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너 사람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모양이더니 그중에 하나가 저벅저벅 아랫방
을 향하고 와러 방문을 왈칵 열어젖혔다. 이때까지 곤히 잠든 아이까지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너희가 다 누구냐! 이리들 나오너라. " 산수털벙거지의 호령이
떨어지자, 어머니가 선뜻 일어서서 딸을 가리키며 "이 딸자식이 지금 앓아 죽게
되어서 걸음도 잘 걷지 못합니다. " 하고 사정하여 보았다.
이때 날이 이미 환하게 밝아서 방안에 있는 얼굴들이 방 밖에서도 보이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았던 딸이 그 어머니 말끝에 고개를 들고 밖을 바라보는데
해쓱한 얼굴이 소복에 얼빠져 보이기도 하고 더 돋보이기도 하였다. 겁을 먹고
떠는 양이 흡사 배꽃 한 가지가 몹쓸 비바람에 부대껴 떠는 것과 같아서 누가
보든지 애처로운 생각이 날 만하였다. 그 군사가 한동안 바라보다가 그 어머니
를 향하여 말을 묻기 시작하였다. "네 딸이 작은 변가의 계집이냐? “ "그렇습니
다. " "저 아이놈은 누구냐? ” "자식이올시다. " "너의 모자가 다 이 집에서 같
이 사느냐? “ "아니올시다. 딸이 죽는다고 해서 병구원 왔습니다. " "너의 집은
어디냐? ” "신뱃골이올시다. " "남편의 성이 무어냐? “ "조가올시다. " 마당에
섰던 군사 하나가 동무 군사의 지체하는 것을 보고 "이 사람 무어하나? 얼른 잡
아 내세우게. " 하고 재촉하니 아랫방 앞에 섰던 군사가 "지금 앓아 죽을 지경이
라네. " 하고 마당편을 돌아다보았다. "앙탈일세. 어서 끌어내게. " "얼굴에 병색
이 좀 있어. " "이 사람 인정 쓸라나. 어디 좀 보세. " 하고 그 군사가 큰 변가의
계집을 묶어 앉히고 우르르 쫓아와서 방안을 들여다보더니 "아, 이거 웬일이오?
” 하고 신뱃골 마누라를 보고 물었다.
그 금도 군사는 해주 감영에서 도적 잘 잡기로 이름이 나서 군관이 새로 올
때 데리고 온 사람인데 신뱃골 마누라의 친정 외사촌동생의 남편이다. 그 안해
의 안부를 전하여 주려고 전위하여 신뱃골을 찾아나와 본 일이 있는 까닭에 마
누라를 알아보고 먼저 알은 체한 것이었다. "아이구, 이게 누구요! " 마누라는 지
옥에서 부처나 만난 듯이 반겨하였다. 마누라가 딸을 돌아다보며 "저 어른이 네
게 아저씨 뻘 되는 어른이시다. 해주 아주머니 말을 너 전에 들었지? 그 아주머
니의 남편이시다. " 하고 가르쳐 주어서 딸이 일어서려는 듯이 몸을 움직이니 그
어머니가 "네가 어떻게 일어서려고 그러니. 이 담에나 아저씨께 뵈입지. " 하고
딸에게 말하고 곧 그 군사를 향하여 자기 딸이 병으로 운신을 잘 못한다고 하소
연하였다. "병 있는 사람이 왜 일어 앉았소? " "지금 억지로 끄들어 일으켰어요.
" "무슨 병인가요? “ "피를 자꾸 토한답니다. " "그거 안되었군. 그래서 얼굴이
저렇게 핼쓱하구먼요. " 하고 그 군사는 고개를 길게 내밀고 젊은 과부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자네하구 어떻게 얼큼하게 되는 모양일세그려. " 하고 동무 군
사가 어깨를 치니 그 군사가 돌아다보며 "우리 마누라의 조카 뻘이 되는가베.
" 하고 말하였다. "도둑놈의 외사촌 안해가 무슨 큰 죄 있나. 인정 쓸라거든 쓰
구 가. ”"대관절 병이 있어 운신을 못한다니 할 수 있나. " 그 군사는 고개를 돌
이켜서 마누라를 보고 "앓는 사람은 이불 씌워서 눕혀놓구 방안에 가만히 들어
앉아 기시오. 섣불리 다른 사람에게 들키면 탈이오. " 하고 방문까지 닫아주었다.
군사들이 안방에 올라가서 세간 나부랑이를 들뒤지고 나와서 묶어 앉힌 큰 변
가의 과부를 끌고 가는 동안아랫방에서는 기침 한번 아니하고 쥐죽은 듯이 있었
다. 군사들이 나간 것을 안 뒤에 마누라가 안방에 가서 우는 아이들을 아랫방으
로 날라 내려다가 큰 아이는 말로 달래고 작은아이는 안아서 달래었다. 군사들
은 아랫 말 군관 있는 곳으로 내려가는 길에 어느 집 앞에 와서 앞선 군사가 발
을 멈추고 그 집을 가리키며 뒤에 오는 군사를 돌아보고 눈을 끔적이었다. 그
집이 겉으로 보기에도 포실하게 사는 집 같았다. 끌고 오던 변가의 과부는 삽작
밖에 앉혀놓고 두 군사가 함께 삽작 안으로 들어갔다. 그 집 주인은 동네 풍파
에 겁이 나서 온집안 식구를 한방에 모아놓고 숨들도 크게 쉬지 못하게 하는 중
인데 뜻밖에 군사가 방문을 열어젖히고 "주인이 누구냐? “ 하고 소리를 지르니
주인이 초풍하여 벌떡 일어섰다. "네가 주인이냐? ” “녜. ” "네 성이 무어냐?
“ "강가올시다. " "네가 아랫말 강가의 일가로구나. " "아니올시다. 강가라두 그
강가와 일가는 아니올시다. " "이놈아, 같은 강가루 일가가 아니면 무어냐! " 하
고 군사들은 그 주인을 끌어내서 방망이찜질로 초다듬이하여 놓고 그 집에 분탕
질을 놓은 뒤에 그 주인을 아랫말 군관 있는 곳까지 끌고 갔다.
처음에 군관 앞에까지 잡혀온 사람은 오륙십 명이나 되었으나 그중에서 탈미
골 군영에까지 잡혀가게 된 사람은 십여 명밖에 안 되었는데, 그 사람들은 대개
강가와 무슨 친척 관계가 있거나 그렇지 아니하면 강가와 친분이 자별하던 사람
이었다. 갈려울이 거의 패동이 되고 갈려울 사람이 두서넛 귀양 가게 된 뒤에
강가의 동티가 끌이 났다. 큰 변가의 과부는 군영까지 잡혀 갔었는데 사내더면
적어도 몇 달 갇혀 있을 것을 계집사람인 덕을 보아서 십여 일 만께 무사히 돌
아왔다. 그 동안 작은동서 모녀가 집안을 그나마 잘 수습하고 어린아이들도 알
뜰히 거두어 주었건만 고맙단 말 한마디 없고 사돈마누라가 자기까지 빼놓아 주
지 않았다고 원망을 내늘았다. 큰동서가 갈려울서 살기 싫다고 작은동서에게 의
논 한마디 없이 파산하기로 작정하고 자기는 어린것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갈터
이니 작은동서도 가서 친정살이를 하든지 또는 후살이를 가든지 마음대로 하
라고 하여 작은 변가의 과부는 하는 수 없이 그 어머니를 따라 신뱃골로 가게되
었다.
풍경이 있으면 맑은 소리 울려나고 궁노루가 있으면 향냄새가 풍기는 법이라
얼굴 고운 젊은 과부가 있고 소문이 안 날 리 없다. 변가의 집 작은 과부가 그
어머니를 따라서 친정에 온 뒤에 신뱃골에 얌전한 과부 있다는 소문이 가근방에
높이 났다. 그 동네 머슴 사는 노총각들이 제각기 침을 삼키는 중에 약빠른 사
람은 그 흘어머니 마누라 듣기 좋도록 말까지 들여보내 보았으나 그 어머니부터
신신한 대답이 없었다. 평산읍내 어떤 늙은 양간이 손이 없어서 첩을 구한다던
중에 소문을 듣고 일부러 사람을 보내서 넌지시 선까지 보아 가고 뒤미처 또 사
람을 놓아서 그 어머니에게 딸을 달라고 말을 붙이는데, 딸만 주면 온집안 먹고
살 것이 염려 없다고 하는 까닭에 그 그 어머니가 마음이 솔깃하여 비로소 딸의
의향을 물어보았다. 어머니가 이리저리 물어야 딸은 한마디 대답이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나중에 어머니가 슬그머니 증이 나서 "싫다든지 좋다든지 말을
해라. 어미가 하치않으냐. 왜 묻는 말에 대답이 없니? “ 하고 나무라서 말하니
딸은 "무어라고 말하란 말이에요? ” 하고 고개를 드는데 두 눈에 눈물이 듣거
니 맺거니 하였다. 어머니가 이것을 보고 갑자기 불쌍한 마음이 가슴에 가득하
여져서 더 말을 묻지 못하고 마침내 평산 양반에게서 온 말을 거절해 보내게 되
었다. 이 뒤에 불과 며칠 안 지나서 또 한 군데서 통혼이 들어왔는데, 이것은 금
교역말 큰 송방 젊은 주인이 후취로 달라는 것이었다. 그 어머니는 아주 마음에
합당하나 전날과 같이 딸의 눈물이나 자아내고 말게 될까 겁이 나서 조용히 딸
을 데리고 앉아서 여러 가지 말로 달래보았다. 말을 하다가 통흔 들어온 것까지
말하고 "너같이 나이 젊은 것이 게다가 자식새끼 하나 없는 것이 왜 청승스럽게
과부로 몸을 마치려느냐. 내 생각 같아서는 좋은 자리 놓치지 말고 몸을 굳히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요전에 말 있던 평산 혼처로 말하면 문벌이 양반이고
형세가 굶지 않는 것은 좋으나 큰 마누라가 있고 영감이 나이 늙은 것이
좋지 않았지만 이번 금교역말 혼처로 말하면 내 맘에는 흠이 없이 좋은 것
같은데 네 맘에는 어떠냐? 네가 그리 가기만 하면 나도 늙게 고생 아니하고
네 동생도 성취를 잘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네게 달린 일이니 잘 생각해
보아라. " 하고 입이 닳도록 말하니 딸은 잠자코 듣다가 "삼 년이나 나도록
가만두어 주셔요. " 하고 빌듯이 말하였다. "삼 년 후에 그런 좋은 자리가
또 있을지 누가 아니? “ "삼 년 난 뒤에는 내가 어머니 하라는 대로 할 것이니
그 동안에는 당초에 말을 내지 마셔요. " 딸의 고집을 어머니가 이기지 못하여
송방 젊은 주인의 통혼도 거절하게 되었다. 혼인 거절한 말이 밖에 나간 뒤에
칭찬하는 사람도 많고 비웃는 사람도 적지 않아서 신뱃골 젊은 과부의 소문이
점점 더 널리 퍼졌다.
곽오주의 젊은 주인 개래동 정첨지의 외아들은 신수는 멀끔하게 생겼으나 계
집, 술, 노름에 아비의 모아놓은 천량을 보람없이 없애는 위인이라 신뱃골 젊은
과부 얼굴 이쁘다는 소문을 듣고 욕심이 불같이 일어났다. 그러나 들음들음이
자기 같은 사람의 작은 마누라로는 잘 올 것 같지 않아서 동여올 생각을 먹었
다. 정윌도 보름이 가까웠을 때다. 정첨지의 아들이 자기의 집에 윷판을 벌리고
동네 젊은 사람을 모아서 윷을 노는 중에 실없은 젊은 사람 하나가 곽오주를 놀
리느라고 "여게 오주, 자네는 총각으루 늙을라나? 신뱃골 이쁜 과부에게 장가가
지 않을라나. 자네가 간다면 내가 중신해 줌세. " 하고 웃음의 소리 한 것이 고
동이 되어서 저녁때 윷꾼이 흩어질 즈음에 정첨지의 아들이 장난꾼 너덧을 붙들
어 가지고 신뱃골 과부를 동이러 가자고 꼬이었다. 장난꾼에게는 노름 밑천을
주마 하고 오주에게는 술 한번 싫도록 먹여 주마 하여 허락들을 얻었다. 승교바
탕을 가지고 가자는 사람도 있었으나 거추장스럽다오 그만 두고 싸서 업어을 작
정으로 튼튼한 흩이불 한 채만 준비하였다. 이른 저녁 먹은 뒤에 정첨지의 아들
이 아비에게는 동네로 윷놀러 간다고 거짓말하고 오주까지 다섯 사람을 데리고
개래동을 나섰다. 청석골을 지나고 금교역말을 지나서 사십 리나 되는 길을 와
서 보니 밤이 벌써 이윽하였다. 과부의 집이 어디 있는 것은 정첨지의 아들이
미리 다 알고 있는 까닭에 그 집 근처에 가서 집안 동정을 살핀 뒤에 화적떼와
같이 뛰어들어갔다. 달빛이 있어서 대번에 소복한 젊은 과부를 붙들었다. 괴부집
세 식구가 변변히 소리도 지를 사이 없이 오주가 과부를 흩이불에 싸서 들쳐업
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도망질을 쳤다.
과부의 어머니가 처음에는 혼이 나가서 소리도 별로 못 지르다가 딸을 업어가
는 놈들이 삽작 밖을 나간 뒤부터 쫓아나오며 우는 소리로 악을 쓰고 아들아이
도 어머니 뒤를 따라나오며 목을 놓고 엉엉 울었다, 동네 머슴방에서 윷놀던 젊
은 꾼들이 아닌밤중에 여편네 악쓰는 소리를 듣고 놀라서 한달음에 뛰어들 왔
다. 난뎃놈 대여섯이 동네 와서 과부 업어간 것을 알도 십여 명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쫓아가서 도로 빼앗아 온다고 장담들 하고 곧 떼를 지어 뒤쫓아갔다.
업혀가는 과부가 흩이불에 싸여서 손발을 마음대로 놀리지 못하는데다 업고 가
는 오주가 황소같이 센 사람이라 과부가 죽을 힘을 다 들여서 몸을 드놓아도 조
금도 끄떡이 없었다. 그러나 뒤에 쫓아오는 패가 있는 줄을 안 뒤에 뒤쫓는
패와 같이 장달음을 치지 못하여서 금교역말 가는 큰길까지 채 다 가지 못하고
붙들리게 되었다. 오주가 업었던 과부를 내려서 정첨지 아들에게 맡기고 쫓아오
는 패를 가로막고 나섰다. 쫓아오는 패가 와하고 오주에게 달려드니 오주가 손
닿는 대로 집어쳤다. 십여 명 사람에 힘꼴 쓰는 장정도 없지 않았지만 오주 하
나늘 당할 잡이가 없었다. 오주의 손에 걸리는 대로 넘어지고 자빠져서 빙판 위
에 즐비하게 쓰러졌다. 오주가 땀을 씻으며 돌아설 때 정첨지의 아들이 몇 걸음
앞으로 나서며 "오주 하나만 같이 왔어도 넉넉할 뻔했네. " 하고 고마워하는 눈
치로 말하니 오주는 픽 웃으며 "좀 치웁드니 땀이 나서 좋소. " 하고 곧 다시 과
부를 들쳐업었다.
먼데 닭이 연해 울고 산속 달이 다 넘어갈 때 과부 업어오는 꾼들이 빙고산
옆을 돌아나왔다. 개래동은 산 앞에 있는 동네라 동네까지 일 마장이 채 못 되
었다. "인제 다 왔네. " 하고 한 사람이 입을 떼니 "치워 죽겠네. 어서 가세. " 하
고 또 한 사람이 운을 달았다. 정첨지의 아들이 "나는 한걸음 앞서 가야겠네. 자
네들 뒤에 차차 오게. " 하고 먼저 가려고 벌음을 재게 놓으니 어서 가자던 사람
이 "왜 먼저 갈라나? 같이 가세. " 하고 역시 빨리 걸었다. "나는 우리 아주머니
집에 가서 선통을 좀 해야겠네. " "왜 자네 고모님 집으루 들어갈라나? “ "그럼
바루 집으루 들어가면 야단나네. " "바가지 긁을까봐 무서운 걸세그려. " "쨍쨍거
리는 여편네는 방망이찜질두 할 수 있지만 극성 떠는 늙은이는 어떻게 알 수가
없어. " "자네 집 고불이가 여간 사람이 아니니까. " "여간 사람이 아닌 덕에 사
람이 못 살겠네. " "자네 고모님 집에 갖다 숨겨둔다구 며칠이나 숨기겠나. 숫제
바루 들어가서 사정을 토파하게. " "아니야, 늙은이 성정은 내가 잘 아니까 바루
끌구 못 들어가네. ” 며칠 뜸을 들이는 동안 아주머니 집에 맡겨둘 작정일세. "
"자네 집 고불이가 자네 말은 잘 듣는다데그려. " "말을 듣두룩 삶자면 집안 망
할 자식이란 욕을 골백번 들어야하네. " "나는 우리 아버지가 노름 밑천만 잘 대
주면 그런 말은 약과루 알구 듣겠네. " "쓸데없는 소리 지껄이느라고 걸음이 줄
었네. 자네두 뒤에 오는 사람들하구 같이 우리 아주머니 집 앞으루 오게. 나는
먼저 가네. " 하고 정첨지의 아들은 다리에 자개바람이 날 만큼 빨리 걸어 먼저
가고 그 사람은 다른 일행과 같이 뒤떨어졌다.
정첨지의 아들은 어미 없이 자란 자식이다, 정첨지의 마누라가 노산으로 해산
하고 산후더침으로 죽은 까닭에 흘로 되어서 오라비에게 와서 얹혀 있던 정첨지
의 누이가 핏덩이 조카를 받아서 지성을 다하여 길러놓았었다. 정첨지의 아들도
고모의 은공츨 잊지 못하여 하지만, 그 늙은 고모는 조카를 친아들같이 사랑하
여 조카의 말이라면 소금섬을 물로라도 끄는 터이었다. 늙은 고모가 조카의 부
르는 소리에 잠이 깨어 일어나서 조카의 간청하는 사연을 듣고 부지런히 자던
자리를 치우는 중에 뒤떨어진 일행이 들어왔다. 정첨지의 아들이 오주의 등에서
과부를 받아서 방에 들여 놓는데 손을 놓으며 곧 툭 쓰러지는 것이 괴상하여 급
히 흩이불을 벗기고 보니 다 죽은 사람이다. 얼굴빛이 새파랗고 수족이 얼음 같
고 실낱같은 숨이 있는듯 만듯하였다. "흩이불루 너무 꼭 싸서 숨이 막힌 겔
세. " "잠시 기절한 것이니까 곧 펴나겠지. " "우리는 들어앉을 데두 없는데 고만
가세. " 하고 같이 갔다 온 장난꾼들이 그대로 흩어져 가려고 할 때 정첨지 아들
이 밖에 나와서 "치운데 술이나 한 사발씩 먹구 헤어졌으면 좋을걸 안되었네. "
하고 빈인사하니 "아닌게아니라 어한 좀 했으면 좋겠네. " 하고 이 사람 한마디
"나는 우선 배가 고파 못견디겠네. " 하고 저 사람 한마디 귀따갑게 지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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