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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10권 (14)

카지모도 2023. 9. 29.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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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에 남판윤 대감께서 오셔서 댁 영감마님하구 두 분이 약주를 잡수시

며 밤 늦두룩 이야기를 하시구......”“가만 있거라, 남판윤이 누구냐?”“그 양

반이 저의 댁 영감마님 바루 전에 좌변 대장으루 기시다가 장통방에서 청석골

대장을 잡지 못하구 놓친 까닭으루 벼슬이 갈리셨다든구먼요.”“남치근이 말이

구나. 그래 그가 지금 한성판윤이냐?”큰쇠가 대답을 하기 전에 만손이가 앞질

러서 “한성판윤 하신 지 인제 한 보름 됐습니다. 상감께서 그 인재를 아끼셔서

특별히 판윤을 시키셨답디다.”하고 대답하여 한온이는 만손이를 돌아보며“특

지 제수일세그려.”하고 고개들 한번 끄덕인 뒤 다시 큰쇠를 보고 “그래 남판

윤이 와서 너의 댁 영감하구 무슨 이야기를 하더냐?”하고 물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셨는지 그건 모릅니다. 두 분이 정분이 좋아서 가끔 서루

시방들 하시니까 별 이야긴 없었겠지요. 지가 약주상 들구 들어갈 때는 봉학이

가 누군지 봉학이란 사람의 이야기들을 하셨는갑디다.”“봉학이 이야길 무어라

구 하더냐?”“저는 이야기 끝만 조금 들었습니다. 남판윤 대감이 봉학이 버린

책망은 전 병판이 당연히 받아야 옳으니 하구 말씀하니까 저의댁 영감은 말씀이

책망을 받기루 하면 좌상 대감두 노놔 받으셔야 옳을걸 하구 두 분이 서루 웃으

시더구먼요. ” “이야기 갈래가 져서 못쓰겠다. 그래 너의 댁 영감하구 남판윤

하구 이야기들 하구 어떻게 했어?” “남판윤 대감은 약주 잡숫구 이야기하시다

가셨지요. 가실 때 밤이 늦어서 저의 댁 영감께서 취침하실 때가 지났는데 취침

하시지 않구 대령 포교를 불러서 서림이를 데리구 들어오라구 분부하십디다.”

“그런 잔사설은 안 들어두 좋으니 서림이가 내어 바친 계책이나 자세 이야기해

라.” “서림이 말씀한 계책이 두 가진데 한 가지는 마산리 갔던 선전관이 이런

계책을 썼더면 성공했으리라구 말씀한 것이구, 또 한 가지는 이번에 황해도 순

경사가 이런 계책을 쓰면 성공할 듯하다구 말씀한 것입니다. 저이 같은 아무것

두 모르는 소견에두 두 가지 계책이 다 용한 것 같습디다.” “순경사가 나가서

어떤 계책을 쓰면 성공한다구 말하더냐?” “청석골 쳐들어가는 데 한쪽은 틔워

두구 열 군덴가 아홉 군데루 쳐들어가면 청석골 대장과 두령들이 죄다 나오게

된다나요. 대장과 두령들을 멀리 끌어내구 그 틈에 정병 일대를 틔워둔 쪽으루

들여보내서 소굴에 남아 있는 처자들을 잡아다가 송도 옥에 가둬 두면 청석골

대장과 두령들이 처자를 빼가려구 송도를 치러올 테니 그때 송도 유수와 황해도

순경사가 앞뒤루 에워싸구 잡으면 대개 잡힐 터이구 만일 잡지 못하구 놓치거든

그 처자들을 서울 전옥에 갖다 두구 전옥 파옥하러 오기를 기다리자구 계책을

냅디다.”

식구들은 잡아다가 미끼삼자는 계책이 궁흉극악한 데 한온이는 기가 막혀서

한참 동안 입을 벌리고 말을 못하였다. “그러구요, 선전관이 썼더면 성공할 뻔

했다는 계책은 제 생각에 더 용합디다.” 한온이는 지난 일에 대한 계책은 들으

나마나로 여기다가 큰쇠말에 끌려서 “그 계책마저 이야기해라. 어디 들어보자.

” 하고 말하였다. “서림이는 관군 오백 명이 마산리루 몰려간 게 잘못이라구

타박하구, 그러구 자기 계책을 말하는데, 관군 오백 명 중에서 활 쏘는 군사들을

백 명이구 이백 명이구 남겨놓구 그 나머지 군사루 청석골 소굴을 가서 쳤으면

청석골 대장과 두령들이 급한 기별을 듣구 허둥지둥 쫓아왔을 테니 그 오는 길

목에 활 쏘는 군사들을 매복시켰다가 일시에 내달아서 화살을 비 퍼붓듯 퍼붓게

했으면 아무리 천하 장사라두 죽거나 잡혔지 별조없었으리라구 합디다.” 소명

한 큰쇠가 더 용하다고 말하더니 한온이 생각에도 계책으로 빈틈 없는 품이 먼

저 들은 궁흉극악한 계책보다 더 나은 것 같았다.

한온이가 서림이 일을 들어보고 싶은 대로 대강 다 물어본 뒤 “이 다음에라

두 서림이가 어디를 가게 되든지 무슨 계책을 내서 바치든지 하거든 아는 대루

곧 이 집주인에게 알려두어라.” 하고 큰쇠에게 당부하였다. 큰쇠가 밤이 늦기

전에 가겠다고 일어나려고 할 때 “상제님 뫼시구 이야기나 좀더 해라.” 하고

만손이가 붙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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