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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화 편력기 -其18- (1,4,3,3)

카지모도 2019. 9. 2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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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화 편력기> -其18-

2012년 3월 24일

 

 

허이구, 주저리주저리 뮤지컬 사설, 시작하면 끝이 없을세.

빨리 진도 나감세. (생각나는대로 지껄이는거니까 뒤죽박죽의 순서, 해량을.)

 

‘오클라호마’

서부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뮤지컬이었지.

'Oh, what a beautiful morning'

눈 뜨면 늘 아름다운 아침, 그런 인생.

이 뮤지컬 넘버를 듣는 나의 아침은 행복하였을꺼나.

다시 말하거니와 뮤지컬은 나날의 삶을 '행복'으로 수식하여 설명해주는 멋진 방법론일세그려.

 

7인의 신부’

일곱 촌놈 형제들.

도시에 나와 일곱 처녀들을 납치(마누라를 삼고자)하여 벌이는 유쾌한 뮤지컬일세.

도끼와 평균대를 이용하여 벌이는 촌놈들의 다이나믹한 춤이 생각나는군.

그 야성적인 춤사위에 도시처녀들이 꼴딱 넘어가고 말았다지.

7인의 신부’에 출연한 ‘하워드 킬’과 ‘앤 브라이스’는 당시 독보적인 뮤지컬스타였다네.

볼이 빨간 능금같았던 자그마한 체구의 ‘앤 브라이스’와 카이젤 수염 멋진 ‘하워드 킬’

‘앤 브라이스’가 부른 뮤지컬 ‘로즈마리’에서의 ‘인디언 러브 콜’은 요즘도 가끔 들을수 있더군..

 

로즈마리는 생략, 뿐 아니라 불세출의 뮤지컬 스타들인 ‘진 켈리’와 ‘빙 크로스비’등등... 이바구를 풀어 놓자면 한도 끝도 없을듯 하여 그만 두려네.

 

‘왕과 나’

샴(태국) 왕 ‘율 부린너’와 태자(太子)의 영국인 가정교사인 미망인 ‘데보라 카’와의 은근짜한 관계.

사랑이랄까 우정이랄까.

요즘 자주 연예인들 입에 올리는 ‘블라블라..’라는 영어 어휘.

그걸 들을때마다 나는 ‘왕과 나’에서 ‘율 부린너’가 영어발음 말끝마다 붙였던 ‘잇세드라 잇세드라..(etc, etc..)’가 떠오르네. (이를테면 기타 등등... 式으로 영어에 짧은 입이 뭉뚱그려 얼버무리는 語尾인거지)

 

‘프랑코 제피렐리’감독의 ‘로미오와 줄리엣’.

뮤지컬영화는 아니었지만 음악과 함께 발랄한 화면은 뮤지컬의 느낌이었지. (현대적 감각의 중세의 청춘.)

‘로미오와 줄리엣’을 여러 영화로 보았지만 이 영화를 나는 白眉의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꼽는다네.

‘올리비아 핫세’는 최고의 줄리엣이었고 ‘레너드 파이팅’의 로미오도 썩 좋았는데, 이 영화 이후 두 배우의 별볼임 없음이 좀 뜻밖이었지.

‘프랑코 제피렐리’는 오페라 영화의 감독으로서도 거장(巨匠)이었어.

 

‘앨비스 프레슬리’

한 세대를 풍미했던 이 전설적인 가수를 떠올릴라치면, 서울 신설동 ‘동보극장’에서 보았던 영화 ‘러브 미 텐더’가 떠오르네. (중학교때 안암동 숙부댁 다녀 오다가 형과 함께 보았을거야)

심플한 노랫말과 단순한 멜로디의 노래 ‘Love me tender’.

그 무렵부터 앨비스 프레슬리는 슬슬 뜨기 시작했을까 몰라.

프레슬리는 로큰롤 말고도 서정적이고 발라드한 노래도 많이 불렀었지. (프랭크 시나트라의 노래로 유명한 ‘My Way', 프레슬리의 노래도 썩 괜찮더군. 나는 프레슬리의 그런 노래들이 오히려 좋을세.)

내 기억의 오류인지, 그 즈음 앨비스 프레슬리는 그닥 대단한 가수가 아니었다네. ('폴앵카'나 '네일 세다카'등에 비해서.. 그리고 그 무렵에 로큰롤은 아직 벙글지 않았을걸. 아마.)

그러나 몇 년 후, 나 고교 졸업때 쯤의 ‘앨비스 프레슬리’는 대단하였지.

그의 뮤지컬영화들은 우리나라에서도 대박을 터뜨렸어.

‘블루 하와이’‘피버 라스베가스’‘멋대로 놀아라’등등...

빠른 템포의 로큰롤, 현란하기 그지없는 춤사위 '자이브'에 나는 숨이 가빴을걸세.

‘앨비스 프레슬리’의 하와이공연 실황영화도 화제가 되었지.

그 공연에서 그가 입었던 하얀 판탈롱 무대의상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거야.

당시 인기가수 ‘남진’이 어디선가 이 비스무리한 옷을 구해 입고서는 서울 시민회관(지금의 세종문화회관)의 무대위를 설쳐 댔었던 기억도 있구만. (그 무렵 꺼뻑 죽는, 미국문화에 종속된 우리 문화)

 

아, 그리고 ‘앨비스 프레슬리’하면 떠오르는, 그와 상대역으로 자주 출연한 걸출한 여배우가 있었다네.

‘앤 마거릿’.

그녀의 노래와 춤, 요즘의 이효리는 저리가라였지.

‘앤 마거릿’이 부르는 ‘slowly’나 ‘kiss me quick’을 듣는 사내녀석들은 어느 감각이 스멀스멀 간지러웠을껄. ㅎ

‘앤 마거릿’은 노래와 춤 뿐 아니라 정극(正劇)에서도 빼어난 연기자였어.

그녀가 출연한 멜로(어린 자식들을 남겨두고 죽는 젊은 엄마역)에서는 극장 안을 눈물바다로 만들었지.

‘앤 마거릿’은 좋아 하였지만 ‘앨비스 프레슬리’는 내게 별로였어.

그의 지나친 ‘비브라토’는 별무(別無)매력이었고, 건들건들 노래하는 폼도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었네. (내가 좋아하였던 가수들은 ‘패리 코모’‘짐 리브스’‘낫킹콜’‘매트 몬로’‘스키터 데이비스’‘패트라 클라크’‘슈프림스의 다아아나 로스’‘패티 김’‘최희준’등 비교적 반듯한 스탠다드의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이었고, ‘비틀즈’‘애니멀스’‘레이 촬스’‘윤복희’등도....)

 

‘앨비스 프레슬리’를 얘기하면서 ‘클리프 리차드’를 빠뜨리면 안되지.

자그마한 체구의 동양적인 용모의 영국가수.

그 때, ‘클리프 리차드’의 인기는 오히려 프레슬리보다 웃길이 아니었을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말일세.

그 내한공연 때 (이화여대 강당이었을거야) 여대생들의 열광은 바야흐로 광적인 수준이었다네.

공연장에서 팬티 브래지어등 속옷들을 벗어서 무대 위의 ‘클리프 리차드’를 향하여 마구 던졌어.

허이구, 지사연(志士然)하는 인사들의 혀차는 소리 요란하였고, 한동안 성균관 어름의 근엄한 유학들께서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지.. ㅎㅎ

그러니 그가 주연한 뮤지컬영화들은 오죽 하였겠나.

‘영 원스’, ‘섬머 할리데이’등 그의 뮤지컬 영화에는 극장이 미어 터졌음은 불문가지.

 

‘클리프 리처드’가 키웠다는 ‘올리비아 뉴튼 존’의 뮤지컬도 생각나는군.

그녀의 뮤지컬 ‘그리스’에 ‘존 트라볼타’(춤꾼에서 진짜배기 연기자로 변신에 성공한 배우지) 도 출연하였을걸.

 

‘사운드 오브 뮤직’

이 명작 뮤지컬에 대하여 내가 부언할게 무에 있겠나?

쥬리 앤드류스의 주옥같은 뮤지컬 넘버들.

 

잠간 옆길로.

‘마이 페어 레이디’라는 뮤지컬 기억하나? (조지 쿠커 감독, 오드리 헵번 렉스 해리슨 출연)

‘버나드 쇼’의 희곡 ‘피그말리온’을 각색하여 뮤지컬로 만든 영화 말일세.

원래 이 영화의 주연은 ‘쥬리 앤드류스’가 캐스팅되었는데 ‘오드리 헵번’으로 바뀌었다지.

가창력보다 미모를 선택하였던게지. (많은 뮤지컬이 그러하듯, 뮤지컬 영화의 노래들은 더빙이라네.)

쥬리 앤드류스의 미모도 그다지 떨어지는건 아니었는데 말일세.

뮤지컬 영화에 있어서, 자네라면 어떤 걸 선택하려나?

이를테면 비디오냐, 오디오냐...

나는 비디오 쪽일세. (노래 목소리는 차용하더라도)

뮤지컬 무대공연은 단연 ‘오디오’겠지만 (무대에서의 더빙은 어려울테고) 뮤지컬 영화에 있어서는 비디오가 우선이지.

영화는 일단 시각효과가 우선인, 영상 예술이니까.

 

‘사운드 오브 뮤직’을 얘기하려니 그 영화보다 훨씬 전에 만들어진 영화 하나가 있었지.

어린 시절 내 영혼을 음악으로 촉촉하게 적셔 주었던 영화.

순전 뮤지컬 장르라고 하기는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음악이 主가 되는 영화였으니 하, 내게는 뮤지컬영화로세.

독일의 뮤지컬 ‘보리수’.

반듯하고 아름다운 영화였지.

헐리웃처럼 화려한 비쥬얼과 웅장한 사운드는 없었을지라도 말일세.

초등학교 때 동도극장에서 보았을거야.

'보리수'는 ‘사운드 오브 뮤직’과 똑같이 ‘폰 트랩’대령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것일세. (나치를 피하여 여러 자식들 이끌고 알프스를 넘어 미국에 정착한 음악가족의 실화)

기억 아슴하지만, '보리수'에는 ‘사운드 오브 뮤직’처럼 오리지널 뮤지컬 넘버들은 없었을거야.

음악은 거의 ‘슈베르트’의 ‘리트’로 채워져 있었다고 기억되네.

아, 슈베르트.

한숨처럼 중얼거리는 바, 슈베르트의 '리트'들은 영원히 순결한 내 눈물일세.

슈베르트, 그이의 이름만 발음하여도 내 영혼에서는 맑고 푸른 것이 뚝뚝 듣는듯 하이.

그 독일 뮤지컬영화 '보리수'를 다시 볼수 있다면 좋을텐데, 아무리 뒤져봐도 찾을수가 없어 아쉽네그려.

 

유럽의 뮤지컬에는 헐리웃 뮤지컬과는 다른 맛이 있었다네.

‘삼색의 여심’이라는 영화. (독일 영화?)

기억되는건 단지 '트럼펫'의 음악과 어렴풋한 영상 뿐.

그런데 내게 아직까지 남아있는 감동의 정체는 무엇일까. (영상인지 소리인지 관념인지 냄새인지..)

 

아, 그리고 프랑스 뮤지컬 ‘쉘부르의 우산’.

‘카뜨린느 드뇌브’(한동안 나의 여신이었지)가 이 영화로 데뷔하였다지.

‘화니’라는 영화도 떠오르네 (뮤지컬로 알고 있는데,)

‘레스리 캬론’(미국배우였나?), ‘모리스 슈발리에’‘샤르르 보아이에’‘홀스트 부크홀츠’(독일배우, 황야의 7인에도 나왔었지. 뮤지컬배우는 아니고...)등의 배우들.

 

그리고 ‘제3의 사나이’를 감독한 ‘캐롤 리드’가 만든 최상급의 뮤지컬영화 ‘올리버’.

그 영화 얘기를 하려니 숨이 가빠 그냥 생략하려네.

 

그리고 ‘사운드 오브 뮤직’을 얘기하자니까 또 다른 영화 하나가 떠오르네.

왜 ‘사운드 오브 뮤직’의 뮤지컬 넘버중 ‘my favorite thing’이라고 있지 않나?

폭풍의 밤을 무서워 하는 아이들에게 쥬리 앤드류스가 불러 주었던 노래.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리면 무서움 따위는 사라지고 만다는 가사의. (음악의 힘, 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절로 마음이 밝아지고 따뜻해지지.)

그런데 이 ‘my favorite thing’을 말할수 없이 처절하게 노래하는 뮤지컬이 있다네.

‘어둠 속의 댄서’.

‘라스 폰 트리에’가 감독하고 가수 ‘뷔요크’가 주인공 셀마역을 맡았던 영화.

핀란드 가수 ‘뷔요크’는 이 노래를 그토록 처연하게 불렀다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많이도 울었어.

 

‘사운드 오브 뮤직’을 만든 ‘로버트 와이즈’감독의 또다른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이 영화를 빠뜨릴수는 없지.

당시 ‘뉴욕 필’의 상임지휘자였던 ‘레너드 번스타인’의 음악들.

그 오케스트레이션과 '뮤지컬 아리아' ('뮤지컬 아리아'라니, 여태 '뮤지컬 넘버'운운하였으면서..)들은 정말 최고였다네.

 

자네도 기억할걸세

당시 오케스트라의 쌍벽, 유럽과 미국으로 나누어진 베를린 필과 뉴욕 필.

베를린 필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유럽의 마에스트로, 뉴욕 필의 ‘레너드 번스타인’은 아메리카의 마에스트로.

두 눈 지그시 감은 신중한 지휘 폼은 카라얀이었고, 춤추듯 현란한 지휘 스타일은 번스타인.

그 레너드 번스타인이 작곡한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나탈리 웃’과 ‘리처드 베이머’와 ‘조지 차키리스’등 츨연진의 면모도 화려하였고 음악과 어울어진 의상과 춤과 영화적 미장센, 어느 하나 나무랄데 없는 뮤지컬이었어.

 

‘하늘에서 별이 내리다’... 등의 뮤지컬 영화도 생각나네.

피규어 스케이팅 스타와 스키 스타가 출연한 뮤지컬. (한때 꽤나 유행하였었지.)

‘이나 바우어’와 ‘토니 자이라’

은반과 설경을 배경으로 한 꿈결같은 영화들었다네. (스케이팅 스타 ‘이나 바우어’는 좀 마른 체형의 미인이었는데, 우리 ‘김연아’를 주연으로 이런 종류의 영화를 만든다면 ‘은반의 뮤지컬’은 필경 ‘김연아’에 의하여 평정되었을테지.)

 

벨 칸토 기름진 음색의 '테너'가 출연한 뮤지컬도 제법 인기가 있었다네.

당시 클래식음악계를 주름잡았던 스테파노, 마리아 칼라스, 프랑코 코렐리. 카를로 베르곤찌(내가 가장 좋아하는 테너)등이 뮤지컬영화에 출연한 것은 아니었지만. 걸출한 테너가 한사람 있었지.

바로 테너 ‘마리오 란자’라네. (오소독스한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좀 괄시받지 않았을까)

‘마리오 란자’도 ‘앨비스 프레슬리’처럼 트럭 운전수에서 일약 스타가 된 사람이라지.

그가 출연한 ‘황태자의 첫사랑’.

‘마리오 란자’, 그가 하이델베르히의 대학주점에서 맥주잔을 높이 들고 불렀던 ‘드링킹 송’.

아시아의 빈국 가난한 지방대학생에게는 얼마나 아득한 동경의 대상이었던지.

아, 그렇지만 말일세.

'드링킹 송'은 양산집, 내 막걸리 잔에서는 낭만으로 넘쳐 흘렀다네.

 

어린 가희 ‘마리솔’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을듯 하이.

‘길은 멀어도 마음만은’등의 스페인의 뮤지컬영화들.

열 살 남짓 되었을까, ‘마리솔’은 지고이네르풍의 노래를 정말 기가 막히게 불렀다네.

놀라운 가창력이었어.

캐스터넷을 치면서 노래 부르는 천재소녀 ‘마리솔’.

그 아이도 이제는 나처럼 늙었을테지.

 

‘사랑은 파도를 타고’‘물망초’등의 지중해의 낭만 넘치는 이탈리아의 뮤지컬들.

낙천과 해피앤딩의 유쾌함이 그득했던 뮤지컬들일세.

나는 이탈리아 뮤지컬배우들 이름을 고스란히 기억하여 아직도 술술 발음할수 있다네.

‘안토넬라 루알디’‘도미니크 모도뇨’(하하, 이 까다로운 발음을 말일세)

 

‘안드레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을 얘기하지 않을수 없지.

'락 오페라' ‘수퍼스타 예수 그리스도(Jesus Christ Superstar)’는 영화 뿐 아니라 가수 ‘이종용’이 예수 역으로 열연하였던 무대가 생각나네.

웨버의 많은 뮤지컬들.

‘오페라의 유령’과 ‘캐츠’(캐츠는 무대실황 필름)등에 대해서는 입을 다뭄세그려.

더불어 로이드 웨버의 작품은 아니지만 근래에 본 ‘스위니 토드’‘렌트’‘맘마미아’등등등...의 것들도 죄 생략하려네.

 

안드레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에비타’에서는 얘기할게 좀 있다네. (‘마돈나’와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출연한 영화는 생략키로 하고)

1980년대 말엽쯤 부산문화회관에서 공연한 뮤지컬, 에비타.

어머니가 ‘의사’라는 직업에서 완전히 은퇴하여 일흔에 접어든 즈음.

모자(母子)간 무슨 대화 끝에 뮤지컬이야기가 나왔네.

뮤지컬을 한번도 보지 못하였다는 어머니. 가히 영화광이셨는데 말일세. (영화뿐 아니라 무대의 '쑈'공연같은 것도 무척이나 즐겨하셨는데... 허긴 그때는 뮤지컬 공연이란 거의 없었었지)

나는 그 즈음 대연동에 건립된 ‘부산문화회관’의 대극장 로열석 3장을 예매로 구입하였어. (서울 현대극단의 뮤지컬, ‘에비타’)

‘에바 페론’역에는 이경애 (후에 민주당중진 국회의원이 된 배기선과의 소설같은 로맨스로 부부가 된), ‘페론’역에는 유인촌 (요즘처럼 재수없는 유인촌이 아니었던), ‘체’역에는 조영남이었어.

중학생이었던 딸 아이와 함께 모자녀 3代는 붉은 카페트 깔린 객석에 나란히 앉아 그 뮤지컬을 관람하였지.

그 ‘에비타’는 썩 훌륭한 품질의 공연은 아니었다네.

녹음된 음악의 반주도 그렇고 멀티비젼을 양 끝에 설치한 무대도 어설펐고.

그러나 이경애가 부르는 ‘Don’t cry for me, Algentina’는 어머니와 딸에게도 익숙한 노래였던가 보아.

내 왼편의 어머니에게서도 오른편의 딸에게서도 희미하게 들리는 허밍의 목소리를 나는 들을수 있었지.

얼마나 흐뭇하였던지.

밤 10시 가까운 시각에 극장을 나서니 장대같은 비가 퍼붓고 있었지.

택시 잡아타고 도착한 곳은 남포동 입구에 있었던 동양관광호텔.

그곳 꼭대기층의 스카이라운지에서 어머니와 딸아이는 무슨 새우요리인가를 먹었고, 나는 소주 한병(주문하였더니 가져다 주더군)을 마셨네.

가난한 봉급쟁이였던 아들녀석, 감수성 많은 여학생 딸의 아비짜리는 그날 밤 제법 호기로웠다네.

세모자녀는 방금 본 ‘에비타’에 대한 품평을 나누었지.

썩 감동적인 무대는 아니라는데 세 사람은 공감하였지만,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대하여는 상찬(賞讚)을 아끼지 않았어.

그리고 연이어 영화, 연극, 음악등 이어지는 대화들.

나는 마냥 행복하였다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삼대가 관람한 ‘에비타’.

그것 하나로 내게는 커다란 의미를 갖게 된 뮤지컬이 바로 ‘에비타’였음을, 흐음.

 

슬픈 영화들.

‘엘비라 마디간’은 뮤지컬은 아니었지만 음악이 영상을 이끌어간 영화였다네.

‘모차르트’의 음악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만들어 질수 없지 않았을까.

이 영화를 보고 난후 나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을 가슴 저미는 애틋함 없이는 들을수 없게 되어 버렸어.

너무 아름다워서 슬픈, ‘엘비라’의 마지막 장면의 영상.

풀밭에서 나비를 좇는 엘비라, 그 순간 총성이 울리고 피아 데게르마르크는 나비를 잡는 포즈 그 모습으로 동결 (스톱 모션)되지.

그 정지된 화면 위로, 잠시 뒤 또 한발의 총성. (남자가 자신을 향해 발사한 총소리)

동결된 엘비라는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영원히...

 

‘라스트 콘서트’(이 영화도 순전한 뮤지컬이라고 할수 없겠지만 음악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시한부 삶을 사는 소녀 스텔라와 절망에 빠진 중년 예술가.

소녀가 재기(再起)케 한 그 음악가의 ‘콘서트’.

‘스텔라’는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숨을 거두고 말지.

 

홍콩영화 ‘수잔나’(이 영화 역시 순전한 뮤지컬은 아니었지만)

‘리칭’이라는 중국 배우가 주인공이었지.

역시 시한부 생명을 사는 어느 여학생에 관한 내용.

우리 말로 번안된 이 영화의 주제가를 혹 기억하나. (영화의 슬픔이 이 노래에 고스란히 담겨있음직.)

“지는 해는 잡을수 없으니.... 해는 서산에 지고... 인생은 허무한 나그네...”

정훈희가 부른 이 노래, 쉽게 구해 들을수 있을거야.

극장 안에는 여기저기 소리 죽여 흐느껴 우는 소리.

슬픈 뮤지컬을 보면서 사람들은 슬픔을 우는 것이었을까.

카타르시스.

그것은 외연의 슬픔, 실은 행복한 울음이라네.

뮤지컬에서는 아무도 죽음을 죽지 않는다네.

 

끝이 없을세

뮤지컬 장르의 영화만 지껄이기에도.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두드린 자판, 손목이 아프네.

담에 술잔 나누며 밤새 얘기 나누길 기약하세.

뮤지컬 넘버 함께 흥얼거리면서 말일세.

 

좋은 주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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