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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 亂中日記 (12) -李舜臣-

카지모도 2021. 1. 25.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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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사년 3월 (1593년 3월)

 

 

 

3월 초1일 [양력 4월 2일] <丙辰>

잠간 맑다가 저녁에 비왔다. 방답첨사(이순신)가 왔다. 순천부사(권준)는 병으로 오지 못했다.

 

3월 초2일 [양력 4월 3일] <丁巳>

온 종일 비왔다. 배의 봉창 아래에 웅크리고 앉았으니, 온갖 회포가 가슴에 치밀어 올라 마음이 어지럽다. 이응화를 불러다가 한참 동안 이야기하다가 그대로 순천의 배로 보내어 병세를 살펴 보게 했다고 한다. 이영남·이여염이 와서 원균 영감의 비리를 들으니, 더욱더 한탄스러울 따름이다. 이영남이 왜놈의 작은 칼을 두고 갔다. 그 때 이영남에게서 들었는데, 강진의 두 사람이 살아 왔는데, 고성으로 붙들려가 문초를 받고 왔다고 했다.

 

3월 초3일 [양력 4월 4일] <戊午>

아침에 비왔다. 오늘은 답청(삼짇날 돋아나는 싹을 밟음)하는 날인데, 흉악한 적들이 물러가지 않아, 군사를 거느리고 바다에 떠 있으며, 또 명나라 군사들이 서울에 들어 왔는지 아닌지 조차 듣지 못하니, 민망하기 이를 데 없다. 종일 비가 내렸다.

 

3월 4일 [양력 4월 5일] <己未>

맑아졌다. 우수사 이억기 영감이 와서 종일 이야기했다. 원균 영감도 왔다. 순천부사가 병이 몹시 아프다고 한다. 소문에 들으니,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북로(함경도) 쪽으로 간 왜적들이 설한령을 넘었다는 말을 듣고는 송도까지 왔다가 서관(평안도)으로 되돌아 갔다는 기별이 왔다. 통분함을 이길 길 없다.

 

3월 5일 [양력 4월 6일] <庚申>

맑다. 바람기가 매우 사납다. 순천부사(권준)가 병으로 도로 돌아간다기에 아침에 몸소 배웅하여 보냈다. 탐후선이 왔다. 내일로 적을 치자고 약속하였다.

 

3월 6일 [양력 4월 7일] <辛酉>

맑다. 새벽에 출항하여 웅천에 이르니, 적도들은 바쁘게 뭍으로 도망쳐 산중턱에 진을 쳤으므로, 관군이 철환과 편전을 비 오듯 마구 쏘니, 죽는 자가 무척 많았다. 포로되었던 사천에 사는 여인 한 명을 빼앗아 왔다. 칠천량에서 잤다.

 

3월 7일 [양력 4월 8일] <壬戌>

맑다. 우수사(이억기)와 이야기했다. 초저녁에 출항하여 걸망포(통영시 산양면 신전리 신전포)에 이르니, 날은 이미 새었다.

 

3월 8일 [양력 4월 9일] <癸亥>

맑다. 한산도로 돌아와 아침밥을 먹고 나니, 광양현감(어영담)·낙안군수·방답첨사(이순신)가 왔다. 방답첨사와 광양현감은 술과 안주를 많이 준비해 오고, 우수사(이억기)도 오고, 어란만호

(정담수)도 소고기로 만든 음식 몇 가지를 보내 왔다. 저녁에 비가 왔다.

 

3월 9일 [양력 4월 10일] <甲子>

궂은 비가 종일 내렸다. 원식이 와서 봤다.

 

3월 10일 [양력 4월 11일] <乙丑>

맑다. 사량으로 가는 낙안 사람이 행재소(임금이 피란 가 계신 곳)에서 와서 전하는 말하기를, "명나라 군사들이 진작 송도까지 왔지만, 연일 비가 와서 길이 질므로, 행군하기가 어려워 날이 개기를 기다려서 서울로 들어 가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는 그 기쁨을 이길 길 없다. 첨사 이홍명이 와서 봤다.

 

3월 11일 [양력 4월 12일] <丙寅>

맑다. 아침밥을 먹은 뒤에 원균 수사와 이억기 수사도 왔다. 같이 이야기 하고 술도 마셨다. 원균 수사는 몹시 취하여 동헌으로 돌아갔다. 본영의 탐후선이 왔다. 돼지 세 마리를 잡아 왔다.

 

3월 12일 [양력 4월 13일] <丁卯>

맑다. 아침에 각 고을에 공문을 써 보냈다. 본영의 병방 이응춘이 공문을 마감하고 갔다. 아들 염과 나대용·덕민·김인문 등이 본영으로 돌아갔다. 식사한 뒤에 우수사(이억기)의 사첫방에서 바둑을 두었다. 광양현감이 술을 가져왔다. 한밤에 비가 왔다.

 

3월 13일 [양력 4월 14일] <戊辰>

비가 많이 오다가 늦은 아침에야 개었다. 우수사 이억기와 첨사 이홍명이 바둑을 두었다.

 

3월 14일 [양력 4월 15일] <己巳>

맑다. 각 배를 출항시켜 배 만들 재목을 싣고 나서 왔다.

 

3월 15일 [양력 4월 16일] <庚午>

맑다. 우수사가 이곳에 왔다. 여러 장수들이 관덕정에서 활을 쏘는데, 우리 편의 장수들이 이긴 것이 66푼이다. 그래서 우수사가 떡과 술을 장만하여 왔다. 저물 무렵부터 비가 많이 쏟아지더니 밤새도록 퍼부었다.

 

3월 16일 [양력 4월 17일] <辛未>

저녁나절에야 맑다. 여러 장수들이 또 활을 쏘았다. 우리 편 여러 장수들이 서른 푼 남짓이 이겼다. 원균 영감도 왔다. 많이 취하여서 돌아갔다. 낙안은 아침에 왔기에 고부로 가는 편지를 주어 보냈다.

 

3월 17일 [양력 4월 18일] <壬申>

맑으며 종일 센 바람이 불었다. 우수사와 함께 활을 쏘았다. 모양이 형편 없으니 우습다. 신경황이 와서 전하기를 임금의 분부를 받들고 선전관(채진 ·안세걸)이 본영에 왔다고 했다. 곧 도로 돌려 보냈다.

 

3월 18일 [양력 4월 19일] <癸酉>

맑다. 바람이 세게 불어 사람이 출입조차 하지 못했다. 소비포권관과 아침밥을 먹었다. 우수사와 같이 장기를 두었는데 이겼다. 남해현령 기효근도 왔다. 저녁에 돼지 한 마리를 잡아 왔다. 밤 열시에 비가 왔다.

 

3월 19일 [양력 4월 20일] <甲戌>

비가 내렸다. 우수사와 함께 이야기했다.

 

3월 20일 [양력 4월 21일] <乙亥>

맑다. 우수사와 같이 이야기했다. 오후에 소문을 들으니, 선전관이 임금의 분부(유지)를 가지고 온다고 한다.

 

3월 21일 [양력 4월 22일] <丙子>

맑다.

 

3월 22일 [양력 4월 23일] <丁丑>

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