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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8권 (32)

카지모도 2023. 7. 26.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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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적모의하는 놈의 성명이 무엇이냐?” “임꺽정이올시다.” “임꺽정이? 임꺽정이란

도둑놈이 아니냐?” “그놈이 여느 도둑놈이 아니구 역적질하려는 도둑놈이올시다.

” “역적질을 어떻게 하려구 하느냐?” “그놈이 군사를 끌구 서울을 쳐들어

올라구 합니다.” “그 기일이 언제냐?” “기일이란 날짜 말입지요? 날짜는 아

직 작정이 없습니다.” “서울 안에 내응이 많으냐?” “네, 많습니다. 남소문안

패가 모두 내응하기루 됐습니다.” “남소문안패란 무엇이냐?” “서울 안 도둑

놈패의 엄지가락이올시다. 그 패의 괴수가 남소문안에서 사는 까닭에 남소문안

패라구 이릅니다.” “그 괴수가 누구냐?” “괴수 한백량이가 얼마 전에 죽구

그 아들 한온이가 괴수 노릇을 합니다.” 이 때 마침 나장이 하나가 도사에게

와서 “지사 대감께서 잠깐 들어오시라구 여쭈십니다.” 하고 말하여 도사가 노

밤이에게 묻는 것을 중단하게 되었다. 판의금이 유고하여 들어오지 아니한 까닭

에 마을일을 지의금이 총찰하였다. 지의금이 당직청에서 들어온 도사를 보고 “

고변하다는 놈이 성이 노가라지?” 하고 물은 뒤 “포청에서 문초받던 문안이

통히 여기 와 있으니 한번 내려보게.” 하고 앞에 놓인 문안을 도사에게 내주었

다. 도사가 초사 중의 노밤이의 것만 자세자세 내려다보고 다시 당직청으로 물

러나와서 마당 한구석에 죽쳐 앉은 노밤이를 끌어내다가 앞에 꿇리게 하였다.

“꺽정이가 흉악한 대적인 것은 다시 더 말할 것 없고 한온이가 꺽정이의 와주

인 것도 포청에서 받은 초사에 다 드러났는데 새삼스럽게 무슨 고변이냐? 고변

한다구 떠든 의사를 바루 아뢰어라.”“소인이 꺽정이하구 가까이 지나는 동안

에 그놈이 도둑질은 여차구 역적질하려구 골독한 것을 알구서 그놈을 나라에 잡

아바치구 소인의 몸에 붙은 도적의 때를 씻으려구 맘을 먹었소이다. 그래서 일

껀 꺽정이의 처소를 포청에 고해 바쳤드니 포도부장과 포교들이 변변치 않아서

독 안에 든 쥐를 놓쳤소이다. 꺽정이만 잡혔더면 소인이 상급을 타면 타지 전옥

에 갇히게 되겠습니까. 소인이 변변치 않은 포도부장과 포교들의 엉걸을 입은

셈이올시다. 소인이 어떻게든지 그예 꺽정이를 잡아서 나라에 바치구 그 공로루

죄명두 벗구 도적 때도 씻구 테평성대의 양민으루 맘놓구 살어보구 싶어서

새삼스러운 줄까지 알면서 고변한다구 했소이다.” “꺽정이를 네가 어떻게 잡

아바칠 테냐, 꺽정이가 어디루 도망한 것을 너는 아느냐?” “꺽정이 도망해 간

데는 청석골 아니면 광복산이겠지요만, 청석골이든지 광복산이든지 쫓아가서 힘

으로 잡자면 일이 너무 거창하니까 꾀로 잡아야 합니다.” “꺽정이 잡을 꾀가

있거든 말해 봐라.” “지금 소인의 생각에는 제일 좋은 꾀가 꺽정이의 어미를

먼저 잡는 것이올시다. 그놈의 어미는 적굴이 싫다구 혼자 따루 사는 까닭에 잡

기가 쉽습니다. 그 어미를 잡아다가 전옥 같은 데 가두어 두면 꺽정이가 천하무

도한 놈이지만, 제 어미에겐 효성이 무던하니까 파옥하러 올 것이구 파옥할 힘

이 없으면 자수라도 할 것입니다.” “꺽정이의 어미는 어디서 사느냐?” “역

시 청석골 산속이지만 적굴에서 상거가 거의 오 리 가량이나 됩니다. 소인이 포

도군사 서넛만 데리구 가면 동소문 안 꺽정이의 기집을 잡아오듯 든손 잡아올

수가 있습니다.” 도사가 노밤이의 말을 듣고 한참 생각하다가 나장이 하나를

불러서 노밤이를 아직 금부 장방에 가두어 두게 하고 노밤이의 말한 사연을 곧

지의금과 동의금에게 고하였다. 꺽정이를 잡으면 조정의 큰 근심거리 하나를 덜

게 되므로, 지의금과 동의금이 다 노밤이의 말을 기특하게 여겨서 조금도 의심

않고 그대로 준신하여 꺽정이의 어미부터 잡아올리도록 위에 품하자고 상의를

할 때 도사 한 사람이 앞으로 나와서 “꺽정이란 놈이 어미 아비가 있단 말을

들은 일이 없습니다. 그 어미가 과연 살아 있나 그것부터 알아보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하고 말하여 지의금 한 분과 동의금 두 분이 다 함께 고개를 크게

끄덕이었다. “그걸 어떻게 알아볼까?” 지의금 묻는 말에 “꺽정이 속내를 잘

아는 사람이 나장이, 나졸 중에두 더러 있을 줄 압니다.” 하고 그 도사가 대답

하였다. 꺽정이의 어미 아비가 없는 줄을 아는 나장이와 나졸이 대여섯이나 되

는데, 그중의 나장이 하나가 그 아비는 죽은 지 얼마 안 되고 그 어미는 죽은

지 오래 된 것까지 자세히 알았었다. 노밤이의 말이 허무맹랑한 거짓말이라면

거짓말한 까닭이 무엇인가 일차 국문하자고 지의금이 동의금들과 의론한 뒤, 곧

나졸들을 호령하여 형구를 벌이고 노밤이를 잡아들이게 하였다. 나졸들이 노밤

이를 호두각 대청 섬돌 아래 잡아 엎치고 “죄인 잡아들였소.” 하고 소리친 뒤

에 지의금이 노밤이의 성명과 연령과 꺽정이와 관계된 것을 묻고 나서 “꺽정이

의 어미가 어디 있느냐?” 하고 내려 물으니 “청석골 근처에 있소이다.” 하고

노밤이는 대답을 올리었다. “죽은 년의 무덤이 청석골에 있느냐?” “아니올시

다. 꺽정이의 죽은 어미의 무덤은 양주에 있솝구 청석골에 있는 것은 산 어미올

시다.” “꺽정이의 어미 아비는 다 죽었는데 웬 산 어미가 또 있단 말이냐! 이

놈, 네가 얼마나 죽구 싶어서 거짓말을 하느냐!” “꺽정이의 어미가 있거나 없

거나 소인에게 꼬물두 이해 상관이 없솝는데 공연히 없는 걸 있다구 말씀을 여

쭐 리가 있소리까.” “꺽정이의 산 어미가 정녕 있느냐?” “네, 있소이다.”

“그럼 산 어미는 무슨 어미구 죽은 어미는 무슨 어미냐?” “죽은 어미는 낳은

어미옵구 산 어미는 양어미올시다.” “꺽정이가 양자 간 일이 없는데 웬 양어

미가 있단 말이냐? 그게 거짓말이 아니구 무엇이냐?” “꺽정이의 가문 내력을

소인이 아뢰리다. 이 장자 곤자 이찬성 대감 부인의 고모되는 꺽정이의 할미가

자식 형제를 두었솝는데, 큰자식은 함흥서 대대루 해먹던 고리백정질을 해먹구

작은 자식은 이찬성 부인을 바라구 서울을 올라왔다가 양주 쇠백정의 데릴사위

가 되어서 양주서 푸주를 했소이다. 쇠백정의 딸년이 꺽정이 삼남매를 낳았솝는

데, 꺽정이의 손위 누이는 이찬성 부인의 사촌 올케가 되었다가 서방이 일찍 죽

어서 청춘과부로 친정살이를 하게 된 것이 지우금 꺽정이와 같이 지내옵구 꺽정

이의 동생은 연전에 양주 옥중에서 그 아비와 함께 죽었소이다. 꺽정이의 아비

가 살았을 때 그 형이 딸자식 하나두 두지 못하구 죽어서 그 형수를 함흥서 데

려오구 꺽정이를 형의 몫으루 형수에게 바친 까닭에 꺽정이의 큰어미가 곧 양어

미올시다. 꺽정이 낳은 어미는 벌써 죽은 지가 오래지요만 양어미는 아직두 얼

마를 더 살는지 피둥피둥하외다.” “지금 네 말에 일호 거짓이 없지? 달리 알

아봐서 만일 거짓말이 섞였으면 장하에 물고를 내두 원망을 못하렷다!” “원망

을 못하다뿐이겠습니까. 다만 한 가지 미리 아뢰올 말씀이 있솝는데 들어 주실

는지요?” “무슨 말이니?” “소인의 말과 틀리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솝거든

그 사람과 소인과 면질시켜 주셨으면 좋겠소이다. 그건 다름이 아니오라 이목

넓은 포청에두 꺽정이의 일을 잘 아는 사람이 없어서 꺽정이의 기집이 서울 안에

셋씩이나 있는 것을 소인의 말을 듣구 비로소 알구 웬 기집이 그렇게 많으냐구

모두 놀라옵디다. 포청뿐 아니올시다. 당장 꺽정이 수하에 있는 도둑놈들두 두령

이나 꺽정이에게 신임받는 두목들 외에는 꺽정이의 일신상 일을 소인만큼 아는

놈두 별루 없소이다. 잘 알지 못라구 소인의 말을 거짓말이라구 하오면 소인이

억울하온 까닭에 미리 이런 말씀을 아뢰옵는게올시다. 제일 좋기는 소인이 나졸

이나 포교들과 같이 가서 잡아오는 기집을 닦달해 봅셔서 꺽정이의 어미가 아니

옵거든 소인을 어떻게든지 치죄합시오.” 노밤이의 대답이 처음부터 조금도 구

김이 없어서 누가 듣든지 거짓말 같지 않고 참말 같았다. 노밤이를 장방에 도로

갔다 가두어 두라고 분부하여 나졸들이 밖으로 나간 뒤에 지의금이 동의금과 도

사들을 돌아보며 “그놈의 말이 아주 허무맹랑한 거짓말 같지 않지?” 하고 물

으니 “그놈의 대답하는 것이 별루 어색한 데가 없어 보입디다.” “꺽정이의

아비가 이찬성 후취 부인과 척의 있단 말은 나두 전에 들은 법합니다.” 동의금

들이 이렇게 대답할 뿐 아니라 먼저 꺽정이의 어미 있단 말을 의심하던 도사까

지 “그놈의 생김생김은 흉물스러우나 하는 말은 바이 거짓말 같진 않습니다.”

하고 의심이 적이 풀린 모양으로 말하였다.

이튿날 판의금이 금부에 들어와서 노밤이의 일을 자세 다 듣고 어떻게 조처할

까 지의금, 동의금 들과 상의들 하였다. 노밤이가 꺽정이의 부하로 꺽정이를 배

반하고 조정에 귀순하려고 하는 것은 포청에서 여러 가지 밀고한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일이고, 노밤이가 꺽정이의 모를 잡아온다는 것은 그다지 미덥지 못

하나 중로에서 도타할 것 외에 다른 염려는 없는 일이라 허허실실로 한번 보내

보자고 의론이 일차하여 판의금이 이 뜻으로 위에 품한 뒤 나장이 둘과 나졸 다

섯을 노밤이와 안동하여 꺽정이의 모를 잡으러 보내는데, 노밤이는 몸에 오라를

지우고 그러고도 또 일동일정을 임의로 하지 못하게 하여 도타를 방비하라고 나

장이와 나졸들을 각별히 신칙하였다. 노밤이가 전옥을 벗어나고 금부를 벗어나

서 마음은 날 것 같으나, 두 팔이 오라에 묶여 팔짓을 할 수 없어서 걸음이 잘

걸리지 아니하였다. 잘 걸리지 않는 걸음을 집짓 더 굼뜨게 떼어놓아서 나졸들

이 조급증이 나도록 걸음이 느리었다. “이놈아, 걸음 좀 빨리 걸어라.” “네놈

하구 같이 가자면 여드레 팔십 리 가기가 바쁘겠다.” “굼범이 천장하느냐, 이

녀석아!” 나졸들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때, 노밤이는 걸음을 아주 멈추고 서

서 “여보, 걸음을 빨리 걷자면 활갯짓을 해야 하지 않소? 두 활개를 잔뜩 묶

어놓고 어떻게 빨리 걸으란 말이오? 활갯짓 좀 하게 두 팔을 내놔 주시우.” 하

고 말하였다. 나졸들이 노밤이를 앞에서 잡아끌고 뒤에서 떠다 밀고 하다가 성

이 가시든지 나중에 나장들에게 말하고 노밤이의 두팔을 놀리게 해주어서 그 뒤

부터는 노밤이가 팔짓을 하면 걸음을 거뜬거뜬 걸었다. 첫날은 서울서 늦게 떠

나서 고양 와서 숙소 하는데 밤에 잘 때 오라를 풀어주지 않고 도리어 내놓은

팔까지 마저 넣어서 묶으려고 하여 노밤이가 나징이들을 보고 밤잠이나 편히 자

게 해달라고 비두발괄하였다. 나장이들이 처음에는 떼떼하더니 나중에 어찌 생

각하고 큰 혜택이나 베푸는 것처럼 허락하여 노밤이는 오라를 벗고 나졸들 틈에

끼여 자게 되었다. 노밤이가 우스개할 계제만 있으면 어릿광대짓도 하고 시중들

일만 있으면 하인 노릇도 하여 나장이와 나졸들의 비위를 맞추었다. 그 다음날

은 파주 와서 중화하고 장단 와서 숙소하는데 숙소에 들며 곧 노밤이의 오라를

벗겨주었으나, 혼자 밖에는 나가지 못하게 하고 심지어 뒷간에를 가는 데도 나

졸 한둘이 따라가서 지키었다. 끝날은 송도 와서 중화하고 청석골로 나오는데,

골 어귀 동네 앞에 왔을 때 앞서 오던 나장이 하나가 뒤를 돌아보며 여기서 잠

깐 쉬어가자고 말한 뒤 길가에 나섰는 동네 늙은이를 보고 여러 가지 말을 물어

봤다. “이 산속에 대적의 적굴이 있다지요?” “네, 있지요.” “그런데 여기서

들 어떻게 사우?” “있는 사람이 도적이 겁이 나지 우리 같은 없는 사람이야

무슨 상관 있소.” “도적의 괴수 이름이 꺽정이라지요?” “네, 그렇답디다.”

“꺽정이가 요새 적굴에 있답디까?” “그건 우리 몰라요.” “꺽정이의 어미는

어디 가지 않구 있겠지요?” “꺽정이가 누님은 있답디다만 어머니 있단 말은

듣지 못했소.” 노밤이가 쫓아와서 “꺽정이의 양어미가 따루 사는 걸 모르우?

” 하고 곧 시비나 하려는 것같이 덤비어서 “그런 자세한 속내야 우리가 알 수

있소.” 하고 늙은이가 긴말을 아니하니 “속내를 자세히 모르거든 국으루 가만

히나 있지 않구.” 하고 노방이는 혀를 낄낄 찼다. “네야말루 국으루 가만 있거

라.” 나장이 노밤이를 꾸짖은 뒤 다시 늙은이더러 이 말 저 말 더 물어보았으

나 늙은이는 모두 모르쇠로 방패막이하였다.

탑고개를 넘어온 뒤 얼마 아니 오다가 산길을 잡아들었다. 노밤이가 나졸 서

넛과 함께 앞장을 서서 길을 인도하는데, 노밤이도 청석골 산속길이 초행이나

산속에서 드나드는 길목에는 말뚝이 박혀 있단 말을 졸개들에게 들어서 잘 아는

까닭에 말뚝만 눈여겨 보며 익숙히 다녀본 길같이 서슴지 않고 들어왔다.

이때 청석골에서는 대장과 대장의 버금가는 유력한 두령들이 밖에 나가고 없

어서 소굴이 허소하므로, 만일을 염려하여 사산 파수꾼외에 따로 순산군 사오십

명을 뽑아두고 순산을 멀리 지키는 중이라 서산 밖 셋째 등성이 위에 수상한 인

물들이 올라서는 것을 순산군이 멀리서 바라보고 쏜살같이 들어와서 두령들에게

보하였다. 도중 일을 맡아보는 배돌석이와 사산 파수를 총찰하는 길막봉이가 급

히 졸개 십여 명에게 무기를 나눠주어서 데리고 서산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곽

오주가 쇠도리깨를 끌고 쫓아와서 배돌석이를 보고 “내가 막봉이하구 같이 나

가리다. 오래간만에 도리깨질 좀 해봅시다.” 하고 말하여 배돌석이는 물러났다.

서림이가 이것을 보고 배돌석이 옆에 가서 “죽이면 어디서 온 무엇인지를 알

길이 없으니 죽이지 말구 사로잡아 오라시우.” 하고 소곤거려서 배돌석이가 군

령으로 죽이지 말고 사로잡으라고 이르니 길막동이는 네 대답하고 곽오주는 입

을 비쭉하였다. 곽오주와 길막봉이가 졸개들을 거느리고 서산을 넘을 때 해는

먼저 앞서 넘어갔다. 산골이라 해가 넘어가며 바로 어둡기 시작하여 맞은편 등

강이에서 내려오는 사람이 수효는 칠팔 명밖에 더 안 되는 줄 알았으나, 복색은

군복인지 평복인지 분별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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