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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10권 (15)

카지모도 2023. 10. 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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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손이의 붙드는 까닭을 큰쇠는 고사하고 한온이도 몰라서 “일찍 가게 두지

왜 붙드나?” 하고 물으니 만손이는 주저주저하다가 “상제님 잡수실 밤참을 만

든다기에 큰쇠 먹일 것까지 만들라구 일렀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한온이가

만손이더러 “밤참은 무슨 밤참이야. 일찍 자는 게 좋은걸.” 하고 말한 뒤 큰쇠

를 보고 “이왕 밤참을 만든다니 먹구 가려무나.” 하고 일렀다. “언제 밤참을

먹구 있습니까. 곧 가야겠습니다.” 큰쇠는 한온이에게 말하고 “곧 먹구 가게

해줄 테니 가만 있거라.” 만손이는 큰쇠더러 말하였다.

큰쇠가 만손이에게 붙들려서 밤참 냉면을 먹고 한온이한테 간다고 인사할 때

한온이가 상목 한 필을 손 가까이 내놓아 두었다가 큰쇠 앞으로 밀어 내주며 “

이것 가지구 가서 너의 할머니 찬수 공궤나 해라.” 하고 말하니 큰쇠는 “황송

합니다.” 하고 받았다. 큰쇠가 준비하여 가지고 온 손초롱에 불을 켜서 한손에

들고 상목을 한옆에 끼고 나가다가 문간에서 따라나간 만손이를 보고 “순라잡

힐 염려는 없지만 밤에 상목을 가지구 가는 건 아무래도 재미가 좀 적으니 맡아

뒀다 주시우.” 하고 상목을 맡기고 갔다.

한온이가 생각도 못한 큰쇠에게 서림이 계책을 자세히 들어서 그만하면 서울

온 보람이 넉넉하므로 덕신이 아비의 장담 하회는 기다리지도 않고 이튿날 새벽

일찍 떠나가려고 맘을 먹고 큰쇠 보내고 들어오는 만손이를 방으로 불러들였다.

“내가 내일 일찍 떠나가겠으니 새벽밥을 좀 시켜 주게” 하고 이른 다음에 “

자네가 걸음 잘 걷는 황씨를 전에 내게서 더러 보았지. 이 다음에 서울 알아볼

일이 있으면 그 사람을 자네게루 보낼 테니 자네가 알 수 있는 대루 알아서 기

별해 주게. 그러구 덕신이 어른이 내일 오거든 내가 급한 기별을 받구 떠나갔다

구 말해 두게.” 하고 뒤일을 부탁하니 만손이가 “녜,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

답하고 끝으로 “놈이 혼인 부조는 이 다음 편 있을 때 보내겠지만 내가 이번에

가지구 온 상목이 온필은 다섯 필뿐인데 그 중의 세 필이 저기 남았으니 우선

급한 혼수 장만에 보태 쓰게.” 하고 말하니 만손이가 “천만의 말씀이올시다.

상목은 가지구 가시다가 길에서 쓰십시오.” 하고 사양하였다. “길에서 쓸 일

없네. 노수는 자투리가 따루 있으니 염려 말게.” “저이 식구 지금 사는 것이

통히 상제님께서 주신 건데 상목 서너 필을 안 받겠다구 사양할 리 있습니까.

그렇지만 상제님께 염반 몇 끼 해드리구 받기는 참말루 황송합니다.”“밥값으

루 친다면 자네 집 밥값은 한 끼 한 동씩 쳐주어두 내가 아깝지 않겠네.” 민손

이는 종시 맘에 미안한 듯 아비 어미에게 꾸지람을 들은 것이라고, 더구나 처에

게 나무람을 받을 것이라고 중언부언하는것을 그렇게 여러 말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라고 한온이가 나무라서 말을 더 못하게 하였다.

이튿날 새벽 파루 친 뒤 한온이가 만손이 집 식구들과 작별하는데 만손이 부

모는 살아서 못 만나겠다고 말하며 질금질금 울고 만손이 아내는 말은 그렇게

안하나 다시 못 만날 작별같이 눈에 눈물이 듣거니 맺거니 하였다.

교군꾼들이 상목 댓 필 가벼운 짐이나마 올 때 돌려 지던 집이 없어져서 몸이

거뜬하고 하루 동안을 갑갑하게 갇혀 앉았다가 나와서 맘이 시원하고 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 발이 가벼워서 가까우면 5리 한참 멀면 10리 한참을 놓았다.

서울서 떠나던 날은 고양 지나 파주 와서 중화하고 장단읍을 지나 어룡개 나와

서 숙소하고 다음날 송도를 지날 때 청석골 소식이 궁금하여 김천만이 집에를

들러서 순경사가 해주로 가서 도중이 아직 무고한 것을 알고 청석골로 나오니

해가 아직 점심때가 못되었었다.

한온이가 산에 들어오는 길로 바로 꺽정이 사랑으로 와서 마침 혼자 있는 꺽

정이를 보고 큰쇠에게 들은 이야기를 보탤망정 빼지않고 다 이야기하였다. 꺽정

이가 한온이의 이야기를 다 들은 뒤 “그놈들의 계책을 안 바엔 우리두 대책을

의논해서 세워야겠다.” 말하고 곧 신불출이와 곽능통이를 불러서 여러 두령들

에게 점심 먹고 도화청으로 모이란 전령을 돌리라고 분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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