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2015년 3월 24일 포스팅
<마음(こころ)>
나쓰메소세키 作-
책부족 2월의 텍스트, '나쓰메 소세키'의 장편소설 '마음'.
나쓰메소세키(夏目漱石, 1867~1916)
모리오가이 (森鷗外, 1862~1922)와 더불어 메이지(明治) 시대의 대문호(大文豪)로 일컬어지는 소설가.
얼마 전까지 일본의 천엔(円)짜리 지폐의 초상 얼굴로도 친근한 (몇년전 도안이 바뀌었다), 일본에서는 세익스피어 쯤으로 숭앙받는 작가다.
'마음'은 1914년 아사히신문에 연재되었던 작가의 만년작 (晩年作)으로 어떤 이들은 이 소설을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으로 꼽는다고 한다.
내가 그의 초기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은 것은 꽤 오래 전이다.
고양이가 일인칭 화자(話者)로, 주인집 영어선생과 가족들과 선생의 친구들과 문하생등 인간군상을 풍자한,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구사하는 신랄한 유모어와 유쾌한 에피소드로 엮어진 되우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마음' 역시 '고양이'와 같은 재미를 기대하고서 책장을 펴들었다.
등장인물의 구성이나 소설의 플룻과 서사구조가 매우 심플하여 쉽게 읽혀졌지만, 그러나 '마음'이라는 제목이 시사하는바 그 주제는 재미云云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었다.
소설은 화자가 1인칭으로 기술하는 <선생님과 나>와 <부모님과 나> 그리고 <선생님과 유서>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인물들의 이름은 밝히지 않은채 그냥 '나'라던가 '선생'이라던가 'K'나 '아버지'와 같이 인칭대명사(人稱代名詞)로 호칭된다.
해설에 의하면 '메이지' 말기(末期)의 상징성을 지닌 대표적인 인물들로 배치하여 시대적 보편성을 획득코자하는 작가의 의도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주요인물인 '선생'과 '나'와 'K'는 자의식적 특질이 강한, 좀 유별난(?) 퍼스낼리티의 인물이었다.
한 시대를 표징(標徵)할 만큼 보편성있는 캐릭터였는지는 모호하였는데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하여 깊은 지식을 갖지 못한 내 무지의 소치일 것이다.
1부 <선생님과 나>
학생인 ‘나’는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와 함께 가마쿠라(鎌倉) 해변으로 여행을 가서 '선생'과 조우한다. '나'는 인생에서 비껴선채 사람과 세상을 냉소하는듯한 '선생'의 신비로운 분위기에 이끌려 들어간다. 매달 친구의 묘에 참배하러 가는 외에는 뚜렷하게 하는 일도 세상과 교류도 없이 그저 책이나 읽으면서 도쿄의 저택에서 아름다운 부인과 둘이서만 외롭게 살아가는 선생.
2부 <부모님과 나>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중병의 아버지를 간호하기 위하여 고향으로 돌아온다. 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어 도쿄로 돌아갈 날을 기약할수 없다. 그런 중에 도쿄에서는 메이지 천황이 사망하고 노기 장군이 부인과 함께 자결하여 천황의 뒤를 따라 순사한다. 아버지가 사경에 이르렀을때 도쿄에 있는 선생에게서 두툼한 편지가 배달된다. 나는 편지의 서두를 읽자마자 선생의 유서임을 직감한다. 아버지를 버려두고 도쿄로 가는 기차에 올라 선생의 유서를 읽는다.
3부 <선생님과 유서>
10代에 양친을 잃은 선생은 유산의 관리를 숙부에게 일임하고 고행을 떠나 도쿄에 있는 학교에 다녔다. 그 뒤 숙부가 유산을 속여서 횡령한 것을 알고 고향을 버리기로 결심한다. 선생은 군인의 미망인과 그 딸이 사는 집에 하숙을 하게 되고, 선생은 그 딸을 사랑하게 된다. 그즈음 동향의 죽마고우 친구이며 같은 대학의 학생인 K가 가족과 의절하는등 곤경에 빠지자 선생은 친구를 설득하여 자신의 하숙집에 같이 살도록 한다. 어느 날 K는 친구인 나에게 자신은 하숙집의 따님을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선생은 K에게 하숙집 딸을 빼앗기기 싫어 선수를 처서 미망인에게 딸을 자기에게 달라고 부탁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K는 동맥을 끊어 자살한다. 선생은 하숙집 딸과 결혼한 후에 죄책감에 사로잡혀 괴로워 한다. 결국 선생은 자살하고 만다.
일본이라는 나라와 메이지라는 시대의 문화와 윤리의식, 그리고 자의식에 겨운 선생님의 퍼스낼리티....
솔직히 말해서 나는 자살에 이르는 주인공 격인 '선생님'의 그 '마음'에 쉽게 감정이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의 공감 따위 막론(莫論)하고 인간의 마음이란 얼마나 오묘하고 개별적인 것인가.
그리고 마음이란 환경과 문화에 따라 색감을 달리하며 시간에 따라 가변적이다.
마음 역시 신토불이, 연연히 이어져 온 지역적 정서에 의하여 자리잡은 마음은 제각기 다르고 동일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젊어 마음과 늙어 마음이 같지 아니하다.
한국적 정서와 현대의식에 젖어있는 내가 한세기 전 일본의 풍토와 그 시대 한 양심인의 의식구조에 쉽사리 감정이입 할수 없음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장발장과 자베르의 마음에 공감하여 '레미제라블'에 감동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아, 인간의 마음보다 더 무시무시하고 복잡하고 신비로우며 무한한 것은 없다. 바다보다도 더 장대한 광경이 있으니 그것은 하늘이요, 하늘보다도 더 장대한 광경이 있으니 그것은 인간의 마음 속이다. 감동과 전율 없이는 이 삶에서 인간의 의식 밑바닥을 들여다보지 못할 것이다. -빅토르 위고->
'나'가 '선생'에게 그토록 기우는 마음.
'나'는 직감적으로 '나'의 '마음'에 끼쳐지는 '선생'의 자아에 매혹되어 버렸다.
소설에서는 장황하게 그 연유를 설명하지는 않는데 이심전심이었을까, 같은 정신적(내면적) 종족(種族) 끼리의.
가마쿠라의 바다, 인파를 떠나 홀로 헤엄치는 선생에게로 나는 헤엄치며 다가간다.
세상사에 대하여는 초월한 듯 고독하고 시니컬한, 내면에 깊이 침잠한 듯한 '선생'의 분위기에 '나'의 '마음'은 속절없이 미혹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사랑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사람, 그러면서 자신의 품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두 팔 벌려 껴안을 수 없는 사람. 선생님은 그런 사람이었다.>
구체적 설명이 없더라도 '나'라는 인물의 퍼스낼리티는 소설의 행간 행간에서 짙게 느낄수 있었다.
시골에는 무식하고 표피적인 부모와 고향 사람들, 그리고 도쿄에는 범속하고 진부한 교수와 학우들.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나'는 숨막혀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마음(心像)에 '선생'은 하나의 숨구멍, 구원의 표상으로 각인된 것일런지.
<내게는 학교 강의보다 선생님과의 대화가 더 유익했다. 교수님의 견해보다도 선생님의 사상이 더 큰 도움이 됐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교단에 서서 나를 지도해 주는 저명한 사람들보다 그저 혼자서 조용히 지내는 선생님이 더 훌륭해 보였던 것이다.>
'선생' 역시 나에게만은 어렵게 마음을 열어 주었다.
<나는 죽기 전에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 사람을 믿어보고 싶네. 자네가 그 한 사람이 될 수 있겠나? 되어 주겠나? 자네는 정말 진실한 사람인가?>
그리하여 선생은 사랑하는 아내에게까지도 내용을 영원히 비밀로 하여줄 것을 당부하면서 나에게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고 마는 것이다.
'선생'의 인간불신. 인간성에 대한 절망.
선생은 양심적인 사람이었지만 너무나 자의식이 강하고 집념도 강한 사람이었다.
<자네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나도 집착이 꽤 강한 사람일세. 남에게 당한 모욕이나 손실은 십 년이 지나든 이십 년이 지나든 잊지 않으니까.>
'선생'은 세상 누구보다도 가장 믿고 있었던 숙부의 위선과 탐욕과 야욕을 겪고나서 고향을 버렸다.
그 후로 '선생'은 인간성에 펀만하게 내재되어 있다고 믿었던 양심이라던가 도덕심이라는 것을 믿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개인의 행동을 윤리적으로 바라보는 성격 때문에 나는 그 뒤로 점점 더 타인의 도덕심을 의심하게 되었던 것 같네. 그것이 나의 번민과 고뇌에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한 사실이므로 자네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네.>
급기야 '선생'은 자신의 인간성(마음)에 대하여도 절망한 나머지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것이다.
선생이 그토록 사랑하여 결혼한 아내는 예전 하숙집 딸이었다.
그리고 그 때, 또 한켠에는 같은 여자를 사랑한 선생의 죽마고우 K가 있었다.
'K', 그는 육신의 찰라적 욕망을 경멸하고 영혼의 영원성과 고귀함을 추구하는 중세의 편타고행자(鞭打苦行者)와 같은 성정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그만 사랑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어느 날 'K'는 자신의 고뇌를 죽마고우인 '선생'에게 토로한다.
'선생' 역시 'K'보다 앞서 같은 여인을 사랑하고 있었지만 '인간불신'이라는 스스로의 덫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사이 친구에게 선수를 빼앗긴 것이다.
죽마고우가 졸지에 사랑의 라이벌로 변해 버렸다.
<과묵한 그의 입에서 아가씨에 대한 애틋한 사랑 고백이 나왔을 때의 내 모습을 상상해 보게. 그의 마법의 지팡이가 나를 단번에 돌덩어리로 만들어버린 것 같았네.>
그러나 '선생'은 'K'의 고백을 들은 후에라도 자신의 사랑을 친구에게 토로하였으면 좋으련만 그를 못하고 만다.
<나는 당연히 K에게 내 마음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네. 하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는 생각도 들었네. 왜 아까 K의 말을 가로막고 내가 먼저 선수를 치지 못했는지 후회막급이었네. K가 얘기를 끝냈을 때라도 곧바로 내 마음을 밝혔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지. K가 다 고백하고 난 마당에 내가 다시 똑같은 얘기를 꺼내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네. 나는 그 부자연스러운 상황을 극복할 자신이 없었지. 내 머리는 후회와 한탄으로 어지러이 흔들리고 있었네.>
대신 '선생'은 교활하고 비열한 지혜를 발휘하여 친구의 사랑을 좌절시키려 한다.
그것은 친구 'K'가 언제나 추구하였던 <금욕과 정신적 가치>를 내세워 '정신적으로 발전하려는 마음이 없는 자는 어리석은 자' 라고 친구를 힐난하는 것이다.
'K'는 '선생의 지적하는 바를 인정하고 몹시 괴로워 하면서 '그만하자'고 부탁하지만 '선생'은 때는 이때다 하고 더욱 친구를 다그친다.
<“그만하자니? 그 얘기는 내가 아니라 네가 먼저 꺼낸 거잖아. 네가 그만두고 싶다면 그만둬도 상관없어. 하지만 진심으로 그만둘 각오가 되어 있어야지, 말로만 그만둔다면 무슨 소용이야. 대체 네가 평소에 주장하던 것들은 어떻게 할 셈이야?”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의 큰 키가 내 앞에서 점점 작아지는 것 같았네. 앞서 말했듯 그는 상당히 고집이 세지만 한편으로는 고지식하기도 해서 남에게 자신의 모순점을 지적당하면 한없이 위축되는 타입이었지. 나는 그런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였네. 그때 그가 불쑥 “각오?”하고 내게 물었네. 그러고는 내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각오는 어느 정도 돼 있지.”하고 덧붙이더군.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것 같았네. 마치 꿈속에서 말하는 것 같았지.>
친구로부터 지혜를 얻고자하였으나 'K'는 절망만을 얻고 말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선생'의 두번째 작전이 시작된다.
아가씨의 어머니(미망인)에게 딸을 달라고 프로포즈 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녀의 승낙을 얻어내고 결혼날자까지 잡아 버린다.
'선생'은 어느 날 '나'에게 말하였다. 사랑은 죄악이라고.
아, 사랑의 감정은 뉘와도 나눌수 없는 배타적 독점적인 감정, 이기심의 극점이다.
미망인으로 부터 그 소식을 전해 들은 'K'는 그날 밤 동맥을 끊어 자살하고 말았다.
<유서의 내용은 간단했네. 그리고 약간 추상적이었지. 자기는 의지가 약해 어려움을 이겨낼 자신도 없고 앞날에 대한 희망도 없기 때문에 자살한다는 내용이었네. 그리고 지금껏 내게 신세 진 것에 대해 간략하게 고맙다는 말을 덧붙였네. 신세 진 김에 사후 처리도 부탁한다고 적혀 있었네. 사모님에게 폐를 끼쳐서 죄송하니 대신 사과해 달라는 말도 있었지. 내게 고향에 연락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네. 필요한 말은 한마디씩 전부 씌어 있는데, 아가씨의 이름만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네.>
'K'가 아가씨를 사랑하였다는 사실을 비롯한 'K'와 '선생'간의 사건들은 영원한 비밀이 되어 '선생'의 마음에 속에만 남았다.
씻을수 없는 죄의식과 고통도 함께.
<나도 자신의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는 인간이기에 어쩌면 그 결혼으로 심기일전 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네. 그런데 막상 남편으로서 아내와 조석으로 얼굴을 마주하다 보니, 나의 헛된 희망은 냉엄한 현실 앞에서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네. 아내와 얼굴을 마주하고 있으면 갑자기 K의 얼굴이 떠오르곤 했네. 말하자면 아내가 중간에서 K와 나를 단단하게 이어주고 있는 셈이었지. “저를 싫어하고 있군요.”라거나 “제게 뭔가 숨기는 게 분명해요.”라고 말했네.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괴로웠네. 일 년이 지나도 K의 일을 잊지 못한 나는 늘 불안한 마음이었네. 나는 그 불안을 떨치기 위해 책에 몰두하기로 했네. 나는 맹렬한 기세로 공부하기 시작했지. 그리고 그 결과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는 날이 오기를 기다렸네. 하지만 일부러 목적을 만들고 그 목적이 이루어질 날을 기다리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일이었기에 항상 마음이 불편했지. 그래서인지 도무지 책 속에 빠져들지 못했네. 나는 다시 세상사를 팔짱만 끼고 바라보기 시작했네. 책 속에 빠져들지 못한 나는 술로 영혼을 적시며 자신을 잊으려고 한 적도 있네. 나는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네. 하지만 마시려고 하면 마실 수 있는 체질이라 술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으려고 했지. 그런 일시적인 방편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더욱 염세적으로 만들었네. 만취한 상태에서도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면, 일부러 술까지 마시면서 스스로를 속이려는 어리석은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네.>
'메이지(明治)'시대는 막을 내리고 이어 대두(擡頭)되는 '다이쇼(大正)시대.
한 시대의 종언(終焉)으로 은유되는 '선생'의 죽음은 무얼 뜻하는 것일까.
<그런데 여름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메이지 천황이 승하했네. 그때 나는 메이지 정신이 천황으로 시작해 천황으로 끝난 듯한 느낌이었지. 메이지 정신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우리가 계속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시대적 추세를 거스르는 일이라는 생각이 가슴을 파고들었네. 나는 아내에게 내 느낌을 솔직하게 얘기했네. 처음에는 웃기만 하던 아내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럼 순사(狗死)라도 하지 그러느냐며 나를 놀렸네. 나는 순사라는 말을 까맣게 잊고 있었네. 평소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말이라서 기억 밑바닥에 가라앉은 채 잊혀져 갔던 것 같네. 아내의 농담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그 말을 떠올렸지. 그때 나는 아내에게 만약 내가 순사한다면 그것은 메이지의 정신에 따른 거라고 대답했네. 물론 나도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왠지 그 낯선 단어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 듯한 느낌이었네. 나는 신문에서 노기 대장이 자살하기 전에 남긴 글을 읽었네. 세이난 전쟁 때 적에게 깃발을 빼앗긴 책임을 통감하고, 죽어야지, 죽어야지 했는데 그만 지금까지 살게 되었다더군. 나는 그 글귀를 보고 무심코 그가 죽을 생각을 하면서 살아온 세월을 손가락으로 헤아려 보았네. 그 전쟁은1877년에 일어났으니까 이미 3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네. 노기 대장은 35년 동안이나 죽음을 생각하면서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네. 나는 그렇게 살아온 35년과 칼로 배를 찌르는 한순간 중 어느 쪽이 더 고통스러운지 생각을 해보았네. 그로부터 이삼일 후, 나는 드디어 자살을 결심했네. 내가 노기 대장이 자살한 연유를 잘 모르는 것처럼 자네 역시 내 자살을 충분히 납득하기 어려울 걸세. 하지만 그것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데서 비롯된 차이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네. 각자가 타고난 성격의 차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지. 나는 지금까지 이 글을 쓰면서 자네에게 나라는 기이한 존재를 이해시키려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네. 아내가 내 죽음에 대해 단순한 급사로 생각했으면 좋겠네. 정신이 이상해져서 자살한 거라고 생각해도 괜찮겠지.>
이 소설의 배경은 1910 년경의 메이지 시대, 다음이 다이쇼 (1912~1926) 그 다음이 태평양전쟁의 쇼와 (1927~1947)다.
메이지 유신(1867)후 급격하게 근대화에 돌입한 일본, 그래도 메이지 시대까지는 과거 막부시대 봉건적 문화의 흔적이 어느 정도 남아 있었지 싶다.
이른바 야마토다마시이(大和魂)의 아름다운 쪽, 결벽 양심 의리 도덕 지조 우정 청결 순결 예의 같은....
그러니까 나쓰메 소세키는 '선생'의 죽음으로 옛 마음(문화)의 가치를 저무는 놀처럼 애상(哀想)하고 있는겐지.
스스로의 형식에 갇힌 스스로 엄정한 마음들
배를 가르는 사무라이.
자살을 택하는 '선생'과 'K'
융통성(통찰력) 부족한 마음, 그 아집(我執)스런 자아에 얽매어있는 다테마에(建前)의 끔찍함을 본다.
저토록 혼네(本音)로써의 소통이 어려워서야 어디 부부나 친구 사이라고 할수 있나, 원.
으흠, 나 또한 그러할진대 사돈 남말하네 그랴.
알수 없는 마음들 세상에는 너무나 많아라.
내, 다른 마음들에 무지하고 무심하고 무감하고 무친하고 무관하여.
여하튼.
신비하여라, 마음 마음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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