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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젊은 사람에게는 그 독방 생활이란 무서운 것이에요."하고 아주머니가 머리를 흔들며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말했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요." 네플류도프는 말했다.
"아니, 누구나 다 같지 않아요." 아주머니가 대답했다. "진정한 혁명가에게는 도리어 휴식처도 되고, 안정도 된다고 남들이 말하더군요. 법을 어긴 사람은 항상 불안과 가난과 공포 속에서 살고 있지요. 자기를 위해서, 남을 위해서, 또 대의를 위해서 공포 속에서 살고 있어요. 그러므로 일단 수감이 되면 모든 것이 끝나고, 그런 모든 책임에서 벗어나는 셈이지요. 다만 가만히 쉬고 있기만 하면 되니까요. 그래서 잡히면 그야말로 기쁘다고 말을 하더군요. 그러나 죄 없는 젊은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 언제자 리도치카와 같이 아무 죄도 없는 순진한 것들이 붙들리지만 -- 처음 받는 타격이 무서운 것입니다. 그것은 자유가 없다든가, 난폭한 대우를 받는다든가, 나쁜 음식을 먹게 된다든가, 공기가 나쁘다든가 -- 모든 게 부자유스럽기는 하지만 -- 하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닙니다. 부자유스럽다는 사실은 그것이 세 배로 가중된다고 해도 참을 수 있지만, 처음 감옥에 들어갔을 때의 정신적 타격만은 그럴 수 없는 모양이에요."
"당신도 경험이 있으십니까?"
"저 말씀인가요? 두 번 들어갔었지요." 상냥하면서도 쓸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아주머니는 말했다. "처음 잡혔을 때는, 그것도 아무 죄도 없이 잡혀 갔지만," 그녀는 말을 이었다. "스물두 살 때였습니다. 내게는 어린것이 하나 있었고, 게다가 임신중이었지요. 그 당시 자유를 빼았기고 어린것과 남편과 헤어져 있게 된다는 것은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러나 인간이 아니라 하나의 물건이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느꼈던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내가 어린 딸에게 작별 인사를 하려고 하자, 빨리 나와서 마차에 오르지 못하겠느냐고 하지 않겠습니까? 어디로 데려가느냐고 묻자, 가 보면 알게 된다더군요. 내 죄가 무엇이냐고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더군요. 그리고는 붙잡아 가더니 심문을 하고 옷을 벗기고 번호 달린 죄수복을 입혀서 둥근 천장의 감방으로 데리고 가더니, 문을 열어 집어넣고는 자물쇠로 잠그고 말았습니다. 모두 가버리고 혼자 남은 보초가 총을 메고 말없이 왔다갔다 하면서 가끔 문틈으로 들여다보곤 했어요. 정말 무섭게 괴로웠습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만, 그 때 내가 가장 화가 났던 것은 헌병장교가 나를 심문하면서 담배를 주던 일입니다. 그는 사람들이 담배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얼마나 자유를 사랑하고 광명을 사랑하는가 하는 것도 알고 있었을 것이며, 어미가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이 어미를 사랑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왜 사정 없이 나에게서 나의 소중한 모든 것을 격리시켜, 야수와 같이 그런 곳에 가두어 버린 것일까요? 그런 짓을 한 사람은 벌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설사 신과 인간을 믿고, 인간은 상호간에 사랑하며 사는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이라도 이런 지경을 당하고 보면 그런 것을 빌지 않을 거예요. 그 때부터 인간을 믿지 않게 되고, 성격마저도 나빠지더군요." 이렇게 그녀는 말을 맺고 빙그레 웃었다.
리지아가 뛰쳐나간 문으로 그녀의 어머니가 들어오더니, 리지아는 정신이 몹시 혼란해져서 나오지 못한다고 말했다.
"무엇 때문에 저렇게 젊은 생명이 보람 없이 되는 것일까요?"하고 아주머니는 말했다.
"더욱이 가슴이 아픈 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이 그 원인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시골 공기라도 쐬면 나을지 모르겠어요."하고 어머니는 말했다. "아비한테 그 애를 보낼까 해요."
"정말이지 당신께서 힘써 주시지 않았더라면 저 애는 아주 죽었을 거예요."하고 아주머니는 말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제가 뵈려 했던 것은 베라 예프레모브나에게 이 편지를 전해 주셨으면 하고요."하고 그녀는 포켓에서 편지를 꺼내면서 말했다. "이 편지는 봉하지 않았으니까 한번 읽어 보신 다음에 전해 주시든지 찢어 버리든지 당신이 좋으실 대로 하십시오."하고 그녀는 말했다. "이 편지 속에는 별반 폐를 끼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습니다."
네플류도프는 편지를 받아들고, 곧 전해 주겠노라고 약속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작별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는 편지를 읽어 보지도 않고 부탁받은 대로 봉해서 전해 주리라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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