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22 1998. 2. 1 (일)
토요일, LW규 씨의 집 초대.
대선의 면면들 만나다.
진수성찬.
여기저기서 내질러 오는 술잔- 급히 마시고 이내 취한다.
18624 1998. 2. 3 (화)
어제 가희의 높은 매출.
J의 표정은 금새 밝아진다.
오너라, 오너라.
아니, 오십시오 오십시오, 가희로 오십시오.
곧 겨울도 가고 봄이 바로 조 너머에 있습니다.
가희로 오십시오.
후회하시지 않으실 것입니다.
그림 구경도 하시고, 시화라도 한편 만드시고, 옛날 추억의 사진들도 새옷 한번 입히시고, 음악도 들으시며 차 한잔 하십시오.
18626 1998. 2. 5 (목)
LD찬 씨 가희오다.
J, 사직동 다녀 오면서 수입액자 한아름 사들고 오다.
테드 휴즈 '詩作法'
사물에 대하여 思惟하기.
낚시꾼이 찌를 응시하듯이 하나의 사물에 대하여 집중하여 사고하는 훈련이 시인에게는 필요 조건이다.
18628 1998. 2. 7 (토)
감기 대롱대롱.
가희 앉아서 고객은 없더라도 딴에는 마음을 다스려 책을 읽는다.
무릇 나의 고난이란.
경제적 암담함...
그리고 소외감...
그러나 나에서 비롯된 것.
날이 갈수록 괴로운 주제, 관계에 대한 원망의 念...
가슴 속 꽁꽁.
18629 1998. 2. 8 (일)
각종 포스터, 젊은 대중스타들의 이미지들 캡처,
그 스타들과 어린 고객의 합성사진을 연출하여, 깜찍포토, 앙증포토, 스마트포토등 나름대로 이름을 붙인다.
포장을 연구해야 한다.
고호의 그림 한점을 팔았는데, 누군가에 선물할 그 분은 포장에 영 불만이 많은 표정.
어제가 아마 내 생일이었던 모양이다.
18632 1998. 2. 11 (수)
J, 아들놈에게 보낼 초콜렛 포장한다.
그 안에 모처럼 녀석에게 보낼 편지를 써 넣는다.
기침과 미열.
내 감기는 본시 유명짜한것.
알아서 물러가기전까지 되게 요란을 떨 것이다.
J의 표정과 말투로 인하여 나는 날로 시든다.
18637 1998. 2. 16 (월)
범어사 입구에서 N영, S곤, H근 만나다.
범어사를 통과하지 않는 새로운 코스, 산허리를 가로 질러 성벽의 능선에 도착.
산에는 울긋불긋 사람들이 많다.
IMF는 산으로 사람들을 내모는 모양이다.
벌거벗은 겨울 나무들은 저토록 의연한데, 경제로 벌거 벗기운 사람들은 춥게 보이누나.
혹은 나만이 이토록 추운겐가.
동문 부근에서 오뎅과 막걸리로 대충 요기하고 남문까지 다시 걸어 만덕을 넘어 사직동으로 하산.
무릎이 때로 아팠으나 내 기계는 아직 건재하다.
사직동 순두부집 둘러앉는 친구들.
18638 1998. 2. 17 (화)
인생이란.
소설처럼 짜임새가 있어 기승전결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인생의 현실은 냉혹한 리얼리즘의 세계다.
이 리얼리즘의 냉혹함에서 그나마 따뜻한 공간은 바로 가정이다.
실패한 인생이라도.
나는 큰 돈과 큰 행복을 희구하지 않았다.
자그마한 소시민적인 행복을 원할 뿐, 내 욕심이란 그다지 대인의 풍모는 결코 되지 못하였다.
그런데 그 작은 것 하나 차지하기가 이토록 지난하다.
18639 1998. 2. 18 (수)
IMF.
긴축이다, 위기다, 실업이다.
무슨 잔치집처럼 부산스러운 세상이다.
금모으기 캠페인.
경제라는 분위기는 그야말로 가라앉을대로 가라앉아있다.
음울한 날씨, 몹시 바람은 불고.
18640 1998. 2. 19 (목)
이 寒波. 총체적인 고통과 가정경제의 한계상황의 고통.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적극성, 낙천성..
기적.
기적은 마음이다.
기적이 가능한 것은 우찌무라 간죠처럼, 하나님을 믿고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인식하는 것.
마음이 이기자.
우찌무라 간죠의 책은 신앙의 작은 등불이다.
그리고 스스로 세뇌하라.
과거는 바꿀수 없다.
바꿀수 있는건 미래 뿐이다.
기도.
18641 1998. 2. 20 (금)
작년에 내가 관심을 가졌던 프랜차이스 와그너 치킨, 순 사기꾼이었다.
수백곳 체인점 피해.
초기 가맹비 4천만원이 야금야금 8천만원에 이르고 약속하였던 지원은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고 사장은 도피....
해고의 봇물.
평생 한 곳에서 한 분야의 업무에만 종사하였던 그들이 이제 무얼 하겠는가.
몇 푼 퇴직금을 가지고 경험없어 홀로 창업은 겁이 나니까 프랜차이스 쪽을 기웃거릴 밖에.
앞으로 이런 사기꾼은 더욱 창궐할 것이다.
18643 1998. 2. 22 (일)
유행가-
궁핍한 마음에는, 전아하고 형식미가 아름다운 고전음악보다는 직설적으로 마음 밑바닥을 치는 유행가가 좋다.
요즘 유행가는 내 마음을 적신다.
심수봉의 노래들, 옥경이, 낭만에 대하여...
18644 1998. 2. 23 (월)
일요일.
한적한 거리, 흐리고 추운 날씨.
영도의 2월 바람.
꿈- 명절 전후의 어떤 상황떤, 내 무의식은 지금 몹시 고통받고 있음을 느낀다.
18645 1998. 2. 24 (화)
을씨년스러운 날씨.
저녁답에는 비까지 추적거린다.
가희의 책상.
집에서 책꽂이 가져다 책들과 스피커 수납.
그리고 벌써 15년이상 정든 스탠드 달아 놓는다.
모니터, 키보드, 타블렛등이 차지하고난 여유 공간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잡동사니가 정돈되고, 정면에 책들이 도열한 분위기는 한결 내 취향에 맞는다.
내게는 어떤 文氣的 취향의 감정모체가 있을 것.
새벽 3시 몸을 일으킨다.
기억할수 없을 만큼 난삽한 꿈.
박옥수목사의 설교집.
율법과 은혜.
행위와 믿음.
믿는다는 것은 예수를 믿는 것, 그의 십자가 보혈로 구원 받았음을 믿는 것, 구원 받음으로 죄가 사하여졌음을 믿는 것.
문득 깨닫는 믿음에 대한 단상.
나는 아마 자신을 사람들 속에 숨기고, 익명으로서 수억대중의 한 객체로서 부르짖고 있는 것일게다.
오직 나의 고유 모습, 나의 고유한 실존으로서 예수께 닥아 가야하는데 익명속에 숨어서 하나의 보편으로서 신앙하는 것은 아닐런지.
어느새 시계바늘은 5시를 넘어섰다.
18646 1998. 2. 25 (수)
비 흩뿌리다.
종일 가희에 틀어박혀 작업.
3장의 사진을 뽑아 팔고, 묵은 잡지에서 여러 이미지들을 스캔하여 저장한다.
한치의 여유나 양보를 허락지 않는 아내짜리, 경제력 무기력에 대한 서슬퍼런 구호만이 지배하는 정신.
저녁 돌아와 소주를 드리 부어 마비시키는 행위는 그 정신으로 부터의 도피일것.
18647 1998. 2. 26 (목)
흐린 날씨.
가희에는 인적이 끊긴다.
대통령 취임식.
김대중- 그는 내게, 내 가족에게, 내 이웃에게 무언가 한줌 행복을 가져다 줄수 있을까.
취임식 행사 끝무렵에, 각지방의 특색을 살렸다는 울긋불긋한 퍼레이드는 촌스럽기 그지없어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하였다.
아마 지방색을 아우른다는 의도였겠으나.
보오들레르의 단디즘- 우월한 인간이란 누구냐?
무슨 전문가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유유자적하는 교양인이다.
부유하며 일을 즐기는...
나는 정말 절실하게 단디를 추구한다.
18648 1998. 2. 27 (금)
이미지들, 포토샾으로 요리조리 꾸민다.
쇼 윈도우와 밖에 내다 걸 샘플들이다.
KO훈, LD찬 씨가 빌려주기로 한 이천만원 무산.
LD찬 씨는 너무 쉽게 말을 뱉었고 KO훈 은 너무 신용없는 포즈로 덤벼 들었다.
LD찬 씨, 살이의 방식은 나보다 훨씬 영악하다.
그에 비하면 허깨비같은 나.
실속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청풍명월을 농하는 선비짜리도 되지 못하면서.
무슨 진리의 과실을 꿈꾸는 철학자도 아니면서.
삶의 디테일에 이토록 서투른 나.
마태복음.
어슴프레 날이 밝는다.
18649 1998. 2. 28 (토)
주문받은 포토아트와 사진 복원.
흑백 톤의 옛사진 복원은 만족하게 되엇으나 칼라 포트레이트는 썩 마음에 차지 않는다.
고객이 만족할까 걱정.
모니터상의 질감이 프린터에 이르면 한참을 미치지 못하니 탈이다.
EPSON의 일제 수입용지, 760 DPI를 보장한다는 용지인데, 인화지가 아니라서 사진에서는 차이가 나는걸까.
아니면 설정값에 문제가 있는걸까.
PIXEL의 수치를 너무 높게 설정하여 DETAIL 한 Dot가 죽어 버리는건 아닌지.
물어 볼 사람없어 답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