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前)
-윌리엄 포크너 作-
***동우***
2009년 12월 23일
책부족 이번 텍스트.
'윌리엄 포크너 (William Cuthbert Faulkner, 1897~1962)'의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As I Lay Dying)'
의식의 흐름.
나 사는 동네 뒷산(중리山)의 숲, 절벽 아래 해원(海原)이 펼처져 있는 호젓한 산길을 걷는다.
안벽에 부서져 비산하는 흰 포말(泡沫)을 배경으로 소나무에 처진 거미줄에 붙어있는 적갈색 낙엽 한잎을 본다.
울컥 슬프다. 그것은 느닷없다.
돼지갈비 굽는 냄새가 나고, 술상 두드리는 술집 색시의 새빨간 입술이 떠오른다.
거미줄에 걸린 낙엽과 술집 색시의 입술, 둘 사이의 연관성이 내 의식 속에서 어떤 이미저리로 작용하는 것일까.
감각(五感)으로 접수되는 대상은 언어인가 의미인가.
언어란 한낱 상징기호, 그것이 의식에 이르면 인식적 포름이 된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강의’에서 행동 또는 언어와 그 배후 마음과의 매커니즘.
겉으로 나타난 행동과 언어만으로는, 감정모체의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할수 없다.
예술에서, 영감으로 이루어진 언행의 추상성과 개별성을 어디까지 파들어 가야 작가의 감정모체에 도달할수 있을까.
논리가 수반되고 이해되고 설명될수 있어야만 감동을 줄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 문학적 감동 역시 이해를 전제로 해야만 성립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
‘시니피앙’과 ‘시니피에’ <기표(記表)와 기의(記意)>.
내 무얼 안다고 구조주의 언어학의 개념을 지껄이랴
어쨌거나.
윌리엄 포크너의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작가의 서사(敍事)는 내 의식에 뜨거웠고, ‘의식의 흐름’은 내 리비도에 강렬하였다.
작가의 의도와는 무관하여도 좋을.
<***** 안의 글은 내 나름으로 짜집기한 등장인물의 대사>
<***** 피바디(늙고 비대한 읍내 의사) : 이 고장에서는 바로 그게 문제다. 날씨뿐 아니라 다른 모든 것들도 너무 오래 머물러 탈이다. 강이나 땅처럼 불투명하고, 느리고, 때로는 폭력적인 것들이 어찌 할수 없는 것들이 어찌 할수 없는 운명으로 천천히 인간의 삶을 형성하고 창조해 내고 있는 것이다. *****>
난삽한 이미저리들.
미국남부, 미시시피, 흙, 강, 태양, 녹슨 목소리로 부르는 블루스, 백인마님을 욕정에 가득찬 눈으로 훔쳐보는 흑인노예, 테네시 윌리엄스, 노동, 일락, 무덥고 긴 여름 밤. 뜨거운 양철 지붕. 한가로움. 보수(保守), 고집, 가족, 욕망, 관능, 타부. 고양이. 밤의 열기 속에서. 등짝에 번들거리는 땀. 만딩고, 끈적임...
<***** 앤시(남편) : 나는 땀을 흘리면 죽는 사람. 그렇지만 뼈빠지게 일을 해야만 먹고 산다. 나처럼 불운한 사람이 있을까. 시골은 사람이 살기 힘든 곳이다. 도회지에서 빈둥빈둥 가게나 운영하면서 자동차나 몰고 다니는 사람들과는 다르다. 열심히 일을 해야 입에 풀칠을 할수 있다. 그러나 하느님은 최소한 들판에 떨어지는 참새만큼은 날 염려하실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불운을 저주하지만, 그러나 나는 신심깊은 사람은 아니지만 내 운명을 저주하지는 않는다. 내게 중요한 것은 평화다. 암, 그렇고말고. 내 삶이 남들이 내세우는 삶보다 더 훌륭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더 나쁘지도 않다. 그렇지만 나같이 곤궁한 사람이 길 때문에 일을 망치는 것은 좀 너무하다. 길은 바닥으로 수평으로 길게 뻗은 형상(뱀이나 기차가 그러하듯)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나 나무와 같이 위아래로 수직으로 길다란 것들은 한자리에 머물도록 만들어 진 것. 집을 길 옆에 이 모양으로 세워놓아서 온갖 불운이 닥치는 것이다. 캐시가 목수가 되어 교회지붕에서 떨어진 것도. 이 길 때문이고, 달이 이상한 짓을 하는것도 이 길 때문이다. 그 놈의 길때문에 건강하고 힘이 넘치던 아내도 저렇게 몸져 눕게 된 것이다. 청하지도 않은 의사 피바디가 왔다. 어이쿠, 치료비도 내가 부담하게 되었구나. 나는 잇빨도 없어 의치도 해 넣지 못해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지도 못하는데.*****>
이기(利己)의 빙벽 속에 갇힌 자아. 길이란 소통이며 변화이며 진보이며 움직임이다. 게으른 앤시는 길을 나서지 않는다. 그런데 시취(尸臭)고약한 아내의 주검과 더불어 열흘 동안의 출애급에 나서는 앤시. 가나안에는 이르렀는지.
<***** 애디 (아내) : 내 아버지는 ‘우리가 살아 있는 이유는 오랫동안 죽어 있을 준비를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나는 늘 고독하였다. 그래서 나는 앤시와 결혼하였다. 그러나 그는 극한의 이기적인 인간, 나는 절망하였다. 캐시를 임신하고 다시 달을 임신했을때 나는 앤시를 죽이고 싶었다. 그에게 보복하고 싶었다. 내가 보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에게 숨기는 것이 바로 보복이었다. 그래서 달이 태어 났을때 내가 죽으면 제퍼슨에 묻어 달라고 약속해 달라고 하였다 “애들이 둘밖에 없는데 자식들도 다 낳지 않고 무슨 소리요?”이 따위 대답. 아아, 앤시는 내게 있어 이미 죽은 존재였다. 나는 나일 뿐이다. 그는 앤스라는 이름을 가진 모양과 소리일 뿐이다.*****>
강박적 원죄의식, 허무주의, 세척강박, 원한, 매조히즘, 사디즘...
<***** 애디 : 나만의 비밀, 홀리필드 목사와의 간통은 나의 죄악을 위해서다. 그는 목사이기 때문에 우리의 죄악은 더욱 철저하게 죄악이었다. 간통의 열매로 주얼이 태어났다. 그리고 주얼에 대한 속죄로서 앤스에게 딸 듀에 델을 낳아 주었다 그리고 주얼대신 가질수도 있었던 앤스의 아이를 대신해 막내아들 바더만을 낳아 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내 것이 아니다. 이제 나는 죽을 준비가 끝났다. 죄가 단순히 말의 문제인 사람에게는 구원도 단지 말에 불과하다. 나는 내 죄의 용서를 하느님에게 구하지 않는다. 내 스스로 감당할 것이다.*****>
<*****코라 (이웃 부인) : 나는 진정한 기독교인이다. 죽은 애디를 40마일이나 떨어진 제퍼슨까지 가서 무덤에 묻는다고? 앤스는 애디가 원한 것이라고 하지만 앤스의 말을 누가 믿는단 말인가. 여자의 자리는 살아서나 죽어서나 제 남편과 아이들이 있는 곳이어야 하는데. 오만과 슬픔 속에 홀로 죽어가는 그녀. 애디는 진정한 신앙인이 아니었다. 나는 말했다. “당신의 힘겨운 숙명을 위로하기 위하여 하느님은 당신에게 아이들을 주신 거예요. 하느님 자신의 고통과 사랑의 징표로서 말이에요.”애디의 큰 죄는 하느님의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는 달보다도 주얼을 더 편애한 것이 죄이다. 그래서 애디에게 말했다. “주얼이 바로 당신의 죄인 동시에 죗값이지요. 주얼이 바로 당신의 벌이에요.”그러나 애디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그는 나의 십자가이고 동시에 나의 구원일거에요. 그는 나를 물과 불에서 구해낼 거에요. 비록 내가 삶을 포기할지라도 그가 나를 구할 거에요.”아아, 이럴수가. 애디가 말하는 ‘그’는 하느님이 아니라는걸 그때 깨달았다. 신성모독이다. 허영과 자만에 빠져 하느님을 향한 마음은 닫고 하느님의 자리에 이기적인 인간에 불과한 주얼을 올려놓고 있는 것이다. 애디에게 다시 말하였다. “무엇이 죄고 죄가 아닌지 당신이 어떻게 알수 있단 말이에요? 그건 하느님의 몫이랍니다.”애디가 대답했다. “나는 내 죄를 알고 있어요. 그리고 그 죗값을 치뤄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바울의 부르짖음.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세상에 태어났음을 저주하는 고난의 욥. 죄와 구원의 문제는 교회당의 현란한 언어 속에 존재하는 추상성이 아니다. 실존의 문제인가. 달은 그저 카인일 뿐일까. 주얼은 그저 아벨인가 혹 세례 요한인가. 속죄. 물과 불로 세례를 베푸는 자, 그가 주얼일까. 뒤에 주얼은 물에 빠진 엄마의 주검을 건져냈고 불길에 휩싸인 엄마의 주검을 끄집어 냈다. 애디는 한사람의 필부(匹婦)일 뿐인가. 애디의 관은 십계명의 돌판인가. 혹 앤시는 모세인가.
<*****달 (둘째아들): 열다섯살 때 주얼은 잠자는 귀신에 들렸다. 식사중이나 일을 할때 수시로 잠이 들었다. 한밤중 랜턴을 들고서 혼자서 퀵의 새 땅 40에이커를 주얼이 모두 일구었던 것이다. 말을 얻기 위해서. 그리고 야생마를 얻었다. 아버지가 “우리 사정이 얼마나 어려운데, 그 말을 내가 먹이라고 샀단 말이냐”라고 하자 주얼은 창백한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보면서 “아버지거라면 절대 먹이지 않을 겁니다. 한입도. 만약 한입이라도 먹으면 내가 죽여버릴 겁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날밤 어머니는 주얼이 자고 있는 침대 옆에 앉아 흐느끼고 있었다. 그 때 나는 똑똑하게 알게 되었다. 주얼의 아버지는 엄마의 남편이자 내 아버지인 앤스 번드런이 아니라는 사실을.*****>
<*****주얼 (세째 아들) : 캐시의 빌어먹을 저 톱질소리. 엄마가 빤히 내려다 보고 있는 곳에서 말이다. 엄마 곁에서 끊임없이 숨조차 쉴수없게 부채질을 하고 있는 듀이 델. 꼭 말똥가리처럼 엄마가 죽기를 기다리고 있는 저 화상들. 도대체 하느님은 어디 있는거야. 아, 좀 조용히들 있었으면 좋겠다. 높은 언덕에 엄마와 나 단둘이서 저자들의 얼굴 위로 바위를 마구 굴려버리고 싶다.*****>
<*****달 (둘째아들) : 주얼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오 나의 아도니스. 그가 말을 타는 모습을 보라. 발끝을 말의 허리에 두고 머리털과 꼬리의 움직임과 함께 춤추듯 몸을 흔드는 모습을. 그리고 말과 하나가 되어 달리는 주얼을 보라. 근육과 땀. 완벽한 아름다움의 조화. 육체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그러나 나는 말한다. "주얼, 애디 번드런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니? 애디 번드런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주얼이 대답한다. "엄만 그 정도로 아프지 않아. 그러니 입닥쳐.”*****>
희곡 에쿠우스(피터 쉐퍼), 환희에 가득찬 앨런의 대사. “내 갈기털이 바람 속에 빳빳해진다! 나의 옆구리! 나의 발굽! 갈기털이 채찍처럼 나부낀다, 다리 위로 옆구리로! 알몸! 알몸! 나는 알몸이다! 알몸! 나를 느끼는가! 네 몸 위에! 네 몸안에 들어가 있고 싶다! 너와 일심동체가 되고 싶다. 영원토록! 이쿠우스, 너를 사랑해! 자! 데려가 다오! 우리를 하나로 만들라!”아름다운 동성을 향한 어떤 욕망, 어쩌면 달은 주얼을 범하였을까. 그래서 주얼은 그토록 달을 미워하는 걸까.
<*****듀이 델 (딸): 점점 커가는 배, 시간의 자궁, 절망과 고뇌. 단단한 거들 속에 누워있는 레이프와의 관계가 만들어낸 끔찍한 결과. 레이프의 아이, 나는 불과 열여덟인데 이를 어쩐담! 아버지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에 익숙하여 정작 자신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이고, 큰 오빠 캐시는 뜨겁고 누런 여름, 슬프고 지루한 날에도 톱질하고 못 박는 일만 좋아하지만, 나와 가장 가까운 작은 오빠 달 ! 언제나 먼 곳을 응시하는 달의 두 눈이 내 발을 보다가 내 몸으로, 그리고 내 얼굴을 훑어본다. 그 때 내 옷이 벗겨진다. 아아, 달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나의 임신사실. 그뿐 아니다! 오오, 나의 그것을! 금기를 넘어선 나의 그것, 근친상간의 사실을! 난 주님을 믿는다, 주님을 믿어.”*****>
금기의 사과를 듀이 델과 함께 깨물어 먹었을 사람은 누구였을까. 아버지? 오라비중 누구? (달은 아닐 것... 혹은 달일까) 어쩌면 막내 바더만? 듀이 델 뱃속에는 레이프의 아이만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은폐된 부끄러운 죄책감. 아아! 근친상간. 이것은 모든 리비도의 들끓는 용암, 그 욕동의 근원을 이루는 무엇일시 분명하기는 한데 난들 알랴. 흐음.
<*****캐시 (큰 아들) : 관을 비스듬한 사선으로 깎아 만들었다. 이것은 과학적이다. 이렇게 하면 못이 들어갈 표면이 더 많아지고, 이음매 각각의 접면이 두 배가 되고, 또한 경사면으로는 물이 잘 스미지 않는다. 모든 일이란 합리적이고 균형이 맞아야 하는 법이다.*****>
<*****바더만 (막내 아들): 커다란 물고기를 잡아서 돌아왔다. 엄마에게 자랑하고 싶었지만 아버지는 물고기를 씻으라고 지시한다. 물고기는 땅에 떨어져 흙탕물을 뒤집어 쓰고, 입을 헤 벌리고, 눈은 멍한채로 마치 죽어가는 것이 부끄럽다는 듯이, 그래서 몸을 숨기려고 서두르는 것처럼 널부러져 있다.*****>
현실에 굳건히 발을 딛고 있는 캐시. 합리성. 과학성. 빈틈이 없다. 꼬마 바더만의 저 물고기는 죽어 있는 자신의 몸뚱이를 숨기려 한다. 주검. 물체. 전사한 병사는 제6종의 물건이 된다.
-계속-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後)
<*****피바디 : 폭풍우가 휘몰아치는데 앤시가 나를 불렀다. 나를 앤시가 찾는 것을 보면 이미 애디는 가망이 없음이 뻔하다. 열흘동안 꼼짝않고 누워있는 애디. 딸은 곁에서 부채질을 하고 있고 애디는 눈만 껌벅이며 나와 막내아들을 바라본다. 남편은 바라보지도 않는다. 임종이 닥아왔음을 나는 알았다. 왜 나를 진작 부르지 않았나? 빌어먹을 돈 때문일테지. 아아 죽음. 난 어릴적 죽음이 단순한 몸의 변화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죽음을 마음의 변화로 이해한다. 즉 사별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변화. 허무주의자는 죽음을 끝이라 하고 근본주의자들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죽음이란 가족 또는 세들었던 사람이 집이나 마을을 떠나는 것과 다름없다.*****>
<*****달 : 방금 엄마가 죽었다. 벌목을 위하여 나는 주얼과 함께 집으로 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만 나는 그 장면을 생생하게 볼수 있다. (나는 능력자다. 천리안뿐 아니라 가족들의 비밀을 나는 알고 있다. 듀이 델의 비밀. 주얼과 엄마의 비밀) 엄마는 누워 아버지는 쳐다보지도 않은채 바더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아있는 모든 생명이 엄마의 눈으로 쏠린 듯. 잠시동안 두개의 불꽃이 타오른다. 그러나 누군가가 그 불꽃을 훅 불어 꺼버린듯이 이내 사라져 버린다. 엄마는 죽었다. 듀이 델이 울부짖는다. 이윽고 듀이 델의 의식은 독백한다. 마침 와있는 의사를 향하여. 선생님이 나를 도와주기만 한다면 나는 말할수 있어요. 달만 알고 있는 비밀을. 바더만은 낯빛이 창백한 모습이 점점 더 창백해 지더니 뒷걸음질 처 밖으로 뛰쳐 나간다. 캐시가 톱을 든채로 들어와 말한다 "돌아가셨군요" 아버지는 꾸부정하게 침대 곁에 서 있다가 "그래, 우리 곁을 떠났구나. 관은 다 만들었니?" 그 말을 듣지 않고 캐시는 침착하게 방을 나간다. 아버지는 듀이 델에게 저녁을 지으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하느님의 뜻이지. 난 이제 새 이빨을 해 넣을수 있게 되었구나" 아버지는 잎담배를 씹으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린다.******>
아아, 달. 가족. 그 관계의 동앗줄. 전지자(全知者)의 말할수 없이 무거운 짐, 십자가의 짐. 무거운 짐.
<*****바더만 : 엄마가 죽었다. 나는 달린다. 울기 시작한다. 내가 잡은 물고기는 이제 더 이상 물고기가 아니다. 조각조각 잘려있다. 마굿간으로 달린다. 펄떡거리는 말의 생명. 그러나 엄마에게는 그 생명이 없다. 내 아픔이 울기 시작하고 울음을 토해낸다. 나는 왜 아플까? 나는 흐느껴 울면서 말에게 회초리를 내리친다. 네 놈들이 우리 엄마를 죽였단 말야. 그리고 내가 잡은 물고기를 요리해서 먹는다고. 요리해서 먹는단 말이지. 캐시형이 만드는 저 관이 완성되면 엄마를 그 안에 넣을 것이다. 그리고 꽝꽝 못질을 할 것이다. 캐시가 관에 못질을 해버린다면 관 속에 있는 사람은 절대 엄마가 아니다. 사람들은 그것이 엄마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캐시는 못질을 하려는 것이다. 그 물고기도 엄마가 아니었다. 바로 저기 흙속에 뒹굴고 있었으니까. 내가 토막 내어, 지금은 조각조각 동강이 나 있다. 저 피가 줄줄 흐르는 팬에 요리되어 먹히기를 기다리며 부엌에 있다. 물고기가 지금처럼 토막나 있지 않았을때 엄마는 살아있었는데 지금은 물고기가 토막나 죽어 있으니 엄마는 엄마가 아니다. 내일 요리해서 먹을 것이다. 그러면 엄마는 피바디의사와 아빠 캐시 듀이 델의 몸속에 들어가 그들이 되는 것이다. 그럼 엄마는 숨을 쉴수 있겠지. 물고기는 바로 저기 누워 있었다.*****>
<*****달 : 엄마가 죽었다. 내게는 보인다. 캐시는 비를 맞으며 관의 마지막 손질을 하고 있다. 주얼과 내가 가져온 마차가 있어야 엄마의 주검을 제퍼슨으로 데려갈수 있는데 주얼과 나는 낯선 곳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비가 쏟아진다. 잠을 청하려면 네 자신을 모두 비워버려야 한다. 잠을 자기 위해 자신을 비우기 전에는 넌 네 자신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자신을 비우면 더 이상 너가 아니다. 완전히 잠들어 버리면 넌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무엇인지 모르게 된다. 주얼은 자신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왜냐하면 존재하는지 안 하는지 스스로 모른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기 때문이다. 주얼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또한 그 자신이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잠을 자기 위해 자신을 비울수 없다. 어머니의 주검을 싣고 갈 마차는 지금 여기 있어야 한다. 마차가 과거로 사라져 버려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마차를 타고 가야할 애디 번드런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얼은 살아있다. 그래서 애디 번드런도 살아 있어야 한다. 그러면 나도 존재하여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낯선 방에서 내 자신을 비울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비워질수 없다면 난 존재하는 것이다.*****>
<*****듀이 델 : 엄마가 죽었다. 그리고 나는 임신하였다. 나같은 작은 몸 속에 다른 것이 들어오다니. 달갑지 않은 일이 일어 났을때, 하나님은 여자에게 신호를 주신다. 엄마의 죽음때문에 슬픔에 잠겨 잠시 내 문제를 잊고 있었지만 아, 의사가 끼어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모든 사람이 알게 될터인데. 나는 요리를 한다. 조각난 바더만의 물고기가 팬 안에서조용히 피를 흘리고 있다. 생선요리를 하지 않았다고 아버지가 불평한다. 피바디선생은 캐시와 먹고 있다. 암소 젖을 짜주겠다고 나는 언덕 아래 헛간으로 내려간다. 암소가 내게 코를 문지르며 울고 있다. 달콤한 더운 입김을 내뿜으며 암소야, 젖을 짜주지 않는다고 울지마. 네 몸 속에 들어 있는 것은 내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너도 여자이기는 하지만. 마구간을 지난다. 거의 다 지나치고 있었다. 내 몸과 내 뼈. 그리고 살이 분리되면서 저마다 열리는 것을 느낀다. 홀로 분리되는 과정은 정말 무시무시하다. 레이프 레이프 마음속으로 부른다. 바더만이 마구간에서 나온다. 동생은 의사가 우리 엄마를 죽였어 하며 울기 시작한다.*****>
<*****바더만 : 엄마는 물고기다. 한밤중 나는 엄마의 관 뚜껑을 송곳으로 마구 쑤셨다. 관뚜껑에는 수없이 많은 구멍이 뚫리고 엄마의 얼굴에도 송곳 구멍이 났다.*****>
<*****달 : 주얼과 나는 돌아왔다. 멀리 사람들이 옹기종기 보인다. 주얼 네 말이 죽은 게 아니란 말이야. 난 엄마가 없기 때문에 엄마를 사랑할수 없다. “나쁜놈, 개자식”그가 말한다. 주얼의 엄마는 말(馬)이다.*****>
<*****휘트필드 (목사) : 그녀가 죽어가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때 난 밤새 사탄과 씨름했다. 그녀와의 간통 사실을 고백해야 할것인가. 최후를 맞는 그녀가 고백하기 전에. 절절하게 하나님께 기도하였다. 하나님의 응답이 있었다. “네 죄악의 징표가 되는 그 집으로 가라, 너의 죄악을 고백하라, 너를 용서해야 할 사람은 속임을 당한 남편과 그 가족들이니라.”고백하리라. 아, 이 끔찍한 시련을 이기리라. 불굴의 용기로서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리라. 그러하기 위하여 나는 범람하는 강을 목숨을 걸고 건넜다. 그리고 그녀의 집에 도착했을때 그녀는 이미 죽어버렸다. 죽어가는 입술이 우리의 죄악을 발설하지 않고 그녀는 죽어버린 것이다. 나의 결심을 이미 하나님은 아신다. 나는 용서받았다. 오 하느님 당신을 찬양합니다.*****>
아, 주검의 그 생경함이라니. 십여년전 나는 수의를 입히기전 어머니의 시신을 알콜 솜으로 닦아 드리고 있었다. 그 감촉. 그 물체는 이미 어머니가 아니었다. 아, 어머니 당신은 도대체 어디 계신겁니까? 바더만의 물고기. 어머니가 떠나버린 어머니. 그 물체. 그런데 주얼의 엄마는 말이다. 생명이다. 펄떡이는 살아있음이다. 바더만의 물고기는 주얼에게는 말이다. 그리고 저 목사라는 작자의 위선을 보라. 애디가 일찍이 말하였듯이 저 목사는 죄가 단순히 말의 문제일 뿐이다. 저 위선의 합리화. 자신의 죄를 감당하지 못하는 저 나약함 저것이 신앙의 본질인가.
<*****캐시 : 관을 마차에 싣는다. 균형을 잡아야지. 먼길을 갈터인데 무엇보다 균형이 중요하다. 균형. 균형.*****>
<*****달 : 네명이 관을 옮기고 있다. 관은 주얼의 절망이 담긴 성난 파도 한가운데 떠있는 지푸라기처럼 이리저리 떠밀리고 있다. 주얼은 관을 마차안에 던지듯 밀어 넣고 나를 본다. 얼굴은 분노와 절망으로 숨이 막히는듯 하다. 나쁜놈들, 나쁜놈들 하면서.*****>
<*****바더만 : 읍내의 쇼윈도 안에는 빨간 기차 장난감이 있다. 기차가 달리면 철로는 불빛을 깜빡깜빡한다. 나는 도시아이가 아니다. 시골 꼬마다. 언젠가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빠, 난 왜 도회지 아이가 아니예요?”아버지는 말했다. “하나님의 뜻이다.”*****>
<*****달 : 주얼은 말을 타고 마차를 좇는다. 캐시는 바퀴 위에 침을 뱉는다. 마차는 삐걱거리며 달린다. 이틀 정도 지나면 냄새(尸臭)가 나기 시작할거야.*****>
<*****앤스 : 죽은 제 엄마를 존경하는 마음이 있다면 주얼은 말을 끌고 오지 않았어야 했는데. 난 최선을 다했어. 아내가 원하는대로 해주려고 애썼어. 달은 그녀의 관 위에 걸쳐놓은 널판자에 앉아서 계속 웃고만 있다. 그러나 어쨌든 난 읍내에 가면 새 틀니를 해넣을수 있겠지, 그것이 그래도 위안이 된다. 정말로.*****>
<*****바더만 : 엄마는 물고기다 .이제 읍내로 간다. 나의 엄마는 물고기다. “주얼의 엄마는 말이야.”달이 말했다. “그럼 내 엄마는 물고기일 수도 있는거지, 그렇지 않아, 형?”내가 말한다. 주얼은 내 형이다. “그렇다면 내 엄마도 말이어야 해?”내가 물었다. “왜? 아버지가 진짜 너의 아버지인데, 주얼의 엄마가 말이라고 해서 왜 너의 엄마까지 말이어야 하지?”“왜 그렇지? 내가 물었다 왜 그런거야, 형?”달은 내 형이다. “그럼 형의 엄마는 뭐야?”내가 말했다. “난 엄마가 없어. 내게 엄마가 있었다면 그것은 옛날 얘기지. 옛날이라면 지금 있다고 말할수 없지. 안그래?”“아니야”내가 말했다. “그럼 나도 존재하지 않아, 내가 존재하는걸까?”“아니.”내가 말했다. 나는 지금 존재한다. 달은 내 형이다. “하지만 형은 지금 여기 있잖아.”내가 말했다. “나도 알아.”달이 말했다. “바로 그래서,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야. 존재한다고 말하기엔 한 여자가 낳은 아이들이 너무 많아.”달이 말했다.*****>
그들 여섯 가족은 애디의 관을 싣고 열흘 동안의 장도에 오른다. 닥치게 되는 불과 흙. 범람하는 강물의 고난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틀니를 위하여. 축음기를 위하여. 뱃속의 아이를 지우기 위하여. 반짝거리며 달리는 장난감 기차를 위하여. 혹은 바나나를 나눠 먹기 위하여.
<*****달 : 강. 저 어두운 흙탕물. 다리는 가운데 부분이 유실되었다. 아버지와 듀이 델과 바더만의 맨 몸은 조심스레 다리를 통과하여 강을 건넜다. “내가 앞서 가볼게. 형들은 내가 가는 길로만 따라와.”주얼이 말을 타고 말했다. 그러나 마차는 급류에 휘말리고 마차를 끌던 노새들은 익사하고 우리는 물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캐시는 관을 잡으려다 놓지고 말았다. 목숨을 걸고 주얼은 엄마의 관을 구해냈다. 우리는 목숨을 구하였지만 캐시는 다친 발을 또 부러뜨리고 말았다. 캐시는 계속 중얼거린다. “균형이 맞지 않았어. 내가 그토록 일렀건만.”한바탕 죽음을 견디고 관을 구한 후 주얼의 표정에서 분노가 사라졌다. 분노 역시 침전되면 잠잠해 지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겐 보이지 않지만 내겐 보인다. 캐시옆에 앉아 웅크리고 있는 듀이 델의 젖가슴이 젖은 옷 속에서 드러나 있다. 지구의 수평선과 골짜기같은 젖가슴이.*****>
<*****앤시 : 노새가 필요하다. 주얼은 캐시를 위하여 의사를 부르러 갔으나 부재중이라 대신 수의사를 데려왔다. 치료중 캐시는 기절하고 만다. 그러면서도 캐시는 연장을 걱정하고 있다. 시취는 점점 심하게 풍겨온다. 사람들은 고인에 대한 모독이라고, 빨리 매장해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기필코 제퍼슨에 가야 한다. 노새가 있어야 한다. 거래를 성사시켰다. 경작기와 파종기를 주기로 하고,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노새들을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읍내에 가면 축음기를 사려고 꼬불쳐 놓은 캐시의 주머니에서 5달러를 훔친다. 그래도 부족하다. 주얼의 말을 주기로 하였다. 세상에 나같은 사람이 또 있을지, 하느님만이 아시지. 시련과 모욕을 참으며. 나처럼 불운한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거야.*****>
<*****바더만 : 아버지가 주얼의 말을 노새 주인에게 주기로 하였다는 말을 듣자 본노에 휩싸인 주얼은 말을 타고 달린다. 말과 함께 사라진줄 알았는데 말을 산 사람의 집에 말을 데려다 놓고 주얼은 사라졌다. 캐시 형은 계속 토하기만 하고 엄마의 관 위에 꼼짝 못하고 누워 있다. 하늘에 말똥가리가 점점 수를 더해 날고 있다. 저건 엄마가 아닐거야. 엄마에게는 저런 고약한 냄새가 나지 않거든 우리 엄마는 물고기다. “달, 주얼은 제 엄마가 말이라서 떠난거야? 내가 묻는다. 그러나 주얼은 돌아 왔다. 주얼이 돌아왔다. 주얼은 내 형이고 캐시도 내 형이다. 말똥가리가 타원을 그리며 마차를 좇아온다. 달이 내게 관에 귀를 가까이 대보라고 한다. 엄마의 말소리가 들린다. “형, 엄마가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누구에게?”“엄마는 하느님에게 말하고 있는거야. 자신을 도와 달라고 부탁하는 거지.”“하느님에게 뭐를 도와 달라고?"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해달라고." "왜?" "그래야 엄마의 삶을 포기할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난 보았다. 듀이델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던 뭔가를 난 보았다. 아버지에 대한 것도, 캐시나 주얼, 듀이델이나 나에 대한 것도 아닌 그것을.*****>
<*****달 : 시멘트를 사서 캐시의 다리에 붓고 굳혀서 부목을 댄다. 남의 집 헛간에 둔 엄마의 관. 이따금 비밀스럽게 웅얼대는 엄마의 말소리가 드문드문 관 속에서 새어 나온다. 네 엄마는 말이었어. 그런데 네 아버지는 누구지. 주얼? 못된 거짓말장이! 주얼. 아! 불꽃이 타 오른다. 태워라! 태워라! 그가 헛간으로 달려간다. 그는 관 옆에 멈춰 선다. 허리를 구부리고 나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차 있다. 그는 등을 태우면서 엄마의 관을 불길 속에서 끄집어 냈다. 주얼은 물로부터도 불로부터도 엄마를 구해냈다. 헛간은 화염에 휩쌓인채 폭삭 주저 앉아 버렸다.*****>
바더만이 본 것은 달과 엄마에 대한 것이기는 한 것인데, 무엇일까? 근친상간인가? 달이 태우려한 것은 주얼의 말인가 엄마인가? 주얼이 구하려 한 것은 ? 엄마를 향한 욕정.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형제...엄마 애디는 어쩌면...
<*****바더만 : 드디어 제퍼슨에 도착하였다. 도회지 제퍼슨, 자동차도 지나 다닌다. 마차에서 풍기는 냄새때문에 사람들은 질색을 한다.*****>
<*****듀이 델 : 10 달러, 이 돈으로 어떻게 그 약을 구할수 있을까? 내 뱃 속 이상한 이물질을. 도회지는 무서운 곳이다. 낯선 남자에게 당하였다.*****>
동앗줄처럼 질긴 관계라는 것. 가족. 무엇일까? 무엇이 동앗줄처럼 그것들을 칭칭 묶고 있는 것일까? 고약한 그 시취를 그들만은 맡지 못한다. 맡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엄마를 묻었다. 말은, 물고기는, 엄마는 없어지지 않고 온전하게 땅에 묻혔다.
<*****캐시 : 달이 불을 지른것을 헛간 주인도 알게 되었다. 아마 달의 이상한 행동을 보고 짐작했던것 같다. 아버지가 말한다. “헛간 주인이 우릴 고소 하기전에 달을 잭슨(정신병원)으로 보내는 것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구나.”어쩌면 달은 하느님이 엄마를 우리 손에서 깨끗하게 없애 버린다면 그것이 바로 그 분의 축복일거라고 믿었는지도 모르지. 주얼이 그렇게 절박하게 엄마를 강물에서 건져낸 것은 어쩌면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일일지도 모른다. 달도 그렇게 생각하여 불을 질렀다면 옳은 것일수도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러나 남의 가축과 재산에 해를 입힌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나는 달이 미쳤다고 생각한다. 가끔씩 난 확신할수가 없다. 누가 미치고 누가 정상인지. 누구도 완전히 미치거나 완전히 정상일수는 없다. 마음의 균형을 제대로 잡는 것은 쉽지 않으니까. 중요한 것은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의 행동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다. 경관이 왔다. 마차에 달려들어 달을 붙잡았다. 달은 몸부림을 치고 반항하였지만 경관에게 묶였다. “죽여버려. 개자식.”주얼이 말한다. 달은 웃기 시작한다.*****>
<*****달 : 깔깔 웃고 있는 달(나)을 기차에 집어넣었다. 왜 웃는거지? 내가 묻는다. 달은 싫컷 웃었다. 한사람은 그의 옆에 앉고, 또 한사람은 그 앞에 앉아 거꾸로 가고 있었다. 그들중 한사람은 거꾸로 가야만 했다. 미시시피의 돈은 각각 앞면과 뒷면이 붙어 근친상간을 하고, 그 돈으로 기차를 타고 있다. 달은 우리 형제다. 우리 형제 달이 잭슨의 새장에서 살게 될, 우리 형제 달, 조용한 철망의 틈새에 때 낀 손을 가볍게 올려 놓고 밖을 바라보며 거품을 뿜게 되겠지. 달은 잭슨에 갔다.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듀이 델 : 아버지가 내 돈을 결국 보고야 말았다. 아버지는 결국 내 돈을 빼앗고는 나가버린다.*****>
<*****캐시 : 아버지는 머리를 단정하고 매끈하게 빗어 넘겼고 향수냄새를 풍기면서 외출에서 돌아왔다. 아버지는 이를 해 넣었다. 새로 해 넣은 의치는 아버지의 머리를 반듯하게 세워주어, 놀랍게도 키를 30센티쯤 커 보이게 했다. 그래서 더욱 당당하면서도 동시에 비열하게도 보였다. 그의 뒤에 한 여자가 보였다. 소형 축음기의 가방을 들고서. 이 모든 것은 이제 변할수 없는, 그러나 그림처럼 예쁘게 틀에 박힌 사실이었다. 이제 우편으로 주문한 새 음반을 틀어놓고, 겨울에는 집안에 앉아 음악을 듣게 되겠지. “얘들아 새엄마 번드런부인이다.”아버지가 말한다.*****>
삶의 비극성 속에는 삶의 희극성이 숨어 있다.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없다. 참을수 있는 존재의 가벼움이 결국 그들을 구원하였다. 가장 절친하였던 오빠 달을 극성스레 잡아 경관이 묶도록 한 듀이 델은 가롯 유다의 몸짓이었나. 결국 달은 대속의 짐을 지고 가는 쓸쓸한 예수의 뒷모습인가. 모르겠다. 내 심층심리의 어떤 날(生)것은 알만하다고 고개를 주억거리지만 정말은 하나도 모르겠다.
이 소설은 필경 희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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