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김숨]] (1,4,3,3,1)

카지모도 2020. 11. 1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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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김숨]]

<국수> < 

 

 

<국수>

-김숨 作-

 

***동우***

2016.04.11 04:41

 

김숨 (1974 ~ )의 '국수'

 

인류가 국수를 만들어 먹기 시작한게 기원전 2천년전 부터라는군요.

국숫발 삶아지는 냄새.

담담 심심한 듯 은근히 구수한, 허기를 가만히 흔들어 깨우는 그 냄새..

계모와 의붓자식.

한그릇의 국수를 삶아내기 까지,

밀가루에 물을 붓고 이겨대고 치대어 만든 반죽이 스스로 깊고 원숙해지는 의붓어미의 침잠의 시간과 단절의 시간과 내적 고요의 시간들.

숙성된 반죽을 밀개로 밀어 뽑아낸 국수가락, 쫑쫑 썬 쪽파와 고추 고춧가루 참깨 물엿 들기름 조선간장으로 양념장을 만드는 계모의 마음과 손의 표정들.

의붓자식들은 모를라, 의붓어미의 영혼이 겪어나가는 저 조리공정(調理工程)을.

 

<그러고 보면 당신은 우리에게 밑동만 남은 나무가 아니었을까요. 박쥐가 드글대는 혼돈의 밤 기꺼이 우리를 품어주었던… 우리가 아무리 발광을 쳐대도 뿌리를 땅 속에 단단히 내리고 흔들리지 않던… 나무 밑동에서 날아오른 나비들은 뒤 한 번 안 돌아보고 코발트빛 여명 속으로 흩어졌지요.>

 

무릇 한 세상 맺고사는 인연이란 젓가락이나 잇빨로 툭툭 끊어먹는 국숫발 같은건지 모르지만, 그러나 그윽한 이해와 깊은 성찰이 깃들면 저리 아름답습니다.

사랑에 있어서 핏줄의 연고(緣故)란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우리 세상, 때로 혈연(血緣)이 얼마나 추악한 모습을 드러냅니까.

 

소설가 백종선의 단편소설 '잠 못드는 잠'

죽어가는 노파...남편이 젊어 바람피워 나은 딸 정희, 내 뱃속으로 나온 새끼도 아니건만..

그 의붓딸 정희가 이불 속으로 손을 넣어 다리를 주무릅니다.

종이 울리네 꽃이 피네... 패티김의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엄마 오늘밤은 신경안정제 먹지마요. 내가 엄마랑 같이 잘테니까. 아무 걱정말고 눈을 감아봐요... 따뜻하고 감미로운 햇살아래 콩고물같은 모래밭을 엄마와 내가 손잡고 걸어가고 있어요. 갈매기가 나르고 무지개가 떴어요... 엄마를 만나서 행복해요. 엄마를 사랑해요>.

노파는 살아낸 세월들과 화해하고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로 곱게 날아가려 합니다.

 

서울 다녀오느라 리딩북 며칠 쉬었지요.

조카 결혼식.

행복하거라 이제 지아비 지어미가 된 홍현기 이경미부부.

한시름 놓았구려. 홍서방과 주원아.

축하한다, 김준형 홍희진 부부,

많이 컸구나. 서현이 석현이.

형과 형수,

종언이 부부 한철이 부부.

서윤이 시연이 얼굴도 보았구나.

몇십년 만인가.

작은 어머니, 주희와 배석천 부부, 주영이 따꾹이 영철이.. 누이들. 정자누나부부...

 

일부러들 서울역까지 나와서 긴 시간 함께 해준, 오랜 벗 왕성규와 백종선 만나 기뻤습니다.

왕성규 백종선과 셋이서 '문화역 서울 284' 에서 '반 고흐 인사이드 展'을 관람하였습니다.

그리고 서울역 부근을 돌면서 늦도록 술을 마시고 함께 노래를 불렀지요.

백종선, 그녀가 한사코 차표 끊어 손에 쥐어준 KTX 밤차 타고 새벽에 돌아왔습니다.

 

***비온다창닫아***

2016.04.12 19:16

 

안녕하세요~ 허락도 안받고 애써 올리신 글 막 스크랩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주중에는 시간이 없어 주말에 몰아보는 편인데 며칠 지나면 전문이 아닌 중략글이라 스크랩 해서 보고있습니다.

항상 수고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선생님과 선생님 가정에 늘 기쁜일 넘치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꾸벅~

 

***동우***

2016.04.13 07:48

 

비온다창닫아님.

반갑습니다.

열심히 읽어주신다니 내가 감사하지요.

전문은 친구공개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저작권 때문에 한동안 발이 묶인 적이 었어서요.

고맙습니다.

 

 

<이혼>

-김숨 作-

 

***동우***

2019.06.13 05:05

 

김숨(1974~ )의 '이혼'

 

<릴리트는 유대 민담에 등장하는 인물로, 최초의 여자이자 아담의 첫 아내였다. 민담에 따르면, 하나님은 릴리트를 아담의 갈비뼈가 아니라 아담과 똑같이 흙으로 빚은 뒤 코에 생기를 불어넣어 만들었다. 그러니까 최초의 남자 아담과 최초의 여자 릴리트는 같은 모습이었던 것이다. 첫날밤, 아담이 동침하려 했지만 릴리트는 그 밑에 깔리기를 거부했다. 자신과 같은 흙으로 만든 아담을 주인이자 남편으로 섬기기를 거부한 릴리트는 하나님의 노여움을 샀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사탄이 되었다. 하나님은 흙이 아니라 아담의 갈비뼈로 여자를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최초의 여자이자 아담의 아내는 릴리트가 아니라 하와가 되었다.>

 

흙으로 만들어진 아담, 아담의 갈비뼈로 만들어진 하와.

그리하여 화와의 모멸감이 이혼을 생각하게 하는지도...

 

이혼 청구사유에 있어서의 유책주의(이를테면 바람핀 남편은 이혼을 청구할수 없다는)와 파탄주의(사실상 부부관계의 파탄으로 더이상 부부관계를 유지할수 없다면 원인제공자도 이혼을 청구할수 있다는)

우리나라는 유책주의를 취하고 있다지요.

내일인가, 영화감독 홍상수의 이혼재판에서 파탄주의를 취할런지 주목된다고 합니다만.

 

김숨의 '이혼' 두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잡설은 내일.

 

***동우***

2019.06.14 05:50

 

이혼을 거친 사람, 곧 이혼을 할 사람. 실행은 못하고 오로지 이혼을 꿈꾸는 사람.

그리고 이혼법정을 찾은 사람들.

 

무엇엔가 낯선 두 사람이 서로 끌려 암과 수가 결합한 결혼이라는 것.

부부란 맞지 않는 옷. 맞추기 힘든 퍼즐.

백년을 해로한 부부라도 한번쯤 이혼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

 

끔찍한 남편과의 결별을 꿈꾸면서 함께 한 오십삼년의 삶.

그러나 어머니는 이혼을 감행하지 못하고 남편이 죽었을 때에는 그토록 서럽게 울었습니다.

 

사회적 약자의 고통에는 그토록 동참하면서 정작 아내의 고통에는 눈길 주지 않는 남편.

 

<나는 당신의 신이 아니야. 당신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찾아온 신이 아니지. 당신의 신이 되기 위해 당신과 결혼한 게 아니야.>

 

한때 나 역시 한국의 가부장적 사고에 젖어 이혼에 대하여 부정적인 생각을 하였을 것입니다만, 결혼이 그러하듯 부부간 이혼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

오로지 아이들 문제...

으흠, 그것만이 숙고와 배려와 고려의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