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벽(壁)>
-장 폴 사르트르 作-
***동우***
2013.02.19 05:14
딴에는.
청년기를 지나면서, 어떤 철학적 체취 실은 바람결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시대의 사조(思潮)라는 바람...
‘실존주의’를 읽어내고자 애를 썼던 것이다.
사르트르의 ‘구토’ ‘말’ ‘존재와 무’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라던가, 케에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등등의 책들을 몇 번이나 펴들었다가 덮었다가...
그러나 내 주제에는 너무나 어려워서 끝내는 덮고 말았다.
진짜배기 실존주의의 시옷(ㅅ) 발가락언저리도 더듬어 보지 못한.
엉터리 분위기나 감득(感得)하였을 뿐인.
손창섭, 서기원, 남정현, 박경리, 장용학, 이문희, 강신재, 항순원, 박순녀, 이호철, 한무숙, 손소희, 김동리, 이범선....
1960 년대. 전쟁과 폐허, 전후파(戰後派)작가들이 부추기는 분위기의 영향 또한 없지 않았을 것이다. ('앙가주망'보다 짙은 허무와 절망의 분위기...)
고통받는 인간.
방향상실.. 혼돈.. 불안.. 소외.. 피해의식.. 부조리.. 허무..
그때 거의 유일한 문학잡지 ‘현대문학’지(紙)의 색감(그런게 실존주의일까마는)이 대체로 그러 하였다.
그리고 실존, 그 비스무리한 분위기와 그 언저리 느낌에 찌든 한 소년의 어줍잖은 의식구조가 그 근방에 있었던 것이다.
‘벽’은 1937년 발표된 사르트르의 대표적 단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내게 ‘인간의 실존(實存)’이라는 명제를 어렴풋할 망정 비교적 적실하게 가르쳐 준 소설이었다고 생각된다.
세계는 우연(아이러니)으로 이루어져 있고, 인간이란 이 세상에 우연적으로 내던져진 존재.
인간이 조우(遭遇)한 세상.
인간과 세계, 그 관계 어디에 필연이 있단말가.
자신이 존재하는 세계에 대하여.
인간은 어떠한 책임과 의무를 가져야 하는가.
인간은 자유인(自由人)이다.
인간 실존의 본질이란 오로지 그 자유(自由)에 기반하는 것.
자유.
그러나 인간은 그 자유로부터 한사코 도피하려 한다.
자유는 인간에게 너무나 벅차다. (예전에 신이 있었지만 현대의 신은 죽었다.)
인간은 홀로 그 자유를 감당해 내지 않으면 안된다.
불안(종말)이 내포된, 불완전한 자유.
자유로부터의 도피.
그것은 일종의 자기기만이다.
집단이라던가 광기라던가 죽음이라던가 섹스라던가 쾌락이라던가...
그것은 자기로부터의 소외(疏外)이다.
그러나 필경 인간존재란 실존과 마주치지 않을수 없는 존재.
그 때, 실존은 요지부동한 벽(壁)으로 인간의 존재를 엄습한다.
그 실존적 의식은, 정신이 아무리 굳건하려 하여도 육체는 오줌을 지리게 한다.
벽을 인식하지 못하는 베르기 의사는 감방 안이 춥지만 실존 앞에 선 사형수들은 식은 땀을 뻘뻘 흘린다.
실존에 갇힌 존재의 비극.
그것이 필경 벽이 표상하는 메타포일 것이다.
<"뭐, 묘지에?"
"그래, 그게 화근이었네. 놈들은 오늘 아침에 그리로 몰려갔지 뭔가, 그러니 잡힐밖에. 놈들은 묘지 인부들의 오두막에서 그를 발견하게 된 걸세. 그래 그 자리에서 쏘아 죽였다네."
"묘지에서...."
나는 사방이 빙빙 돌기 시작했다. 제정신이 들어서 보니 나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나는 눈물이 나도록 웃고 또 웃었다.>
삶의 정체.
아, 그 부조리함이여-.
알맹이없는 자의 되지도 못한 어수선한 사변(思辨)
하하, 오늘 아침 내가 심각한 폼을 잡습니다그려.
그제 올린 오 헨리의 ‘붉은 추장의 몸값’.
유모어와 휴머니즘.
우리 실존에 깃든 저와 같은 따뜻함도 있거니.
벗님네들.
그리들 삽시다. 우리. ㅎ
teapot
2013.02.21 06:42
사르트르 아저씨가 죽음의 앞둔 사람들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였다는 느낌.
동우님 덕분에 이런 소설도 읽을수 있군요.
언제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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