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전혜린 (1,4,3,3,1)

카지모도 2020. 7. 2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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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회색의 포도와 레몬빛 가스등>

-전혜린 作-

 

***동우***

2013.06.12 05:27

리딩북 독자님들의 요청, 가끔 '에세이'를 올리려 합니다.

 

20대 초, 나 또한 전혜린(1934~1965)을 앓았다.

그녀는 단 두권의 책(수필집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와 일기 '이 모든 괴로움을 또다시')를 썼을 뿐인데. (번역물을 제외하고)

짙은 자의식, 순수한 인식에의 갈구, 맹렬한 지식욕, 방황과 그리고 자살...

글 이외 예제서 주어들은 에피소드에 어설픈 문청적 허영이 그녀에게서 모종의 천재적 광기의 예술을 느꼈던 탓이었을게다. (이제는 낡아 빠진 그 책 여백에 써 놓은 과잉된 내 자의식의 낙서... 다시 읽으니 부끄럽도다.)

 

<문득문득 격렬한 충동을- 투쟁의욕을 느끼곤 한다. 무엇이나. 아무에게나. 그럴 때 나는 혼자서 동굴 속에 있고 싶다>

 

그랬다. 설익은 내 청춘에 전혜린은 강렬하였다.

 

<살아 숨쉬는 슈바빙! 나의 순수한 순간의 지속이 사는 땅. 자유로운 정신. 자유로운 인간이 현대를 살수 있는 거리! 그래서 나는 거닌다.>

 

그녀의 '슈바빙'은 늙은 가슴에도 아련하게 그립다.

 

***베로니카***

2013.06.16 17:01

아고야 댓글이 날아가서 다시 오니 없어졌어요.

전혜린..그녀는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그토록 열병을 일렁이게 한 죄, 저세상에서 알랑가몰라(싸이노래)요

그녀 책들은 모조리 다 주어읽었어요.

그녀의 글에 언급한 니체와 루이제린저 헤르만 헤세도.

아마도 그만큼 광기어린 열정과 고독을 다 안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해요.

가끔은 저도 천재다란 생각을 하는데. 홋홋...

우리 아이들과 남편과 시어머니는 제가 좀 약간 또라이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노골적으로 내비친답니다. ㅋ

근데 참 요상해요 동우님

인간들은 못 알아채지만 우리 강쥐들의 눈빛을 보면 "다아 알고말고요 엄마" 요런다니까요

 

한옥마을에 말이 좀 모자란 요상한 젊은 남자애가 있는데 항상 휘파람을 불고 지나가요.

근데 그 애는 아무나한테 휘파람을 불어주지 않습니다.

어느 노을이 지는날 경기전 나무사이로 너무 아름다운 저녁놀에 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지요.

붉은빛이 구름속에 사라지는데 너무나 아름다워 눈물이 날려고 하는 찰라, 아 글쎄 그 애가 저편으로부터 나에게 오는거여요

수많은 관광객들 사이로 나를 보면서 한달음에 달려오는 그.

내가 "저기 좀 봐라 너무 이쁘지“ 그러고는 참 얘는 그런거 모르지..

"밥은 먹은거야"

그러니까 그 애가 하늘을 보면서 "음..음.음" 그러면서 감탄을 하는거여요.

말을 못하는 그 애가 글쎄 내 마음을 읽은거였지요

그러고는 쌩하고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요.

아유. 전생에 나의 애인이었던게 아닐까. 니가 성한 사람들보단 낫다..

물끄러미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지요

우린 너무 많은것들을 생각하고

그 이상의 것들을 포장하려고 합니다.

그냥 음, 앗, 오 하는 외마디 한마디로 족한 것을.

포장하지 않은 강아지들 눈동자나 좀 모자란 그 청년이나 푼수인 내가 아마도 그리저리 통한다는건 말이 아닌 것을.

우리 가슴속에 누구나 지니고 있는 감정들...

 

엊그제 "위대한 게츠비"를 봤는데 디카프리오 연기와 영상들이 아직도 눈앞에 어ㅗ른거려요.

영화와 책들 모오든 주제는 "사랑"인 것 같아요.

하하, 동우님. 그냥 막 지껄이고 가옵니다

 

***동우***

2013.06.17 05:39

오랜만입니다, 베로니카님.

내가 헤세와 루이제 린저를 읽게 된 계기 또한 전혜린 때문일거외다.

하하, 베로니카님.

인자가 고향에서 배척받듯, 천재가 가까운 이들에게 어찌 수월하게 이해되겠습니까?

가끔 나 역시 천재(?하하)의 몽상으로 스스로 키득거리지만 아내나 아이들에게는 추호도 그리 느낌을 주지 못하지요. 하하하

 

<어느 노을이 지는날 경기전 나무사이로 너무 아름다운 저녁놀에 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지요. 붉은빛이 구름속에 사라지는데 너무나 아름다워 눈물이 날려고 하는 찰라...>

파리의 은비님도 놀을 바라보면서 눈물을 흘리시던데...

놀도 아름답겠지만 아름다움에 목에 메는 그 감수성들도 매우매우 아름답습니다그려.

 

위대한 개츠비의 디캐프리오는 어땠어요?

나는 좀 어울리지 않은 캐릭터가 아닐까하는 생각인데...

얼마전에 '제이 에드가'를 보았어요.

FBI의 장기 집권자 에드거 후버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인데, 바로 디캐프리오가 후버 역을 맡았지요.

여태까지와는 전혀 다른 면모의 그.

대머리 늙은이 분장도 목소리까지도... 과연 배우는 배우더군요.

 

다섯 새끼 해산한 깨순이 소식, 잠시 들러 알고는 있습니다만.

차츰 인사하려 가지요.

한 주의 시작, 좋은 날들.

 

***베로니카***

2013.06.17 15:09

아하 저도 그 영화 보아야겠어요

다캐프리오, 과연 배우는 배웁디다

뭐 안어울린다는 생각도 해감서 어느 장면에선 또 저와 같은 노력이 명배우를 만드는구나 생각도 들어요.

무더운 오늘, 전주에 와서 뜰앞에 서있습니다

화려함을 뽐내던 양귀비도 시들어가니 그렇구요

노오란 달맞이꽃들은 아직 싱싱하게 자태를 뽐내고.

이젠 곧 가을을 준비하는 벌판이 내게는 자랑스럽습니다

이 넓은 대지의 주인공이 나인데 참 행복하구나 생각과 동시에

아유 저 풀은 어케 다 뽑노

저쪽은 그래도 며칠전에 손이 가서 꽃길이 보이는데

메실과 포도나무는 벌레 숭숭... 그 쪽은 온통 풀밭으로 변했답니다.

내일부터는 비가 몰아친다는데 내심 풀을 뽑아야겠다는 작정도 한답니다.

세차게 몰아치는 비를 맞으며 온통 장화와 비옷으로 휘감고 일하는 재미도 도시생활에선 얻을수 없는 살맛나는 인생이라구요.

새까맣게 시골아낙으로 변해가지만

 

자연은 우리에게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땀방울을 흘린 만큼... 그 댓가는 참으로 대단합니다

이만한 아름다움을 또 어디가서 찾으리요.

부러우시지요? 동우님.

 

***동우***

2013.06.18 06:04

어랍쇼

베로니카님은 벌써 가을 얘기하시네.

어쨌거나 베로니카님.

풀뽑는 노고, 새까만 시골아낙 되어 흘리시는 땀방울.

내 눈에는 그 땀 방울방울 보석으로 그려집니다.

가끔 생각합니다.

나도 어느 농촌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더라면. (땅부자였으면 금상첨화)

좀 더 행복한 삶을 누리면서 늙어가지 않을까...

나는 물론, 어딘가 도회의 분노가 배어있는 포즈의 내 아내와 내 딸과 내 아들도.

하하하, 꿈도 크지요.

그만한 살맛나는 인생, 아름다움 누리는 사람 이 세상 몇이나 되려구요.

얼마든지 자랑하시며 사시우. 베로니카님은.

 

***저녁산책***

2013.07.03 09:42

아.. 전혜린의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는 학창시절 밤을 새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노오란 가스등과 슈바빙의 회색빛 포도에 함께 가슴 시려했었는데..ㅎ

대부분의 여학생들의 동경괴 선망의 대상이 되었죠..그녀의 지성과 감성..모두요

중간에 읽다가 그녀가 '사포와 탓소'에 관한 엣세이를 썼다기에

잠깐 유투브창을 열어 구노의 '사포'라는 오페라에 나오는 아름다운 아리아를 함께 배경음악으로 들었어요.

사포는 기원전 그리스의 여류시인이었다지요..그녀를 주제로 하는 오페라인데..기가막히게 아름다운 아리아이거든요.

링크 연결해 봅니다.

동우님,,, 시간 있으실때 한번 들어보셔요.

https://www.youtube.com/watch?v=TFplx79EBck

' 오 나의 불멸의 리라여!'라는 제목입니다.

 

동우님의 포스팅 늘 감사합니다^^

 

어제는 장마로 하루종일 비가 내리더니..남쪽으로 비구름이 몰려갔다네요.

지루한 우기를 생기있게 보내시길요.

 

***동우***

2013.07.04 05:37

저녁산책님 세대에도 전혜린은 가슴 시린바 있었군요.

 

아, 그나저나 저녁산책님.

구노의 오페라 '사포'란 것이 있는줄도.

그리고 처음 이름을 접하는 Elina Garanca라는 성악가.

음악애호가라는 명색이 부끄럽습니다. ㅎ

 

오 나의 불멸의 리라여!

역시 저녁산책님의 귀가 평가하는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아리아>

참 좋아요.

 

<루살카>의 아리아 <달에게 부치는 노래>.

더욱, 내 귀가 접수하는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아리아...

 

***저녁산책***

2013.07.04 09:59

동우님..저도 '사포'는 한번도 감상해 본적이 없어요.

그냥 줄거리만 알고 이 아리아가 좋아서 들어보기만 했답니다.

누가 뭐라해도 동우님은 재 블로거 이웃님중 최고의 음악 애호가 이셔요~~

들어보아 주시고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unbee***

2013.06.13 20:56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대학때 읽은 기억이 나요.

친구들이 날 보고 전혜린을 닮은 구석이 있다고 하더니,

10년 놀다 복직한 학교에서 동료중 서무실 직원 아가씨가 내게 또 그런 말을 했었지요.

그녀의 지적, 천재성, 문학성..등등과는 상관없는 내 어떤 행동이나 사고나

외적으로 흐르는 분위기를 말했겠지만요. 내심 깜짝 놀라기도 하고 어이없는 말이라고 냉소했지만,

그말을 다시 듣는 순간 더욱 놀라운 것은 '너는 꿈이 많아서 자살하고 말거야.'라고 말하던 신혼때의 애들 아빠 표정이 떠올라 섬뜩했었습니다.

 

어느해 여름 독일에서 유학하고 있는 지인이랑 두 딸들이랑 유로패스를 들고 배낭여행을 갔어요.

밤기차를 타고 뮌헨을 지나다가 새벽녘에 뮌헨에 내리자고 애들을 졸랐지요.

나는 전혜린의 슈바빙을 봐야 한다면서. 그래서 이른 아침에 슈바빙 거리를 거닐던 때가 있었답니다.

나는 전혜린같이 강한 여자가 부럽지가 않아요. 그냥 보드랍게 살고 싶은데...내 팔자가 나를 보드랍게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도록 두지를 않았나 봐요.

세상 남자가 우리아버지나 우리 오빠 같은 줄 알면서 시집이란 걸 갔거들랑요.ㅠㅠ

우리아빠 별명은 부처님 가운데 도막, 우리오빠는 나를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하던 자상한 오빠지요. 지금도...

 

내가 뭔 이야기를 이렇게 하고 있나요?

전혜린이란 나와는 너무도 먼~ 그 분의 글을 여기서 만나니, 내 젊은날이 떠오르네요. 부질없이..

 

슈바빙, 이제 다른 마음으로 다시 그 거리에 서보고 싶어요.

 

***동우***

2013.06.15 04:16

그래요, 은비님에게는 어딘가 전혜린의 이미지가 있어요.

행동이나 사고나 외적으로 흐르는 분위기 말구요. (나야 은비님을 만난 적도 없으니..ㅎ)

은비님의 글과 그림에서 엿보아.. 지적이면서 감성적.. 꿈.. 특히 빼어난 예술적 감각....곧은듯 여린 (전혜린이 강인한 여성같으면 존재인식에 절망하여 자살했겠어요?)..

 

그녀의 아버지는 (역사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왕년의 권세가(헌병감 출신이라던가)였다는데 아버지로서는 참 좋은 분이었던가 보아요. 그녀가 그토록 사랑했던 동생, 전채린(전채린의 남편은 요절한 영화감독 하길종이었고)

그러니까 전혜린의 절망은 존재 자체의 보다 근원적인 것에 있었을 것.

당시 우리나라에서의 상황적 절망감이거나 특히 여성성이라는 갇혀버린 존재인식이거나..하는 것도 작용했을듯 합니다.

아, 뮌헨에 머물러 슈바빙의 환경 속에 잇었다면 그녀의 존재인식은 좀더 상큼했었을런지..

 

아문요, 은비님.

은비님께 있는 전혜린의 이미지는 그런 부정적인 쪽이 아니랍니다.

은비님은 남보다 훨씬 여성적이고 훨씬 생을 사랑하고 훨씬 살줄을 아시는 분.

내가 알지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