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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8권 (30)

카지모도 2023. 7. 24.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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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밤이가 달려드는 사령들을 잠깐 참으라고 손을 내젓고 곧 대청 위를 치어다

보며 “그저 물으시더라두 소인이 아는 것을 다 곧이곧대루 바루 아뢰겠소이다.”

하고 말햐여 뜰 아래의 사령이 그 말을 받아올리었다.

“꺽정이의 기집이 어디서 사느냐?” “동소문 안 숭교방에서 사옵는데 집을

찾기가 거북합네다. 포교 하나만 주시면 소인이 같이 가서 들똘같이 잡아다 바

치겠소이다. 그 집에 있는 사람이 꺽정이 기집외에 늙은 할미 하나, 기집년아이

하나뿐이올시다. 셋을 한데 묶어두 사내 하나 폭이 못되오니까 포교 하나와 소

인과 둘이 가면 넉넉하외다.” 대청 위의 남치근이 뜰 위에 섰는 부장 하나를

앞으로 가까이 불러서 “포교 서넛더러 저놈을 앞세우구 나가서 꺽정이의 기집

과 그 집에 같이 있는 것들을 다 잡아오라구 해라. 그 집은 단단히 봉쇄하구 이

웃 사람들을 불러서 풀 한 포기하두 있던 것이 없어지면 이웃에서 죄책들을 당

할 테니 잘 지키라구 이르래라. 그러구 저놈은 그대루 데리구 가지 말구 항쇄해

서 끌구 가게 해라.” 하고 분부하였다. 포교들이 넉자 길이 쇠사슬로 노밤이의

목을 옭아서 개같이 끌고 나간 뒤에 꺽정이 졸개 세 놈 중의 남은 한 놈을 마저

잡아내서 도적질들 한 죄상을 국문하는데, 노밤이의 근본과 행사도 그 졸개의

입에서 다 나왔다. 노밤이는 포교 하나와 같이 가게 되면 틈을 타서 도망하려고

마음을 먹었던 것이 포교가 셋이나 같이 가게 될뿐더러 더구나 목에 항쇄가 있

어서 도망할 가망이 없는 까닭에 갑자기 마음이 변하여 요공을 하려고 김씨와

격장하여 사는 원씨도 꺽정이의 계집인 것을 포교들에게 일러바쳤다. 포교들이

김씨를 잡은 뒤에 노밤이의 말한 것을 김씨에게 물어보는데, 김씨가 물귀신 심

사로 원씨를 끌고 들어가서 원씨와 원씨 집 사람까지 다 함께 포청으로 잡혀오

게 되었다. 김씨는 제천 양반 권씨의 집 과댁으로 서울 와서 사는 중에 자칭 임

선달이란 자에게 욕을 보고 욕볼 때 죽어 마땅한 것을 죽지 못하였다고 수월히

다 대답하고, 원씨는 당시 재상 원계검의 딸인 것을 숨기고 서울 여염가 계집아

이로 임가에서 잡혀와서 살았다고 네댓 번 다그쳐 물어야 겨우 한두 마디씩 대

답하였다. 둘아 다 꺽정이의 계집이로되 소위 임선달이 꺽정인 줄도 모르고 꺽

정이가 유명한 대적인 줄까지도 전혀 몰랐었다. 두 계집의 초사가 거짓말인가

아닌가 물어보기 겸 먼저 졸개의 입에서 나온 말이 무함인가 아닌가 다져보려

고, 남치근이 사령들더러 항쇄한 놈의 항쇄를 끄르고 앞으로 잡아내라고 분부하

여 사령들이 한옆에 죽쳐 앉았던 노밤이를 앞으로 끌어내서 굴복을 시킨 뒤에

첫대 “네 성명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니 본성명이 졸개 입에서 나온 줄을 모

르는 노밤이는 서슴지도 않고 먼저 위조한 대로 “김춘선이올시다.” 하고 대답

하였다. “정녕 김춘선이냐?” 노밤이는 가슴이 조금 뜨끔하나 “네, 그렇소이

다.” 하고 그대로 내뻗었다. “네가 꺽정이의 부하 노릇을 몇 해나 했는냐?”

“꺽정이의 부하 노릇은 하루두 한 일이 없소이다.” “그럼 너는 너대루 도둑

질하구 다녔느냐?” “소인은 도둑놈이 아니올시다.” 남치근이 별안간 큰소리

로 “천하의 죽일 놈 같으니, 뉘 앞에서 거짓말이야!” 호령하고 노밤이가 변명

할 사이도 없이 곧 뒤이어서 “그놈을 빨리 형틀에 올려매라!” 하고 분부를 내

리었다. 전하는 말이 곤장을 썩 잘 치는 사람은 무지스러운 대곤이로 연한 두부

를 벼락같이 내리치되 두부가 위만 좀 부서지고 아래는 모가 깨지지 않게 할 수

도 있고, 또 그보다는 더 어렵게 두부가 겉은 성하고 속만 으스러지게 할 수도

있었다고 한다. 곤장 치는 여기 이르면 희한한 재주라 이런 재주를 가진 사람은

흔치 않겠지만, 대개 집장 사령 노릇하는 사람은 다 조금씩 손대중으로 농간을

부려서 혹 죄인에게 두남을 두기도 하고 혹 죄인을 곯리기도 하였다. 노밤이는

이런 물계가 횅한 사람이라 사령들이 대들어서 형틀에 올려맬 때 “상목 한 동

찾을 어음쪽을 내 몸에 지녔는데 틈타서 내드릴 떼니 찾아서 노놔 쓰시우.” 사

령들을 보지 않고 혼자 중얼거리듯 지껄였다. 뜰 위에 섰는 부장이 사령들더러

“그놈이 무어라구 지껄이느냐?” 하고 물으니 사령하나가 뜰 위를 치어다보며

“실성한 놈처럼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지껄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나

노밤이 지껄인 소리에 집장 사령의 손대중이 많이 달라졌다. 되우 치라는 호령

아래 내리치는 치도곤이 겨우 살가죽을 터쳤을 뿐이건만 노밤이는 곧 죽는 것처

럼 엄살을 떨었다. 남치근이 치도곤을 세 개에 중지시키고 나서 문초를 받기 시

작하였다. “네 성명이 무엇이냐?” “소인의 성명은 대중이 없소이다. 어느 때

는 노밤이라구 하옵구 어느 때는 김춘선이라구 하옵구 또 어느 때는 임꺽정이라

구까지 하옵내다.” “무엇이야 꺽정이야?” “소인이 철원, 영평 등지로 돌아

다닐때는 임꺽정이루 행세했소이다.” “네가 철원서 살인한 적이 있지?” “소

인이 남의 재물은 뺏은 일이 있어두 남의 목숨은 뺏은 일이 없솝는데, 철원서

다른 놈 눈 똥에 주저앉아서 누명을 흠빡 뒤집어썼소이다.” 노밤이가 이와 같이

거짓말 참말 뒤섞어서 공초를 다한 뒤에 “소인의 죄를 사합시구 소인에게 상을

줍신다면 꺽정이의 기집 하나두 마저 잡아바치구 또 꺽정이의 와주두 잡아바치

겠소이다.” 하고 아뢰었다. “꺽정이의 기집이 대체 몇이게 또 있단 말이냐?”

“꺽정이의 안해 명색이 소인이 확실히 아는 것만 넷이온데 하나는 시골 있솝구

셋은 서울 안에 있소이다.” “그 기집은 어디 살며 와주는 누구냐?” “두번

다시 아뢰옵기는 황송하오나 소인에게 상급을 내리시겠습니까?” “상급을 준다

고 해야 말하겠느냐?” “지당하외다.” “지당하다? 오냐, 치도곤 몇 개까지 네

놈이 말않고 배기나 보자.” “아니올시다. 치도곤 상급은 소원이 아니올시다.”

노밤이가 제 입으로 벌어서 치도곤 너댓개를 더 얻어맞고 남성밑골 박씨의 집과

남소문 안 한온이의 이름을 홱홱 다 불었다. 포교 두 패가 남성밑골과 남소문

안으로 나가더니 남성밑골 나간 패는 박씨의 모녀와 아이년까지 세 식구를 잡아

왔고 남소문 안 나간 패는 빈손으로 들어와서 “한온이란 놈이 제 아비가 죽어

서 엊그제 지관을 데리구 구산하러 나갔는데 십여 일 후에 들어오리라구 하옵디

다. 그놈의 아비의 빈소만 지키면 그놈은 절루 잡히게 될 듯하외다.” 하고 대장

께 아뢰었다. 꺽정이는 잡지 못하고 놓쳤으나 꺽정이의 계집을 셋이나 잡은 까

닭로 남치근이 화가 적이 풀리어서 오래전부터 밖에 와서 대죄하고 있는

화살 맞은 부장을 비로소 집으로 나가라고 분부하였다. 꺽정이의 계집 셋과 노

밤이까지 꺽정이의 졸개 셋은 남간 두 간에 갈라넣고 세 계집의 사람들과 소홍

이의 집 사람들은 북간 두 간에 나누어 넣게 한 뒤, 남치근이 좌기를 파하고 다

샐 녘에 집으로 돌아갔다. 이튿날 늦은 아침때 지난 뒤 남치근이 좌포청에 나와

서 잠시 있다가 바로 예궐하여 탑전에 들어가서 “작야에 해서 대적 임꺽정이의

도당 세 명을 체포하와 꺽정이가 동류 사오명과 같이 장통방에 모여 있는 것을

아옵고 체포하려고 부장 군사 이십여 명을 내보냈솝더니, 지휘하던 부장이 도적

의 화살을 맞고 넘어지는데 군사들이 경겁하와 도적들을 체포하지 못하고 놓쳤

사오니 부하를 잘 동독하지 못한 신의 죄가 막대하온줄로 아옵네다. 신이 삼경

이 등청하와 부하들을 데리고 달야하오며 꺽정이의 도당 세 놈을 국문하온 결

과, 그놈들의 초사로 꺽정이의 처와 도당과 기타 간련 인물을 다 형조로 보내올

지 어찌하올지 탑전정탈을 받자와지이다.” 하고 아뢴즉 꺽정이는 심상한 도적

이 아니요, 곧 반적인즉 비록 처속과 도당이라도 형조로 보내는 건 헐후하니 포

청에서 세세히 문초를 받은 후 전옥에 내려 가두게 하고, 그외 관련 인물은 형

조로 보내서 경중을 분간하여 치죄하게 하라고 위의 처분이 내리었다. 남치근이

퇴궐하는 길에 다시 포청에 와 앉아서 북간의 십여 명은 모두 형조로 넘기고 남

간의 여섯 명만 포청이 남겨두게 하였다. 남녀 여섯명이 용모 파기를 일일이 다

낸 뒤에 세 계집의 원정을 받는데 계집들 원정에 한온이의 강도 와주인것이 여

지없이 다 드러나서 남치근이 한온이를 체포하려고 그 병신 형과 본 안해를 볼모

로 잡아다가 포청에 가두어 두고 또 포교들을 보내서 그 아비의 빈소를 지키게

하였다. 세 계집 중의 원씨는 원정할 때도 어염가 여자로 근본을 꾸미느라고 말

이 구석이 비고동이 잘 닿지 아니하여 남치근이 노밤이를 잡아내다가 원씨의 근

본을 물었더니, 모전다리 원판서의 딸을 꺽정이가 업어 내왔다는 말이 노밤이

입에서 나왔다. 모전다리 원판서란 당시 예조판서 원계검이라 남치근이 속으로

는 놀라웠으나, 재상가 문호의 수치 될 것을 생각하여 겉으로 율기하고 “그놈,

멀쩡한 미친 놈이구나. 그 따위 미친 소리 또 하면 아가리를 찢어놓을 테니 그

리 알아라.” 노밤이를 다시 말 못하도록 윽박지른 뒤에 원씨의 근본을 덮어두

고 더 밝히지 아니하였다. 꺽정이의 계집들을 잡은 뒤 나흘 되는 날, 사간원에서

일어나서 초장 탄핵하는 합계를 올리었다. “국가에서 포도청을 설치하고 좌우

대장을 둘 때 소관이 많고 절목이 자세하온데, 지금 대장이 책임을 가진 사람들

은 수탐하는 것이 무엇인지 체포하는 것이 무엇인지 통히 알려고도 하지 아니하

여 대적패가 경기 경내에서 큰 소요를 지어도 잡지 못한 것이 오로지 군율이 엄

하지 못하고 조처가 합당치 못한 탓이옵고, 일전에 대적들이 장통방에 모여 있

는 줄을 알았으면 대장 된자가 당연히 계책을 내서 다 잡아야 할 것이온데 도적

들이 도성안에서 관군을 저항하고 심지어 부장까지 활로 쏘았다 하오니 이것은

근고에 없는 변이외다. 도적이 화살 한 개 쏜다고 군졸들이 사방으로 도망하여

도적의 괴수는 놓치고 겨우 그 처속과 졸도를 오륙명 잡았다 하오니 이런

한심한 일이 어디 있소리까. 좌변대장 남치근은 먼저 파직시칸 후 다시 추고

시키시고 도적을 놓친 부장과 군졸들은 금부에 내려서 치죄시키고 또 우변대장

이몽린은 비단 나이 늙었을 뿐 아니라 다리에 종기가 나서 집안에서도 행동을

잘못하므로 대장의 중한 책임을 감당 못할 것이온즉 체차시키심을 바랍니다.”

사간원 계사는 대지가 이와 같고 위에서 내린 비답은 남치근의 파직은 너무 과

하니 체차시킨 후 추고하게 하고, 그외는 다 계사와 같이 하라 하여 좌우변 포

도대장이 일시에 갈리게 되었다. 남치근과 이몽린이 정원에 들어와서 몸에들 찼

던 병부와 대장패와 전령패를 도로 바치고 나간 뒤, 정원에서 포장 중임을 일시

라도 비워두지 못할 터이온데 어찌하오리까 하고 위에 품하여 포장의 망단자를

빨리 바치도록 병조에 재촉하란 처분을 물었다. 남치근이 정원에 들어왔다가 나

갈 때 궐문 밖에서 마침 궐내로 들어오는 예조판서 원계검을 만났었다. “위에

서 특별하신 처분으로 간원 느르셔서 염감이 체차만 되셨다지?” 원계검이 위로

인사로 말을 묻는데, 남치근은 밤에 잠 못자고 애쓴 보람 없이 체차에 추고까지

겹쳐 당헌 곳을 속으로 못내 분하게 여기면서 입에 발린 말로 “천은이 망극해

서 황감하기 이를 데 없소이다.” 하고 대답하였다. “영감은 연부역강하구 더욱

이 지우가 특별하니까 곧 다시 조용되겠지만 이포장은 이번 체차에 전정이 낭패

일걸.” “이포장은 사직하려구 상초까지 내놓구 있던 차에 체차를 당했다구 말

씀합니다.” “이포장을 어디서 만났소?” “지금 궐내에서 만났습니다.” “이

포장은 먼저 나갔소?” “아니올시다. 지금 막 정원으루 명소 환납하러 들어갔

습니다.” “영감은 벌써 명소를 두루 바치고 나가는 길이구려.” “녜, 그렇소

이다. 그런데 대감께 한번 조용히 여쭐 말씀이 있습니다.” “무슨 말이오?” “

여기서는 여쭐 수가 없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여쭐 바엔 속히 여쭤 드려야 할

텐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대체 무슨 일이오? 우선 운만 좀 떼어보우.”

“대감댁 문호에 관계되는 일입니다.” “그게 무슨 일일까? 이따 저녁때 영감

이 내 집으루 좀 오구려.” “지금 댁으루 못 나가시겠습니까?” “지금은 못

나가겠소. 동궁 관례절차 외 대신께 품할 일이 있어서 빈청에를 들어가는 길이

오.” “추고 중에 한만히 출입하기가 어려우니까 지금 집으루 가는 길에 잠깐

대감댁에를 들러 갔으면 좋겠어서 말씀입니다.” “그러면 영감이 먼저 내 집에

가서 좀 기다리우. 내가 빈청에 다녀나온 뒤 잠깐 마을에 들러보구 곧 집으루

나가리다.” “오래 되시진 않겠습니까?” “아니 오래 될 건 없소.” “그럼 이

길루 대감댁에 가서 기다리구 있겠습니다.” “사랑 문이 닫혔거든 상노아이 불

러서 열라구 하구 들어가 앉아 기시우.” 원계검은 궐문 안으로 걸어들어가고

남치근은 궐문 밖으로 멀리 걸어나와서 말을 타고 원판서 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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