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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왜 이렇게 그 돈이 아까울까. 틀림없이 저년의 어디에 찡궜을 텅니데. 달려들어
와락 몸을 뒤지면 금방 나올 터인데. 그 속에 얼마가 들어는지, 그 돈의 모양은 어떻게
생겼는지, 냄새는 어떠한지, 꺼내어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보고, 냄새도 맡아 보면
서, 춘복이와 함께 사리반서방님 이야기를 정답게 나누고, 아주 정성스럽게 첩약을 지어
다가 뭉근한 불 위에 부채질해 가며 탕약을 달여 주고 싶었던, 그 모든 과정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린 것이다.
그네는 꼭 날강도를 당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그네한테서 날강도질해 간 온갖 것을 옹구네는 지금부터 야금야금 즐기기 시작
할 것 아닌가. 차라리 아주 강도라면 털리고 나서 눈 질끈 감고 잊어 버린다지만, 이 강
도는, 내게서 빼앗아 간 것을 제 품에 다 늘어지게 늘어 놓고, 하나하나, 나도 다 보게
즐길 것을 생각하니.
그래서 옹구네 끄뎅이를 와드득 쥐어뜯어 잡아채려 공중으로 치켜들던 두 손을 부르르
떨며
어히그으으.
하더니만 제 허벅지를 움쳐잡고 토악질하려는 사람처럼 허리를 앞으로 고꾸리어 구부린
다. 그리고 이 모든 난장판 속에서도 송장처럼, 부어 터진 채 눈을 감고 있는 춘복이한테
악을 쓴다.
눈 떠어. 눈 좀. 이놈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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