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첨지 아들이 곽오주를 돌아보며 "여게, 자네가 내 대신 저 사람들 데리두 집에
가서 슬그머니 술을 퍼내다 먹게. " "내가 어떻게 슬그머니 퍼다 먹어. "
"술독 있는 데 알지 않나? “ "그러지 말구 우리와 같이 가서 술을 내다 주구
다시 오지. " 오주의 말에 여러 사람이 뒤쫓아서 "여게, 그래 보세. "
"자네는 곧 일어서게그려. " "기절한 사람 가만히 두면 절루 펴나네. 염려 말게. "
"자네 고모님이 어련히 잘 보아주시겠나. "
중구난방으로 조르는 바람에 정첨지 아들은 기절한 과부를 그 고모
에게 부탁하고 곧 여러 사람을 몰고 자기 집으로 왔다. 여러 사람을 머슴방에
들여앉히고 정첨지 아들이 안에 들어가서 안해를 깨웠다. "인제 왔소? 지금이 어
느 때요? ” "샐 때 다 되었어. 고만 일어나게. " “아랫목 자리 내주리까? ” "
잔소리 말구 어서 일어나. " "일어나고 싶으면 어련히 일어날까. 별 성화가 다
많아. " 안해의 말씨가 곱지 않아지니 "윷놀구 인제 왔어. 춥기두 하구 시장두
하니 술 한잔 따뜻하게 데워 주게. 여보게 좀 일어나게. " 사내가 너스레를 놓았
다. 그 안해가 마지못해 일어나서 불씨 묻은 화로에 뜬숯을 얹어서 피워놓고 술
을 뜨러 가려고 할 때 사내가 "여게. " 하고 불렀다. "왜 그러오? “ "술을 얼마
나 데우려구 묻두 않구 뜨러 가나? ” "아까 한잔 달라지 않았소? “ "이왕 여
남은 주발 걸러 주게. " "그건 다 무어 할라오? ” "밖에 같이 온 사람이 있어.
“ "노름꾼들을 끌고 온 게구려. " "당치 않은 소리 말아. " "처음에는 혼자 먹을
듯 한잔만 달라더니 꼭두새벽에 술타령들 할 작정이오. 잠도 안 자고 무슨 지
랄들이람. " 안해의 버릇없는 말에 사내는 곧 한바랑 야단 벼락을 내리고 싶었으
나 꿀꺽 참고 "지금 내가 자네하구 아귀다툼할 경황이 없네. 어서 빨리 술이
나 갖다 걸러주게. " 하고 재촉하였다. 안해가 술을 걸러놓기가 무섭게 머슴방으
로 들어 나르고 나중에 술 떠먹을 그릇과 술안주를 들고 나가서 오주를 불러 주
고 방에 들어가지도 않고 곧 다시 고모의 집으로 가려다가 한 순만 같이 먹고
가자는 여러 사람의 권에 못이겨서 방으로 들어갔다. 한 순이 두 순이 되고 두
순이 또 세 순이 되었다. 정첨지의 아들은 술동이 둘이 밑이 드러나기까지 여러
사람과 같이 먹고 그대로 곯아 떨어져서 이튿날 해가 높이 뜨도록 정신 모르고
잠을 잤다. 정첨지의 아들이 눈을 뜨고 기지개 켤 때 오주가 밖에서 들어왔다. "
늦었나? " "아침 먹구서 동네 한바탕 돌구 왔어. " "우리 아주머니 집에 가보았
나? “ "가보았지. " "어떻게 되었던가? ” "살았어. " "일어 앉았던가? “ "아
니. " "가만히 누워 있든가? ” "몸부림을 해서 붙들구 날치더군. " "아이구, 내
가 얼른 가보아야겠네. " 하고 정첨지의 아들은 벌떡 일어나서 건정건정 소세하
고 아침밥은 먹지 못하겠다고 아니 먹고 고모 집으로 뛰어갔다.
먼동이 틀 때 과부는 정신이 돌았었다. 정신이 돌은 뒤부터 울고불고 몸부림
을 쳐서 늙은 할머니가 붙들고 달래느라고 죽을 고생 다하였다. 정첨지의 아들
이 방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하니 그 고모는 들어오지 말라고 손짓하고 곧 밖으
로 쫓아나왔다. "왜 들어가지 못하게 하시우? “ "인제 간신히 좀 진정되었다.
아직 덧들이지 말고 가만두어라. " "누가 덧들여요? ” "네가 가까이 가면 가만
있겠니? 아까 오주가 방문만 열고 들여다보는데도 더 죽으려고 날뛰더라. " "무
어 좀 먹이셨소? “ ”무얼 먹어. 새벽에 더운물은 정신 모르고 받아먹었지만
그 뒤엔 물 한 모금 안 먹었다. 아침에 미음을 좀 권했더니 미음 그룻 든 손을
떠다밀어서 이것 좀 보아라. " 하고 그 고모는 저고리 앞섶과 치마 앞폭의 젖은
흔적을 들어 보이었다. "그래두 무얼 좀 먹여야지요. " "먹지 않는 걸 어떻게 억
지로 먹이니. 하루 이틀 지나 결이 삭으면 자연 먹는다. " "내가 좀 권해 보리
까? “ "당치 않은 소리 하지도 마라. 네가 권해 먹을 게냐. " "어디 좀 권해 보
지요. " ”아서라, 몸부림만 받는다. " "몸부림 받아두 좋지요. 설마 약한 여편네
하나 못 당하리까. " 정첨지의 아들이 그예 그 고모에게 미음을 달래서 미음 그
릇을 손에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이불을 쓰고 누웠던 과부가 방문 여닫는 소리
에 이불을 젖히고 흘끗 바라보더니 대번에 입술을 악물고 도끼눈을 뜨는데 그
눈에 독살이 가득하였다. 정첨지의 아들이 미음 그릇을 손에 든 채 한동안 서서
내려다보다가 "미음 좀 자시오. 나중에 대판 시비를 하더라두 우선 먹구 기운을
차려야 하지 않소. 자, 미음 좀 자시오. " 하고 미음 그릇을 과부 옆에 가까이 놓
고 멀찍이 떨어져 앉아서 동정을 보았다. 몸부림을 하거나 적어도 미음 그릇을
밀쳐버릴 듯한 과부가 두 눈을 스르르 감고 가만히 누워 있는데 눈귀에 흘러 내
리는 눈물만 없으면 곱게 잠든 사람과 흡사하였다. "미음이 다 식겠소. " 한동안
있다가 "한 모금 마시시오. " 다시 한동안 있다가 "일어 앉혀주리까? “ 정첨지
의 아들이 말을 마치자 벽을 안고 누웠던 과부가 홀저에 앞으로 돌아누우며 손
을 내밀어 미음 그릇을 잡아당기었다. 정첨지의 아들이 좋아서 "옳지, 옳지. " 하
고 입을 벌리고 있는 사이에 과부는 고개만 들고 미음 한 그릇을 다 마시었다.
정첨지의 아들이 가까이 들어앉아서 인불 밖에 내놓은 손을 잡으려고 하니 과부
는 얼른 그 손을 끌어들이며 곧 이불을 얼굴까지 뒤집어썼다. 정첨지의 아들이 싱
글싱글 웃으며 더 가까이 들어앉아서 이불 위로 과부의 몸을 어루만지니 과부는
몸을 한 줌만큼 오그리고 벌벌 떠는데 무거운 솜이불이 떨리도록 떨었다. 정첨
지의 아들이 허허 웃고 일어나서 빈 그릇을 들고 밖에 나가서 고모를 보이니 고
모가 "그 미음을 다 먹었니? 수단이 참말 용하다. " 하고 조카의 등을 뚜덕뚜덕
하였다.
이날은 과부가 종일 누워 있었으나 주는 미음을 검다 쓰다 말없이 잘 받아먹
었고 이튿날은 과부가 아침에 일어 앉아서 자기 손으로 머리까지 쓰다듬었다.
정첨지의 아들이 급한 마음에 과부가 더 소성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그날 밤으
로 신방을 차려달라고 고모를 졸랐다. 그 고모가 자기 방을 신방으로 내주려고
방안에 있는 물건을 대강 윗간으로 치우는데 무거운 다듬잇돌을 들고 좁은 지겟
문으로 나가다가 허리에 담이 들어서 한동안 쩔쩔매었다. 늙은 할머니가 쩔쩔매
는 것을 과부는 차마 가만히 보고 앉았을 수 없다는 듯 슬며시 일어나서 흥두깨
도 들어주고 방망이도 집어주었다.
이날은 대보름날이라 저녁에 정첨지의 아들이 동네 사람들과 같이 달마중하러
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로 고모의 집에 와서 아주 삽작까지 닫아걸고 들어
왔다. 과부는 오도마니 앉아 있는데 고모는 누워서 앓는 소리 하다가 조카를 보
고 일어나서 잘들 자라고 인사하고 곧 윗간으로 내려갔다. 정첨지의 아들이 깔
아놓은 자리 위에 앉아서 과부를 바라보니 어여쁘기 짝이 없었다. 불같이 일어
나는 욕심을 걷잡지 못하여 "오늘은 옷을 벗겨 주어야지. " 하고 과부에게 달려
드니 과부는 죽어가는 소리로 "먼저 가 누워요. " 하고 뒤로 떠다밀었다. "그러
지. " 하고 정첨지의 아들이 자리 위에 와서 번듯이 자빠지는 동안 과부는 살그
머니 치마 뒤에서 방망이 한 짝을 꺼내 쥐고 눈결에 누운 사람 머리맡으로 가며
곧 앞이마를 내리쳤다. "아이쿠머니! " 벌떡 일어 앉은 정첨지 아들은 잠간 동
안 정신이 아뜩하였다. 어깨바디 등줄기가 뜨끔뜨끔하고 뒤통수가 화끈하였다.
정첨지 아들이 부지중에 "이년, 사람 죽인다! " 큰소리를 지르코 곧 누가 잡아
일으키는 것같이 일어섰다. 과부가 방망이를 두 손으로 잡고 소경 매질하듯 함
부로 치려 대드는 것을 정첨지의 아들이 발길로 냅다 차서 방문 앞에 가서 궁등
방아를 찧고 주저앉았다. 아래윗방 사이에 있는 지겟문이 왈칵 열리며 늙은 고
모가 조카 앞에 와서 섰다. "이게 웬일이냐? 이마에 피 좀 봐라. 아이구 이게 웬
일야. “ 가슴을 부등켜안고 주저앉았는 과부 옆에 방망이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조년이 방망이로 때렸구나. 조런 박살할 년. 남의 귀한 조카를 죽일라고. "
하고 과부를 꾸짖고 곧 "이애, 얼마나 다쳤나 어디 보자. 고개 좀 숙여라. " 하고
조카의 손을 잡아당기었다. "아이구 이것 봐, 아주 으스러졌구나. 요년 어디 보
자. 네 대가리는 마아놓고 찰 테니, 이애 피나 좀 씻어주마. " 하고 고모가 조카
의 손을 놓은 뒤 솜조각을 갖다가 조카 얼굴에 흐른 피를 씼어주는데 과부가 어
느 틈에 일어나서 방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고만두시오. 저년 붙잡게. "
"제가 내빼면 어디 가겠니? ” "당장 분풀이하기가 급해요. " "누가 보더라도 너
무 흉칙하니 대강이라도 씻어주마. " 그 고모가 솜조각으로 피 씻어주는 것을 정
첨지의 아들은 "고만 고만. “ 하고 재촉하다가 부리나케 방 밖에 나와서 이리저
리 둘러보다가 곧 삽작 밖으로 쫓아나왔다. 달빛이 대낮 같아서 땅에 기어가는
개미도 눈에 보일 만하였다. 과부가 천방지축하고 내빼는 것을 멀찍이 바라보고
달음질쳐서 그 뒤를 쫓아갔다. 예사 말소리가 들릴만큼 동안이 가까워졌다. ”이
년, 네가 가면 어디루 갈 테냐, 이년. " 꾸짖는 말이 끝나자마자 앞에 있는 동네
사잇길에서 젊은 사람들이 웃고 지껄이며 몰려나왔다. 정첨지 아들이 그 앞을 피해
가려고 논틀밭틀로 겅정겅정 뛰어가는데 짓궂은 젊은 사람 하나가 쫓아와서 붙들
었다. 그 사람은 신뱃골 같이 갔던 장난꾼의 한 사람이다. "누군가 했더니 자넬
세그려. 지금 자네가 이년 이년 하며 쫓아 가는 여편네가 신뱃골인가? 어쩌다가
놓치구 야단인가. " "저거 멀리 내빼네. 어서 놓게. " "신뱃골까지 안 가구 붙잡
을 걸 왜 이렇게 야단인가. " "내 손 좀 놓게. " "자네 이마에 생채기가 났으니
웬일인가? “ "할아버지 할께 제발 좀 놓게. " "이 사람이 실성했나. " 그 사람
이 웃는 동안에 정첨지의 아들은 붙든 손을 뿌리치고 두주먹을 쥐고 다시 과부
뒤를 쫓아갔다. 동네 어귀에까지 쫓아나와서 과부를 거의 붙잡게 되었을 때 과
부는 길 옆에 있는 우물가에 가서 잠간 굽어보고 곧 우물로 뛰어들어갔다. 그
우물은 동네 사람이 깊은 우물이라고 부르는 우물이다. 정첨지 아들이 곤두박질
하여 우물에 와서 전을 짚고 밑을 내려다보니 한 길이 섬는 우물 속이 침침은
하나 과부가 머리를 우물 벽에 기대고 주저앉았는데 물이 입에 찰랑찰랑하는 것
이 분명히 보이었다. 정첨지 아들이 어찌 할 줄 모르고 공연히 사방을 돌아보는
중에 이리 향하고 오는 사람들이 있을 것을 보고 "사람이 우물에 빠졌네! " 하
고 고성을 쳤다. 길에서 만난 젊은 사람들이 반이나 넘어 뒤따라오던 중에 정첨
지 아들의 고성 치는 소리를 듣고 한달음에 뛰어들 왔다. 그러나 급기야 와서는
여러 사람이 다 찬물에 들어가기 싫어서 "동아줄이 있어야지. " "홰두 있었으면
좋겠네. " "오주같이 힘센 사람을 불러오는 것이 제일 좋겠네. " 하고 떠들기만
할 때 오주가 마침 멀리서 어슬렁거리고 오는 것을 보고 얼른 오라고 여러 사람
이 소리를 쳤다. 오주가 뛰어와서 과부가 우물에 빠진 것을 알고 우물가에 가서
한번 내려다보더니 위아랫도리를 훌떡 벗고 과부 머리 없는 편에 가서 우물전에
걸터앉아서 팔을 뒤로 짚으며 곧 우물 속으로 내려갔다. 여러 사람이 우물가
에 삥 둘러서서 우물 속을 굽어볼 때 윗도리만 물 밖에 나온 오주가 과부를 가
슴에 끌어안고 위를 치어다보며 "동아줄을 하나 내려보내줘야겠소. " 하고 소리
를 질렀다. 정첨지의 아들이 여러 사람 중의 한 사람을 와서 붙들고 말하여 그
사람이 가서 동아줄을 가져와서 한 끝은 정첨지의 아들이 손에 쥐고 다른 끝은
우물 속으로 내려보냈다. 잡아당기라고 오주는 소리치는데 정첨지의 아들이 혼
자 끌어올릴 수가 없어서 여러 사람에게 고력하여 달라고 청하였다. "어차 어차! "
하고 여러 사람이 동아줄을 잡아당기는 중에 동아줄을 잡은 오주의 북두갈구리 같은
손이 우물전을 옳겨 잡게 되자, 오주의 몸이 불끈 위로 솟는데 한편 겨드랑이 밑에
과부를 끼워들었었다, 정첨지의 아들이 과부를 받아서 우물 앞 편편한 곳에 갖
다가 눕혀놓고 얼굴을 들여다보고 코 밑에 손을 대보고 하는 동안에 오주는 우
물 밖에 나와서 벗어놓은 옷을 주워 입은 뒤 정첨지 아들을 와서 보고 "어떻게
할 작정이오? “ 하고 물었다. "어떻게 하다니, 들어가야지. " "그럼, 어서 업구
들어가지. " "자네가 또 좀 업구 가세. " "물독에 빠진 생쥐 같은 것을 누구더러
업으래? 자기가 업지. " "옷 버릴까봐 그러나. 새 옷 한 벌 해줌세. " "설빔옷이
다 드러웠는데 새 옷 해준다니 업어다 줄까. " 사지가 늘어진 과부를 오주가 업
고 오는데 정첨지 아들과 젊은 사람 하나가 양옆에 붙어오며 부축하였다. 다른
젊은 사람들은 뒤따라오다가 많이 중간에서 흩어져 가고 더러는 정첨지 누이집
에 와서 과부가 소생하는 것까지 보고 돌아갔다.
정첨지 아들의 과부 동여온 소문이 나서 동네 사람들이 수군수군하던 차에 이
런 일이 생겨서 이튿날 식전에 서로 만나는 사람들이 인사 제치고 이 일을 이야
기하게 되었으니 정첨지와 정첨지 며느리 귀에 소문이 안 들어갈 리 없었다. 이
튿날 아침때다. 정첨지의 아들이 고모의 집에서 고모와 같이 아침밥을 먹는 중
에 별안간 방문이 열리며 그 안해의 독난 얼굴이 방문 밖에 나타났다. 정첨지
아들도 그 고모나 못지 않게 놀랐으나 과부를 윗방에 뉘어 두어서 안해 눈앞에
뜨이지 않은 것을 다행하게 여기었다. "왜 왔나? “ "과부가 얼마나 이쁜가 보러
왔소. " "과부가 어디 있어? ” "생청으로 잡아떼면 제일인가. " 내외간에 말이
오고가기 시작할 때 늙은 정첨지가 지팡이를 드던지며 삽작 안으로 들어왔다. "
아버지 오신다! " 하고 고모가 놀라 일어서니 "야단났구려. " 하고 조카도 따라
일어섰다. 정첨지가 봉당에 올라설 때 방에 있는 숙질이 밖으로 마주 나왔다. 정
첨지는 얼굴에 핏대가 서고 입가에 살이 실룩거리었다. 늙은이가 가쁜 숨을 돌
리는 동안 아들을 잡아먹을 것같이 노려보다가 입을 벌리며 곧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서 야단을 쳤다. "이 자식, 집안을 망치더라두 조신하게 망쳐라. 너 죽구 나
죽는 꼴을 봐야 속이 시원하겠느냐! 이 자식, 네가 기집이 없느냐? 남의 집 과부
를 갖다가 무엇할테냐. 벼락 맞아 뒤어지구 싶으냐? 이놈, 네가 남의 집 과부를
빼다가 작은기집으로 데리구 살아!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틀렸다 이놈! “
정첨지가 지팡이로 봉당 바닥을 두들기다가 지팡이가 부러지니 손에 쥔 지팡이
동강으로 아들을 두들겼다. 그 고모가 가로막고 나서서 "꾸중을 하시더라도 방에
들어가 하시오. 동네 사람들 부끄럽소. ” 하고 삽작 안과 늘 밖에 웅긋중긋 와
서 섰는 이웃 사람들을 가리켰다. "부끄러운 것 잘 안다. 너는 나이를 헛 처먹었
어. 낫살 먹은 것이 저거하고 부동해서 집안 망할 짓을 한단 말이냐? 그건 부끄
럽지 않으냐. 네 방엔 들어가기두 싫다. 과부 어디 있니? 이리 데려 내오너라! "
정첨지가 호되게 야단치는 바람에 그 누이는 두말 못하고 윗방에 들어가서 과부
를 붙들고 나왔다. 정첨지가 며느리를 돌아보며 "네가 여기 있어 무어 하니. 저
여편네 데리구 집으루 가자. " 말하고 곧 며느리와 과부를 앞세우고 나서는데,
과부가 걸음을 걷지 못하는 것을 보고 구경하던 동네 여편네 두엇을 불러서 부
축시켜 데리고 갔다.
'Reading Books > Reading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꺽정 4권 (24) (0) | 2023.01.04 |
---|---|
임꺽정 4권 (23) (0) | 2023.01.03 |
임꺽정 4권 (21) (0) | 2023.01.01 |
임꺽정 4권 (20) (0) | 2022.12.31 |
임꺽정 4권 (19) (0) | 2022.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