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뜻이 가는 길
남원이 찬규로 인해서 일신현이 되었던 게 불명예라면, 그와는 반대인 경우도 전고에
많았다. 한 고을에 죄인이 났을때 고을 전체가 강등되어 버린듯 ,훌륭하고 어진 이가 나
오면 고을이 격상이 돼. 어떤 집안에 문짜 시호가 하나 나면 설령 그가 벽성이었다 할지
라도 그 성씨는 그날로 파벽이 되고, 또 그의 고향고을이 무반향 이었더라도 하루아침에
미천한 처지를 벗어 반향으로 파벽되니. 광채가 찬연하지. 문짜 시호가 그만큼 무섭고 귀
한것이다. 받기 어려운 것이고. 그러한 시호를 나라에서 내릴 만한 인재를 배출할 성씨와
고을에 대한 응분의 대접이 격상일 것이다. 또한 그만하신 인재라면 능히, 그 어떤 거칠
고 궁벽한 성씨나 고을일지라도 자신의 덕망과 학문으로 교화 선도해서 어질고 의롭게 이
끌었을 터이니, 당연한 상 아니겠느냐.
전에 어느 날 조부 이헌의가 들려준 말들이, 어둠속에 거멍굴로 들어선 강호의 귀를 누
른다. 무겁다.
그런 경우는 아니지만 저어 남도 화순에 능주 말이다. 그게 원래는 능성현이었는데 능
주로 승격된 곳이니라. 본디 어떤 고을 이름에 전주, 공주, 이렇게 고을 주짜 들아가는
이름이 붙은곳에는 관찰사가 부임을 허는 법이다. 종이품 감사로 문관직이면서 절도사
직책을 겸한 지방장관이 관찰사라.
관찰사가 집무하는 관청을 감영이라 하였다. 감영은 팔도에 각기 하나씩만 있었는데,
그 감영의 소재지 명칭에 고을 주짜가 들어갔던 것이다. 물론 경상도 안동이나 달성, 혹
은 함경도의 함흥, 영흥, 또 평안도의 평양 같은 예외도 있었지만.
그런즉 행정의 역할이나 고을의 규모가 다른 곳과는 비교가 안되리만큼 크고 중요한 곳
이며 유서 또한 깊은 곳이 바로 이 감영 소재지들 이었다. 그래서 이 고을 주짜 주민들은
자긍심이 대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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