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미메시스>
-작자미상-
***동우***
2019.03.10 00:41
상당한 수준의 SF입니다.
++++
<경찰관들은 모두 세 명이었다. 라마단이 끝나가는 중이라 다들 지쳐있었다. 그들의 입에서 나는 냄새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모두들 막 저녁의 성찬 중 끌려나온 것이 분명했다.
문 밖에서는 하숙집 아줌마가 기자들에게 불평을 늘어놓고 있었다.
"저 사람은 아무 나쁜 짓도 하지 않았어. 소란도 안피우고 방세도 꼬박꼬박 잘 냈단 말이야."
보험회사 직원 둘이 도착했다. 그들은 쓰러져 있는 그의 몸을 들추어 보고 피해 정도를 측정하더니 나에게 수표를 주었다.
침대 안에서 조용히 동력선을 끊는 것 만큼 잘 해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기계 자체엔 꽤 손상이 적었고 피해자도 없었으니 나는 보험회사의 손해를 300만 크레디트나 줄여준 것이다. 보너스까지 기대할 수는 없지만 내 저축에 지금 번 돈까지 합하면 시민권을 살만한 돈은 충분히 된다.
두 명의 일꾼이 들어오더니 바닥에 엎어져 있는 그의 몸을 상자에 집어넣고 냉큼 퇴장해버렸다. 그는 본사로 실려가 재정비를 받게 될 것이다. 정비 과정에서 뇌의 45 퍼센트가 교체된다. 지금까지의 그를 이루고 있었던 인격은 이제 끝장이다.
"당신이나 그나 전혀 로봇처럼 보이지 않는군요. 상처에서 피까지 나잖아요."
경찰관 중 한 명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는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지 상당히 흥분해 있었다.
"겉모습만 같아 가지고는 사람과 비슷하게 보이지 않아요. 안의 근육이나 체액까지 모방해야만 그럴 듯해 보인답니다. 백화점의 마네킹들이 얼마나 어색하게 움직이는지 생각해 보세요." 내가 대답했다.
응급 치료기로 손의 합선을 손보는 중이었기 때문에 더이상 방해받고 싶지 않았지만, 그 여자는 계속 말을 걸었다.
"하지만 과연 저럴 필요까지 있었을까요? 저 로봇은 단지 인간들로부터 자유롭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게 그렇게 큰 죄가 되나요?"
"그것 뿐이라면 그렇게 비싼 현상금을 걸고 그를 찾지 않았겠지요. 하지만 그 정도가 아니에요. 저런 종류의 안드로이드들은 단순히 자유롭기를 갈구할 뿐만 아니라 자기가 로봇이라는 사실도 받아들이지 않아요. 그들은 온갖 방법으로 인간을 모방하죠. 인간들의 불결함, 부정직성, 편견, 비이성적인 행동, 언어의 서투름 같은 것들을 말이에요. 결국은 이성을 침대로 끌어들이기까지 해요.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인간을 모방한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어요. 어떤 로봇들도 침대 안에서까지 완벽한 인간으로 보일만큼 인간적이지는 않아요. 아까 내가 해치운 저 기계는 냄새도 못맡고 타액도 분비해내지 못하는 구식이었으니 내가 아니더라도 금방 로봇이란 것이 들통나고 말았겠죠. 그렇게 되면 그 사실을 알아차린 사람이 무사할 수 있었을까요? "
"하지만 당신도 로봇이잖아요!" 그 여자는 어떻게든 내 허점을 물고 늘어지려고 작정한 것 같았다.
"난 나 자신을 인간이라고 생각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죠. 자유를 원하다고 회사에서 도망칠 정도로 바보도 아니고요." 나는 대답했다.
"대신 자기 동료를 인간들에게 팔아넘기는 대가로 시민권을 살 돈을 벌죠. 아, 당신은 저 불쌍한 친구보다 자기가 훨씬 똑똑하다고 생각하겠군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 여자는 남의 일에 너무 관심이 많다.>
++++
플라톤은 설파합니다.
자연계의 모든 개체는 이데아(idea)의 모방이라고.
플라톤의 이데아...
신(神)이라 해도 무방할까요마는 <무식한채로 말하건대> 우리의 마음 속에는 어던 절대미(絶對美)나 혹은 절대선(絶對善)의 원형의 포름이 자리잡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가끔 듭니다그려.
먼 훗날.
안드로이드(로봇인간)에게 인간은 이데아의 원형이 아닐까요?
그리하여 끊임없이 추구하는 인간 미메시스(Mimesis)의 열망.
그때가 도래하면 그건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안드로이드에게는 실존적 본질이기도 할터입니다.
인간이 되고자 하는 로봇(안드로이드)
자신이 로봇이라는 사실을 결코 인정하지 않으려는 로봇.
아이작 아시모프의 ‘바이센테니얼 맨’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도)
인간적 사랑의 감정으로 죽고자 하는.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
로봇 소년 ‘데이비스’, 그 아이가 엄마의 사랑을 되찾는 방법은 오로지 인간이 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데이비스는 ‘푸른 요정’을 만나 인간이 되어 엄마를 만나겠다는 꿈을 꿉니다.
그 처절한 열망으로 점철된 영상.
현대의 작가가 꾸미는 로봇인간의 서사(敍事)는 이토록 슬픕니다.
아, 먼 미래의 로봇은 과연 어떠한 존재일런지요.
내 손주 비니미니가 지금 내 나이쯤일 때의 세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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