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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8권 (29)

카지모도 2023. 7. 23.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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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흥이가 종종걸음을 쳐서 쫓아오는데 손에 자그마한 보퉁이를 들어서 꺽정이는

무엇을 주러 오는 줄만 짐작하고 소흥이가 앞에 와서 선 뒤 “그것이 무엇인가?

” 하고 물으니 소흥이가 보퉁이를 내들어 보이면서 “이거요? 도망꾼이 봇짐이

에요.” 하고 말하였다. “도망꾼이 봇짐이라니?” “나도 선다님 따라서 도망할

라고 나왔세요.” “허허, 이 사람 보게.” “아무리 창황중이라도 어떻게 하란

말씀 한마디 없이 가신단 말씀이오? 그렇게 인정 없는 선다님을 쫓아오는 내가

실없은 년일는지 모르지요.” “집은 대체 어떻게 하구 나왔나?” “여기 섰지

말고 가면서 이야기하십시다.” “그 보퉁이는 이리 주게.” “선다님이 들고 가

실래요?” “속에 든 게 무엇이게 보기버덤 꽤 묵직해.” “되지 않은 패물이지

만 내버리고 오기가 아깝길래 싸가지고 왔지요.” 꺽정이가 신

불출이를 돌아보며 “이거 들구 가자.” 하고 소흥이에서 받은 보퉁이를 내어주

었다. 다른 사람들은 먼저와 같이 앞세우고 꺽정이는 소흥이와 둘이 같이 붙어

가는데 소흥이의 걸음이 허우적거려서 손목을 잡고 끌다시피 하였다. “자네 집

사람들에게 말하구 왔나?” “그러무니요. 나중 포청에들 불려가서 말할 것까지

일러주고 왔는데요.” “무어라고 말하랬나?” “공연히 횡설수설하지 말고 모

르쇠로 내뻗으랬지요.실상 다들 아무것도 모르거든요. 오늘 밤 풍파를 겪고도 선

다님이 누구신지 아직 모르는걸요.” "자네가 포청에 잡혀가서 조련질 받을 것이

겁이 나서 나를 따라오네그려.“ ”그뿐만 아니에요.“ “또 무엇이 겁이 나든

가?” “선다님께 의심을 받을는지 몰라서요.” 일행보다 얼마 뒤떨어진 꺽정이

와 소흥이가 이때 하랑교 다리목을 지나는데 순라군들이 건너편 골목에서 내달

아서 다리로 쫓아 건너오며 “가지들 말구 게 섰거라.”하고 소리를 질렀다. 꺽

정이가 소흥이더러 앞서 간 일행을 따라가라고 말하고 다리 위에 올라서서 순라

군들이 가까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내가 순라 잡힐 사람이 아니다!“하고

호령하니 순라군들이 꺽정이의 위아래를 훑어보고 같지 않게 여기는 듯 코방귀

를을 뀌었다. ”너이들 순경 고만 돌구 좌우변 포청에 가서 임꺽정이가 오간수

루 가드라구 말이나 해라.“ 꺽정이가 순라군들의 몽치 든 바른팔을 양쪽 손으

로 일시에 붙들고서 ”너는 우변으루 가구.“ 하고 바른손의 순라군을 동댕이치

고 ”너는 좌변으루 가거라.“ 하고 왼손의 순라군을 동댕이쳤다. 철썩 철썩 순

라군들이 개천물에 떨어진 뒤 꺽정이는 천변에 와서 앞서가지 않고 기다리고 섰

는 소흥이를 끌고 부지런히 일행을 쫓아왔다. 오간수 다리께를 와서 일행 여섯

사람이 한데 모여서 개천 바닥으로 내려가려 할 때, 오간수에서 파수 보는 군사

둘이 긴 창들을 질질 끌고 쫓아오는데 하나는 노닥다리인 듯 걸음이 지척지척하

고 또 하나는 포병객인 듯 기침을 콜록콜록하여 한참 바쁘게 쫓아오는 꼴이 여

느 사람의 걷는 폭만 못하였다. 꺽정이가 이봉학이를 돌아보며 ”그 화살 두었

다 무엇하나? 저놈들 혼뜨검이나 내게.“ 하고 말하여 이봉학이는 활을 들고 군

사들 오는 편으로 마주 나갔다 ”이놈들 살 받아라!“ 이봉학이가 활을 내리키

고 치키고 두 번 쏘아서 한번은 앞에 오는 노닥다리의 발목을 맞치고, 또 한번

은 뒤따라오는 병객의 벙거지 꼭대기를 꿰었다. 발목을 맞은 노닥다리는 다시

말할 것 없고 벙거지만 맞은 병객까지 도망도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아 버리었

다. 이봉학이의 장난조 활이 파수 군사들을 혼구멍 낸 뒤에 꺽정이가 일행을 데

리고 개천바닥으로 내려와서 물이 말라 잦은 수구 구멍을 골라서 기어나가는데,

소흥이가 선등 나가서 한 사람의 갓을 받고 먼저 나간 사람이 차례로 다음 사람

의 갓을 받아서 사내 다섯 사람이 갓 하나 부수지 아니하였다. 성 밖에 나와서

다시 천변길로 영도교 다릿목에 왔을 때, 앞장선 이봉학이가 걸음을 멈추고 돌

아서서 꺽정이에게 ”어디루 가실랍니까?“ 하고 물으니 ”앞서서 가는 대루 따

라가니까 난 몰라.“ 하고 꺽정이가 너털웃음을 웃었다. 의외의 큰 풍파를 겪고

야반 도주하는 사람이 너털웃음을 웃을 경황도 없고 덧정도 없을 것이지만, 화

를 당할 뻔하고 면한데다가 소흥이가 따라오는 것이 대견하여 꺽정이는 소흥이

집에서 술먹을 때와 같이 흥이 났었다. ”우리가 바루 청석골루 가려면 서울을

안구 돌아서 모래재(무악재)루 나가야 할 텐데 조정에서 비상한 수단을 써서 모

래재 길목을 미리 지키지 말한 법두 없구요, 또 우리가 아무리 밤도와 길을 가

더래두 내일 모레나 청석골을 들어가게 될 텐데 조정에서 신속히 조처하면 내일

하루 안에 서울서 송도까지 연로의 방비를 시킬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청석골

루 가지 말구 광복산으루 가는 게 좋을 듯합니다.“ 하고 이봉학이가 긴말하는

것을 꺽정이가 간단하게 ”좋을 대루 하는 게지.“ 하고 대답하였다. 광복산으로

들 가기로 작정하고 영도교를 건너와서 논틀밭틀길로 다락원 가는 큰길을 찾아

나오는 중에 소흥이는 벌써 발이 아파서 꺽정이가 거들어 주지 아니하면 걸음을

잘 떼어 놓지 못하게 되었다. 황천왕동이가 꺽정이를 보고 ”오늘 밤길은 많이

가기 틀렸으니까 장수원 가서 자구 가지요.“ 하고 말한 뒤 ”제가 먼저 가서

방을 치워놓으라구 이를까요?“ 하고 물으니 꺽정이가 ”그래 봐라.“ 하고 고

개를 끄덕이었다. 장수원은 상거가 가까운 다락원에 내왕 행인을 몰수히 앗기어

서 원이라고 명색뿐인 곳이나, 지난해 청석골패들이 광복산에 가서 있을 때 꺽

정이가 서울을 오는 길에 하룻밤 숙소한 일도 있거니와 그 뒤에 황천왕동이가

서울을 자주 오르내리는 중에 원주인과 면분이 생기어서 어느 때 한번 무슨

날이라고 술대접까지 받은 일이 있었다. 황천왕동이가 순식간에 까맣게 멀리

가는 것을 소흥이가 정신놓고 바라보다가 발을 헛디디고 넘어질 뻔하여 꺽정이

가 얼른 붙들어 주며 ”이 사람 앞을 안 보구 어디를 보나?“ 하고 나무랐다.

”걸음이 어찌나 저렇게 빠르시까요? 저 양반 걸음 걸으시는 걸 보니까 나는 걸

음이 더 안 걸려요.“ ”밤새두룩 가면 설마 장수원이야 가겠지.“ ”장수원이

예서 몇 린가요?“ ”한 삼십 리 될겔세.“ ”삼십 리요? 어떻게 가면 좋아요?

“ ”저애들한테 업혀 갈라나?“ 꺽정이가 신불출이와 곽능통이를 가리키니 ”

싫어요.“ 소흥이는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그럼 내가 업구 갈까?“ ”아이구

망측해라.“ 소흥이가 말은 먼저보다 더 호들갑스럽게 하여도 머리는 갸우뚱 아

양을 짓는 것이 마음에 얼마쯤 솔깃한 모양이었다. ”자, 내게 업히게.“ ”그대

로 걸어갈 테니 손만 붙들어 주세요.“ 소흥이가 전과 같이 걱정이에게 손을 잡

히고 끌려오다시피 한삼 마장 가량 더 온 뒤에 끌려오는 것도 약약하든지 ”난

인제 더 못 가겠세요.“ 하고 꺽정이를 보고 울상을 하였다. 꺽정이가 웃으며 ”

어부바“ 하고 소흥이를 두리쳐 업으니 ”아이구 남부끄러워라.“ 하고 소흥이

는 꺽정이 등에 얼굴을 파묻었다. 소흥이가 큰머리를 내려놓고 밑머리만 틀어얹

었던 까닭에 업히는 데 가로 걸치는 것이 없었다. 꺽정이가 소흥이를 업은 뒤로

는 길이 잘 붙었으나 밤이 워낙 늦어서 첫닭 울이에야 장수원을 대어 왔다. 원

주인이 황천왕동이와 같이 나와서 일행을 원집 큰방으로 맞아 들이는데 방바닥

에는 공석을 깔고 멍석을 깔고 그 위에 기직자리 서너 닢까지 덧깔았고 방 중간

에는 질화로에 숯불을 발갛게 피워 놓았었다. 그러나 방안은 소냉하였다. 밑에서

올라오는 찬기운은 공석, 멍석, 기직자리가 막지마는, 문새가 맞지 않는 앞뒷문

으로 들어오는 찬바람은 화롯불 하나로 가실 수가 없었다. 주인이 인사성으로

”이부자리를 안 가지구 오셨으니 치워서 어떻게들 주무시나요?“ 하고 꺽정이

보고 말하는 것을 이봉학이가 옆에서 ”주인이 선심으로 이불 한 채만 빌려 주

구려.“ 하고 가로채어 대답하였다. ”이불이라구 어디 덮으실 만한 것이 있어야

빌려 드리지요.“ ”이불이면 덮는 게지 덮을 만하구 못하구 어디 있겠소.“ ”

참말 더러운 포대기쪽이라두 덮으시겠소?“ ”빌려 주면 덮다뿐이오.“ 주인이

자기네 살림하는 처소로 가더니 한참 만에 이불 쳇것에 요 명색까지 껴가지고

온 것을 문밖에 나섰던 신불출이가 받아서 방안에 들여놓았다. ”곤하실 텐데

어서들 누우시지요.“ 주인이 방안을 들여다보며 인삿말 한마디 하고 도로 가려

고 하는 것을 꺽정이가 할 말이 있다고 방안으로 불러들이었다. ”여보 주인, 우

리가 양식을 안 가졌는데.“ 꺽정이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주인이 연거푸 녜녜

대답하며 ”아까 황선달께 말씀을 들었습니다. 초련 먹으려구 풋바슴한 양식이

라두 있으니까 내일 아침 진지들을 해드립지요.“ 하고 말하였다. ”우리가 갈

길이 멀어서 앞으루 여러 끼를 먹어야 갈 테니까 길 양식을 아주 좀 변통했으면

좋겠소.“ ”이런 사정은 말씀을 안 해두 다 아실 테지만 원에 손님들이 안드니

까 대궁술두 얻어먹을 수 없구 생계가 농사뿐인데 남의 땅 너댓 마지기 지어가

지구 여러 자식새끼하구 입구입해 가기두 어렵습니다. 길양식을 변통해 들릴 주

제가 어디 됩니까.“ ”주인에게 없으면 이웃에서라두 쌀 너덧 말 꾸어 줄 수

없겠소?“ ”이웃집두 다 저 같은 가난뱅이들이라 꾸이라구 말할 데두 없습니

다.“ ”우리가 떼어먹을까 봐 핑계하는 것 아니오?“ ”원 천만의 말씀을 다하

십니다. 아까 황선달께두 말씀했지만 제가 식구만 없으면 곧 따라다니며 하인

노릇이라두 하겠습니다. 그런데 쌀 너덧 말을 안 꾸어 드리겠습니까?“ 꺽정이

가 소흥이를 돌아보며 ”자네 자장붙이를 한 가지 내놓게.“ 하고 말하여 소흥

이가 보퉁이를 풀어서 그대로 꺽정이 앞에 내놓으니 꺽정이는 보퉁이 속을 뒤적

뒤적하다가 말굴레 같은 은가락지 한 벌을 꺼내 들고 ”은가락지 가지구 쌀을

바꿀 수 있겠소?“ 하고 주인더러 물었다. "다락원이나 가면 혹시 바꿀 수 있을

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들구 나는 것이라구 제값어치를 다 주지 않을걸

요." "제값 다 못 받아두 좋소. 내일 식전 일찍 가서 바꿔 가지구 오우." 꺽정이

가 은가락지를 주인에게 내준 뒤에 "그러구 또 한 가지 청할 것이 있소. 삯마 한

필만 얻어주우. 마삯은 가서 후히 줘보내리다." 하고 소흥이의 탈것을 부탁하였

다. 얼마동안 있다가 주인이 간 뒤에 잘 자리들을 보는데 이봉학이가 이부자리

를 소흥이더러 깔고 덮으라고 말한즉 소흥이는 구질구질하다고 싫다고 하여 개

떡쪽 같은 요는 신불출이와 곽능통이를 내주고 포대기쪽만한 이불은 소흥이

까지 네 사람이 깔고 자려고 펼쳐 깔았다. 소흥이는 기직자리 위에 나가서 보퉁

이를 베고 동그마니 따로 누웠다. 나중에 소흥이가 추운 것을 견디다 못하여 한

갓지게 치워놓은 화로를 가지러 가려고 일어나는 것을 꺽정이가 잠이 들려말려

하다가 눈을 떠서 소흥이를 끌어다가 품안에 누이어서 추위를 모르고 자게 하였

다. 이튿날 식전에 주인이 은가락지를 가지고 가서 쌀 한 섬을 바꾸어 왔는데

꺽정이가 닷 말만 길양식으로 내놓게 하고 나머지는 다 주인을 내주었다. 소흥

이 탈 말과 말 따라온 마부까지 마사람 여덟이 늦은 아침때 장수원서 떠나갔다.

장통교 천변에서 부장이 화살 맞는 것을 보고 거미새끼같이 흩어진 포교들 중의

칠팔 명은 바로 파자교 모퉁이에 있는 좌포청으로 뛰어왔으나, 포청에 사람이

몇 안 되고 더욱이 대장의 명령을 못 받아서 뒷조처를 급히 할 도리가 없으므로

달음질 잘하는 포교 두엇이 장달음을 놓아 낙산 밑 포장댁으로 쫓아왔다. 이때

좌변 포도대장 남치근은 꺽정이 잡은 기별이 오기를 고대하고 있다가 잡지 못하

고 놓쳤단 말을 듣고 화가 천둥같이 나서 기왓골이 울리도록 고래고래 소리질러

서 포교들을 야단친 뒤 곧 말에 안장을 지우라고 하인들에게 분부하였다. 남치

근이 좌포청에 나와 앉아서 청에 있는 상하 소속을 친히 지휘하여 꺽정이의 거

처를 빨리 탐지해 오게 하고 소흥이 집 식구를 있는 대로 다 잡아오게 하고, 또

집에 나가 있는 종사관, 부장으로부터 서원, 사령들까지 모두 불러들이게 하였

다. 좌포청 소속이 한 사람 두 사람 연방 청으로 모여드는 중에 꺽정이가 하랑

교에서 순라군사들을 동댕이쳤다는 기별이 들어오고 또 꺽정이 일행이 계집 사

내 수십 명이 오간수 구멍으로 빠져나갔다는 기별이 들어왔다. 꺽정이 일행의

사람 수효가 엄청 많아진 것은 오간수 파수 군사들이 빗보았거나, 그렇지 않으

면 허풍친 것이니 듣는 이 짐작으로 들을 말이었다. 남치근이 이튿날 새벽 파루

치기 전에 꺽정이를 그예 근포하려고 생각하였던 것이 틀린 줄 알고는 화가 복

받쳐서 한참 동안 안절부절을 못하다가 아닌밤중에 좌기하고 졸개 세 놈 국문할

거조를 차리었다. “간에서 한 놈씩 꺼내오게 해라.” 대장의 분부가 내린 뒤 초

참에 문초를 받던 나이 많은 포교가 가장 다기지게 불지 않던 졸개를 맨먼저 잡

아 내오게 하였다. “꺽정이의 서울집이 어느 동네 있으며 꺽정이의 무엇 되는

것이 그 집에서 사느냐?” 그 졸개가 처음에는 꺽정이의 서울집이 없다고 잡아

떼다가 치도곤에 초죽음을 당하고 비로소 꺽정이의 안해 김씨가 동소문 안에서

산다고 저희 와서 있던 집을 대었다. “그 집이 동소문 안 어느 동네냐?” 그

졸개는 동명을 몰라서 대지 못하는 것을 기만할 심산으로 자세히 대지 않는다고

성정이 혹독한 남치근이 압슬하라고 호령하였다. 튼튼한 나무널 두 쪽 사이에

두 무릎을 집어넣고 양쪽 끝을 지지누르는데, 그 속에 뿌린 서슬 있는 새금파리

가 아지직아지직 부서지며 살에 들어가 박힐때 졸개는 끔뻑끔뻑 죽다가 살아났

다. 촛불 등불이 바람에 후려서 침침하다 환하다 하는 대청 위에 높이 않은 포

도대장은 염라대왕인 듯, 사람의 얼굴에 주토빛이 나도록 동횃불이 이글이글하

는 뜰 아래에 벌려 선 군사와 사령들은 야차나 아귀인 듯, 산 몸이 염라국에 가

서 고초를 겪는지 죽은 혼이 포도청에 와서 악형을 당하는지 졸개는 정신이 가

물가물하다가 고찰하는 호령소리가 귀에 들릴 때 한껏 말한다는 것이 얼른 죽여

달란 말밖에 더 하지 못하였다. “그놈은 도루갔다 집어넣구 다른 놈을 꺼내오

너라.” 나이 많은 포교가 남간 앞에 와서 그 졸개 다음에 노밤이를 끌어내게

하고 노밤이더러 “꺽정이 기집이 사는 동네를 바루 대지 않으면 자네두 지금

저놈처럼 다 죽어 들어오게 될 테니 미리 알아차리게.” 하고 귀뜀해 주듯 말하

니 노밤이는 “ 네, 잘 알았소.” 대답하고 나서 “대관절 꺽정이는 잡았소?”

하고 물었다. “그건 지급 대답할 수가 없내. 나중에 알게.” “꺽정이 기집의

성은 무엇이라구 합디까?” “그 기집의 성을 자네는 모르나?” “먼저 말한 놈

이 무어라구 말했는지 말이 서루 와착이 날까 봐 그러우.” “그년의 사는 동네

만 바루 대면 성은 모른다구 아니 대두 상관없네.” “먼저 말한 놈이 외댔는지

바루 댔는지 그걸 알면 내가 짐작이 나설 일이 있어 알구 싶소.” “김가라구

하데.” “인제는 외착날 염려가 없소.” 노밤이가 양쪽 팔죽지를 잡고 있는 사

령들더러 “자, 고만 들어가 봅시다.” 하고 말하였다. 사령들이 노밤이를 상투

들고 또 덜미 짚어서 잡아들여다가 뜰 아래 꿇려놓을 때 대청 위에서 “바루 형

틀에 올려매라!” 하는 호령이 내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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