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친구, 봄비.. (2016. 4. 22)

카지모도 2016. 6. 1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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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부슬부슬 내리는 어제, 목요일 오후.

고광명과 나는 부산역 KTX 출구로 걸어 나오는 정길채를 맞아 포옹한다.

몇년만인가. 광명이는 재작년 길채는 하마 6년인가.

 

유유자적 하였는가, 은퇴목사 정길채.

파리에 있는 아들네서 돌아온지 달포도 안되었다.

 

셋이서 늦도록 어울렸다.

목사님 술도 먹였지만, 거기에는 축복과 기원의 기도도 곁들어 있었다.

 

고등학교 친구들.

주탁에서 나누는 역정들이 새삼스럽게 사무친다.

일흔 고개 넘은 마음들에.

 

처절한 사업실패.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찾은 길채 너의 하나님.

고통마다 개별적으로 임재하였던 바로 그 분이었을 것이다.

파리와 키르키스탄의 두 아들과 셋의 손주.

당뇨, 어쩌겠냐 더불어 평강하자 길채야.

 

먼저 떠난지 어언 7년, 아내를 얘기하는 광명이 눈가가 젖는다.

아흔넘은 노모와 둘이서 지키는 덩그런 너의 아파트.

한의사 아들의 동거 간청을 마다하고.

자주 들러 재롱피는 다섯 손주, 그 웃음으로 살자 광명아.

 

우리 세월, 질곡만은 아니었지 않니?

벗들아.

 

기록으로 몇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