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범죄와의 전쟁 (1,4,3,3) (낙)

카지모도 2019. 9. 25.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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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잡설-

2012 4 13

 

영화 범죄와의 전쟁

개봉년도 : 2012

감독 윤종빈

출연 최민식하정우조진웅곽도원마동석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

영화의 무대가 부산(釜山)이고 영화 ‘친구보다 훨씬 더 부산(釜山)스러운 영화이던데명색 부산의 영화광께서 안보고 뭐 하슈?”

엊그제책부족 추장님의 채근이었다.

 

아니 볼수 있겠나?

아까 웹 하드에서 다운받아 감상하였다. (‘윤종빈감독의 영화라면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 두편을 보았는데재능도 감각도 빼어난 영화 작가임을 알겠더라)

 범죄와의 전쟁역시 썩 잘 만든 영화였다. (세편의 영화 모두 하정우가 주연하였는데 윤종빈과 하정우는 무언가 특별한 관계인가보다.) 

추장님 말씀처럼 나 또한 최민식에게서 ‘집착함의 무상함을 읽을수 있었고더불어 지난 날 부산의 시대적 풍광과 모습을 돌아보는 회고적 정취 또한 짙게 느낄수 있었다

과연 부산(釜山)스러운 영화를 만들고자 한 감독의 의도와 의욕 또한 여실해 보였다.

 

나 사는 곳 부산의 냄새 물씬한눈에 익은 1980~90년대의 부산의 풍속화두루 내게는 익숙한 영화적 미장센.

한때 밀수의 도시 부산... 세관원의 만성화된 부정행태...(주인공 최민식의 행각은 말단 세관원이라는 직업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부산 산복도로의 달동네... 알록달록한 카시밀론이불... 꽃무늬 비닐장판... 알미늄 미닫이 문... 고고클럽(디스코 클럽인가)... 맥주홀... 소방차의 노래들... 공군항공점퍼... 알이 넓은 라이방... 벽돌장 같은 송수화기... 풀빵장사의 구루마... 허리가 잘룩한 컨티넨탈의 양복상의... 손목 드러나게 과시하는 번쩍번쩍한 고급시계가랑이... 단이 넓은 판탈롱풍의 양복바지....

 

범죄와의 전쟁.

무언가 빽이 있어야 그나마 행세께나 할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지금이라고 썩 다를까마는)

집안 연줄(血緣)이면 가장 든든한 동앗줄이었을테고학연(學緣)이나 그마저 안되면 지연(地緣)쪼가리라도.

그도 없으면 돈으로 빽줄을 사야했고아무것도 없는 놈들은 두 손 비비며 아부로 빽줄에 줄을 서야만 했다.

빽줄이 곧 돈줄이고 빽줄이 바로 힘(권력)줄이었던 것이다.

선대(先代)로부터 연연히 이어져 온, 우리 세대의 살아가는 방식의 이야기. (직장이라고 다를바 없어 우야든둥 줄을 잘 서 빽줄을 만들어야.)

부정의(不正義)한 어거지 밀어붙이기가 표방하는바는 의리(義理)겠지만 그것의 내막이 바로 빽줄이었던 것이다.

이리저리 얽히고 설킨 빽줄로 모리배와 검찰 경찰과 날라리 사업가와 건달이 짝짜꿍이 되어 한 솥밥(利權)에 숟가락을 얹어 나누어 먹는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무릇 가장(家長)들이여,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뉘라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없는 삶을 살았을런가.

의식하였건 의식하지 못하였건, 오로지 정직하고 올바른정의롭고 공평하게 백옥처럼 깨끗하게 세상을 살아낸 사람 몇이나 될까.

어느 정도의 부정의(不正義)함은 삶의 방법론으로서 스스로 용납하며 살아왔을 터이다나 또한.

그러니까 범죄와의 전쟁은 이렇게 저렇게 두루뭉술 부정과 짝짜꿍하며 구차스럽게 살아온 우리의 자화상일 터.

 

 허지만 이런 것들이 죄 지난 시대의 지난 이야기일까.

작금도 매스컴을 장식하는 현란한 뉴스들은 식상(食傷)하기 짝이 없고, 그 꼬라지들 여전한 듯 하다.

 

범죄와의 전쟁

내 친구는 이 영화에서 집착함의 무상함을 읽었다고 하였다.

그러나 최민식의 그 집착(가족 권력등에 대한)은 무상한 것만은 치부해버리면 그만일까.

이 나라 가장(家長)들에게 있어서 한줌 당위(當爲)로움이 없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일 것이다.

토깽이 같은 새끼들과 여우같은 마누라, 핏줄 나눈 형제들 삼촌 조카 사동의 팔촌....

아,  이 나라 가족주의라는 무상의 가치.

그것이 ‘범죄와의 전쟁이 가지고 있는 한조각의 미덕일 터이다. <최민식은 깡패에게 빌붙고 검사에게 주어터져가면서 악착같이 자신의 아들을 바로 그 검사나리로 만들었지 않는가.>

 

그건 그렇고.

범죄와의 전쟁에 대한 여담(餘談)으로 객쩍은 소리를 좀 늘어 놓아야겠다.

 추장께서는 “곽경택 감독의 ‘친구보다 훨씬 더 ‘부산(釜山)’스러운 영화이고최민식이 얼마나 부산사나이 연기를 잘하는지라고 감탄하였다.

그에 대하여나는 한마디로 천만의 말씀!’ 이라고 답하련다.

그건 추장께서 부산(釜山)말의 맛깔스러움을 모르는 소이(所以),  부산사투리를 들을줄 모르는 귀를 가진 사람의 상찬(賞讚)일 뿐이다.

 

나는 부산사투리와 대구경북의 사투리와 서부경남 사투리를 구분할 정도로 귀가 트일만한 연륜을 부산서 살았다. (같은 영남이라 해도 경북이 다르고 서부경남이 다르다.)

 최민식이 빼어난 연기자라는데는 이의가 있을리 없다.

그러나 범죄와의 전쟁에서는 주인공 최익현을 연기한 최민식이 구사하는 사투리가 영화를 상당하게 망치고 말았다.

부산(釜山)스러운 리얼리티를 최민식이 깽판쳐버렸단 말이다

그가 구사하는 부산사투리가 너무나 엉성해서 그의 釜山스러운 연기에는 도무지 부산적 정서(情緖)가 우러나지 않았던 것이다.

 발음과 억양과 액센트에 알듯 모를듯 섞여있는 아주 미묘한 디테일, 부산사람만이 느낄수 있는 감성(感性)이 실린 사투리의 구사는 쉽지 않다.

부산사투리 뿐인가.

목포는 항구다에서 차인표가 구사하는 전라도 사투리라던가, ‘이재수의 난에서 이정재가 구사하는 제주사투리... 그 지방 사투리의 디테일한 맛을 감득치 못하는 내 귀로는그런가보다 하는 수준의 피상일 뿐이지만 토박이의 귀에는 얼마나 어색하게 들릴까.

어색해빠진 사투리 때문에 영화의 리얼리즘은 확 줄어들고 말 것이다

영화 친구에서 부산사람인 ‘곽경택감독은 ‘유오성 ‘장동건에게 꼼꼼하게 사투리훈련을 시킨 것이 여실해 보였는데역시 부산사람인 ‘윤종빈감독은 ‘최민식’의 사투리에 대하여 좀 더 세심하게 호된 언어 훈련을 시켜야 옳았다.

 

완벽한 경상도 사투리로 영화를 한층 돋보이게 만든 영화들.

친구는 말할 것 없고 이창동감독의 밀양’(밀양 쪽은 부산사투리와는 좀 다르다송강호가 구사하는 사투리와 조연들의 사투리는 수준급이었다.) 

이성한감독의 바람’(이 아니라 )이라는 영화는 매우 부산스럽게 만든 영화다. (껄렁한 고등학교 학생들을 연기한 출연진들은 죄 부산 아니면 영남 출신들이었을 것.)

정기훈감독의 애자란 영화.

어머니역의 김영애의 사투리는 완벽하였는데 딸 역의 최강희의 사투리가 어색하여 역시 부산(釜山)스러움을 망쳐버리고 말았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또 다른 주인공 하정우의 사투리도 어색한 부분이 있었지만그 캐릭터가 최익현처럼 떠벌이지 않는 깡패 두목역으로서진중하게 가라앉은 톤으로 구사하는 사투리인지라 그닥 표가 나지는 않았다.

최민식은 사투리 때문에 최익현을 망쳐 버리고 말았지만그 외 조연들은 얼마나 釜山스러웠는지실로 조연들이 빛나는 영화였다.

라이벌 깡패두목 김판호역의 조진웅은 아무리 상찬하여도 모자르지 않았다.

부산 사투리의 아주 미묘한 디테일의 구사은 물론이거니와 사소한 손동작 눈동작 하나하나까지 완벽한 부산 토박이의 연기였다.

조진웅의 프로필을 보니 역시 부산물을 먹은 연기자였구나.

검사장역의 김응수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최익현의 매제 김서방역의 마동석도 좋았다. (‘권상우와 공연한 곽경택 감독의 통증에서도 그리 잘하더니)

 

범죄와의 전쟁.

최민식의 사투리가 釜山스러움을 반감(半減)시켰지만 조연들이 釜山스러움을 든든하게 받쳐주어 그나마 무척이나 재미있는 영화, 괜찮은 영화를 만들었다.

언젠가도 얘기한적 있지만우리나라 영화나 드라마는 명품 조연들에 덕입는 바 적지 아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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