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학이와 황천왕동이가 꺽정이 앉은 자리에서 모를 꺾어 나란히 앉은 뒤 소
흥이가 두 사람을 향하고 쪼그리고 앉아서 한 팔을 짚고 고개를 다소곳하고 “
안녕들 합시오?”하고 도거리로 인사하는데 이봉학이는 초면이므로 “나는 이선
달이란 사람일세.” 황천왕동이는 남소문 안에서 한번 만나본 일이 있는 까닭에
“우리는 구면이지.”하고 각각 인사 대답들 하였다. 인사들이 끝나자마자, 꺽정
이가 소흥이를 보고 “내가 이사람들하구 소풍하러 남산에를 올라갔다가 갑자기
술두 먹구 싶구 자네두 보구 싶어서 산에서 곧장 자네 집으루 내려왔네. 저녁
전에 술 한 차례 주겠나? 그러구 저 아랫방에 있는 군들은 내 수족 같은 사람인
데 이왕 데리구 나선 길이기에 그대루 같이 왔네. 지금 술잔 먹여서 보내두 좋
구 이따 저녁까지 먹여서 보내두 좋으니 그건 자네 처분대루 하게. 저녁을 먹이
더라두 우리 대궁상에 밥 두 그릇만 놔주면 되네.”하고 긴말을 늘어놓으니 소
흥이가 먼저 “그런 건 염려 마십시오.” 간단하게 대답한 뒤 다시 “보구 싶단
말씀만이라두 감격합니다.” 덧붙여 말하고 누가 보든지 밉지 않게 웃었다.
소흥이가 마루에 나가서 살림해 주는 늙은이와 조석해 주는 여편네를 데리고
안주 장만할 것을 의논하는 중에 꺽정이가 마루를 내다보며 “안주 장만할 것
없이 술을 얼른 주게. 지금 목이 말랐네.”하고 말하여 소흥이는 모든 것을 늙은
이에게 쓸어 맡기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소흥이가 이봉학이와 황천왕동이의
맞은편 방문 앞에 앉은 것을 꺽정이가 아랫목 옆자리로 불러서 꺽정이와 이봉학
이의 중간에 와서 앉았다.
“술을 얼른 가져오라구 일렀나?” “녜, 일렀세요. 안주는 없으니 그리 아세
요.” “자네 웃음이 제일 좋은 안준데 다른 안주 찾을 거 있나.” “이따 술 부
어놓구는 자꾸 웃어야겠습니다그려.” “그래 자꾸 웃게.” “다른 양반도 웃음
안주를 잡술 줄 아십니까?” 이봉학이는 말없이 빙그레 웃고 황천왕동이는 딴
데를 보고 있었다. “한 분은 이선다님이시고 또 한 분은 성씨가 뉘댁인가요?”
소흥이가 황천왕동이의 성을 물어서 “구면이라면서 성두 모르나?” 꺽정이가
핀잔 주듯 말하였다. “선다님께서 한서방 집에 와서 기실 때 선다님께 놀러갔
다가 한번 보입긴 했지만 성씨는 못 들은 것 같아요. 정신이 사나우니까 그때
듣고도 잊었는지 모르지요.” “황선달이라구 불러 두게.” “황선다님은 보입기
에 글하시는 선비님네 같으세요.” 소흥이 말에 “나는 글 못하는 선비구 활 못
쏘는 한량일세.” 황천왕동이가 대답하니 “선다님 자기 칭찬이 너무 과하시지
않습니까?”하고 소흥이는 호호호 웃었다. 꺽정이가 소흥이더러 “저 황선달이
남의 없는 재주를 가진 사람일세.”하고 말한 다음에 다시 이어서 “걸음을 삼
현령 역마처럼 빨리 걸어서 여느 사람 백 리쯤 갈 동안에 사오백 리 무난히 가
네.”하고 말하니 소흥이가 입을 딱 벌리고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왜 거
짓말 같은가?” “선다님 말씀이 아니면 곧이 듣기지 않겠세요. 황선다님 다리도
무쇠다리는 아니시겠지요?” “그렇기에 남의 없는 재주라지.” “이선다님은
또 무슨 재주를 가지셨세요?” 소흥이가 이봉학이를 돌아보고 묻는데 “이선달
은 활이 고금에 드문 명궁일세.” 꺽정이가 대답하였다.
늙은 여편네가 소흥이를 들여다보며 “약주상을 들여갈까?”하고 물어서 소흥
이가 들여오라고 고개를 끄덕이고 좌중을 돌아보며 “갓하고 웃옷들을 벗으시지
요.”하고 말하여 세 사람의 의관을 모두 받아서 걸 데 걸고, 얹을 데 얹은 뒤에
시중들기 편하도록 방문 앞으로 옮겨앉았다. 술상이 들어오는데 마른 안주, 진
안주가 상에 가득 늘여놓였다. 꺽정이가 술상을 들여다보며 “웬 안주가 이렇게
많은가?”말하고 이봉학이가 또 꺽정이의 뒤를 받아서 “없다던 안주가 갑자기
어디서 이렇게 생겼나?”하고 말하니 “되지 못한 것 가짓수만 늘어놓았지 정작
잡수실 만한 것이 있어야지요.” 소흥이는 겸사로 대답하였다. 송편 점심이 다
내려가서 속들이 출출한 판이라, 세 사람이 술잔을 뻔찔 돌려 잡는 중에 이봉학
이의 바른손 엄지가락이 특별히 굵은 것을 소흥이가 보고 “선다님 우궁을 쏘십
니까?”하고 물었다. “그건 왜 묻나? 묻는 뜻을 말해야 대답하겠네” “바른손
엄지가락이 유난히 굵으시니 깍짓손으로 세우 쓰셔서 그런가 하고 여쭤봤세요.
” “자네가 용하게 알아냈네. 그렇지만 좌궁도 남만큼 쏘는걸.” “좌우로 다
쏘시더라도 우궁을 더 잘 쏘시겠지요?” “그야 그렇지.” “우궁으로 쏘시면
언제든지 오중몰기하십니까?” 꺽정이가 빈 잔을 소홍이 앞으로 내밀며 “이 사
람 이야기 고만하구 술 좀 치게” 하고 재촉하여 술 한잔을 한 모금에 마시고 나
서 “이선달 같은 명궁더러 오중몰기하느냐 묻는것은 사천왕보구 앙징하단 셈일
세” 하고 소홍이의 말을 책잡아 말하였다. 소홍이가 이봉학이를 보고 “말씀을
지망지망히 해서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하니 “경진년 무과가 수두룩하게 많은
세상에 오시오중하는 사람이면 명궁 아닌가. 나는 자네 말을 지망지망하다구 생
각 않네.” (세조 경진년 무과에 일천팔백여 명을 뽑고 또 종종 경진년 무과에
일천 명을 뽑았는데, 그중에 활을 만져보지도 못한 사람이 많이 뽑힌 까닭으로
경진년 무과란 말을 활 못 쏘는 한량이란 말과 같이 썼다.) 하고 이봉학이는 웃
었다. 이때 별안간 밖에서 “이놈 이놈!” 무엇을 쫏는 소리가 나고 그 뒤에 “저
걸 어떻해요?” “그걸 누가 먹어 갖다 내버리지.”“박살할 놈의 고양이 미워
죽겠네.” “누가 좀 잡아 없애지 못하나.” 지껄이는 소리들이 들리어서 소홍이
가 열어놓은 방문으로 밖을 내다보며 “뭘 그래?” 하고 물으니 아이년이 앞으
로 뛰어와서 “고놈의 도둑고양이가 아까 사다놓은 닭을 물어죽이고 뜯어먹다
내뺐세요.” 하고 말하였다 “얼른 광충다리 가서 새루 한 마리 사오라구 그래
라. 닭장수가 다 가지나 않았을지 모르겠다.” 가호 소홍이가 아이년더러 말한
뒤, 곧 돌아앉아서 세 사람을 보고 “큰 도둑괴 한 마리가 두어 달 전부터 요
근방에 와서 돌아다니는데 고기고 생선이고 밖에 놓아두기가 무섭게 번쩍하면
물어간답니다. 어떻게 잘 물어가는지 기가 막혀요. 뒷집에서는 지난 달에 영계
세 마리를 샀다가 이틀 동안에 다물려보내고 그 뒤로 그집주인 박선달이 고양이
를 활로 쏘아 잡으려고 벼르지만 활을 내들기만 하면 벌써 들고 내빼서 잡지를
못한답니다.” 하고 이야기한 끝에 황천왕동이가 웃으면서 “활이 있으면 지금
잡아주지”하고 말하였다. “참말씀이세요?” “왜 나는 못 잡을 것 같아 보이
나?” “선다님은 활을 못 쏘신다면서요.” “경진년 축이 아닌 담에 아무러기
루 고양이야 못 쏘아 잡겠나.” “선다님 말씀이 큰소린가 아닌가 어디 보십시
다.” 소홍이가 아이년을 불러다가 “고양이가 어디로 갔니?” 하고 물어서 “
아직도 지붕 위에 웅크리고 앉았세요.” 하는 아이년의 대답을 들은 뒤 “그럼
너 얼른 박선다님댁에 가서 활하고 화살하고 좀 빌려 줍시사고 해서 주시거든
고양이가 못 보게 잘 감춰 가지고 오너라.” 하고 말을 일렀다. 얼마 동안 지난
뒤에 아이년이 활과 전동을 행주치마 밑에 숨겨 가지고 왔는데, 활은 각궁이나
넘어도 튀지 않을 물씬물씬한 태평궁이요,살은 과거 보는 정량 엿냥이나 깃을
좀이 먹어서 한 대도 쓸 것이 없었다.설혹 쓸 것이 있다손 잡더라도 굳센 활이
아니면 제작을 보내지 못할 무거운 살로 태평궁에는 당치 아니하였다. 이것은
활을 잘모르는 사람도 알 수 있거든 하물며 활에 귀신 다 된 이봉학이랴. 이봉
학이가 한 손으로 잠깐 활을 다뤄보고 곧 소홍이더러 “활이구 살이구 죄다 못
쓸 겔세.” 하고 말하니 소홍이 대답하기 전에 꺽정이가 대번에 “박선달이란
게 어떤 놈인지 죽일 놈일세. 빌리기가 싫으면 안 빌리는 게지 빌린다고 못쓸
것을 빌린단 말인가. 활이구 살이구 전동이구 다 아궁지에 처넣어버리게. 그눔이
도루 달라구 말썽을 부리면 그건 내가 담당할 테니 염려 말게.” 하고 말하는데
박선달이란 자가 어찌 괘씸하든지 흰자 많은 눈방울까지 굴리었다. 이
봉학이가 꺽정이를 보고 “형님 그럴 게 아니라 고양이를 잡아서 박가놈의 집에
보냅시다. 그놈이 달포 두구 벼르며 못 잡안단 고양이를 이 활, 이 살루 잡아보
내면 그놈의 코가 납작해질 테니 그게 상쾌하지 않습니까?” 하고 말하는 것을
소홍이가 듣고 반색하다시피 좋아하며 “그랬으면 좋겠세요. 참말 상쾌하겠세요.
”하고 말하였다. 소홍이는 이웃간에 공연한 말썽을 내는 것이 재미스럽지 못하
여 활과 전동을 도로 보내고 싶으나 꺽정이의 뜻을 거스르기 어려워서 말 못하
고 있던 차이었다. “활이구 살이구 다 못쓸 것이라며 그래.” 꺽정이의 말을 “
아무리 못쏠 활이구 못쓸 살이기루 지붕에 있는 고양이야 못 쏘겠습니까. 내가
잡아놓겠습니다.” 하고 대답한 뒤 곧 이봉학이는 활에 시위를 메기 시작하였다.
소홍이가 아이년을 불러서 “고양이 그저 있나 보아라.” 하고 말한즉 “그 동
안에 어디로 가고 없세요.” 하고 아이년이 대답하여 “다시 오거든 눈에 뜨이
는 대로 얼른 와서 말해라.” 소홍이는 아이년에게 말을 일러두었다. 술상을 물
리고 한담설화를 하는 중에 동자하는 여편네가 한데 우물에 저녁 밥쌀을 씻으러
나갔던지 이남박 위에 받침반을 얹어 이고 들어오더니 이남박을 내려놓고 마루
앞으로 와서 “밖에 누가 와서 임선다님께서 오셨느냐구 묻기에 오셨다구 했더
니 잠깐 보입게 해달라구 말합디다.” 하고 찾아온 사람이 있다고 연통하여 꺽
정이가 뜰아랫방을 내려다 보며 “불출아!‘” 하고 불렀다. 신불출이와 곽능통
이는 점심을 궐하여 시장한데다가 소홍이 집에서 주는 술을 양에 겹도록 먹어서
술이 취하여 누웠다가 잠들이 들었었다. "그 방에들 없느냐!“ 꺽정이가 소리를
질러도 대답이 없어서 동자하는 여편네가 쫓아 내려가서 방문을 열고 ”여보여
보, 선다님께서 부르시우. “ 하고 소리치니 그제사 공중잡이로들 일어나서 녜녜
대답들 하며 뛰어나왔다. ”지금 무슨 잠들이란 말이냐! 밖에 누가 왔다니 하나
나가 봐라. “ 신불출이가 밖으로 나갔다가
얼마 만에 들어와서 “애꾸눈이 노가가 와서 잠깐 비입겠다구 하옵기에 이따가
내일 남성밑골루 오라구 말씀했솝더니 급한 일이 있어서 지금 꼭 뵈어야 하겠다
구 하옵디다. ” 하고 말하여 꺽정이가 급한 일이 무슨 일인가 의아해 하면서
“들어오래라. ” 하고 일렀다. 노밤이가 신불출이의 뒤를 따라들어와서 계하에
서 공손히 허리를 굽히었다. “급한 일이 무슨 일이냐? ” “약주를 잡수러 오
셨습니까? ” “급한 일을 말하라니까 왠 딴소리냐! ” “녜, 말씀합지요. ” “
얼른 말해라. ” “저의 집에 저녁거리가 없습니다. 어떻게 처분 좀 해줍시오.
” “그게 급한 일이냐? ” “저녁을 굶게 되는데 그게 급하지 않으면 무에 급
합니까. ” “이애들 그 미친 눔 꼭두잡이해 내쫓아라. ” 하고 꺽정이가 분부하
여 신불출이와 곽능통이가 꼭두잡이하려고 달려드니 노밤이는 손을 내저으며 “
달려들지 마라. 내가 나갈 테니. ” 하고 말한 뒤 가장 거드럼스럽게 걸어서 밖
으로 나갔다.
이날 점심때 노밤이가 남소문 안에 갔다가 여러 사람 틈에 끼여서 국밥 한 그
릇을 얻어먹고 점심 뒤에 꺽정이를 보려고 남성밑골을 거쳐서 동소문 안에들 갔
더니, 꺽정이는 역시 없고 꺽정이의 졸개들이 점심 먹고 할 일이 없
어 방에 드러누워서 낮잠을 청하고 있었다. 졸개 둘 중의 하나는 구면으로 전에
도 농지거리하던 터수이나 다른 하나는 이번에 처음 만나서 겨우 인사수작한 처
지인데 노밤이는 둘을 함께 껴잡아서 “이 자식들아, 염병을 하느냐 왜 늘비하
게 자빠져느냐! ” 하고 욕을 푸짐하게 내붙였다. 구면 졸개가 누운 채 “너는
욕이 인사란 말이냐, 미친 놈아! ” 하고 대꾸한 뒤 동무 졸개보다 나중 일어 앉
아서 노밤이더러 “이리 들어오너라. ” 하고 말하였다. “이런 일기 좋은 날 굴
속 같은 방에 들어가서 무어하게. 나더러 들어오라지 말구 너희들이 나오너라.
” “나가선 무얼하느냐? ” “구경이라두 다니려무나. ” 졸개 하나는 서울길
이 이번이 초행인테 아직 구경을 다니지 못하여 심중이 나던 차에 노밤이 말에
귀가 번쩍 뜨이어서 “나 서울 구경 좀 시켜 주게. ” 하고 말하니 노밤이가 그
졸개에게 “서울 온 지가 벌써 며칠인데 이때까지 무엇했느냐? 구경두 안다니
구. ” 대답하고 나서 구면 졸개를 보고 “이놈아, 동무를 데리구 다니며 구경이
나 좀 시켜 줄게지 날마다 낮잠만 자빠져 자구 있어! ” 하고 부옇게 핀잔을 주
었다. “내가 길을 모르는 걸 남 구경을 어떻게 시켜 주니? 남소문 안두 길 잃
어버릴까 봐 못 가구 있다. ” “네가 길눈 밝은 품이 대낮 올뻬미로구나. 자 나
오너라. 내가 바쁘지만 오늘 반나절 너희들 데리구 다니며 구경을 시켜 주마. ”
“나는 구경이 소원 아니니 술이나 좀 사다우. ” “오냐 그래라. 남촌 술두 사
주구 북촌 떡두 사주마. ” 노밤이가 졸개들을 데리고 동소문 안에서 나서서 박
석티를 넘어 배오개 네거리로 나와서 종루 큰거리를 향하고 올라오며 저기가 동
관대궐이다, 여기가 원각사 절타다 가르치고, 종루에 와서 인경을 구경시키고 선
전 앞에서 여리꾼에게 붙들려서 곤경을 치르고 황토마루께로 올라와서 광화문을
바라보고 들어가며 육조아문을 일일이 일러주고, 마침 궐내에서 퇴출하는 재상
행차를 구경시키고 황토마루로 되곱쳐 나오는 중에 구경을 고만하고 술집을 찾
아가자고 구면 졸개가 노밤이를 졸라서 “그럼 남촌으루 건너가자. ” 하고 노
밤이가 말하였다. “북촌에는 왜 술집이 없나? ” “아까 가르쳐 주었는데 고
동안에 잊어버렸느냐! 북촌 떡이구 남촌 술이란다. 맛좋은 술을 먹으러 가잔 말
이야. ” 노밤이가 졸개들을 끌고 남촌을 건너와서 남소문 편으로 내려오다가
어느 막다른 골목 안에 있는 용수 달린 집으로 들어왔다. 문밖에 용수는 달았으
되 내외하는 안침술집이라 문간에 놓인 뒤트레 방석에 앉아서 술들을 먹었다.
처음 내온 술그릇이 비어서 심부름하는 아이가 술 가지러 안에 들어간 사이에
노밤이가 졸개들더러 “너이들 술값 낼 것 없지? 나두 마침 안 가졌다. 이 집
사람 안보는 틈에 슬그머니 일어서 가자. ” 말하고 셋이 같이 불불이 일어서
나가려고 하는데, 일이 안 되느라고 때마침 포교 하나가 마주 들어오며 셋의 아
래위를 한번 훑어보더니 바로 안으로 향하고 “아주머니, 밖에 오신 손님들 술
값을 받으셨습니까? ” 하고 소리쳐 물었다. 아이가 안에서 쫓아나와서 포교를
보고 “언니 왔소? ” 허고 인사한 뒤 “남더러 술을 더 가져오라구 해놓고
몰래들 내뺄라구 했구먼. ” 하고 말하여 포교가 대번에 이 사람의 뺨을 치고
저 사람의 빰을 칠 때, 안여편네가 문간 차면 뒤에 나와 서서 술값이나 받지 손
찌검은 말라구 말리었다. 술값을 내라고 포교가 대드는데 노밤이가 평생 구변을
다하여 갖은 사정을 다한 끝에 셋이 옷갓을 벗어놓고 갔다가 술값 낼 것을 가지
고 와서 찾아가겠다고 한즉, 포교 말이 술값 낼 것이 태산 더미가 아닌 바에 셋
씩 갈 것이 무엇이냐, 셋중에서 볼모를 남기고 가라고 하여 노밤이가 혼자 갔다
오마고 하는 것을 구면 졸개가 노밤이만 보냈다가는 십상팔구 다시 오지 않을
줄 짐작하고 포교의 허락을 얻은 뒤 노밤이를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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