는 사연이 자기가 서울 가서 복명할 사연과 틀리

지 않도록 자기 보는 데서 보장 초를 잡으라고 청하고,' 또 평산부사 장효범과

금교찰방 강려더러 연천령의 시체를 입관하여 곧 서울로 운구시켜 달라고 부탁

하고 부장 이의식을 데리고 평산서 떠나서 이틀 만에 상경하였다.

선전관 정수익과 부장 이의식이 궐하에 와서 대죄하였을 때, 위에서 정수익은

정원으로 불러들이고 이의식은 부장청에 대죄시키란 처분이 내리었다. 승전색이

정원에 나와서 대죄하는 연유를 물을 때, 정수익의 아뢴 사연이 대개 아래와 같

았다. "신등이 금월 이십사일에 명을 받자온 후 반나절 하룻밤 줄곧 말을 달리와

이십오일에 황해도 경내에 들어가옵는 길루 금교찰방 강려에게 전교를 보이온

즉, 강려의 말이 나는 수하에 군사가 없는 사람이라 평산 가서 부사 장효범과

상의하여 군사를 일으켜 바로 평산 북면 어수동으로 나갈 터이니 너희는 빨리

봉산 가서 군수 이흠례와 같이 기병하여 가지고 와서 합하여 도적을

토벌하도록 하아 하옵기에 신 등이 또 밤에 말을 달려 이십육일에 봉산에 득달

하옵고 이십칠일 효두에 어수동에 와서 합세하온즉 두 골 군사 수효 도합 오백

여 명이었사외다. 어수동서 행군하와 마산리에 도달하였사을 때 도적 일곱 명이

미리 산 위에 올라가서 있사오므로 앞뒤로 에워싸고 산마루로 골짜기로 오르내

리며 쫓가다니옵는 중에 도적들이 산골 개울바닥으로 내려가서 달아나옵는 것을

부장 연천령이 강라의 역마를 바러 타옵구 이흠례의 군사를 나눠 데리옵고 앞질

러가서 도적들의 가는 길을 막으려고 하옵다가 천령과 봉산군사 하나는 도적에

게 죽었삽고 천령의 바러 탄 말도 도적에게 뺏겼사외다. 신 등이 도적들의 종적

을 수색하여 하온즉 날은 벌써 어둡삽고 산도 또한 험하온대 수색하다가 도리어

도적의 꾀에 빠질 염려가 적지 않사오므로 부득이 회군하와 닭 운 뒤 평산읍에

를 들어왔사외다. “ 승전색이 정수익의 아뢰는 사연을 듣고 합문 안에 들어갔

다가 한동안 지나 다시 나을 때 "알았다. " 하는 간단한 전교를 물어내리었다.

정수익이 복명하던 이튿날 병조판서 권철과 좌변포도대장 김순고가 함께 청대

하여 위에서 편전에서 인견하고 먼저 병판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고 하문하였다.

"선전관 정수익과 부장 이의식은 왕명을 욕되게 하온 죄가 없지 않사온즉 치죄

하게 하옵심이 마땅하옵고 부장 연천령은 국사에 신명을 바쳤사온즉 휼전을 내

리옵심이 마땅하올 줄로 아뢰오." 권철의 말을 위에서 의윤하여 권철이 뒤로 물

러난 뒤 김순고가 어전에 나와 부복하고 "이번에 대당 꺽정이를 잡지 못하였사

오나 전자에 잡은 적당 서림이가 꺽정이 도당의 모이는 처소를 이실직고하온 것

만은 사실이온즉 전죄를 경하게 다스려서 감사정배하옴이 마땅하올지, 또는 전

죄를 아직 덮어두옵고 저의 말대로 꺽정이를 잡아서 장공속죄하게 하옴이 마땅

하올지 탑전정탈을 받자와지 라고 아뢰오. " 하고 서림이 처치에 대하여 상의를

품하니 위에서 “서림이를 내놓아서 꺽정이를 잡아 바치게 하는 것이 매우 좋

으나 도타하지 못하도록 조종하여야 할 것이매 경이 잘 알아 하라." 하고 윤음을

내리어서 김순고는 황강하여 "신이 비록 무능하오나 성의에 어그러지지 않도록

하오리다. " 하고 아뢰고 병조판서와 같이 어전에서 퇴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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