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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8권 (17)

카지모도 2023. 7. 11.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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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하기 어려운 뜻인가?” 꺽정이 묻는 말에 원씨는 아니라고 고개를 가로

흔들었다. “그럼 왜 서루 미루구 말을 안해?” “심은 심술망나니, 미는 미치광이, 실은

실본이라나요?” 꺽정이가 심미실의 뜻을 듣고 한바탕 껄껄 웃은 뒤 동자치를 보고 “심미

실이를 들어오라구 그러게.” 웃음의 소리로 말을 일렀다. 동자치가 밖으로 나간

지 한참 만에 먼지 켜켜 앉은 갓을 쓰고 툭툭한 무명 흩두루마기를 입은 노밤이

가 가장 틀을 짓고 뚜벅뚜벅 걸어들어오더니 마당에도 서지않고 뜰에도 서지 않

고 바로 마루 위로 올라왔다. “어디루 올라가?” 동자치가 뒤따라 들어오며 나

무라고 “천등했나?” 할멈쟁이가 한옆으로 피해 앉으며 욕하는데 노밤이는 모

두 못들은 체하고 안방 문앞에 가까이 와서 내다보는 꺽정이에게 공손히 문안을

드리었다. “잘 있었느냐?” “녜, 덕택으로 잘 지냅니다.” “네 처에게 구박이

나 맞지 않느냐?” “제 첩년이 저라면 끔뻑 죽습니다. 구박이 다 무업

니까. 그러구 사내 쳇것이 기집년에게 구박을 맞구야 갓철대를 이마에 붙이구

다닐 수가 있습니까.” “저눔이 첩이라구 하다가 기집에게 빰을 안 맞을까.”

“저나 첩이나 마찬가집지요. 저두 선다님을 본받아서 적서 분간을 않습

니다.” “누굴 본받아, 이 미친 놈아?” “선다님께서 저를 데리구 실없이 하시

느라구 미친 놈 패호를 채워 주셔서 치마 두른 사람들까지 저를 아주 미친 놈으

로 돌립니다. 창피해서 죽겠습니다. 제발덕분에 인제부터는 실없는 말씀이라두

미친 놈 하지 맙시오.”“저눔이 아주 미치지 않았나.” “선다님 야속두 하십니

다.” “고만 가거라.” “네.” 노밤이가 그제사 돌아서서 할멈쟁이를 보고 “

각골 아전은 원님 있는 동헌 마루에 못 올라가지만 장교들은 장막의를 차려서

올라가는 법이오. 나두 선다님의 막하니까 마루에 올라와서 문안을 드린 것이오.

아무리 여편네들이라두 그런 것쯤은 알아야 하우.” 말하고 뜰 위에 내려서다가

머리를 돌아켜서 원씨를 보고 “제가 업어 모실 때버덤 퍽 수척하셨구만요.”

말하는 것을 “이눔!” 꺽정이가 호령하니 “아니올시다.” 하고 목을 자라같이

움츠리고 허둥지둥밖으로 나갔다. 꺽정이가 원씨의 집에 눌러 저녁 먹고 초벌잠

한숨 늘어지게 자고 밤중이 지난 뒤에 다시 김씨집에를 와서 보니, 김씨는 그때

까지 자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베개 위에서 김씨가 낮에 미진한 이야기를 하

는데 이야기 중에 그 동안 노밤이에게 속상한 하소연이 많았다. 먹는 것은 다른

사람 배벌 먹으며 일은 죽어라고 아니하고 혹간 박부득이 일을 시키려면 빌어

뫼시듯 해야 어떻게 꾹적거리나 그나마 제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쇠귀신보다 더

질겨서 비부쟁이라고 곧 상전인데 이런 것은 오히려 소분지요, 병신 고운데 없

다고 그중에 흉측스러운 마음이 있어서 선다님이 보구 싶지않으냐 혼자 자기 고

적치 않으냐 이 따위 말을 가끔 하고 어느 때는 임선달이 누군 줄 아느냐, 해서

대적 임꺽정이가 지금까지는 운수가 좋아서 잡히지 않았지만 잡히는 날이면 따

라서 경칠 테니 진작 알아차리라고 엄청난 소리를 다 하더라고 김씨가 가지가지

이야기한 뒤 끝으로 “내가 들인 사람이면 벌써 들거저 내쫓을 것인데 들여 주

신 사람을 내 자의로 내쫓기가 어려워서 단근질 참듯 참았세요. 인제 오셨으니

얼른 어떻게 조처해 주세요.” 하고 남편을 졸랐다. 꺽정이가 노밤이를 아무짝에

쓸데없는 기와깨미로 알면서도 미친 체하는 것을 밉지 않게 보고 거짓말하는 것

을 웃음거리로 들어서 심심할 때 심심풀이 소일감이 되는 까닭에 한온이가 불길

한 화상이라고 보내라고 말한 적도 있고, 또 황천왕동이가 이간질 잘할 위인이

라고 상관 말라고 말한 일도 있었건만, 꺽정이는 보낼 마음도 나지 아니하였고

상관 말 생각도 들지 아니하였었다. 김씨의 하소연하는 사람이 노밤이가 아니고

다른 사람이라면 내쫓기는 고사하고 곧 죽일 작정도 하였을 것인데, 꺽정이 자

기가 자기 마음을 괴상하게 여기도록 화도 별로 나지 아니하여 “그눔이 원래

미친 눔이야, 입은 사구일생이구.” 대수롭지 않게 말하였다. “미친 놈을 왜 집

에다 두고 속을 썩여요?” “그것들 남진기집 사이는 어떤고? 말썽이없나?” “

처음에는 기집이 서방을 싫어하는 눈치가 보이더니 지금은 연눔이 똑같이 서로

궁둥이를 따라다니지요. 그래서 오늘도 빨래 가는 데 같이 가지 않았세요.” “

내보내려면 기집까지 속량해 주어서 내보내고 담 너머집처럼 늙은 할미와 기집

아이년을 얻어두고 지내지.” “아무렇게든지 좋두록 해주세요.” 꺽정이가 다

샐 녘에 비로소 눈을 붙여서 잠을 잔지만지하게 자고 깨었을 때, 밖에서 김씨와

노밤이 사이에 가고 오는 말이 들리었다. “선다님도 오시고 볼 께러군, 빗자루

를 들고 돌아다니니.” “나는 일평생 무슨 일이든지 하구 싶으면 하구 말구 싶

으면 말지 하구 싶지 않은 일을 남의 눈가림으루 해본 적이 없소. 지금두 선다

님의 눈가림이라면 선다님이 일어나서 보는 데 해야 말이지.” “선다님 주무시

니 너무 떠들지 마라.” “어젯밤에는 흐믓하게 잘 주무셨소?” “흐뭇하게 잘

자는 건 다 무어야?” “오래간만에 선다님을 만났으니 말이지.” “저런 망한

놈이 있나.” “식전 댓바람에 무슨 욕이오? 선다님 자세요?” “떠들지 말라니

까 더 떠드네. 선다님이 깨시기만 해봐.” “자기가 떠들며 누구더러 떠든대? 그

러구 선다님이면 제일강산인가.” 꺽정이가 기침을 한번 하였더니 오고가던 말

이 뚝 그치고 바로 김씨가 방으로 들어오는데 분이 나서 숨까지 가쁘게 쉬었다.

꺽정이가 일어나서 대님 허리띠를 주워 매는 동안에 김씨는 홑이불을 개어 얹고

방문을 열어놓았다. 꺽정이가 탈망에 탕건만 쓰고 방문턱에서 밖을 내다보며 “

밤이 어디 있느냐?” 하고 소리치니 노밤이의 처가 부엌에서

나와서 문안을 하였다. “네 서방 어디 갔느냐?” “부엌에 있습니다.” “불러

라.” 노밤이가 그제야 꺽정이 앞에 나와서 “침수 안녕히 하셨습니까.?” 하고

허리를 굽실거리었다. 꺽정이가 밤잔 인사하는 노밤이를 잡아먹을 것같이 노려

보면서 “이눔, 네 모가지가 대체 몇이냐?” 하고 호령을 내놓으니 노밤이는 곧

누가 잡아엎치는 것같이 맨땅에 꿇어엎드렸다. “네가 네 죄를 아느냐?” “제

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저 알기엔 죽을 죄는 고사하구 꾸중들을 죄두 없습니다.

” “죄가 없어, 이눔아! 네 죄가 몇 가진지 모른다. 다른 건 고만두구 우선 네

가 아는 임선달이 어떤 사람이냐? 내 앞에서 한번 말해 봐라.” 노밤이는 꺽정

이를 치어다보며 히히 웃고 “선다님 같으신 장한 양반두 베개 너머 송사를 들

으십니까? 베개 너머 송사가 옥합을 뚫는단 말이 헛말이 아닙니다. 선다님께서

저를 믿으시구 제가 선다님을 바라구 살지 않습니까? 종작없는 말은 아예 곧이

듣지 맙시오.” 능청맞게 지껄였다. “뉘 말이 종작없단 말이야, 이눔아.” “세

상 사람 말이 죄다 종작이 없습지요. 제 말두 종작이 있다 없다 합니다.” “네

죄는 죽여야 싸지만 내 손에 피묻히기가 더러워서 고만두니 오늘부터 내 눈앞에

보이지 마라.” “선다님께서 오늘 시골 행차하십니까? 그러면 또 한동안 못 보

입지요.” “네가 참말 죽구 싶으냐?” “아니올시다. 꿈에두 죽구 싶지 않습니

다.” “누가 잘한다까 봐서 말대답이냐! 이눔, 어서 말대답해라!” 꺽정이가 주

먹을 부르쥐고 마루로 나오니 노밤이는 질겁하면서도 입은 여전히 놀려서 “재

하자 유구무언입지요. 제가 언감생심 선다님께 말대답을 하겠습니까. 그저 요놈

의 쥐둥이가.”하고 제 주먹으로 제 주둥이를 쥐어질러서 입속 어디가 터졌든지

피 섞인 침을 퉤퉤 뱉었다. 꺽정이가 속으로 웃으면서도 겉으로는 율기한 채 “

너는 배냇병신 미친 눔이라 족가할 게 없어서 용서하지만 여기 둘 수는 없으니

기집을 데리구 나가거라.” 하고 호령기 있는 말로 분부하였다. “선다님 안으서

댁이 즉 선다님댁이니까 선다님댁에서 비부쟁이 노릇하는 건 조금두 챙피할 것

이 없지요만, 선다님께서 특별히 생각하셔서 기집을 속량해 주구 나가 살라시는

데 거역할 길이 있습니까? 나가 살라시면 집칸두 장만해 주시구 시량두 더 주시

겠습지요.” “사지 성한 눔이 벌어먹지 누구더러 시량을 대달라느냐?” “그러

면 떨어 내쫏으시는 것과 다름없지 않습니까.” “너 같은 눔은 떨어 내쫏는 것

두 과만하다.” “제가 긴 말씀 여쭙지 않더래두 경가파산하구 선다님 따라온

놈을 어련히 잘 생각해 주기겠습니까. 저는 그저 선다님 처분만 바라구 있겠습

니다.” “되지 않은 소리 듣기 싫다. 고만 저리 가거라.” “녜.”하고 노밤이는

일어나서 행랑방으로 나갔다.

꺽정이는 한온이에게 부탁하여 노밤이는 삼간 초가를 사주어서 계집 데리고 나

가 살게 하고, 김씨 집에는 늙은 할미와 계집아이을 얻어주게 하였다. 꺽정이가

서울 온 뒤 식사는 대개 원씨에게서 하고 잠은 많이 김씨에게서 자는데, 간간이

친한 기생 장찻골다리 소홍이를 찾아 다녔다. 어느 날 남소문 안에 와서 종일

있다가 저녁 주비 대어서 동소문 안으로 돌아오는 길에 배오개 큰길을 건너올

때, 기생 하나가 하가마 쓰고 몽도리 입고 말을 타고 동대문 쪽으로 올라오는데

다시 보니 장찾골다리 소홍이라 “어디 갔다오나?”하고 알은 체하였더니 소홍

이가 반색하며 말을 멈추었다. “오늘 밤에 놀러갈까? 혹 상치되는 일 없겠나?

” “오세요.” “그럼 석후에 감세.” “기다립니다.”

소홍이는 말을 몰아가면서 뒤를 돌아보고 손길을 쳐서 오라고 신신당부하는 뜻

을 보이었다. 꺽정이가 원씨 집에 가서 저녁밥을 먹고 도로 나오는 길에 김씨

집에 들러서 밤에 기다리지 말라고 이르고 장찾골 소홍이 집을 찾았왔다. 소홍

이는 십 년 기생 노릇에 이에 신물날 때가 많아서 평생 의탁할 만한 사람을 은

근히 물색하던 중에 임선달을 만났는데, 근지 분명치 않은 것이 험이라면 험일

까 다른 것은 몰라도 모아놓은 사천으로 기둥서방에게 몸값을 치러주고 임선달

을 따라가서 그 집사람으로 골을 누이려고 마음먹고 있는 까닭에 꺽정이의 얼굴

을 보기만 하면 언제든지 입이 함박만큼 벌려졌다. 문간에서 꺽정이의 기침 소

리가 나자마자, 소홍이가 방에서 쫓아나와서 진정으로 나오는 웃음으로 맞아들

이고 다른 오입쟁이를 받지 아니하려고 일각문을 초저녁부터 닫아 걸게 하였다.

방에는 불을 켜지 아니하고 마루 끝에 사방등을 달아서 불빛이 방안을 은은하

게 비추었다. 꺽정이는 방에 들어서며 바로 의관을 벗어서 소홍이를 주고 아랫

간 방문 앞에 퍼더버리고 앉고 소홍이는 의관을 받아서 옷걸이에 갖다 걸고 꺽

정이 옆에 와서 얌전하게 앉았다. “오늘 어디 놀이 갔었나?” “연못골 어선전

댁에 사랑놀음 갔엇세요.” “어선전이라 자네 좋아하는 사람인가?” “나는 지

금 좋아하는 사람이 없세요.” “정말인가?” “내 속을 속임없이 말하면 지금

잊자 해도 못 잊는 양반이 꼭 한분 있지요.” “그게 누군가?”

“그건 말씀 안할 테요.” “누군지 좀 알세그려.” “알아서 무어하시게?” “

내가 그 사람보구 건강짜라두 좀 해야겠네.” “진강짜는 안하시고 건강짜만 하

신다면 진짜 그 양반은 아직 숨겨두고 그 양반의 가짜 한 분 대 드리지요. 자

저기 기십니다.” 소홍이가 뒷벽에 있는 꺽정이의 그림자를 가리키니 “사람을

놀리지 말게.”꺽정이는 그림자 가리키는 소홍이의 손을 잡아서 품안으로 끌어

왔다. “진정인가?”

소홍이는 대답이 없었다. “자네 같은 일등 명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하나뿐일

리가 있나.” “그게 사내 양반 말씀입니다. 사내의 정이란 건 들물과 같아서 여

러 갈래로 흐르지만 여편네 정은 폭포같이 외곬로 쏘칩니다.” “사내두 사내

나름이구 여편네두 여편네 나름이겠지.” “그야 그렇지요. 그렇지만 여편네는

대개 정으루 살구 정으루 죽습니다.” “자네가 사내가 아니라 사내의 웅심 깊

은 정을 몰라서 사내 정을 타박하네.” “정이 불이면 불길이 솟아야 하고 정이

물이면 물결이 일어야하지 그저 웅심 깊어 무슨 맛입니까?” “정 논란 고만하

고 다른 이야기 하세.” “무슨 좋은 이야기가 있거든 하십시오.” “자네 오늘

놀음 갔던 이야기나 좀 하게.” “술치고 소리하고 웃고 지껄이고 그러고 하루

해 보냈지요.” “어씨 집에 오늘 무슨 잔치든가?” “아니오. 어선전이 친구 양

반 대여섯 분 청해 가지고 술들 자셨세요. 그 친구 양반 중에 새로 외임해 가는

분이 있어서 주장 그 양반 대접인갑디다.” “선전의 친구면 어디 변지 수령이

겠군.” “황해도봉산이라지요? 예전 세월에는 호반들이 못 가던 자리라고 말들

합디다.” “응 그래? 새루 봉산군수 된 육지숙일세그려.” “윤씨랍디다. 선다

님고 그 윤씨를 아십니까?” “나는 면분은 없구 말만 들었네. 언제쯤 도임한다

고 말하든가?” “그 동안 숙배˙서경 다 마치고 골에서 신연하인이 오기만 기

다리는데 일간 오면 오는 대로 곧 떠난다고 합디다. 다른 양반들이 모랫재로 작

별을 나간다니까 나더러도 부디 같이 나오라고 말하든구먼요.” “봉산군수 작

별하러 나갈 텐가?” “그건 무어하러 나가요? 선다님이 어디 외임을 해가신다

면 작별은 고사하고 배행이라도 가지만.” “말만 들어두 고마웨.” “참말 선

다님. 저 황해도 대적 임꺽정이 이야기를 더러 들으셨세요?”

꺽정이가 속으로 깜짝 놀라웠으나, 겉으로는 시침을 떼고 한참만에 “그건 왜

묻나?” 하고 되물었다. “꺽정이 오늘 귀가 가려웠을걸요? 어선전 사랑에서

종일 꺽정이 애기로 판을 짰었세요.”

꺽정이가 낮에 귀는 가렵지 않았지만 지금 낯은 간지러웠다. 소홍이의 듣고 온

이야기를 물어보고 싶은 마음은 바이 없지 아니하나, 필시 좋은 소리들 했을 리

가 만무하여 묻지 않고 잠지코 있었다. 소홍이가 꺽정이의 눈치를 보면서 “요

새 한서방 친환은 좀 어떤가요?” 다른 말을 꺼내는데 꺽정이는 소홍이 묻는 대

로 “그저 한모양이라네.” 한마디 대답하고 바로 “윤봉산이 사람이 어떻든가?

” 하고 물어서 먼저 말끝을 다시 자아내었다. “사람이 배때 벗고 건방지고 흰

치리 잘하고 그럽디다.” “자네가 사람을 몹시 깍네. 조정에서 특별히 봉산군수

를 기켜 보낼 제는 사람이 출중할 테지, 그럴 리가 있나?” “봉산군수를 시켜

주면 꺽정이를 잡아바친다고 장담하고 얻어 했는지도 모르지요." "장담한다구

군수를 시켜주면 군수 못할 사람이 없겠네.” “그 양반 장담이 하도 굉장하니

까 그랬을는지도 모르겠단 말이에요.” “대체 장담을 무어라고 하든가?” “꺽

정이를 꼭 잡는단 장담이지요. 꺽정이 같은 대적은 일개 군수의 힘으로 잡기가

어렵다고 다른 양반들이 말하니까 그 양반이 팔을 뽐내면서 내가 백정놈의 자식

을 잡아서 조정에 바치고 그 공로로 옥관자를 붙이게 될 테니 두고 보라고 흰목

을 씁디다. 꺽정이가 백정의 자식이라나요? 그래서 그 양반은 꺽정이 말을 꼭

백정의 자식이라 말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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