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나의 영화 편력기’-其5- (1,4,3,3)

카지모도 2019. 9. 25.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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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화 편력기 -其5->

2003년 5월

 

 

혹시 그 시절 우리의 명절날이 어떠 하였는지 생각나나? 

서민들의 설날과 추석 명절 쇠기의 빅 이벤트. 

그것은 바로 극장가기(영화관이 아닌 극장) 아니었을까? 

명절날 극장은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리는 날이었지. 

극장의 문전성시- 표를 사기 위해 극장 주위를 몇 번이나 휘감아 늘어서도 좀처럼 줄어 들지 않는 장사진. 

암표상은 암표상대로 설쳐대고.

참 대단치도 않았었네. 

국산영화(邦畵라고 하였지)의 소위 대작(요즘 말로 블록버스터쯤)들은 죄다 명절을 겨냥하여 제작하였다네.

어느 핸가 추석때 신상옥감독의 성춘향(최은희)과 홍성기감독의 춘향전(김지미)가 맞붙는 대결이 화제가 되었었지. 

결과는 성춘향의 대승리였고. 

대작이다 보니 한반도는 놀기에 좁았던지 광활한 중국대륙을 무대로 하는 영화가 유독 많았던 것으로도 기억되는군. 

만리장성, 양귀비, 손오공, 달기 등등.. 

 

그런데 여보게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우스운 일이 명절날 벌어졌었다네. 

다른 곳에서는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우리 부산에서는 말일세. 

무언고 하니 바로 영화의 라디오 중계방송이었어. 

영화의 중계방송이라니 믿을수 있겠나? 

명절날 가족끼리의 가장 즐겁고 중요한 행사가 영화보기였으니만큼 극장의 수용인원에는 한계가 있었고, 극장에 입장하지 못한 대다수 사람들을 위한 ‘영화의 라디오 중계방송’. 

영화라는 장르의 관람이라는게 어디 추호라도 현장성이 있는 대상인가 말일세. 

그러므로 그 현장이란 영화적 현장이 아닌 극장적 현장을 중계하는 쯤으로 치부해야 할걸세. 

스크린의 장면은 아나운서가 상황을 설명하고 세리프나 효과음은 극장안의 현장음을 들려 주겠다는 발상.

소박할사! 그 발상. 

소박할사! 그 시절의 사람들. 

또다시 그리웁고녀. 그 소박하였던 시절이여.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가세. 

 

*스와니강의 추억*

미국의 작곡가‘스티븐 포스터’의 일대기를 영화화한 것인데 참 촉촉하게 마음을 적신 영화였어.. 흑인 노예를 향한 애정..늙은 노예 죠는 휘파람으로 부는 ‘올드블랙 죠’를 들으며 숨을 거두고.. 

나는 18세기 미국의 남부를 생각 하노라면 ‘엉클 톰스 캐빈’이라던가 ‘만딩고’‘뿌리’와 같은 노예사적인 잔혹한 분위기를 떠올리기 보다는 여름날의 어떤 한가한 풍광이 떠오르니.. 

인간평등의 이념 따위는 도외시한 구제못할 부르주아지 몽상가쯤 되는 모양일세마는. 

아마 남부주의자인 스칼렛 오하라도 그 일락적 풍광의 타라를 그리워 한 것이 아니었을까? 

자네도 느긋하게 누워서 조지 거슈인의 ‘포기와 베스’의 ‘섬머타임’을 들어보게. 

한 여름 날의 한가한 일락- 곡식은 잘 익었고, 아버지는 부자, 엄마는 미인, 고기는 뛰놀고, 하늘은 푸르고.. 

흑인의 소울이나 블루스에서 낙천을 듣는 나의 귀가 문제가 있는 것이겠지? 

운명론적인 낙천의 일락. 

아등바등하면 무엇하리..어차피 조물주의 뜻..세상은 그냥 살만 하노라.. 

자네도 한 여름 우리나라 어디 시골의 나무그늘 아래 평상에 누워 매미 소리를 들어 보게. 

한가함..낙천.. 긍정의 일락.. 

그러노라면 운명론적인 낙천의 소울이나 블루스를 듣는 귀가 생길지도 모르지.. 

 

*손오공* 김희갑, 최무룡, 김지미..역시 명절용 영화.. 

*화랑도* 신영균, 문정숙..문정숙은 상당히 현대적인 이미지인데 사극에서도 그런대로.. 

*건 화이터* 록 허드슨, 커크 다글라스.. 까만 옷의 다글러스, 하얀 꽃을 가슴에 안고.. 정오의 결투.. 

*대지여 말해다오* 김석훈, 엄앵란 

*호랑이 꼬리를 밟은 사나이* 김희갑, 김혜정, 도금봉 

*지옥문* 이민자, 김운하, 김지미, 이예춘 

*백만장자와 결혼 하느느법* 최지희, 방성자, 남미리 

 

*젊은이의 양지* 몽고메리 크리프트, 엘리자베스 테일러...드라이저 디어도어의 ‘아메리카의 비극’을 영화화한 것..출세를 위하여 헌신적이었던 옛애인을 살해하는..몽고메리 크리프트의 갈등 가득한 연기가 인상적이었지.. 

 

*하늘에서 별이 나리다* 토니 자이라, 이나 바우어.. 토니 자이라는 미남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세계적인 스키선수였고 이너 바우어 역시 세계적인 피규어 스케이팅 선수일뿐더러 예쁘기까지 한.. 그 미남 미녀의 스위스 산록과 은반에서 벌이는 꿈결같은 영상.. 

*기병대* 존 포드감독, 죤 웨인, 윌리엄 홀덴.. 남북전쟁이 배경..전형적 휴머니스트 군의관과 군인..주제가가 썩 좋았지.. 

 

*몬도가네* 기록영화작가 야코페티..세계의 기이한 것들만 골라서 찍었지..한 때 니나노 술집 이름들에 많이 사용되었을 만큼 그 방석집들도 엽기적 여체 쑈우로 가득.. 

*전우여 다시 한번* 클라크 케이블, 버트 랭카스터...내용이 다소 아리송.. 

*오셀로* 오손 웰스.. 오손 웰스는 불멸의 영화 시민 케인의 감독인데 세익스피어 영화도 제법 만들었었지.. 그러나 세익스피어리언으로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듯.. 

*언니는 좋겠네* 방성자, 김희갑. 

 

 

오늘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